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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

"여긴 정말 미쳐 날뛰는 무법지대"
[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④] 정부, 노동자 집회엔 으름장, 불법파견엔 '별수없어'

16.05.11 21:27 | 글:선대식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파견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파견의 범위를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파견노동자가 처한 현실과 마주하기 위해, 기자 명함을 버리고 파견노동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지난 2, 3월에 걸쳐 한 달 동안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의 여러 공장에 취업해 보고 듣고 겪은 것을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을 기획기사로 공개합니다. [기자말]

"불법과의 타협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27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국민에게 약속한 말이다. 김현웅 장관은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일주일 앞두고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법치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우리나라의 존속과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합니다."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김 장관의 말이 무색하게도, 대한민국에 불법이 판치는 곳이 있다. 이른바 '무법지대', '치외법권 지대'로 불리는 이곳에서 공권력은 조롱받고 있다. 하지만 "행정력의 한계"를 언급하는 정부에게서 법치에 대한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큰 공장지대인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다. 이 산업단지의 입구인 안산역에 내리면, 수많은 불법 파견 업체가 반긴다. 저임금 탓에 장시간 노동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파견노동자들은 매일 이곳으로 향한다. 29년 전인 1987년 10월 노동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잔업·특근 안하고도 먹고 살 수 있게 하라"라고 외쳤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노동자 집회에는 엄격한 법 적용에 나서고 끝까지 추적하지만, 불법 파견으로 돈벌이를 하는 회사에는 너그럽다. 오히려 대통령까지 나서서, 파견범위를 확대해 불법을 하루아침에 합법으로 만드는 파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위장취업 파견노동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불법과 마주했다. 최소한 파견노동자에게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다.

[불법①] 71시간 장시간 노동

▲ 오후 8시 30분 파견노동자들이 12시간을 꼬박 공장에서 보내고 파견회사 버스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이날은 토요일이었다. ⓒ 선대식

위장취업해 일한 첫 번째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12시간씩 주야 맞교대로 일했다. 나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밤 8시 30분에 퇴근했다. 점심과 저녁시간을 빼면 10시간 30분씩 일하는 셈이다. 이 공장은 주말에도 돌아간다. 토요일 역시 평일과 다를 바 없고, 일요일에는 8시간만 일한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71시간을 일해야 한다.

불법이다. 우리 사회는 가혹한 장시간 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32조 3항은 '근로기준의 조건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근무제를 못 박고 있고, 노동자의 동의 하에 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 노동과는 별개로, 휴일근로(8시간씩 이틀)를 할 수 있다는 행정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 주 68시간 노동까지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 행정지침을 따르더라도, 주 71시간 노동은 불법이다.

2013년 10월 경북 구미의 삼성전자 하청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스물한 살의 파견노동자는 3개월 동안 일주일에 평균 68시간씩 일한 뒤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그가 업무상 과로로 사망했다고 인정해, 산업재해로 판정했다. 그의 어머니는 "사용자의 악습을 고치고, 다들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안타깝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파견노동자에게 불법적인 장시간 노동은 일상이다.

▲ 한 파견노동자는 2013년 10월 경북 구미의 삼성전자 하청업체 공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2014년 3월 파견노동자의 부모가 이 공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민

[불법②] 제조업 파견 금지 조항도, 근로계약서도 휴짓조각

안산에 있는 파견회사 중에 근로계약서를 쓰는 곳을 찾기 힘들다. 첫 번째 위장취업 공장으로 나를 보낸 파견회사 역시 근로계약서를 내밀지 않았다. 이는 서면으로 근로계약서 체결을 명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17조를 위반한 것이다.

위장취업한 공장은 스마트폰의 몸체 일부를 가공했다. 파견법 5조는 파견 대상 업무에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최대 6개월의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이곳 공장에서 일하는 12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은 파견 노동자다. 상시적인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만큼, 예외조항의 규정을 적용하기는 힘들다. 파견법 5조를 위반한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높다.

▲ 반월국가산업단지 전경. 이곳에서는 불법파견이 널리 퍼져있다. 정부도 알고 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 선대식

[불법③] 세금·4대 보험료는 어디로?

위장취업을 하면서 국민·건강·고용·산재 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파견회사도, 파견노동자를 실제로 사용하는 회사 모두 4대 보험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또한 일하면서 받은 돈은 정확히 최저임금(시급 6030원)에 일한 시간을 곱한 값이었다. 세금은 떼지 않았다.

임금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이 빠지지 않았다고 좋아해야할까. 이는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의 대가다. 무엇보다 파견노동자가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내지 않을 때, 가장 활짝 웃는 이는 파견회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다수의 파견회사는 세무신고를 하지 않고 세금을 떼어먹는다. 4대 보험료를 안내는 곳도 많고, 퇴직금을 내주지 않으려는 곳도 있다. 이들 회사는 6, 7개월에 한 번씩 명의변경이나 고의적인 폐업을 통해서 법망을 빠져나간다.

불법파견은 돈이 되는 장사다.

불법을 눈감는 정부

지난해 9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파견노동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 섰다. 그는 불법파견을 두고 "게임 용어로 한번 표현해 보자면 정말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법지대입니다"라고 증언했다.

정부 역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불법파견이 널리 퍼져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훈원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어떤 형태로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저희 행정력으로는 한계"라고 말했다.

이훈원 지청장은 그러면서 "파견노동자의 절반은 직접고용을 희망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4대 보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스스로 파견을 원한다"고 말했다. 널리 퍼진 불법파견의 책임을 파견노동자에게 전가한 이 말을 두고 국정감사장은 시끄러워졌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행정력을 기울여서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이다", "정부가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어떻게 '파견노동자들이 파견을 원한다'는 말을 하느냐"고 다그쳤다.

며칠 전, 국회에서 증언한 파견노동자에게 전화했다. 내가 일했던 지난 2, 3월에도 불법파견은 만연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지금은 어떨까요?" 그가 말했다.

"불법파견은 여전히 미쳐 날뛰고 있어요."

[클릭] '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 기획기사 보기
① 22개월 뒤 물러날 대통령께 보내는 '위장취업' 보고서
② "여자친구랑 놀고 싶다면 그 길로 퇴사하세요"
③ 아무도 안 알려준, 분무기의 '무서운'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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