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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범이 아닙니다

진짜 범인 대신 '개' 잡은 검찰
[나는 살인범이 아니다①] 개 죽여 감정서 제출, 법원에 항고한 검찰

16.06.24 12:34 | 글:박상규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 검찰은 작년 대법원에 항고이유서를 제출하며 개를 죽여 실험한 감정서도 제출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습니다). ⓒ 박상규

검찰 때문에 개 한 마리가 죽었다. 회식 때 먹으려고 검찰이 개를 죽인 건 아니다. 개가 도로를 질주하는 검사의 차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뜨거운 작년 여름의 일이다. 검찰은 모 사립대학 A교수에게 살인사건 관련 어떤 감정을 요청했다. 이 교수는 동물보호법을 어기고 단골 보신탕집을 활용해 개를 죽여 실험을 했다. 실험에 이용된 개는 식용으로 유통됐다. 더 엽기적인 일은 따로 있다.

불법 과정을 거쳐 작성된 이 감정서는 작년 9월 대법원에 제출됐다. 검찰은 공익이 아닌 살인범 보호를 위해 이 감정서를 활용했다. 살인범을 위해, 공권력에 의해, 불법으로 죽임을 당한 개라니. 이런 '개죽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개죽음' 활용해 살인범 보호한 검찰

한국 검찰이 '개죽음'까지 활용해 보호한 그 살인범은 바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 김OO이다. 무슨 사정이 있길래 검찰은 이런 일을 벌인걸까. 내막은 이렇다.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했다. 택시기사 유OO(당시 42세)는 자신의 택시 안 운전석에서 참혹하게 당했다. 뒷좌석의 범인은 유씨를 칼로 12회 찔렀다. 유씨는 피를 뿜으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택시는 곧바로 폐차할 정도로 피범벅이 됐다.

익산경찰서는 사흘 뒤인 8월 13일 당시 열다섯 살인 최성필(가명)을 범인으로 체포했다. 법원은 최성필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최성필은 누명을 썼을 뿐, 범인이 아니다. 사건 발생 3년 뒤인 2003년 6월, 군산경찰서 형사반장 황상만이 진범 김OO을 체포했다.

엉뚱한 사람을 체포한 익산경찰서, 부실한 수사지휘로 억울한 사람을 기소한 검찰, 사실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오판을 한 법원, 모두 난처하게 됐다. 곳곳에서 곡소리가 날 듯했다. 이들이 면죄부를 받고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길은 하나였다.

'진범을 풀어주고, 누명쓴 열다섯 살 소년 최성필을 계속 교도소에 가두라!'

택시기사 유OO을 칼로 12회 찔러 살해한 범인 김OO은 하루도 처벌받지 않고 풀려났다. 사람을 죽이지 않은 열다섯 살 소년 최성필이 살인죄로 10년을 복역했다.

출소한 최성필은 진범을 체포했던 군산경찰서의 수사기록을 확보했다. 범행 일체를 자백한 김OO의 진술조서, 그를 숨겨주고 범행 도구인 칼을 목격한 친구들의 진술조서, 심지어 사건 당시 현장에서 범죄 정황을 본 목격자 진술조서까지 모두 그의 손에 들어왔다. 이들의 진술은 범죄 상황과 거의 일치했다.

특히, 택시기사를 살해할 때 이용한 칼에 대해 진범과 친구들의 진술은 놀라웠다. 이들의 진술은 최성필이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 중 하나였다. 

"오른 손으로 잡고 있던 칼로 택시기사를 공격하자 칼끝에 뼈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에 마구 찔렀습니다." - 2003년 6월 5일 진범 김OO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가정집에서 쓰는 식칼이었는데 칼끝이 휘어 있었습니다. 칼날에 피가 묻어 있었고, 돼지비계 모양의 지방분이 묻어 있었습니다." - 진범 김OO을 숨겨주고 한동안 칼을 보관했던 친구 임OO이 군산경찰서에서 수차례 진술.

"칼에는 거무스름하게 굳은 피와 흰색의 지방기름같은 것이 섞여서 굳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진범 김OO의 친구 양OO의 진술

"일반 식칼이었고, 칼에는 오래되고 굳은 검붉은 색의 피와 지방같은 기름기가 칼 앞부분과 옆부분 위편에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 진범 김OO의 친구 홍OO

정리하면, 이렇다. 살인범 김OO은 칼로 택시기사 유씨를 찔렀을 때 칼끝에 뼈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말대로 친구들은 칼끝이 휘어진 칼을 봤고, 거기에는 희색의 지방과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최성필은 2013년 4월 박준영, 신윤경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성필은 진범 김OO과 그의 친구들, 목격자의 진술 등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새롭고 명백한 증거라며 다시 재판을 열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재심 결정한 법원, 항고한 검찰

광주고등법원은 2015년 6월 22일 재심을 결정했다. 진범 김OO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가 불과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때로, 그야말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당시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되기 전이었다).

법원은 최성필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한마디로, 택시기사를 살해한 범인은 최성필이 아니라 김OO이라는 취지였다.

"새로운 증거들을(진범과 친구들의 진술 등) 재심대상판결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와 함께 고려할 때 재심대상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되는 '명백한 증거'에도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광주고법의 재심결정문에서.

법원은 재심을 열고, 경찰과 검찰은 진범을 수사하면 되는 상황. 공소시효가 코앞인데도 검찰은 대법원에 항고를 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제출한 항고이유서에 바로 위의 '개죽음' 감정서가 포함됐다.

진범 김OO이 모든 걸 자백했고 칼을 본 증인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너는 범인이 아니야!"라는 취지로 검찰이 살인범을 변호하는 상황. 검찰로서는 무엇보다 칼에 대한 여러 사람의 진술을 깨부숴야 했다.

정말 사람의 심장 등을 찌른 칼에는 피와 함께 하얀 지방이 묻을까? 칼끝이 휘어진 칼로 사람을 찌르면 몸에 남는 흉터의 모양은 어떨까? 검찰은 A교수에게 바로 이 내용의 감정을 요청한 거다. A교수가 2015년 8월 6일 제출한 감정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 개를 죽여 뒷다리를 찔러 봤다는 감정서. A교수는 동물보호법을 따르지 않고 일명 '개장수'의 집에 가서 개를 죽인 뒤 실험했다고 한다. ⓒ 박상규

"감정인은 개의 뒷다리(대퇴부) 위쪽을 면 티셔츠로 덮고 과도로 찔러보는 등의 실험을 시행하였다. 머리에 전기충격을 가해 개를 죽인 후 털을 제거하고 피를 흘려내지 않은 상태에서 칼로 개 허벅지를 찔렀다. (중략)

칼끝을 휘지 않고 찌를 경우 옷을 덮지 않고 찌르면 칼에는 피가 약하게 묻어나올 정도였고, 옷을 덮고 찌르면 칼이 살에서 빠져나오며 칼면이 옷에 씻겨 사진2와 같이 칼면에는 핏자국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칼끝을 휘고 찌를 경우 옷을 덮지 않고 찌르면 사진3과 같이 기름과 섬유조직 같은 작은 조직 덩어리가 묻어나왔으나, 옷을 덮고 찌를 경우 칼이 옷을 빠져나오면서 옷에 조직이 씻겨 칼에서는 사진3과 같은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감정은 "재판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재판에 관련된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의견과 지식을 보고하는 일"을 뜻한다. 상식적으로 이런 의문이 든다. 사람 그것도 심장 등을 12회 찌른 칼과, 근육이 밀집된 개 뒷다리를 한 번 찌른 칼을 눈으로 비교한 걸 과연 그 분야 전문가의 과학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감정서에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어떤 종의 개를 죽여서 실험했는지 등의 정보가 없다. 대학 등에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려면 동물보호법 제25조 제3항에 따라, 우선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서 심의를 받은 뒤에 시행해야 한다. 적법한 실험을 했는지 A교수에게 전화로 직접 물었다.

"뭐가 문제인가요? 개는 식용으로 팔렸어요"

- 선생님, 오랫동안 부검전문가로 활동하셨는데요. 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개를 죽였나요?
"무슨! 윤리위원회 구성하고 심의 받으려면 얼마나 복잡하고 피곤한지 아세요? 그런 거 안 거치고 저 혼자 했습니다."

- 그럼 개를 어디서 죽였나요?
"제가 잘 가는 단골 보신탕집이 있어요. 거기에 개를 납품하는 '개장수'가 있는데, 그 양반한테 가서 개를 죽이고 뒷다리를 칼로 찔러 봤습니다."

- 부검 분야 전문가인, 그런 식으로 실험을 해도 되나요?
"어차피 보신탕용으로 죽을 개를 먼저 전기충격기로 죽인 뒤에 실험했는데, 뭐가 그리 문제인가요? 그 개 식용으로 다시 팔려 나갔습니다."

- 동물보호법에 따라 실험을 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네, 절차는 그게 맞는데요. 저는 지키지 않았아요. 절차 지키지 않았다고 기자님 편한 대로 쓰셔도 됩니다."

- 절차도 문제지만, 사람 가슴을 찌른 칼과 개 뒷다리 찌른 칼을 비교하는 게 적절한 일인가요?
"물론 사람과 개는 다르죠! 어쨌든 뭐 그게 크게 의미 있는 실험은 아닙니다."

보신탕집에 개를 납품하는 '개장수'에게 가서 실시한 실험과 감정서. 결코 가볍지 않다. 살인 누명을 쓴 최성필의 운명이 달린 일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불법으로 실험된 감정서를 대법원에 제출해, 개 뒷다리 찌른 칼의 모양을 근거로 이렇게 주장했다.

"결국 범행에 사용된 칼에 돼지비계 모양의 지방분이 묻어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도 이를 목격하였다는 임OO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대법원은 2015년 12월 11일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을 확정했다. 개 뒷다리를 칼로 푹 찌른 검찰 쪽의 감정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 역시 광주고등법원과 같다. 과거 최성필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다는 거다. 그것은 바로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OO을 살해한 사람은 김OO이란 취지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했는데도 여전히 검찰, 경찰은 진범 김OO을 잡지 않고 있다. 대신 엄한 개를 잡았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잘 아는 한 전직 판사에게 최근 검찰이 아직도 진범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판사는 이렇게 탄식했다.

"이런 정신 없는 인간들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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