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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

"난, 박원순 사람... '막장 정치' 심판하겠다"
[이 사람, 10만인]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16.02.01 17:54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오늘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 정대희

그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을 때 언론들은 이름 앞에 낯익은 수식을 붙였다.

'박원순의 사람'. '박원순 맨'.

그는 기쁘다고 했다. "우리 시대 정치 덕목은 아프고 힘든 시민들과 공감하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인데 박원순 정치가 그걸 실현"하고 있단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MB정부에 이어 봉건제 사회로 몰아가는 박근혜 정부, 막장 정치와 퇴행의 시대에 소통과 민생 정치 가치를 지키려면 커다란 동심원이 필요"하다면서 "박원순과 함께 간다는 것이 영광"이란다. 지난 22일 만난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총선 출사표이기도 하다.

박원순 살리기 vs 박원순 죽이기

그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지만 '박원순 저격수'를 자임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서울 노원구 갑)과 겨루고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 발표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 '박원순 죽이기'에 앞장섰다. 오 전 이사장은 '박원순의 사람'으로 "사사건건 박원순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인물과 맞서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반국민적 행태를 보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다. 그런데 적반하장으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을 박원순 심판으로 규정한 적이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대립각을 세울 적지는 이 의원 지역구다. 박원순 시장이 지역에서 추진한 정책과 지역민들의 신뢰도를 검증받고 평가받을 수 있다. '막말 정치인'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다."

- 더불어민주당 입당과 총선 출마에 대해 박 시장과 사전에 교감했나?
"서울 시설공단 이사장의 임명권자는 박 시장이다. 입당하려면 행정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작년 11월 말에 직접 만나서 사임과 출마 의사를 밝혔다. 시장님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 출마를 결심한 까닭은?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어간다는 생각을 했다. 민주주의와 삶, 모두가 무너져 내린 미래를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민주주의 퇴행의 시대다.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못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보육대란,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또 보수 정권의 경제 무능이 국민들의 삶을 파산시키고 있다. 국민들과 소통하고 정책을 만들어낸 시민운동 경력과 박 시장과 함께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 온 행정 경험이 국민들과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출마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비교하자면?
"한마디로, 유신통치와 공감정치다.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국민을 백성으로 대하는 통치와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만드는 정치. 그렇다보니 박 시장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는 것 아니냐고 하고, 박 대통령은 사람을 안 만나서 문제라고 한다."

난, 정치신인

▲ 오는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정대희

- 총선에서 자신이 가진 최대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짝수(2016년) 총선 때에는 항상 새로운 인물로의 후보 교체 요구가 많았다. 난 기득권에 얽매이지 않는 정치 신인이다. 80년대에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시대 흐름에 동참했고, 직장생활도 했다. 17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서민들의 요구를 귀담아 듣는데 단련됐다. 또 행정경험도 갖고 있다." 

- 국회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청년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 2010년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신신사유람단'을 구성해 유럽과 미국의 시민정치를 견학했는데, 대학생들이 미국 진보를 위해 토론하고 대안을 생산해서 정치에 반영하는 '캠퍼스 프로그레스'가 인상적이었다. 스펙 쌓기와 먹고사니즘으로 내몰린 우리 시대 젊음의 시간을 미래가 있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삶의 시간으로 바꾸는 정치가 필요하다."

그는 환경운동을 해왔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주제는 작년 12월12일에 체결된 파리 협정이다. 그동안 기후변화협약에서 빠지려고 애쓰던 선진국 대표 미국과 개도국 대표 중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2020년부터 적용될 파리협약은 어마어마한 국제 질서, 즉 경제, 사회, 문화 질서를 규정하는 협약인데 우리사회는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다"면서 자기 전공을 살려 "정치 영역에서 에너지 정치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운동 최전선

이번에 정치 초년생으로 입문한 그는 젊은 시절 한 때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현대중공업 해외기술 파트에서 일했을 때에는 "총각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고 했다. 연봉 2500여만 원선. 95년 경실련 환경개발센터에 입사할 때의 월급은 50만원. 그 마저도 6개월 뒤부터 일정 기간 동안 받지 못하고, 300만원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텼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에 다닐 때 인사동 포장마차에서 고갈비에 소주를 먹는데, 옆에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학원 보내는 문제, 입시 걱정, 17평 아파트에서 32평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좋아하는 모습들... 그런 삶도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그런 선택을 하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 후회하진 않았나?
"힘이 들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즐거웠다. 단, 2000년대 중반에 시민운동 위기가 찾아왔는데, 함께 일했던 선후배들이 시민운동판을 떠나는 것이 안타까웠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었는데 세상을 바꾸자는 꿈을 이어가지 못하는 게 가슴 아팠다. 그 때 결심했다. 시대적 요구를 수렴하고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민운동을 해야겠다고."

그 뒤 그는 환경정의 사무처장, 에너지 복지센터 대표이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집행위원장 등을 거치면서 시민운동의 최전선에서 뛰었다.

- 시민운동의 성과로 내세울만한 게 있다면?
"90년대 말과 2000년 초에 개발 광풍이 불었다. 관료와 개발업자, 토건회사, 즉 '난개발연대'의 힘이 엄청나게 셌다. 이에 저항해서 용인 죽전 택지개발 반대운동을 벌였고 이를 막았다. 대중들의 지지를 업고 한 운동이었기에 가능했다. 그 전만해도 환경운동 범주에는 쓰레기 줄이기 등 생활문화 운동이 중심이었는데, 도시와 난개발 문제로 확장시켰다. 지금은 보편화된 어린이들의 건강권 등도 환경정의가 앞장서 개척한 영역이다."

한 때 낙하산이었지만...

▲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박원순맨'으로 불린다. ⓒ 정대희

그의 뚝심은 시민운동판에서도 알아준다. 가령 이런 일도 있었다. 2000년 중후반의 가장 큰 사회문제는 실업이었다. 실업극복은 시대적 요구였고, 환경운동과는 무관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는 달랐다. 환경운동이 밥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 변환을 모색했다. 늘 반대만하고 고상한 운동이라는 인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지속가능발전위에 제안서를 보냈다. 환경과 고용을 살리는 '두 마리 토끼잡이'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지속가능발전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위원회에서 발제를 했다. 저소득층의 집수리 사업이었다. 지역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 주거를 개량하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일거삼득의 사업인데, 지금은 매년 정부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제도화했다. 

환경운동가였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건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희망캠프 기획조정실장 겸 사무처장을 맡으면서부터다. 그 뒤 희망서울 정책자문위원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사업운영본부장을 거쳐 2013년부터는 3년 동안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 그 때 보수언론이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게 약이었다. 더 열심히 했다. 박 시장도 시민운동가에서 행정을 책임지는 기관장으로 거듭났다. 박 시장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낙하산 인사'의 활약은 눈부셨다. 불과 1년 만에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행정자치부, 서울시 지방공기업 평가, 기관장 평가 등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행정조직 장악력과 시민서비스기관으로의 혁신이 최대 동력이었다.

"시설관리공단의 가장 큰 과제는 내부 혁신이었다. 서울시 시설물을 유지 관리하는 일에만 길들여진 분위기부터 깨야 했다. 위계 속에서 기계처럼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심는 일이었다."

"잔디가 시민보다 중요한가?"

그는 미래발전 기획단장을 맡아서 30년 청사진을 제시했고, 인재개발팀을 보강해서 전 직원들의 '라이프사이클캐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가로수를 베고 청소를 하면서 시설을 유지관리만하는 업무에서 시민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 중 한 개는 월드컵경기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일이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1년에 30번 축구경기가 열렸다. 1년 365일중에 320일을 놀았다. 내가 '왜 운동장을 놀리느냐'고 물으니, '잔디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혈세로 잔디를 관리하는데, 잔디가 시민보다 중요한가? 그들에게 '잔디는 소모품'이라고 말하고 다양한 행사와 100팀 이상이 참가하는 시민리그도 벌였다. 유치원생들도 넓은 잔디에서 뛰어 놀았다. 지금은 365일 중 혹한기 3달을 빼놓은 270일 중 절반은 운동장을 개방한다. 

이밖에도 어린이대공원에서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존재감 없는 조직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로 뛰었다."

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회 혁신가
▲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 정대희

샐러리맨에서 시민운동가로, 관료에서 이제 막 정치인을 선언한 그에게 물었다.

- <조선>은 더불어민주당이 '운동권 인사'를 영입했다는 비판조의 기사를 냈다. 정치권에 '운동권'이 필요한가?
"정부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해결할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는가? <조선>은 누구의 편인가? 지금 정치권에는 시민들과 호흡하면서 합리적인 판단과 비전을 제시한 시민운동가들의 꿈이 필요하다. 선진국 발전 동력은 건전한 시민사회다. 이들은 시민운동을 백안시하지 않고 건강한 조직으로 평가한다. 나는 회사원, 시민운동, 관료를 지내면서 나름대로 혁신을 해왔다. '운동권'이라는 틀로 나를 규정하지 말라. 사회혁신가라는 표현은 어떤가. 하-하-하." 

그는 <오마이뉴스>에 매달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료를 내 온 10만인클럽 회원이다. 가난한 시민운동가 시절부터 후원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언론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이 없다. 언론은 시민운동과 같이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주류 언론은 기득권층 목소리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마이뉴스가 시민들의 스피커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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