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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에너지 먹는 하마' 서울대, 얼마나 많이 쓰나 했더니
[태양의 도시, 서울 만들기] 에너지 배틀 : 대형건물과 지자체

16.02.26 07:44 | 글:김병기쪽지보내기,고정미쪽지보내기|편집:이준호쪽지보내기

서울에는 매일 수천, 수만 개의 태양이 뜹니다. 눈에 띄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소. 또 조명을 바꿨을 뿐인데, 매달 천만 원씩 버는 지하주차장도 있고, 문풍지를 붙였는데, 화석연료가 팍~ 줄었습니다. 친환경에너지 생산과 절전, 이런 작은 노력이 '원전 한 개'를 줄였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사)에너지나눔과평화와 함께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 베란다 태양광 설치 캠페인도 병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노원구 제로에너지 실험주택. ⓒ 김병기

바람이 불었다. 영상 3도였지만, 체감기온은 영하의 날씨.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골마을 근린공원 '제로하우스' 실험 주택 안은 훈훈했다. 들어올 때 보니 대문 두께부터 심상치 않았다. 15cm는 될 것 같다. 실시간으로 집의 에너지 사용량을 나타내는 거실 모니터 화면 숫자가 '0'(제로). 처음엔 고장난줄 알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비결은 이렇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창문이 많아 낮에 전등을 켜지 않는다.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3중 창문이다. 바로 앞 도로의 차량 소음까지 막았다. 바깥과 연결된 거의 모든 틈을 막았다. 창문과 연결된 벽 틈은 기밀테이프로 봉쇄. 콘센트 안쪽에는 전선이 통과하는 5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있는데, 전선 한 가닥만 들어가도록 열교차단제로 막았다.

외부 공기와 차단된 실내. 그래도 신선했다. 그 비밀도 틈이다. 실내 모든 문의 밑쪽을 보니 손가락 한 개정도 오갈 틈이 있다. 폐열회수 환기장치를 돌리기 위해서다. 안 좋은 공기는 배기구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는 흡기구로 유입한다. 이 틈이 전체 실내공기를 하나로 만든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지 않아도 된다.

▲ 제로에너지 실험주택에 있는 모니터 화면. '0'를 나타내고 있다. ⓒ 김병기

블라인드는 실내에 설치하는 게 상식이다. 여긴 달랐다. 실내에는 조작 버튼만 있고 창 밖에 전동블라인드가 있다. 여름철엔 뜨거운 공기와 햇볕을 차단해 시원하고, 겨울에는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천장과 바닥, 벽면 단열재 두께는 무려 30cm이다. 탄산칼륨계 단열재인 록셀보드는 단열효과가 크고 내구성이 강하다. 전등도 절전형 LED 조명이다.

절전을 위한 기술은 더 많지만 생략한다. 제로하우스는 이런 기술로 일반주택단지 대비 46%의 에너지를 절감한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시스템으로 60% 에너지를 공급한다. 지붕과 외벽에는 태양광 전지판 26장을 설치해서 시간당 7.4kw 연간 5200kw의 전력을 만든다. 25평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평균 3600kw 보다 많다. 난방은 나뭇가지와 폐목재를 톱밥으로 만든 친환경 펠릿보일러가 맡는다.    

여긴 실험실이 아니다. 그 옆에 아파트 신축 공사가 한창인데, 오는 2017년 6월에 완공되는 121 세대 규모의 국민임대주택에 이런 에너지 절약-생산 기술을 적용한다. 건축비와 입주금은 다소 비쌀 것으로 보이지만, 관리비는 낮다.

서울대학교는 '에너지 먹는 하마'

멀게만 느껴졌던 또 다른 세상, 이렇게 가능하다. 지구 환경도 지킬 수 있지만, 10년 넘게 송전탑과의 전쟁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들의 눈물을 멈출 수 있다.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이런 주택만 건설된다면 제2, 제3의 밀양은 없다. 우리 현실은 녹녹지 않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낸다. 극과 극. 서울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대형건물은 어디일까?

서울대학교는 '에너지 먹는 하마'다. 지난 2014년에만 4만3416 TOE(에너지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1석유환산톤은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이다)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서울 대형 건물 중 TOP 1이다. 숫자만으로 규모가 체감이 안 될 텐데, 서울대처럼 에너지를 쓰는 건물 50개가 모이면 핵발전소 1개를 돌려야 한다. 또 서울에서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총 생산량은 23만8천TOE. 서울대 같은 건물 5개를 운영하면 동이 난다.    

서울대가 쓰는 에너지양은 서울시민 3만 명의 소비량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따지면 건물 에너지를 최대 30%까지 효율화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가 노력하면 최소한 1만TOE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울 에너지 사용량 1만 TOE 이상인 6개 학교 중 2013년에 비해 증가한 곳은 서울대가 유일하다. 그 이유? 짐작할 수 있다. 

서울대 뒤를 잇는 건물은 금천구 가산동 서브원 건물(3만6399TOE)과 잠실 호텔롯데(3만3393TOE)이다. 서울에는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 이상인 에너지다소비건물이 420개가 있는데(연간 사용량 217만TOE), 핵발전소 1개를 돌려야 한다. 에너지하우스처럼 리모델링할 수 없겠지만, 서울대가 에너지 사용량을 30%만 절감해도 서울시민 6000~7000명이 사용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2014년 개별 건물로 면적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아낀 곳은 쇼핑몰 건국 AMC(25%), 이랜드리테일강서점(23%), ㈜팜스개발(19%)이다. 건국 AMC는 고효율 냉온수기 교체 등으로 도시가스 사용량만 45%를 줄였다. 이랜드리테일강서점은 LED 조명을 교체하고 냉각탑 고율화로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했다.

팜스개발 강신욱 시설팀장은 "재작년 말부터 지하 8층, 지상 16층 건물에 설치된 15000여개의 등을 LED로 바꿨다"면서 "1달에 4억 원 정도 나오던 전기료가 3억 원 초반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에너지 사용량, 강남구가 최고

전국적으로 이런 노력이 쌓이면 핵발전소 터빈을 하나 둘씩 줄일 수 있다. 실제 '원전 하나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해 온 서울시는 지난해 한 개 원전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절감했다. 서울시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지만, 기초자치단체들도 함께 뛴다. 서울시가 펴낸 '2014 에너지백서'를 펼쳐보자.

우선 현황부터 보자. 서울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자치단체는 강남구(453만MWh)와 서초구(344만MWh)다. 강남구는 서비스 부문에서만 3481GWh의 전력을 사용했는데,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의 총 전력사용량보다 많다. 가정용 전력 사용량의 경우 강남구와 송파구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도시가스 사용량도 업무와 상업시설이 밀집한 강남구와 중구, 서초구가 1, 2, 3위였다. 석유 판매량도 송파구가 가장 많았고, 서초구와 강남구가 뒤를 이었다. 여기에 인구수를 대비하면 석유, 도시가스, 전력의 1인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은 중구지만, 서초구와 강남구는 상위권이다. 중구는 대체로 노후 건물이 많아서 건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사용량만으로 자치단체의 에너지 성적표를 매기기는 어렵다. 인구와 면적, 기반 시설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건물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약 캠페인, 단열 창호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데, 노력의 편차는 있다.  

가령 양천구는 2014년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합쳐서 69만개의 조명을 LED로 바꿨다. 동대문구는 20만개, 동작구는 16만4천개를 갈았다. 그 효과는 팜스개발 강 팀장의 말로 대체한다.

노원구는 태양광 미니발전소 1등

절약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체 발전도 필요하다. 지난해 자치구별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실적은 노원구가 693개로 1등이다. 그 뒤를 구로구(453개)와 양천구(448개)가 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얻은 실적이 아니다. 미니발전소 설치 가정에 대한 자체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독려하고 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인구수 대비 전력 소비량에서 노원구는 25개 자치단체 중에 23위, 양천구는 18위였다.  

서울시는 원전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기초자치단체들도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자발성에 기초할 뿐, 강제 수단이 없다. 가령, 서울대 등 420개소의 에너지 다소비건물이 에너지 사용량을 보고하는 곳은 국토부이다. 자치단체들은 사후에 보고를 받는다. 

박용신 환경정의 포럼 운영위원장은 "서울시가 건물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데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에너지 절감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서울대 같은 건물에 대해서 자치단체가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노원구 공릉보건지소 전경. ⓒ 김병기

23일, 제로하우스에서 나와서 간 곳은 노원구의 공릉보건지소다. 겉모습만 보아도 여느 관공서와는 달리 세련됐다. 태양광 전지판도 지붕과 벽에 붙어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벽면도 칙칙하지 않고, 보건소 특유의 약냄새도 없다. 이곳은 원래 공릉2동 주민센터 건물이었다가 푸드마켓으로 바뀌었는데, 지난해 4월 말에 에너지 효율화 사업으로 리모델링했다.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했던 제드건축사사무소 이종민 씨는 "동일한 면적의 공공용건물일 경우 일반적으로 연간 약 2,500만원의 전기료를 지불하는데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을 개선한 공릉보건지소의 작년 전기료를 계산해 보니 고지서 상 금액은 연간 약 1,000만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공릉보건지소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최성수 씨를 만났다.

"올 겨울에도 거의 난방을 하지 않았다. 1층은 민원인들이 자주 들락거리기 때문에 가끔 틀기는 하지만 행정실은 오전에 10분정도만 튼다. 환기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공기가 탁하지 않고 창문을 열지 않는다. 전기세는 많을 때에는 100만 원 이상 나왔는데, 지금은 60~70만 원 선이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서울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1500만 TOE이다. 이중 건물 에너지는 56%인 800만 TOE이다. 국토부 보고서에 의하면 에너지 효율화 사업만으로 30%를 절감할 수 있다. 이를 환산하면 250만 TOE다. 핵발전소 1개가 없어도 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미 1개를 줄였고, 이 길로 함께 간다면 조만간 핵발전소 1개를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향하던 길. 2013년 12월 시민기자들과 함께 '밀양리포트'를 연재하면서 만난 할머니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무덤을 파고 해발 500m 송전탑 예정지에서 농성을 하던 '덕촌 할매'. 이 때 화제가 됐던 나눔문화의 소책자 제목은 이랬다.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당시 보수언론들은 밀양 때문에 전력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레발을 쳤지만, 전기를 펑펑 쓰는 곳은 따로 있다. 노인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한 때 고압전류에 감전되듯 이 카피에 감전됐던 우리는 눈물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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