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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안보여도 괜찮아. 힘을 내 친구야

"딸 입학식이 걱정"... 이 엄마의 속마음
[조금 덜 보여도 괜찮아, 힘을 내 친구야 ⑥] 소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해주세요

16.03.11 11:06 | 글:김혜원쪽지보내기|편집:김지현쪽지보내기

▲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소진이 ⓒ 김혜원

"소진이는 신생아 뇌염을 앓았어요. 그때 후두엽 부위가 손상돼 시각이나 청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신생아 뇌손상의 경우, 아직 뇌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주변 뇌가 발달하며 상실된 기능을 보완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소진이가 눈이 아픈 아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요. 사시가 있어서 한쪽 눈이 약간 몰려있지만, 그것 말고는 큰 불편 없이 살았기에 가족들조차 장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거든요."

지난 2월 18일 소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나 역시 그랬다. 눈 맞춤을 하고, 시선 처리도 자연스러우며, 뛰어다니거나 장난을 치는 모습에서 조금의 머뭇거림도 보이지 않았기에 곁에 앉아 얌전히 책을 보고 있는 소진이 오빠를 인터뷰 대상자로 착각했을 정도였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잠재 능력이 잘 개발돼 움직임이나 행동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소진이.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면서 소진이의 장애가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초등 교육의 시작인 읽기와 쓰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고요. 선생님들도 소진이를 특별한 아이라 생각하시지 않고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하려니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거예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받아쓰기나 알림장 쓰기를 배우는데 그걸 잘 못하더라고요. 

소진이는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잇는 것이 어려워요. 글자가 깨져 보이거나 왜곡된 모양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읽고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죠. 하지만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알림장도 적어야 하고, 시험도 봐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니까요. 장애가 있다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해받기를 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진이에게 항상 강해져야 한다고 말해요."

지난해 소진이는 복지카드를 받았다. 학교에 입학해서 장애아동에 대한 도움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였다. 그때 처음으로 엄마는 소진이에게 조심스럽게 눈의 상태를 설명해줬다.

안 보이는게 아니에요... 조금 다를 뿐이에요

▲ 시기능 훈련중인 소진이 ⓒ 김혜원

"입학 6개월 전에 학교에 장애인 등록증을 제출해야 필요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지난해 복지카드(장애인 등록증)을 받았지요. 복지카드를 보여주며 소진에게 장애에 대해 설명해줬어요. 소진이는 눈이 잘 안보이는 아이라서 복지카드를 받았다고요. 

소진이가 묻더라고요. 엄마나 아빠, 오빠는 다 잘 보이느냐고요. 소진이는 신생아 때부터 눈에 문제가 있다 보니 잘 본다는 게 뭔지 몰라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다 자기처럼 보는 줄 알고 있었죠. 그때처음 엄마나 아빠, 오빠는 더 먼 것도 보이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작은 것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누구나 얼굴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듯 소진이도 조금 다른 아이라는 것을 스스로 이해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소진이가 보다 강해지길 원한다. 어차피 치료되거나 좋아질 수 없는 것이라면 당당히 장애를 받아들이고 어지간한 일에는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않는 씩씩한 아이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장애의 뒤에 숨거나 장애를 핑계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남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어요. 핸디캡이 있으니 다른 친구들 보다 두 배 세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줬어요. 어렵다고 피하고 돌아간다면 늘 뒤처지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엄마 아빠나 오빠의 도움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고 언젠가는 소진이 혼자 살아야 할 테니까요."

초등학교 입학은 소진이의 홀로서기 연습의 첫 발걸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사자인 소진이는 설레는 맘으로 학교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엄마는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소진이를 내어놓으려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      

"소진이는 매일매일 입학식만 기다려요. 새 책가방과 새 옷, 새 신발을 신고 입학식에 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는 거죠.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저는 걱정이 많아요. 학교라는 곳이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니까요.

소진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받지 않기를 원해요. 소진이는 일부러 말하지 않으면 눈이 아픈 아이인줄 잘 느낄 수 없거든요.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라고 하면 눈이 전혀 안 보이는 아이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여덟살 소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 다양한 시기능 훈련 ⓒ 김혜원

엄마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맹(전혀 보이지 않는 눈)과 저시력의 차이를 알지 못해서 소진이와 같은 저시력인들에게도 전혀 안 보이는 전맹인을 대하듯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베푼 배려나 친절이 오히려 그들에게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거나 그들을 고립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각장애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소진이를 본다면 크게 다르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다른 아이와 똑같이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눈이 나빠서 안경을 끼는 친구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소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우리 반에 눈이 조금 나쁜 친구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소진이야' 정도로 생각되길 바라는 거예요."

친절과 배려 뿐만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이해부족 역시 이땅에 살고 있는 수많은 '다른'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다. 키가 작은 사람, 몸집이 큰 사람, 마음이 여린 사람, 겁이 많은 사람, 피부가 검은 사람, 눈이 나쁜 사람, 몸이 아픈 사람…. 누구나 그렇듯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진 것일 뿐인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것을 '틀림'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상처가 되는 것이다.

소진이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아줬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 역시 같은 것이다. 소진이가 다른 아이와 조금 다른 모습,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거나 제외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소진이의 보는 방식은 조금 달라요.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사과가 다섯 개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한 눈에 다섯 개의 사과를 다 볼 수 있지만 소진이 눈에는 두 개나 세 개씩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전체를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행동이 조금 늦는 것처럼 보이게 되지요.

몇 초 정도 늦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많이 늦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낯선 환경에 몸을 뒤로 빼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 역시 사물과 분위기, 위험요소 등이 다 파악되고 난 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아요. 보통의 사람들은 보자마자 행동에 들어가지만 소진이는 시야각이 좁고 흐리기 때문에 잠시 살펴보고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도움반·희망반·소망반, 이름처럼 아름답지 않다

▲ 발레를 좋아하는 핑크공주 소진이 ⓒ 김혜원

소진이는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아이다. 좋지 않은 시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보완할 만한 빠른 판단력과 이해력, 적응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라고 느껴 지지 않는다. 이는 엄마가 소진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들을 최대한 개발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히려 도움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엄마는 학교에서도 소진이에게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기를 원한다. 이런저런 도움을 받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배려에 익숙해져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해버릴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 장애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으로 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학습속도를 맞추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특별반(도움반·희망반)운영이 오히려 아이들을 분리하거나 차별하는 이유가 되는 것을 많이 봤어요.

특별반에서 각 아동의 특성에 맞는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육이라기보다는 보육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학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요. 물론 소진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겠지만 저는 가능한 일반반에서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수업을 받고 다른 친구들과 다름없이 학교생활을 하길 바라요."

도움반이나 희망반, 소망반 등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는 특수반이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름처럼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희망반, 소망반, 도움반에서 수업을 받는 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차별받고 소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통합교육을 받기 위해 일반학교로 진학한 대부분의 장애아와 부모들이 바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복지 선진국처럼 나와 너의 다름이 인정되고 장애가 차별의 요소가 되지 않으며 자신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이 이뤄지길 간곡히 바랄 뿐이다.

발레를 좋아하는 핑크 공주 소진이. 엄마의 바람처럼 매일매일 기쁘고 행복한 학교 생활을 이어가기를 함께 빌어본다. 예쁜 소진이 파이팅. 씩씩한 엄마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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