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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

일당이 1만4000원... 회사 문 박차고 들어가다
[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⑦] 작업복도 지급받지 못하는 서러운 파견노동자

16.06.12 21:09 | 선대식 기자쪽지보내기

파견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파견의 범위를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파견노동자가 처한 현실과 마주하기 위해, 기자 명함을 버리고 파견노동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난 2, 3월에 걸쳐 한 달 동안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여러 공장에 취업해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을 기획기사로 공개합니다. - 기자 말

▲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한 소형 가전제품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이곳에 파견노동자를 보내는 파견회사가 작업복 값 3만5000원을 미리 떼는 탓에 반발을 샀다. ⓒ 선대식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하루 8시간을 꼬박 서서 일한 대가가 1만4000원이라면, 여기서 일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공장으로 향했다. 다른 파견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공장에서 일한 첫 날 오전, 파견회사 박아무개 실장을 만났다. 그는 파견노동자들에게 동복과 방진복 등 작업복 값 3만5000원을 임금에서 미리 떼겠다고 했다.

"여기 공장에서 일하려면, 동복과 방진복을 입어야 해요. 원래 방진복은 안 입어요. 그런데 오늘 해외 바이어가 온다고 하니까 입는 거예요. 며칠만 입고 안 입을 수 있어요. 어쨌든 3만5000원을 공제할게요."

이때가 3월 초였다. 동복도 얼마 입지 못한다. 며칠 입지 않을 작업복 때문에 3만5000원을 내야한다니, 억울했다. 이곳 공장 시급은 6140원. 8시간을 근무하면 4만9120원을 받는다. 작업복 값을 빼면, 이날 하루 일한 대가는 1만4120원이다.

박 실장은 한 달 이상 근무하면 작업복 값을 떼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파견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 힘든 작업, 차별적인 대우 탓에 일찍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파견노동자들은 박 실장의 제안이 못마땅했다.

박 실장을 통해 들어가는 이곳 공장은 중견기업으로, 영세한 업체보다는 근무 여건이 그나마 낫다. 파견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젊은 파견노동자는 왜 화가 났을까

그날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정신없이 가전제품을 조립하고 있는데, 내 앞의 젊은 작업자 2명이 짜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아. 일하기 싫네."

나와 같은 파견회사에서 온 파견노동자였다. 쉬는 시간, 이들 중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일 끝나고 파견회사에 따지러 갈 건데, 같이 가실래요?"

"네?" 난 어리둥절했다. 그는 내게 "다른 파견회사에서는 작업복 값을 받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씩씩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는 군대에 다녀와 대학에 복학하기 전에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예요. 군대에 가기 전부터 파견 일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작업복 값을 떼는 곳은 처음이었어요. 공장에 와서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그쪽 파견회사는 작업복 값을 안 뗀다는 거예요. 어이가 없어서..."

그는 "안 그래도 적은 돈을 받고 하루 종일 서서 힘들게 일하고 일당으로 1만4000원 받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화가 많이 나서, 제대로 일을 못했다"라고 말했다.

"몇 시간만 작업복 입었는데, 돈을 내라고요?"

▲ 지난 3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가전제품 회사의 일일 출근 현황표. 정규직은 조장을 비롯해 7명인데 반해, 파견노동자는 20명이 넘는다. ⓒ 선대식

이들은 퇴근 후 파견회사를 향해 차를 몰았다. 나도 동행했다. 파견회사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박 실장은 없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파견회사에서는 작업복을 공짜로 주는데, 여기는 어떻게 작업복을 3만5000원에 팔 수 있어요? 우리가 왜 돈 주고 사야 하냐고요?"

"일도 안 맞고 오늘 1만4000원만 준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일 그만둘게요."

휴대전화 밖으로 흥분한 박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일하기 싫어서 작업복 값 핑계를 대는 것 아니냐는 투로 맞받았다.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고, 박 실장은 작업복을 반납하면 절반만 떼겠다고 제안했다. 젊은 파견노동자들은 화가 많이 났다.

"작업복을 몇 시간만 입었는데, 돈을 내라고요?"

실랑이가 이어지자, 박 실장과 함께 사무실을 쓰는 조아무개 실장이 나섰다. 그는 작업복 값을 떼지 말고 일당을 모두 내어주라고 박 실장을 설득했다. 결국 일당을 모두 받게 된 두 파견노동자는 다른 회사를 알아보겠다면서 돌아갔다.

위장취업에 나선 나는 며칠 더 일하겠다고 했다. 박 실장은 내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공장에서 작업복을 제공해주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견회사도 어렵다고 했다.

"관리비로 파견노동자 임금의 8%를 받아요. 파견노동자가 5만 원을 받으면, 저희는 4000원을 가져가요. 이 돈으로 광고비와 사무실 운영비를 내야하는데, 저희도 어려워요."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내게 작업복 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며칠 뒤 일을 관뒀다. 파견회사는 약속과 달리, 첫날 작업복 값을 떼어갔다. 그날 내가 하루 일해 받은 돈은 1만4120원이었다.

작업복 값이 그렇게 아까울까?

파견노동자는 서럽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지친 파견노동자들은 작업복 값을 떠넘기는 공장과 파견회사에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2004년부터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주로 파견노동을 한 정아무개씨는 2014년에 겪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치사하고 아니꼽고 더럽다"라고 말하는 일이다.

그해 가을의 일이다. 정씨가 다닌 소형 가전제품 공장은 파견노동자들에게 작업복을 주지 않았다. 파견노동자가 알아서 작업복을 구해야 했다. 어느 날 작업복이 지급됐다. 알고 보니, 이튿날 공장에서 회장님이 출연하는 방송국의 생방송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방송 시간에 맞춰, 파견노동자들은 오전 7시부터 일을 해야 했다.

며칠 뒤, 관리자는 작업복을 다시 걷어갔다. 그날 저녁 퇴근을 3분 앞두고, 관리자는 파견노동자들을 불러 모았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당황한 정씨는 파견회사를 찾아갔다.

"왜 해고하느냐고 물었더니, '나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어요. 알고 보니 파견노동자 200여 명이 하루에 다 잘린 거더라고요. 이게 파견노동자가 처한 현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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