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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9만원으로 지구환경 지키는 법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서울 양천구

16.05.29 12:50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서울에는 매일 수천, 수만 개의 태양이 뜹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소. 또 조명을 바꿨을 뿐인데, 매달 천만 원씩 버는 지하주차장도 있고, 문풍지를 붙였는데, 화석연료가 팍~ 줄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절전, 이런 작은 노력이 '원전 한 개'를 줄였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사)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태양광 설치 캠페인도 병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서울 양천구 신정3동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콘센트형 미니 태양광 발전소. ⓒ 정대희

나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 산다. 주말에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면, 생소한 게 눈에 띈다. 베란다에 붙은 태양광 발전기다. 가끔 우리 집에도 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향집 1층이다. 여름이면 나무 그늘이 짙다. 몇 푼 벌겠다고……. 귀찮다. 투자금 회수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말도 들었다. 최근 아파트 재건축 이야기도 나오기에 생각을 접었다. 

우리 집에서 1~2km 떨어진 서울 양천구 신정3동의 한 아파트 7층에 윤미나(41) 씨가 산다. 그는 매달 2만5천 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낸다. 작년에 김치냉장고와 컴퓨터 등 가전제품 몇 개를 들였다. 이 정도면 매달 7~8천원이 더 나올 것 같았지만 전기료는 거의 그대로다. 계속 쌓이면 1년에 8만 원 이상 벌이다.  

세련된 디자인, 커튼 대용?

그는 작년 6월 아파트 베란다에 130w짜리 태양광 전지판 두 장의 미니 발전소를 세웠다. 합쳐서 260w. 아파트 벽면에 툭 튀어나온 에어컨 실외기보다 약간 크지만 두께는 15cm 정도로 얇고 디자인은 산뜻했다. 윤 씨는 "전망은 가리지 않고, 커튼이 없어도 앞쪽 아파트 시선은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웃었다.

이걸 우리 집에도 달 수 있을까? 미니 발전소 뒷면에 손바닥만 한 검은색 장치가 붙었다. 반도체로 만든 태양광 셀(solar sell)이 태양을 받으면 직류전기를 만드는 데, 가정에서 직접 쓸 교류로 바꿔주는 인터버다. 여기서 나온 전선은 거실 콘센트에 꽂혔다. 그 연결 지점에 아기 주먹만 한 사각 계량기가 달렸다. 컴퓨터 책상 아래쪽으로 기어들어가 살폈다.

▲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윤미나 씨 아파트 태양광 미니 발전소의 계량기. ⓒ 정대희

'105w'와 '109w' 사이. 지난 18일 오후 1시30분 현재 계량기에 적힌 전기 생산량이다. 이 정도면 900 리터급 양문형 냉장고 한 개가 사용하는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우리 집 냉장고는 이보다 작기에 가전제품 한 개를 공짜로 돌릴 수 있다. 이 콘센트 연결형 미니 태양광 발전소가 매일 3~4시간씩 지난 1년 동안 윤 씨 집에서 생산한 전기량은 3810kwh다.

혹시 이사를 간다면? 가전제품과 다를 바 없다. 이사 간 집에 붙인 뒤 콘센트에 코드만 꽂으면 그만이다.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들은 빼고, 오랫동안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는 집주인들에게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전셋집에 설치하는 사람도 많단다. 간편한 이동식 발전기이기 때문이다.

연이율 100%의 비결

윤 씨가 미니 발전소를 세우는 데 투자한 돈은 9만원. 외식을 몇 번 참으면 마련할 수 있는 돈이다. 윤 씨 집에 설치한 미니 발전소는 1년이 되는데, 매달 절약하는 전기요금을 합치면 투자금을 거의 뽑았다. 저축으로 따지면 '연이율 100%'이다. 그 뒤부터 이자만 붙는다. 이렇게 훌륭한 저축 상품은 없다. 

"큰돈을 절약하는 게 아니어서 남편은 머뭇거렸지만,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둘째 아이가 조르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운 게 있는 거죠. 교육효과도 있고, 지구환경에도 보탬이 되니 좋죠."

윤 씨  집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미니 발전소 3~4개가 붙어있는 동도 있다. 이 단지에는 1340가구가 사는데 미니 발전소를 세운 집은 46가구. 옆 동 10층에는 박미희(40) 씨가 산다. 윤 씨처럼 그도 아이 방 앞 베란다에 미니 발전소를 세웠다. 그 뒤 냉장고가 들어오고, 김치냉장고가 고장 나서 전기 사용량이 늘었지만, 지난달 계량기에 찍힌 숫자는 202.90kwh. 요금도 거의 그대로다. 

▲ 박미희 씨가 베란다 미니 태양광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대희

윤 씨 집의 미니 발전소와 시설 용량은 같지만, 절약 금액은 매월 4천~5천 원 정도. 박 씨가 윤 씨 집보다 전기료 절약 효과를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박 씨는 아이들이 세 명이어서 전기료 할인혜택을 받는다. 전기밥솥은 없고 세탁기는 찬물로 돌린다. 진공청소기가 아니라 빗자루로 청소한다. 그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초록동아리' 활동을 한다.  

"전기를 절약해서 좋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쓰는 전기를 멀리서 끌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잖아요. 우리 동아리는 학교 옥상에 협동조합 방식으로 햇빛 발전소를 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요." 

양천구의 특별한 지원금 10만원

박 씨와 윤 씨가 선뜻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적은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서울의 다른 구에 살고 있다면 260w 콘센트 연결형 미니 발전소를 세우는 데 19만원을 내야 한다. 원래 보급가는 68만원인데, 서울시가 39만원을 지원했고(올해 서울시는 지원금 3만원을 줄였다.) 20가구 이상 한꺼번에 신청할 경우 10만원을 추가로 보조했다. 

양천구는 여기에 10만원을 보탰다. 이들은 다른 구 주민보다 10만원을 아낀 셈이다. 최근 들어 동네에서 미니 발전소를 자주 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양천구의 보조금에 힘입어 지난해 설치한 미니 태양광은 총 448개였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노원구(693개), 구로구(453개)에 이어 3번째다.

▲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미니 태양광을 보급하려고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 정대희

"넉넉하지는 않지만 올해 구 예산 4천만 원을 책정했습니다. 미니 발전소를 세운 한 가구에 10만원을 지원하기에 400가구에게 혜택이 돌아갑니다. 현재까지 120가구를 설치했습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말이다. 그는 "양천구 52%가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인데, 미관상 미니 발전소를 세우는 것을 꺼리는 주민들이 있고, 고층건물로 인한 그늘 때문에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곳도 많다"고 말했지만, 400가구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120여 곳에 미니 발전소가 들어섰다.  

미니 태양광은 가정집 베란다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양천구청에서 나와서 바로 옆 양천공원에 갔다. 화장실 위에 미니 발전소가 보였다. 양천구는 작년에는 공원 화장실 20여 곳에 250kw 용량의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했다. 나무 그늘진 화장실 등 어쩔 수 없는 곳은 뺐다. 이밖에도 공공시설물 44개소에도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김 구청장은 "공공건물은 이제 더 세울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 혹시 구청장님 댁에도 태양광 발전기를 달았나요?
"3층 이상 건물에 달아야 효과가 있다고 해서, 저도 9만원을 들여서 설치하려고 했죠. 아파트 6층에 살거든요. 그런데 집이 서남향입니다. 최소 3시간 이상 햇빛이 들어야 하는데, 너무 그늘이 지기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했습니다. 이사하면 달 겁니다. 하-하."

서울에 총 1만2천개, 5년에 50배나 늘어

티끌모아 태산. 가구당 전기 생산량을 액수로 따지면 1만원 안팎이지만, 서울시 전체로 보면 적지 않은 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서울시 가정용 태양광 발전소는 1만1142개다. 연간 총 생산량은 2만1000MWh. 온실가스 감축량은 9500tCO2다. 이를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추정하면 연간 최대치 70억 원 정도를 절약하고 있다.

서울의 태양광 발전소가 가정용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시내 579개의 공공시설, 270여 개의 학교에도 있다. 가정용과 민간 시설 등을 포함하면 총 1만2235개의 태양광 발전소가 연간 12만300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전기요금으로 추정하면 무려 134억 원에 이른다. 온실가스 감축량은 5만6000tCO2인데, 1500만 평의 면적에 30년생 소나무 800만 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

지금은 서울 도심에서 흔히 태양광 시설을 볼 수 있지만, 2011년 정도에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힘들었다. 당시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한 가정은 210개. 하지만 작년 한 해만 4486개소가 늘었다. 5년 뒤인 2016년에는 무려 50배나 늘었다. 발전 총량도 26MW에서 작년에는 105MW로 높아졌다. 공공시설의 경우 166개소였는데 400여개가 추가로 늘었다. 5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천구는 작년부터 태양광 보조금 사업을 시작했는데, 서울시는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벌였다. 핵발전소 한 개가 생산하는 200만TOE(석유 환산톤)의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목표는 2014년 6월, 사업 시행 2년여 만에 달성했다. 건물 에너지를 줄이고, 줄줄 새는 에너지를 막았다. 시민들과 함께 햇빛 발전소를 만들었다.

오늘도 서울에 태양이 뜰 때마다 일제히 돌아가는 1만여 개의 발전소는 저절로 지어진 게 아니다. 2011년부터 서울시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8297개 가정에 보조금을 줬다. 100KW 이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는 시민들에게는 연리 1.45%로 융자를 해줬다.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 FIT.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의 거래 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서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를 '서울형'으로 부활했다.

또 많은 시민들이 투자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서울시 햇빛발전소 시민펀드'를 조성했다. 지축, 개화, 도봉, 고덕 차량기지에 이를 적용한 결과 1000여명의 시민이 82억 원을 투자했다. 이밖에도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 민간 건물의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 등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 전체를 태양광 발전소로...

▲ 양천구의 공공건물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 정대희

"서울시는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 사업인 '에너지 살림도시, 서울'을 조성하려고 도시 전체가 태양광 발전소가 되는 햇빛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까지 서울지역 태양광 잠재량의 50%인 200MW를 보급하려고 합니다. 서울시 소유의 공공건물의 경우는 1단계 사업을 진행하면서 대부분 완료한 상태입니다. 2단계 성공의 관건은 가정용 태양광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조성태 팀장의 말이다. 그와의 마지막 전화 인터뷰를 마치고 양천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검색어에 '태양광'을 치니, 미니 발전소 설치 업체 정보와 보조금 신청 절차 등을 설명하는 문서가 모니터 화면 제일 윗줄에 떴다.    

▲ 양천구의 미니 태양광 신청 절차. ⓒ 양천구

순간 내 머릿속에도 '남향 집 1층, 낡은 아파트'라는 단어가 떴다. 하지만 업체 측에 전화라도 해서 설치가능 여부를 확인할 작정이다. 10년째 송전탑 싸움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들의 고통, 속초와 영덕에서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계속되는 갈등은 지금 우리 집에서 돌아가는 전기계량기와 직접 연결된 문제이기에 그렇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3층 이상의 건물에 사시는 분들은 아래 배너를 클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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