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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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1억 버는 농부도 쫓겨났다, 공원 하나 때문에"
[동행 취재-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3일째] 먹지도 못하는 고기를 잡는 낚시꾼

16.04.21 18:42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 뱀, 개구리, 도마뱀, 지렁이 등 자전거도로 곳곳에서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 김종술

4월 21일, 4대강 100일 금강 걷기 3일째. 지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더욱 더 굵어진다. 바지와 신발은 빗물로 흥건하다. 얕은 비옷을 뚫고 허리를 적시더니 결국은 속옷까지 파고든다.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관련 기사: 방치된 4대강 공원, 울러퍼진 "자옥아~").

2010년 4대강 사업으로 착공한 익산시 용안생태습지공원은 2012년 5월 개장했다. 187억7830만 원의 국비가 투입됐고, 금강변 67만㎡(20만2000평) 규모로 조성됐다. 2013년에는 5억 원을 들여 추가로 코스모스길을 만들었다. 또다시 2015년 2월, 익산시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3억 원을 지원을 받아 4.8km에 구간에 9000개의 바람개비를 설치했다.

그러나 텅 빈 주차장은 빗물이 빠지지 못하고 발목까지 흥건하게 물이 차 있다. 비를 피해 볼 요량으로 찾아든 원두막은 오히려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축구장 입구에 설치된 운동시설에 가봤다. 이용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식용에 불과해 보였다. 둔치에 심어진 단풍나무도 비바람에 40% 정도가 쓰려져 버렸다. 더욱이 곳곳에서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까지.

▲ 안상일씨는 생태체험관 운영위원장이 4대강 사업 당시를 회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종술

"가난한 마을에 농지가 없어서 주민들이 100만 ㎡의 하천부지에 배를 타고 다니면서 농토를 개간했다. 일부 농민은 1억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을 한다면서 강제로 몰아냈다. 그런 자리에 대규모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앞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13대째, 전북 익산 성당 포구에서 6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안상일씨는 생태체험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4대강 100길 수행길 금강 걷기를 하던 스님들에게 과거 풍성했던 포구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4대강 사업에 농토를 빼앗긴 이야기가 나왔다. 스님들의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둔치에서 만난 지역주민의 평가는 냉혹했다.

"둔치가 포장되고 옛날부터 찾아오는 낚시꾼들만 편해졌지. 덕택에 쓰레기장으로 변한 거 말고 무슨…. 그나마 있던 젊은 사람들도 할 일이 없으니 다 떠나갔어. 금싸라기 같은 농지에 농사나 짓게 뒀으면 사람들이 왜 떠났겠어. 생태공원? 그거 돈 먹는 하마지…."

▲ 용안생태습지공원에 조성된 운동기구의 사용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 김종술

"이런 물에서 잡은 물고기 먹을 수 있나요?"

일행 중 한 스님이 쪼그리고 앉아 낚시 삼매경에 빠진 꾼에게 던진 말이다. 부유물에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그리고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면서 악취를 풍기는 강물. 낚시꾼의 옆엔 버려진 낚시 용품과 각종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있었다. 기자가 보기엔 처량해 보였다.

"이맘때면 여기서 큰 붕어와 잉어를 잡아서 회로도 먹었다. 재수 좋은 날에는 굵은 장어도 잡고 참게도 많이 잡혔던 풍요로운 곳이었다. 하굿둑이 막히면서 강이 썩어갔다. 4대강 준설까지 했으니 더할 것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유일한 취미가 낚시인데 먹지는 못해도 바람이나 쐬러 가끔 나오지만…, 고기를 먹지는 못한다." 

낚시꾼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하소연을 토해낸다. 물고기를 낚아도 먹기는커녕 만지기도 쉽지 않다고. 물고기 잡이에 나선 낚시꾼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익산시 강변에 놓여있는 무시무시한 경고문

▲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거대억새 바이오 단지를 알리는 경고표지판 ⓒ 김종술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거대 억새 바이오 단지. 국토해양부, 농촌진흥청, 익산시, 전북대학교가 이곳의 조성에 관여했음을 대형표지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국가정책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단다. 경고문을 보니 불법 농작물 재배와 무단출입은 민·형사상의 막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경고문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 했던가.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조하면서 하천 둔치에서의 불법 경작을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은 농민들에게 엄포와 같다. 땅 한 평 없는 가난한 농민들은 오늘도 도둑고양이처럼 강변을 경작하고 있다.

강변의 갈대숲 사이사이 파고든 미국자리공과 칡넝쿨, 그리고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교란종 가시박은 나무가 숲을 죽여놨다. 콘크리트 자전거 도로를 오가던 도마뱀과 개구리, 지렁이까지 로드킬에 처참히 죽어있다. 최근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부여군 세도면 강변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삵까지 차량에 치여 죽었다고 한다.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강한 빗줄기, 오히려 속도를 내기엔 좋았다. 빗줄기 때문일까. 뜻하게 않게 모두가 묵언 수행을 하게 되었다. 개떡과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다행히도 비는 멈췄지만, 이번엔 강바람과 함께 한기가 엄습한다.

▲ 용안생태습지공원에 조성된 단풍나무 40% 정도가 바람에 쓰려져 방치되고 있다. ⓒ 김종술

하늘은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퍼부을 것처럼 잔뜩 흐리다. 부지런히 걸은 덕분일까? 논산시 성동면 개척리 불암산 입구까지 13km 정도의 일정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숙소인 지장정사로 이동해 EBS <하나뿐인 지구>에서 방영한 '금강에 가보셨나요'의 영상을 보면서 아픔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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