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녹조밭에 빠졌다, 온몸을 박박 긁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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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천문학적인 세금, 이리 허망하게 써버렸다니
[동행취재-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10일째] 강물아 흘러라

16.04.29 22:00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새벽안개가 가득한 세종시 햇무리교에서 바라본 합강 습지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 김종술

새벽안개가 자욱한 세종시 합강 습지에 원앙 한 쌍이 데이트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어 보입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버드나무와 갈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드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기분 좋은 고라니가 깡충깡충 뛰면서 반겨줍니다.

이곳은 4대강 사업을 한 금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습지입니다. 상류 미호천과 대청댐에서 흘러드는 물길이 합쳐지는 곳으로 여름이면 모래를 잔뜩 쌓아 놓기도 하지만 심술을 부릴 때는 작은 모래톱과 버드나무를 없애 버리기도 합니다. 최근 건설된 햇무리교 다리에 오르니 어렴풋이 낚시꾼도 보입니다.

불교환경연대 스님들과 불자들이 하는 '4대강 100일 수행길 금강걷기' 동행취재에 나선 지 10일째입니다. 오늘(29일)도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찾아왔습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오늘도 길 안내를 자청해 주셨습니다(관련기사: 녹조에 깔따구, '4대강 합병증'에 시달리는 세종시).

그 많던 물고기 다 어디로 갔나?

▲ 세종시 햇무리교 아래 합강 습지에 죽은 잉어가 썩어갑니다. ⓒ 김종술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국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기러기 200~300마리가 찾아들 정도로 많은 철새가 찾는 장소였다. 공사로 인한 소음으로 한동안 새들이 찾지 않다가 작년에 흑두루미 한 쌍이 낮에는 장남 평야에서 먹이를 먹고, 밤이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월동을 했다. 그후 기러기와 오리류 등 겨울 철새가 조금씩 찾고 있다."

아침이슬이 채 가시지도 않은 습지를 걸었습니다. 이슬방울이 신발과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촉촉하게 적셔 놓습니다. 다리 위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르게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가시박이 나무를 휘감는 광경이 긴장하게 합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가시박은 2009년 환경부 생태계 교란식물로 지정되었습니다.

▲ 4대강 사업 이후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가시박이 합강 습지를 점령했습니다. ⓒ 김종술

물고기 좀 잡았나 해서 낚시꾼에게 다가갔습니다. 세종시 조치원에서 왔다는 낚시꾼의 고기 망은 안타깝게도 한쪽에 놓여 있습니다. 주변엔 낚시 쓰레기와 버려진 떡밥, 음식물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악취가 코를 찌르는 곳에는 60cm가 넘어 보이는 잉어가 죽어있습니다. 낚시가 좀 되는지 물었습니다.

"봄이면 물고기가 산란하러 찾아들고 여름이면 강물이 넘치면서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가 많아져 하루에 한 양동이 정도는 손쉽게 잡아가는 곳이다. 장맛비가 내리기만 하면 서울에서 대형 버스까지 대절해서 낚시꾼이 찾아들 정도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지금은 다 옛날 말이다. 보(세종보)가 막히고부터는 물도 더럽고 고기도 예전 같지 않다. 어제 오후에 왔는데 꽝이다."

텅 빈 공원에 조성된 운동기구와 놀이시설

▲ 108 염주를 돌리면서 법일 스님이 앞장서 참석자들을 이끌어 주십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에 황금 어장을 잃어버린 낚시꾼의 안타까운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한적한 자전거 도로에서 걸음을 재촉해 봅니다. 넓은 강변에 조경수만 가득한 지난 길보다는 버드나무가 풍성한 습지를 보니 상쾌합니다. 넓은 들녘에 운동시설과 어린이 놀이터가 보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한글 공원입니다. 대전에서 온 참석자가 한마디 던집니다.

"내비게이션에도 안 나오고 찾아오기도 힘든 이곳에 어린이 놀이터라니 기가 찬다. 놀이터에 사용 흔적도 없는 것이 이용객도 없다는 뜻인데 누가 여기까지 온다고 공원을 만들어 놓았는지...4대강, 4대강 말로만 듣다가 직접 와보니 정말 화가 나고 기가 막힌다."

"우리라도 이용합시다."

▲ 점심을 먹고 힘을 얻어서 '강물아 흘러라'라고 힘차게 외쳐보았습니다. ⓒ 김종술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어린아이처럼 그네를 탑니다. 시소도 타보고 운동도 해봅니다. 뜨거운 햇살에 금세 포기하고 길을 걷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합강정이 보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합강정은 금강 8경으로 지정한 곳으로 4대강 공사 당시에 국회의원과 장관 등 높은 분들이 오시면 들리는 단골코스입니다. 떠나면서 던지는 말도 앵무새처럼 똑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지..."

작은 모래톱에 가마우지가 날개를 펴고 몸을 말리는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건너편 합강리 오토캠핑장에 4~5개의 텐트도 보입니다. 4대강 사업에 조성된 캠핑장은 10만㎡ 면적에 주차대수 125대(오토110대, 웰빙15대)의 차량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4대강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규모만큼이나 이용객의 불만도 많은 곳입니다. 강변에 조성되면서 그늘이 없어서 여름엔 고역입니다. 몇 발짝 거리에 강을 놓고도 물놀이는 불가능합니다. 관리동이 멀어서 이용에 불편함도 있습니다. 불편이 뒤따르지만 다행히 세종시가 조성되면서 조금씩 이용객이 늘고는 있습니다. 

▲ 새 박사로 통하는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이 새 이야기로 혼을 빼놓았습니다. ⓒ 김종술

이 국장이 새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금강 유역이 400km 정도 될 정도로 넓은데 여기는 흰 수리, 참꼬리수리,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 수리류와 참매 등 맹금류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맹금류는 먹이 최상 위 포식자로 이 지역이 먹이가 풍족하고 건강하다는 의미이다. 20여 년 새를 보러 다니면서 작은 하중도에서 3종류의 수리를 같이 본 경우는 여기가 처음이다. 내 얘기가 와 닿지 않겠지만, 참수리와 검독수리는 멸종위기종 1급으로 다 천연기념물들로 보기 힘들고 사냥도 뛰어난 종이다."

물어물어 찾아온 점심에 울컥

▲ '세상과 함께' 회원인 반야정씨가 서울에서 가져온 연잎 밥에 된장국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 김종술

점심을 먹기로 했던 장소인 호남고속철도 다리 밑. '세상과 함께' 회원인 반야정씨가 서울에서 점심을 준비해 오셨습니다. 연잎 밥에 된장국, 각종 나물까지 풍성합니다. 서울을 빠져나오느라 3시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지난밤부터 준비했다는 음식과 새하얀 도자기 그릇까지 그 정성에 공양송을 하시던 행법 스님의 눈물샘이 터졌습니다. 늘 손에 쥐고 계시던 108 염주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반야정씨는 "동참하고 싶었는데 하는 일이 바빠서 늘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시간이 나서 점심 공양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편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으셨습니다. 서울까지 갈 길도 먼데 오후 걷기에도 동참해 주셨습니다. 금강 걷기 첫날부터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꾸준히 같이 걸으며 점심을 제공해 주셔서 여기까지 오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물속 낚시꾼에 홀딱 빠졌다

▲ 빠른 물살을 가르며 흐르는 강물과 버드나무가 가득한 습지는 아름다움의 극치였습니다. ⓒ 김종술

든든히 배도 채웠으니 수행자의 마음으로 스님을 뒤따랐습니다. 갈수록 아름다운 버드나무와 갈대가 조화를 이룬 강변에 한눈을 팔다보니 자꾸만 시간이 지체됩니다. 세종시 부강면 가설교에서 누치, 끄리, 마자, 잉어 등 대형 물고기들이 물살이 센 여울을 타고 오르는 모습에 참석자들은 또다시 걸음이 늦어집니다. 작은 여울에는 피리와 작은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며 춤을 춥니다.

"엄마야~"

덩달아 한 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앞장섰던 이경호 국장이 자전거 도로를 가로지르던 쇠살모사를 보고 놀란 것입니다.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지기 전 그들의 길이었기에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부용면 체육공원에 접어들면서 또다시 가슴이 찢어지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축구장을 아카시아 버드나무, 개망초가 점령해 버렸습니다.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큰 나무와 무성한 잡풀 때문에 표지판이 없었으면 방치된 둔치로 착각했을 겁니다.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던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천문학적인 예산이 이렇게 허망하게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밉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할머니 네 분이 강변을 일구고 계십니다. 세종시에서 강변에 꽃을 심는다고 해서 일당을 받고 풀을 매는 중이라고 합니다. 공원도 방치된 마당에 꽃을 심은들 강변에 쑥쑥 자라나는 잡풀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세종시 부강면 강변. 한 낚시꾼 모습을 넋 놓고 봤습니다. ⓒ 김종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장면도 목격했습니다. 여울져 흐르는 낮은 강물에 들어가 여울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이었습니다. 넋을 잃고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의 눈으로 강을 바라봤습니다. 스치듯 썩은 강물에 둥둥 떠다니던 죽은 물고기 생각에 울컥합니다. 

오늘의 종착지인 대청댐 17km 전방 미루나무 그늘에 모였습니다. 법일 스님은 더위에 끝까지 참고 함께해준 행법 스님의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금강 걷기 마지막 날인 5월 1일 대청댐에서 천도재 준비로 연신 통화를 하시던 중현스님도 지쳤는지 말수가 부쩍 줄었습니다. 일행은 오늘도 어제와 같은 숙소인 세종시 영평사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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