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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충청민들 상경투쟁에 태도 돌변... 충격이었죠"
[이사람, 10만인]인터넷 사이트 '시민정치마당' 운영하는 김태형(47) 회원

16.04.11 21:09 | 글: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김준수쪽지보내기

▲ 잘 나가던 게임기획자에서 IT활동가가 된 김태형(47)씨. 그는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환경운동연합에서 인터넷 팀장을 역임했으며, 리멤버템과 문재인 캠프 사이트를 개발했다. 지금은 인터넷 정치사이트 '시민정치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 정대희

"한국형 마이버락오바마닷컴(마이보: MyBO) 사이트를 꿈꾼다."

귀가 솔깃했다. 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나와서는 아니다. '마이보' 때문이다. '마이보'는 인터넷 정치혁명을 끌어낸 사이트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마이보' 덕을 봤다.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어떨까? 번득 떠오른 사이트가 없다. 아직은 오프라인 정치문화다.

김태형(47)씨는 인터넷 정치 사이트 '시민정치마당'의 운영자다. 그는 한국의 '크리스 휴스'를 꿈꾼다. 휴스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로 2007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선거캠프에 들어가 '마이보'를 개설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 마포구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에서 김씨를 만났다. 4.13총선 재외투표가 11개국 198개 투표소서 시작한 날이다. 우리도 인터넷 정치혁명이 가능할까?

IT기술자서 IT활동가로 '변신'

'광우병', '세월호', '의료민영화'... 그의 입에서 나온 첫소리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단어다. 그에겐 IT와 정치를 잇는 낱말이기도 하다. 누구나 사연은 있다. 잘 나가던 게임기획자가 사표를 냈다. IT기술자가 아니라 IT활동가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다. 이유는 이렇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서 100만 개의 촛불이 켜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는 600만 명이 서명하고 의료민영화 반대엔 200만 명이 사인했다. 시민들이 뜨겁게 저항했다. 하지만 정부는 무서워하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달랐다. 선거를 앞두고 충청 지역 시민들이 상경 투쟁을 벌이며 정부를 압박했다. 표심에 영향을 끼쳤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정부가 돌연 태도를 확 바꾸었다. 촛불 100만 개, 800만 명의 서명보다 훨씬 작은 수의 목소리가 더 효과가 컸다. 충격이었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힌트를 얻었다. 온라인 서명은 오프라인 투표를 뛰어넘지 못했다. 흩어진 100만 개의 촛불은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필 수 없었다. 서명이, 촛불이 정치혁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시민들의 힘이 모여 발휘될 창구가 필요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활용했다. 김씨가 인터넷에 '시민정치마당' 사이트를 만든 이유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가치를 담기 어렵다. 4.13총선만 놓고 봐도 그렇다. 후보자들과 관련된 정보는 언론사의 평가다. 이러다 보니 후보자의 선거활동이 시민이 아니라 기자들과의 만남 위주로 돌아간다.

정보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뚜렷하다. 유명 정치인들의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렇지 않은 후보는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시민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게 '시민정치마당'이다. 시민들이 직접 후보를 평가해 정보를 공유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제공하지 않는 이메일과 전화번호도 공개해 직접 후보자들에게 질문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정치마당, '행동하는 시민' 위한 공간

▲ 인터넷 정치 사이트 '시민정치마당'은 시민들 스스로 소식을 올리고 자발적으로 캠페인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 정대희

아직 완성품은 아니다. 홈페이지(http://cpmadang.org/)에 접속해 보았다. 수집된 글 중 시민들의 추천이 높은 5개의 글이 대문에 걸려있다. 밑으로는 최근에 진행된 온라인 캠페인 및 운동, 행사 일정이 게재돼 있다. 상단에 배치된 17개 광역지자체를 클릭하니 4.13총선에 도전한 후보자들의 정보가 사진과 함께 나타난다. 아래에는 지역 시민단체의 글도 보인다. 하지만 여기저기 정보가 비어 있다. 그가 말했다.

"기존의 플랫폼과 달리 영원히 진행 중인 공간이다. 시민들이 의견을 게재하고 직접 공간을 채우게 돼 있다. 공간을 시민이 스스로 채우는 방식이다. 글 채택 방법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의견은 지금까지 상위 5%에 의해 좌지우지됐다.

이젠 시민들이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정보를 제공받는 최종 소비자 아니라 1차로 행동하는 시민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정치마당은 의견을 모아 이슈로 만드는 게 목적도 아니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이트를 활용하면 좋을까? 영덕 핵발전소 반대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4년 11월 21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경북 울진을 방문했다. 이 자리서 정 총리는 신울진원전 건설을 위한 울진군과의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그리고 영덕에서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면 정부가 1조 5000억 원 상당의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영덕군의회서는 '신규 원전 유치 재검토 주민투표 청원'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결과는 군의회가 원전특위를 구성하고 특별지원사업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서 '시민정치마당'이 한몫을 했다. 영덕군 의원들의 연락처를 홈페이지에 게재해 시민들이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순식간에 군의원에게 문자, 전화하기 캠페인이 진행됐다. 전국에서 영덕군의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안건이 시민들 뜻대로 된 '비하인드 스토리'다. 그가 말했다.

"월 5000개의 이메일이 쌓이고 있다. 이런 식이면, 2년 만에 10만 명의 이메일이 축적된다. 이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의견을 나눠 서명운동을 넘어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세상은 확 바뀔 것이다."

'마이보'와 비슷한 방식이다. '마이보'는 지지자들 스스로 새 소식을 올리도록 하고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지지 그룹을 만들도록 했다. 그는 집회나 시위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정치혁명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만약 동네에 어린이집이 필요하면, 엄마 아빠가 직접 나서면 된다.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 구청장을 찾아갈 게 아니라 시민이 캠페인을 통해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때가 때인지라 4.13총선과 관련된 글이 사이트에 많이 올라온다. 그중 시민단체가 선정한 낙선후보 글이 인기다. 댓글과 공유가 가장 많다. 글에 댓글이 달리면, 곧바로 시민정치마당 계정의 SNS에 글이 올라가고 공유된다. 인터넷 시대선 집회나 시위가 아니어도 시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문화를 만들 수 있다."

갈 길 먼 인터넷 정치혁명, 그래도 도전한다

▲ 김태형(47)씨는 한국형 마이보 사이트를 꿈꾼다. 시민을 두려워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 정대희

갈 길이 멀다. 인터넷 정치혁명을 이끌기엔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으나 아직은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광우병, 세월호, 의료민영화... 수많은 사이트가 갑자기 나타나고 금방 사라졌다. 서명운동,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가 말했다.

"허튼짓하는 정부, 함부로 말하는 정치인을 감시하기 위해선 정보의 축적이 필요하다. 시민운동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일이 터지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쌓고 쌓은 역사로 접근해야 한다.

IT시대에 어울리는 IT활동이 필요하다. 피켓시위는 끝났다. 올바른 정부, 깨끗한 정치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단체가 투자해야만, 인터넷 정치혁명은 가능하다."

과연, 시민정치마당은 한국형 '마이보'가 될 수 있을까? 그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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