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안지랑 막창', 대구 사람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맛

10만인 리포트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핵마피아 저항 무력화, 박원순의 '비법'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

16.03.12 01:13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권우성쪽지보내기|글:김경년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서울에는 매일 수천, 수만 개의 태양이 뜹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소. 또 조명을 바꿨을 뿐인데, 매달 천만 원씩 버는 지하주차장도 있고, 문풍지를 붙였는데, 화석연료가 팍~ 줄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절전, 이런 작은 노력이 '원전 한 개'를 줄였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사)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태양광 설치 캠페인도 병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박원순 서울시장 ⓒ 권우성

어느 날 30년생 소나무 8억 그루가 불쑥 솟았다면? 그것도 서울 하늘 아래에서...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럼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핵발전소 한 기가 갑자기 필요 없는 상황이 됐다면? 핵발전소 2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박근혜 정부는 움찔하겠지만 국민은 편안하다.

이건 현실이다. 2012년에 시작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캠페인은 소나무 숲처럼 막대한 온실가스배출량(563만 톤)을 줄였다. 핵발전소 한 개가 만드는 에너지양 200만TOE(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석유환산톤은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이다)를 절약했다. 2003년~2011년까지 1182개소였던 태양광 미니발전소는 2012년~2015년 사이에 1만929개소로 늘었다.

그 결과, 전국 평균 전력 사용량이 1.76% 증가할 때(2013년) 서울시는 1.4% 감소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밀양 할머니들에게 미안하다"

"결국 서울과 수도권에 전기 가져오려고 하니까 생겨나는 문제잖아요, 송전탑이라는 게. 서울시민으로서, 서울시장으로서 (송전탑 싸움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에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죠. 그래서 에너지 자립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는 것이 원칙, 우리 비전이 됐죠."

지난 8일 서울시청에서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다. 박 시장은 사령탑을 맡고 공무원들도 뛰었지만, 이들만의 작품은 아니다. 서울 인구 6분의 1을 넘는 172만 명이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아파트 관리비, 병원비 등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제도이다. 세대수로 따지면 무려 40%가 참여했다. 이렇게 줄인 에너지가 66만TOE다. 서울시 2.7배 면적에 소나무 2억7천만 그루를 심은 효과다.

"이뿐만이 아니죠. 초중고 학생 중 2만2천명이 '에너지수호천사단'입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왜 전기를 안 끄냐' 잔소리 하면 부모가 꼼짝 못합니다. 사무실을 찾아가 에너지 절약 방안을 제시하는 신종 일자리 '에너지설계사'도 있죠. 그린캠퍼스 대학생 홍보대사 60명이 서울 27개 대학에서 활약합니다. 상도 3동 성대골 등 35개소의 에너지자립마을이 있어요. 원전 한 개를 줄인 건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이었습니다."

박 시장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민참여'. 단순 레토릭이 아니다. 2012년 4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50번 모인 사람들도 있다. 원전하나줄이기 시민위원회다. 에너지 문제를 고민해왔던 시민단체, 종교계, 경제계, 교육계, 학계 인사들이다. '에코마일리지', '에너지수호천사단', '에너지 자립마을', '에너지 설계사' 등의 아이디어는 이런 시민거버넌스의 작품이다.

공공기관도 뛰었다. 백열등은 전력의 5%, 형광등은 40%, LED는 90%를 빛으로 바꾼다. 수명도 전구는 3천~7천 시간대지만, LED는 5만~10만 시간이다. 2011년 서울시와 산하 사업소에 설치된 LED는 7561개뿐이었는데, 3년 만에 45만3천개로 늘었다. 2013년에는 243개 지하철 역사 65만개 조명을 LED로 교체했다. 서울시는 2018년까지 공공조명의 100%인 220만개, 민간조명 2900만개를 LED로 바꾼다.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에 세계도 주목했다. UN공공행정상 우수상(2013.5), 2014 기후변화대응 행동우수상(세계자연기금-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공동주관) 등.

▲ 박원순 서울시장 ⓒ 권우성

"언어의 마술, 하-하-하-"

이쯤 되면 핵발전소 찬양론자인 소위 '핵마피아'들이 벌떼처럼 달려들 만하다.  

-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모토를 내세웠을 때 혹시 시민사회 쪽에서 이야기하는 '핵마피아'들의 저항은 없었나요.
"(배석한 참모들을 바라보며) 속으로는 반대했을지 몰라도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람이 있었나요? 없었어요.(답변) 우리가 잘 선택한 거죠. '원전 하나 줄이기'가 아니라 '없애기'라고 했으면 아마 조금은... 언어의 마술이 필요한 거죠. 하-하-."

이러한 노력에도 지난해 서울시 전력 자급률은 5.1%. 오는 202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갈 길이 멀다.

"서울에서 수력과 풍력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밀집해서 살기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화할 수 있죠. 한국전쟁 뒤에 지어진 서울의 건물은 낡았고, 에너지 낭비가 심합니다. 또 세대 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프랑스 파리보다 높습니다. 에너지 중독 도시죠. 보행친화도시로 만들거나 대중교통 강화, 도시철도 확대, 전기자동차 도입 등으로 교통 분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래서 서울시는 LED 교체를 비롯한 건물에너지 효율화(BRP) 사업에 공을 들였다. 건물 에너지는 서울 에너지 사용량의 56%를 차지한다. 조명을 교체하고 창문을 3중창으로 만들고 문풍지 등 단열재를 강화해도 10%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건물 리모델링 자금이 없으면 연리 1.75%로 융자해준다.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한 뒤 매월 1천만 원의 전기료를 덜 내고 있다.

중앙정부의 에너지 성적표? "쓴 소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박 시장의 에너지 혁신 작업. 중앙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자치단체로서 한계가 있다. 박 시장에게 중앙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적표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더니 "앞으로 협력해야 하니까 너무 쓴 소리를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중앙정부 원전 정책과 (서울시의 에너지 정책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재생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는 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에너지 자립의 걸림돌로 중앙정부 차원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폐지를 꼽았다.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 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 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에 없어졌는데, 서울시는 2013년 서울형 FIT 제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햇빛 지도'가 탄생했다.

▲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린 '서울 햇빛지도'. ⓒ 서울시

"서울시만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운영하니 힘에 겨워요. 과거에는 중앙정부에서도 했거든요. 중앙정부가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고 우리가 일부를 부담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잖아요. 신재생에너지 생산자들, 태양광 협동조합이 시중에 판매해서 이익이 생긴다면 너나할 것 없이 투자할 것이고, 태양광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는데 아쉽습니다."

투표에 도움이 되지도, 표가 나지도 않는 사업이지만...

사실 에너지 사업은 투표에 도움이 되지도, 표가 나지도 않는 사업이다. 공기처럼, 에너지도 손에 잡히지 않고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일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어떤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 잘했다고 박수치고 다시 투표하는 사람은 적을 거예요. 추상적이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원전하나줄이기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은 서울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기후변화 등 여러 부정적 재난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것보다 절박한 이슈는 없습니다."  

그래서 박 시장이 올해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은 에너지공사 설립이다. 원전하나줄이기를 비롯한 서울시 에너지정책·사업의 컨트롤타워다.

"에너지 절약이나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넘어서서 예컨대 에너지에도 빈부 격차가 생겨나고 있잖아요. 즉 에너지 복지를 확충하고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전문 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집단에너지, 태양광, 연료전지, 미활용에너지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사업간 시너지를 창출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기구입니다. 본청은 환경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실현하는 사업부서가 에너지공사입니다. 행정자치부와 협의하고 있고요, 앞으로 공사 설립 조례 제정과 법인 등기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박원순 서울시장 ⓒ 권우성

에너지 세일즈맨

원전하나줄이기 성과에 이어 '에너지 분권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작년 11월 서울시와 경기도, 충남도, 제주시가 '지역에너지 전환' 공동선언을 채택해 에너지 협력 사업을 벌이는 것도 지역 연대를 통해 분권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일본인 뿐 아니라 모두에게 충격과 영향을 줬어요. 부안 핵 폐기장 유치를 둘러싼 주민 갈등의 와중에 제가 주민투표관리위원장이었는데요, 결국 거부됐지만 그 때만해도 상당한 사람들이 지지했어요. 지금 주민투표하면 누구나 반대할 겁니다. 삼척이 그랬죠. 또 밀양 송전탑 사건은 '에너지 분권' 문제를 제기했다고 봅니다. 가령, 송전 과정에서만도 30%가 낭비되는 데 수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요. 지역별 에너지 자립이 중요한 거지요."

서울시가 4년 만에 절약한 200만TOE. 이걸 리터당 1000원정도 하는 석유가격으로 환산하면 2조5천억 원이다. 이는 신고리 원전 건설비용과 같다. 전국 각 자치단체가 서울시처럼 에너지자립운동을 펼친다면 박근혜 정부의 핵발전소 2기 건설을 백지화하고도 전력은 펑펑 남아돌 수 있다. 이뿐인가?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송전탑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다. 

박 시장에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 에코마일리지에 반드시 가입해 주시고, 가능하면 자동차 버리고 걸어 다니시고, 자동차가 꼭 필요하시면 서울시 나눔카 타시고, 아이들이 있으시면 에너지수호천사에 가입해 주세요."

티끌 모아 태산. 이런 시민들의 참여가 핵발전소 한 개를 무력화시켰다. 박 시장은 이제 막 시민들과 함께 두 번째 고지를 오르기 시작한 핵발전소 철거맨이자 에너지 세일즈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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