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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 가기 전 꼭 봐야 할 책
[서평] 이명박-박근혜 8년 지옥실험의 기록 <대한민국 몰락사>

16.03.30 10:08 | 글:이민희쪽지보내기|편집:최은경쪽지보내기

강인규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입니다. 그가 최근 <오마이북>에서 펴낸 칼럼집 <대한민국 몰락사>를 추천합니다. [편집자말]
이제 곧 총선이다.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어쩌면 거의 유일하게 국민이 '갑'으로 대접받는 때가 아닐까. 그러나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그 '최소한'마저도 무시당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하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실종됐다. 중앙 정치의 이합집산이 지역 정치의 이슈를 잡아먹은지도 오래다. 정치적 보복, 공천 학살, 셀프 비례대표, 배신의 정치 등 민생과 무관한 '증오의 언어'들만이 칼춤을 춘다.

투표하면 바뀔 수 있나?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점차 잊혀가는 것 같아 두렵다. 세월호 진상 규명은 2년째 표류 중이고 진실은 아직 바닷속에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를 위해 여전히 차디찬 바닥에서 노숙을 하며 '소녀상'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한국인의 자살율은 12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자살대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꾸고 싶다면 투표하라고 한다. 정말로 투표를 하면 바뀔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투표를 한다는 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의사 표현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투표를 하는 쪽이 세상을 바꾸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이 투표에만 국한된다면 이 또한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분노하고 투표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 <대한민국 몰락사> 표지 ⓒ 오마이북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이자 미디어학자인 강인규는 책 <대한민국 몰락사>에서 "분노하라는 답변이 요긴할지는 모르지만 국민들 머리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만으로 사회가 바뀌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분노하라는 자신을 중심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누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나는 '피해자'가 되고 형체 모호한 '그들'은 사악한 '가해자'가 된다"며 "이렇게 적과 아군을 깔끔하게 나누면 기분은 상쾌할지 모르지만 정작 문제 해결로부터는 멀어지게 된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 때문"이라고(320쪽) 지적한다.

저자는 ▲돈에 눈 먼 기업들을 상대로 한 '제대로 된 불매운동' ▲노동 경시 풍조의 청산과 자신이 곧 '노동자'라는 자각 ▲공권력과 언론의 횡포에 침묵하지 말고 대항할 것 ▲공공서비스 시스템에 대한 제대로 된 감시와 평가 ▲일상에서 약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는 '가해자'가 되지 않기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고는 거시적으로 하되, 행동은 미시적으로 하라는 말이 있다. 저자의 주장 대로 현실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대안일수록 거대담론의 영역보다는 일상생활의 영역에 있기 마련이다.

이명박근혜 8년, 대한민국은 침몰 중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참사를 보며, '이제 어디서 터질까' 조바심 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를 묻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재난의 현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하면 1000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매년 14만명이 자살한다. 세 참사를 더한 규모의 참사가 매년 14번씩 일어나는 셈이다.' (7쪽)

<대한민국 몰락사>는 2008년~2016년,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 동안의 '지옥실험'을 기록한다. 저자는 "치솟는 자살률, 곤두박질친 출산율, 바닥을 기는 행복지수는 '이윤'과 '경쟁'을 더하고 '사람'을 뺄 때 어떤 끔찍한 세상이 열리는지 보여준다. 한국 사회는 국민을 대상으로 이 잔인한 실험을 벌여왔고 우리는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며 "이 작업의 목적은 지옥을 벗어나는 데 있다. 잔인한 현실을 기술하는 것도, 읽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변화를 모색할 수는 없다"고(8쪽) 했다.

'세월호 참사는 과거부터 되풀이되어 온 집단 망각의 결과였다. 지금처럼 참사의 주범들이 힘센 사람들이었고, 이들을 등에 업은 언론과 정치세력이 국민들에게 잊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잊어야 산다고 윽박지른 탓에, 피난민으로 가득한 다리를 폭파하고 도망친 지도자는 '국부'라는 칭호를 얻었고, 무고한 국민을 간첩으로 몰아 처형한 지도자는 '반인반신'의 지위에 올랐으며, 군대를 동원해 수백명의 국민을 학살한 지도자는 정치인들의 세배 행렬이 끊이지 않는 '정치원로'로 존경받고 있다.' (98쪽)

저자가 보기에 박근혜 정부의 탄생은 권위주의 국가로의 회귀, '과거 복원 작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음을 의미한다. 저자는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권력이 국민과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또 다른 폭력적 발상일 뿐"이라며 "'개조'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국민의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권력자의 사고 구조와 이를 두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기관 그리고 무비판적인 언론의 몰양심 뿐"이라고(199쪽) 비판한다.

치솟는 자살률, 곤두박질치는 출산율, 극단적인 양극화, 세월호-메르스 등 이어지는 참사와 재난,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간 군사적 긴장 강화, 아동학대와 가족의 해체 등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의 전 영역에서 침몰 중이다.

무엇인가를 바꾸고자 한다면 바꾸려는 실체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총선 투표장에 가기 전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준다. 제대로 알아야 내 한 표를 어떻게 쓸지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잘 살게 해주겠다'는 권력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정말 잘살게 해줄 거냐'가 아니라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도자가 국민들을 잘 살게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이야기한다면 기대를 접는 편이 현명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소득 1000달러가 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약속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그것의 30배에 달하는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290쪽)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몰락사> (강인규 지음 / 오마이북 펴냄 / 2016.2. / 16,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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