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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아파트는 왜 비싼가

"20평 새 아파트 1억원에 공급
그게 바로 우리가 사업하는 이유"
['헬조선'의 아파트⑥] 김병수 집쿱 추진위원장 "새집 싸게 지어 집값 잡겠다"

16.01.16 13:02 | 글:김동환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 김병수 집쿱 추진위원장. ⓒ 김동환

"비정상적인 지금의 집값을 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품질의 집을 확연히 싼 가격으로 시장에 계속 공급하는 것입니다. 지자체들이 의지만 보이면 저희가 비영리로 집을 짓겠습니다."

'싼값에 집을 짓는 건설사를 차리자'. 잠시 농담인가 싶었는데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는 책상 위에 쌓여있던 자료들을 풀어 세부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바로 주택협동조합 '집쿱(집coop)의 김병수 추진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출신의 시민운동가다. 20여 년 가까이 서민 주거운동을 해 온 그와 동료 활동가 여섯 명은 지난해 말 독특한 콘셉트의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시중 가격의 절반 이하에 공동주택(아파트)을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반값 아파트'를 가능하게 하는 비결은 공공택지다. 지자체가 보유한 자투리 땅을 장기 대여하고 그 위에 집을 지어 건물만 분양하겠다는 발상이다. 아파트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땅값 거품이 빠지니 20평 아파트도 1억 원 정도면 분양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김 위원장은 "지자체 수장들을 차례대로 만나고 있는데 우리 아이디어를 대체로 좋아한다"면서 "경기도 일부와 제주도가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표 '반값 아파트'로 집값 잡겠다"

- '반값아파트'라는 발상이 익숙하다.
"맞다. 이전에 이명박 정부 때 보수진영에서 나왔던 아이디어다. 재개발 지역 가보면 알지만 한국 집값은 대부분 땅값이다. 집 짓는 데는 얼마 안들어간다. 지방자치단체 땅을 50년 이상 장기로 빌리고 그 위에 집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게 우리 계획이다."

- 어떤 식으로 땅을 빌려서 집을 짓겠다는 건가.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현재 서울시가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 중인 삼성동 서울의료원 부지 면적이 총 3만 1544㎡(약 9558평)다. 준주거지역이니까 용적률 400%를 적용하면 여기에 전용면적 66㎡(20평)짜리 주택 2000개를 지을 수 있다."

- 비용은 얼마나 드나.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의 건축비를 분석해보니 평당 400만 원 정도가 원가더라. 우리는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해 450만~500만 원 정도면 매우 질 좋은 아파트를 지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평 짜리 주택이니까 분양가가 1억 원 정도인 셈이다."

- 빌린 땅값은 따로 지불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 월 임대료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짓느냐에 따라 임대료가 다른데 강남이라 공시지가가 높은 편인 서울의료원 부지는 월 36만 원 정도 내면 된다."

- 강남 이외의 곳은 월 임대료가 더 낮아지나.
"은평구 불광역 근처에 지어질 예정인 혁신타워 부지를 우리가 지을 경우 월 임대료는 15만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 건물 분양가 1억 원, 월 임대료 15만 원에 서울에 20평 아파트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긴가.
"그게 우리가 집쿡 협동조합을 만들어 이 사업을 하는 이유다."

- 그런데 지자체에서 그런 땅들을 빌려주겠나.
"서울의료원 부지의 매각 최저 입찰가가 9725억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이걸 우리에게 빌려주면 서울시는 땅을 그대로 보유한 채 매년 공시지가의 2%씩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임대기간 50년이면 4300억 원 정도의 임대료가 발생한다.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손해라고 보기 어렵고 시 입장에서는 주거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강남구 자곡동의 한 보금자리 주택. ⓒ 김동환

'새 집 싸게 나온다' 신호 분명하면 서울 집값도 잡혀

집쿱에 참여하는 주거운동가들의 목적은 단순히 서민에게 싼 값에 좋은 집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이 싼 값에 지속적으로 집을 공급하게 되면 종국적으로는 전체적인 서울 집값 안정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주변 가격의 절반 이하에 강남 세곡, 내곡 지역에 지어졌던 대규모 보금자리주택들은 실제로 주변 지역의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낮은 가격으로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어졌을 때 주택 가격이 안정됐다"면서 "아무도 그 일을 안 하니 우리가 협동조합 차려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20평 아파트 분양가가 1억 원이면 현재 시세에 비해 반값 이하의 가격이다.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가 행복주택 한다고 했을 때도 해당 지역에서 집값 떨어진다고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우려들에 일리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주택 주변에 일어났던 변화를 보면 실제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 2011년 전후에 강남 일대에 지어진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이 시세의 반값 정도였다.
"맞다. 세곡, 내곡 등 강남 보금자리 시범지구는 그린벨트를 풀어서 지었기 때문에 땅값이 거의 안 들어간 아파트다. 그래서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토지임대부건물분양 방식과 원가 구성이 비슷하다. 세곡동 25평 아파트가 당시 1억 6700만 원 정도에 분양됐다.

- 실제로 강남 보금자리 주택이 일시적으로 강남 아파트 가격을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오르지 않았나.
"그래서 지속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무주택자 실거주용으로 강남에 25평짜리 새 아파트가 1억 6700만원에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누가 몇 억씩 주고 아파트를 사겠나. 새 집이 싼 가격에 나온다는 신호가 분명하면 집값이 내려갈수밖에 없다."

-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겠나.
"아직 서초구 우면동이나 수서 등 서울 곳곳에 농지가 많다. 굳이 그린벨트를 풀지 않아도 도로와 도로 사이 짜투리땅 등 활용할 수 있는 국공유지가 많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가 얼마 전에 그린벨트 내의 짜투리땅과 수도권 농지도 뉴스테이(민간임대주택)용으로 풀어주기로 하지 않았나. 집 지을 땅이 부족하지는 않다. 싼 값에 집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 오죽하면 우리가 협동조합 만들어서 집 짓겠다 하겠나."

- 지방자치단체들 반응은 어떤가.
"시장, 도지사 등 단체장들은 우리 아이디어에 대부분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단체장이 긍정적이어도 그 아래 실무진들과 대화가 쉽지않다. 공무원들이 지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우리와 잘 공유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는 제주도다.

- 이유가 궁금하다.
"제주는 최근 3년동안 해마다 8000명씩 전입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많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데다 중국인들이 제주 땅을 다량으로 매입하고 있어서 전세나 연세(연단위로 내는 월세)로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제주도 측에서 집없는 원주민들이 최대한 집 걱정 없게끔 주택정책을 바꾸고 싶어한다.

▲ 김병수 집쿱 추진위원장. ⓒ 김동환

- 집쿱은 비영리 협동조합을 표방하고 있다. 운영 계획이 어떻게 되나.
"우선 지자체와 협의해서 집 지을 수 있는 땅이 확보되면 되는 곳부터 집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보다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국공유지가 많아 설득이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건설 단계가 시작되면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을 고용할 방침이다."

- 특별한 이유가 있나.
"대형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보통 2~3단계 이상 하도급을 준다. 하도급을 거치면 도급 업체들이 이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받는 돈은 줄어들고 전체 분양가는 높아진다.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직들이 건물을 짓다보니 전문성도 떨어진다."

- 지은 집은 어떻게 분양할 계획인가.
"집쿱은 주택 협동조합이니까 조합원이 우선 자격을 갖는다. 입주 후 10년 거주가 조건이고 그 후에는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도록 계약 조건에 명시할 계획이다. 불가피한 일로 10년 동안 거주가 불가능해지면 조합에서 다시 해당 주택을 사들여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 향후 목표가 있다면.
"LH 등 주택관련 공기업들이 싼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등 정상적으로 제 역할을 한다면 사실 우리같은 협동조합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그들의 역할을 대신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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