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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친환경에너지'라던 억새, 퇴비로 전락한 사연
[동행 취재-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7일째] 돈은 돈대로 쓰고 망가진 금강

16.04.27 20:59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공주보까지 12.7km 남았다. 용기를 내서 마지막 힘을 내본다. ⓒ 김종술

뜨거운 햇볕에 시멘트 도로를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지루한 코스다. 지난 2009년은 이곳은 푸른 물결이 춤추는 보리밭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거닐었던 그 아름답던 보리밭길은 자전거 도로가 들어서거나, 가시박(생태교란종 외래 식물)길로 변했다. 

4대강 100일 순례길 금강 걷기 나선 지 7일 차. 24일 6일 차 걷기를 마무리하고 하루를 쉰 덕분인지 공주시 이인면 운암리 강변 자전거 도로에 모인 참석자들의 얼굴이 밝다. 오늘 목적지인 공주보까지는 민가도 없는 코스로 지루한 구역이다(관련 기사: 폐허된 4대강 사업지 '이명박탑'만 빛난다). 

참석자들은 '자애경'을 읽으면서 마주 보며 삼배 합장을 한다. 법일 불교환경연대 대표스님은 "어제 하루 휴식을 취했으니 오늘 힘 있게 출발하자"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하지만 맞바람이 불어오면서 걷기가 힘들다.

자전거 도로에는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양으로 페인트 같은 게 칠해져 있다. 자세히 살펴 보면 깨지고 금이 간 콘크리트에 접착제를 발라놓은 것이다. 곳곳이 위험 구간이다. 법일 스님이 한마디 툭 던진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려하지 않는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강변에 세워진 영농금지 표지판. ⓒ 김종술

'이 지역은 하천구역으로 무단점용과 경작을 금지하며 위반 시 하천법에 의거 변상금 부과 및 고발 조치함'

살 떨리는 문구다. 하지만 농가들은 호밀과 배추·무·참깨 등 밭작물까지 둔치에 로터리를 치고 경작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초기 보상금까지 받았던 사람도 강변 둔치에 남아있다. 버려진 땅이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공주시는 경작을 막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하여 입구를 파버렸다. 농민들도 지지 않고 공무원이 돌아가면 다시 원상복구를 해버린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지루한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단체장의 무모함.... '빛 좋은 개살구'

▲ 공주시 이인면 운암리에서 출발해 부지런히 걷기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공동경비구역(JSA), 추노, 자이언트 등 TV드라마영화 촬영지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이 넘쳐나는 충남 서천군 신성리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다. 6만평의 작은 규모지만 10월에서 11월까지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로 유명하며 해 질 녘 노을이 더해져 전국의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을 염두에 둔 공주시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우성면 죽당리에 신성리 갈대밭의 2배 규모인 12만 평에 거대억새를 심었다. 공주보와 연개한 관광벨트화를 위한 것으로 10억53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 억새밭이 되었다. 그러나 바늘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한 억새밭은 공주시의 골칫거리가 됐다. 담당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갈대도 아니고 거대억새라서 그런지 도통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산과 길하나 사이에 밀집한 거대억새 때문에 불이라도 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싹 밀어 버리고 메밀을 심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공주시보다 앞서 익산시도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이용하기 위해 거대억새를 심는 등 강변 55만 평에 54억 원을 투자했다. 처음 익산시는 억새가 에탄올, 연료 펠릿 등 친환경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부가가치산업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생산물량의 처리 곤란 문제가 생기며 퇴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던 4대강 사업과 자치단체장의 조급함이 맞물리면서 추진했던 사업은 실상 '빛 좋은 개살구'였고,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수행자들이 걸어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굽이쳐 흐르던 강물은 막히고 부루길과 배스 등 외국어종이 물속을 장악하고 있다. 강변은 미국자리공과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종 가시박이 점령해 버렸다. 4대강 사업으로 둔치관리까지 떠안은 자치단체는 급기야 제초제를 뿌리는 악수까지 두고 있다. 비료와 농약 살포로 강변이 오염되고 있다며 농민만 탓했던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급 살충제, 금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 낮 12시 공주시 검상동 마을회관 정자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있다. ⓒ 김종술

점심을 먹기 위해 공주시 검상동 마을회관 정자에 도착했다. 오늘도 '세상과 함께' 회원들이 점심을 준비했다. 김치찌개에 갓김치, 고추된장무침에 각종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 등으로 허기를 채운다. 후식으로 먹은 사과와 커피 한잔에 노곤함이 몰려온다.

한낮 기온이 29도까지 치솟았다. 자전거길이 강변에서 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돌아서 저 멀리 공주보가 보인다. 보 주변 강변은 소나무로 조성을 해 놓았다. 지난 2012년 조성된 소나무의 병충해를 막기 위해 '다니톨'이라는 농약을 살포했다.

해당 약품은 어독성 1급 살충제로, 양어장, 저수지, 상수취수원, 해역 등으로 날리거나 빗물에 씻겨 직접 흘러들어 갈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는 사용하지 말라는 취급 제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다. 이렇듯 위험한 살충제가 금강 수변에 살포된다는 것은 둔치의 토양오염뿐만 아니라 금강 오염, 나아가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건강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내일은 공주보로

임수연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지원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중간중간 식수 공급도 하고 불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일이 어렵지 않냐고 물었다. 불만이 터질 줄 알았는데 의외의 답변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걷고 싶어서 동행했는데 뜻하지 않게 지원차량을 운전하게 되었다. 틈틈이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영산강은 강 주변에 축사도 많고 악취도 심했는데 금강은 비교적 깨끗해 보인다. 주민피해와 물고기 떼죽음 등을 주민을 통해 전해 들었지만, 실감 나진 않는다."

내일 공주보 수상공연장에서는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과 시민·종교단체 토론회가 있다. 사전 답사 차원에서 현장을 돌아보고 오늘 숙소인 공산성 영은사로 이동했다. 영은사는 4대강 사업 당시 '금강선원'이 있던 자리로 종교계, 학계, 시민단체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단식과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쳤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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