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금강에 산다

'MB 녹조 얼음', 국책기관도 놀랐다
[김종술, 금강에 산다] 연구원들의 탄성 뒤 밀려오는 씁쓸함

16.02.04 21:37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박정훈쪽지보내기

'녹조 얼음' 기사가 나간 뒤 첫 반응부터 살벌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네 눈에는 녹조나 이끼벌레만 보이냐! 뚜-뚜-뚜-"

누군지 알 수 없는 상대방은 일방적으로 욕을 퍼부은 뒤에 전화를 끊었다. 지난 2일 <한겨울에 '녹조 얼음'...금강서 목격한 희한한 광경>이란 제목의 기사에 대한 한 독자 반응이었다.

▲ 충남 공주시 금강의 얼음을 깨트리자 얼음 속에 녹조가 촘촘히 박혀있다. ⓒ 김종술

물론 나만 욕을 먹은 건 아니었다. 4대강 삽질을 끝내고 매년 여름 '녹조 라떼'를 출시했던 MB는 더 많은 욕을 먹었다. 그가 올겨울에 출시한 기상천외한 신제품, '얼음 속에 깨알처럼 박힌 녹조'에 호기심을 표명한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MB 욕이 대세였다. 그중 <오마이뉴스> 기사에 달린 점잖은 댓글을 고르자면 이렇다.  

"00끼에게 얼음녹조를 보내자!"
"이명박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인가? 앞으로 민물에서 김 생산될 수도 있겠다."
"나라가 망가지고 있구나.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기성세대가 되어가네..."

기사를 올린 다음날(3일) 새벽녘에도 어김없이 금강에 나갔다. 매번 금강에는 나 혼자였는데, 이날만은 달랐다.

"쩡-쩡-쩡-."  

공주보 인근에서 얼음판이 쩍~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라 미끄러졌다가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선착장 쪽에 사람들이 보였다. 낯선 두 명이 삽으로 얼음판을 내리치고 있었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면서 미세조류를 연구한다는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이었다.

연구원들의 탄성

▲ 국책연구원들이 충남 공주시 금강의 얼음을 깨트려 담아 놓았다. ⓒ 김종술

<오마이뉴스>에 실린 '녹조 얼음' 기사를 보고 이곳에 왔다는 연구원들에게 도움을 줄 요량으로 차량에서 얼음을 깨트리는 끌을 가져다가 사각의 얼음구멍을 뚫어줬다. 얼음판을 깨트리자 얼음조각에서 녹조 알갱이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와~ 금강이 얼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얼음 속에 녹조가 촘촘히 박힌 것이..."
"(얼음 속 녹조가) 낙동강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가 허탕 쳤는데... 와~." 

▲ 충남 공주시 금강의 얼음을 깨트리자 얼음 속에 녹조가 촘촘히 박혀있다. ⓒ 김종술

그들은 작업을 하면서도 연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음 조각 속의 녹조 알갱이를 손으로 만져보고, 햇빛에 비춰보고 난리다. 그리고 아이를 쓰다듬듯 얼음 조각을 조심스레 비닐 팩에 담았다. 강물도 떠서 작은 물병과 대형 물통에 담았다. MB가 만든 녹조 얼음이 연구 대상이 된 것이다.

나는 시민기자다. 서둘러 현장을 뜨려는 연구원들을 붙잡고 정중하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들은 정부 출연기관인 국책연구소에 다니기 때문에 공개적인 인터뷰는 어렵다고 했다. 대신 익명으로 처리한다는 조건으로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고 홀린 듯 내려왔다"

▲ 충남 공주시 고마나루선착장 인근에서 국책연구원들이 얼음을 깨트리고 강물을 취수하고 있다. ⓒ 김종술

- 금강까지 찾아온 목적이 무엇인가?
"제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는 미세조류를 이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겨울에 잘 자라고 생육이 가능한 미세조류가 있는지 국내 자료를 찾던 중에 어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았다. 미세조류와 녹조 채집을 위해 내려왔다. 귀신에 홀린 듯이 서둘러 내려왔다."

- 겨울 얼음판 녹조는 참 생소하다. 국내에 또 다른 사례가 있는가?
"미세조류라는 것은 수온이 높고 햇볕이 강한 시기인 여름에 발생한다. 그래서 겨울철 녹조 연구도 없다. 우리는 겨울철 생육하는 조류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겨울철에도 녹조는 발생한다. 남극이나 북극의 유빙에서 볼 수 있다. 물에 잠겨 있는 부분에 갈색 조류들이 살고 있다. 국내 토착종도 얼음 사이에 끼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려 했는데 이번에 채취한 시료는 좋은 연구 재료가 될 수 있다."

- 현장을 직접 본 소감은?
"얼음 속에 녹조 알갱이, 굉장히 놀랍다. 이런 틈새에서 (녹조가) 살고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녹조가 끼어 있는 얼음은 평평하지 않고 울퉁불퉁했다. 이게 연구 물질이다."

- 얼음 속 녹조는 지난해 남아 있던 종으로 보이나?
"국내 모니터링 사례가 없어서 확인할 수 없다. 기존 자료를 찾아서 비교 분석해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여름철 우점종은 아닌 것 같다. 겨울에 생육하는 특화된 종일 수 있다."

이들은 최근 낙동강에서 올라온 겨울 녹조 데이터를 보고 샘플링 하기 위해 갔다고 했다. 그런데 허탕을 쳤단다. 이번에는 <오마이뉴스> 기사와 사진을 보고 서둘러 출장을 왔다고 했다. 데이터 자료보다 정확한 기사를 봤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단다.

"사진에 나온 얼음 조각이나 얻어 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학자로서 엄청난 재료를 확보했다. 재료를 가득 채워서 가는 심정이다. 자신감이 팍팍 생긴다." 

극지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이날 채취한 시료를 배양하겠다고 했다. 낮은 수온인 영상 2도 환경에서 키우면서 연구할 예정이다. 이들의 연구 목적은 새로운 종을 확인하는 것, 가을 녹조가 겨울까지 간다는 기존 논리를 뒤집는 것이다(겨울에 자라나는 종이 따로 있다는 것을 증명). 

MB의 '창조'가 반갑지 않다

▲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200m 지점의 얼음 구멍에서 녹색 물감이 뿌려 놓은 듯 퍼져나가고 있다. ⓒ 김종술

그들과 헤어진 뒤 또 혼자 얼어붙은 금강을 걸으면서 다시 한 번 그를 떠올렸다.

'금강에 '사상 최초'의 신화를 연이어 쓰고 있는 대단한 MB!'

비단결 같은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 라떼 현상을 창조했고, 큰빗이끼벌레를 출몰케 했으며, 이번에는 극지방에서만 발견된다는 '녹조 얼음'까지 만들었다.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해서 연구해야 하는 국책기관 연구원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일지 몰라도, 나는 반갑지가 않다. 새로운 생명체의 출몰은 곧 금강에게는 죽음의 전조이기 때문이다.

빨리 수문을 열어서 금강을 어지럽히는 저 거대한 얼음과 함께 녹조 알갱이, 큰빗이끼벌레 포자를 싹쓸이했으면 좋겠다. 그게 금강이기에.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