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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25억 비용절감, 이 병원엔 '특별한' 컴퓨터가 있다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BEMS 시스템으로 건물 에너지 줄인다

16.04.29 15:02 | 글:김병기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서울에는 매일 수천, 수만 개의 태양이 뜹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소. 또 조명을 바꿨을 뿐인데, 매달 천만 원씩 버는 지하주차장도 있고, 문풍지를 붙였는데, 화석연료가 팍~ 줄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절전, 이런 작은 노력이 '원전 한 개'를 줄였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사)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태양광 설치 캠페인도 병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우리 벌금 냅니다.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에너지 피크치를 넘겨 지난달에 벌금 1억5천만 원 냈습니다."

한겨울과 한여름, 구로디지털단지 빌딩에서 흘러나오는 '읍소 방송'이다. 에너지 목표관리제 시행 대상 건물들, 연간 에너지 사용량 50만TOE(석유환산톤) 이상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정한 에너지 사용량을 넘으면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다. 값싼 전기를 펑펑 사용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일찌감치 벌금 걱정에서 벗어났다. 이 병원의 지하 주차장 전력관제실에 있는 특별한 컴퓨터 덕이다. 지난달  25일 직원과 함께 문을 열자 커다란 전력계통도가 한쪽 벽면을 채웠다. 전체 건물의 전력 시스템과 가스 공급망이다. 컴퓨터 수십 대가 돌고 있는데,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PC는 한 대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을 운용하는 똑똑한 컴퓨터다.

▲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전력통제실 BEMS 시스템 컴퓨터. ⓒ 김병기

1년 만에 전기-가스요금 17억 원 줄인 비결     

"15분마다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데이터를 보면 미래가 보입니다."

병원 환경관리 파트장인 김도현 과장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건물 에너지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미래를 예측했고, 낭비 전력을 줄이면서 막대한 돈도 아꼈다. 매년 이 병원의 전기료, 가스요금 지출은 200여억 원. 지난 2011년에는 그 중 17억 원을 절감했고, 2012년에는 4억, 2013년에는 4억6천만 원을 줄였다. 그 비결은 뭘까?

세브란스 병원은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온실가스 에너지 관리업체로 지정됐다. 국가가 정한 온실가스 할당량보다 많으면 그만큼 돈을 내고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만 하는 배출권 거래제 대상 업체이다. 이 제도는 작년부터 시행됐는데, 세브란스병원은 2010년에 시범업체로 지정됐고, 그 즈음 '그린 세브란스 TFT'를 구성했다.

"우리도 깜짝 놀랐습니다."

김도현 과장은 2011년부터 시작된 전기-가스요금 고지서의 놀랄만한 변화에 캠페인의 위력을 실감했다. 연간 17억 원의 에너지를 줄였는데, 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그해 말이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단지 BEMS 시스템의 효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절약 실천만 잘한다면... 30% 절감"

▲ 세브란스 병원 환경관리 파트장인 김도현 과장이 건물 전력 계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병기

김 과장은 "문을 제대로 닫고 다니기만 해도 효과가 크다"면서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적인 캠페인' 덕이라고 말했다. 가령 "1회용품 줄이기, 이면지 활용, 전자결재 등 종이 없는 사무 구현, 친환경-절전 교육" 등의 효과라는 것이다. 그래도 믿기지 않아 캠페인 내용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50여 개 항목의 실천목록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컬러프린터 사용 자제, 프린터 사용 전에 내용확인(오류에 따른 프린터 재사용 빈번), 휴대폰 및 모바일 기기 등의 충전기 미사용시 전원 플러그를 뽑는다, 창가 쪽 조명 소등, 온수 온도 하향 조정 공급…….'

물론 1,2만여 개의 LED 조명 기구 교체 등의 노력이 더해졌지만 사소한 것처럼 보이던 전 직원의 '정신 무장'(?)은 큰 효과를 가져왔다. 김 과장은 "처음에는 60년대로 돌아가서 춥게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등 귀찮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꾸준한 교육과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인해서 참여율이 높아졌다"면서 "절약 실천만 잘한다면 에너지의 30%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2년 연속 4억 원 줄인 비결

여기까지가 1단계다. 다음 단계는 시설투자 효과다. 이 병원에는 무려 100여개의 냉난방-환기 공조기가 있다. 전에는 각 공조기별로 실내온도를 고정해놓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었는데, BEMS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자동 제어 방식으로 바꿨다. 수동 온도조절 장치는 에너지 절약에 무용지물이었는데, 건물 전체의 온도를 통합 관리하면서 제 역할을 했다.

BEMS 시스템은 이처럼 실시간으로 건물별 에너지 모니터링을 하면서 손실률을 파악해 에너지를 절감한다. 사용기기에 센서와 계측장비를 설치하고 통신망으로 연결하여 에너지사용량, 조명-냉난방 설비운전 현황, 탄소배출량 등을 실시간 모니터하고 제어한다. 가령 여름철 피크제어기, 전력량을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에 설비와 장비를 제어해 순간 최대 소모 전력량을 낮출 수 있다. 

세브란스 병원은 BEMS시스템 구축 이후 2년 연속 4억여 원의 에너지 비용을 줄였다. 2015년부터 배출권 거래제가 실시되면서 이 병원의 비용 절감은 또 다른 수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병원은 배출권 거래제 해당기관이다. 국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받는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야하고 남으면 팔 수 있다. 아직 국가 공인 검증 기관이 작년 에너지 사용량을 검증하기 전이지만, 현재 실적으로 볼 때 온실가스 절감량을 다른 업체에 판매할 수 있다.

서울시 BEMS 시범사업
▲ 세브란스 병원 BEMS시스템 개요. ⓒ 김병기

세브란스 병원은 BEMS시스템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고 있지만, 건물에너지 절약 방법 중 하나인 이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을 벌이는 서울시가 병원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병원은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건물 중의 하나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립 서북병원에 BEMS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아서 에너지 절감 효과를 측정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시측은 연간 72TOE(석유환산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7천만 원 정도. 서울시는 올해 3개 시립병원에도 BEMS 시스템을 추가 도입한다.

서울시는 지난 3월부터 '녹색건축물 설계기준'을 강화했다. 단열 등 신축 건물의 성능 기준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연면적 10만 제곱미터 또는 21층 이상 대형 건축물에 대한 BEMS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건물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건물에너지는 서울 지역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56%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신축 건물에 대한 규제뿐만 아니라 BEMS시스템 도입, 단열재 교체, LED교체 등을 통한 건물에너지효율화 사업(BRP)을 활성화하려고 시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고 있다.

박명훈 한국 BEMS 협회 사무총장은 "전에는 절기절약 캠페인을 한다면 무조건 전기를 끄는 방식이었지만, 근무환경과 업무 효율성에 지장을 주는 방식"이라면서 "BEMS시스템을 설치하면 에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고, 쾌적한 실내 환경에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비용은 들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10~30%의 에너지 절감효과가 있고 건물 가치도 올라간다"면서 "전국의 건물 680만동 가운데 3000㎡ 이상인 상업ㆍ업무용 건물이 2만3000동인데 BEMS 시스템을 도입하면 2,3조원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원전 한 개 건설비용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서울시 전력자립률 20% 목표 달성, 에너지 공사 만든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원전하나줄이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3년 4.2%에 불과한 전력자립률을 2020년까지 20%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BEMS 등을 포함한 건물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성공해야 한다. 서울시 에너지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에너지정책·사업의 컨트롤타워인 에너지공사를 만들어 에너지 소비 도시에서 생산 도시로 거듭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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