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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아파트는 왜 비싼가

"건설노동자 주급, 교사와 비슷한 게 당연"
['헬조선'의 아파트 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한국, 건설사만 이익보는 구조"

16.01.11 13:58 | 글:김동환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 김동환

"아파트라는 건물은 원래 한번 지으면 50년, 60년 이상 가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집 짓는 노동자들 임금을 후려치면서 빨리 지으라고 경쟁을 시켜요. 그러다 보니 건물이 대충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곳은 30년만 살아도 다시 지을 수밖에 없게 되죠."

그는 "아파트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공사현장이 대부분 마찬가지"라며 두툼한 손을 책상 위에 모은 채 어깨를 으쓱 올렸다.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표정이었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이다.

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의 1인당 하루 평균임금은 12만 1000원. 월평균 근로일수는 14.9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매달 세전 180만 원 정도를 벌어가는 셈이다.

건설판에 만연한 임금 체불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제로 가져가는 돈은 더 적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체 산업 종사자 중 건설업 종사자의 임금체불 비율은 12.6%였다. 2014년에는 이 비율이 23.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체불 금액은 전체의 12.1%에서 24.2%로 급증했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한 고강도 노동과 임금체불. 사실상 건설노동자가 꼼꼼하게 집짓기에 몰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한 이런 현실은 전반적인 건물의 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장 위원장은 "한 채에 수억 원씩 주고 아파트를 사는 소비자들이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며 "건설계에 적정임금 도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건설노동자 4명 중 1명이 임금 떼여... 헬조선이 여기"

-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한 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어떤가.
"경제가 많이 안 좋다는 것을 느낀다. 위원장 선거 나가고 성남 (구인센터) 같은 곳에 유세하러 간 적 있는데 새벽 4시에 이미 수백 명이 나와 있더라."

- 젊은이들이 쓰는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작년에 유행이 됐다.
"헬조선 하면 또 건설현장만큼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곳이 없다."

- 어떤 점이 그런가.
"일단 안정적인 생활이 안 된다. 한 달에 보름도 일하기 힘드니까. 근로기준법 거의 제대로 안 지켜지고, 하루 10시간 넘게 육체노동 하는데 시간외 수당 없다. 하루 평균 2건씩 산재가 터지고 월차수당은 당연히 없다. 대부분의 건설노동자들이 오히려 임금 떼일 걱정을 하면서 산다."

-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노동자들도 임금을 떼이나.
"노조는 그나마 좀 낫다. 전체 건설노동자는 200만 명 가량 되는데 건설노조 조합원은 2만 8000명 뿐이다. '건설기계', '토목건축','타워', '전기'의 4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 나름 건축 '기술'이 있는 분들이 노조에 가입이 되어있는 건가.
"그렇다. 그런데 우리 노조 평균 연봉이 2000만~3000만 원 정도다. 조합원 평균 연령은 50.6세니까 십수년 이상 일한 한 가정의 가장들이 연 수입이 3000만 원이 안 된다는 얘기다. 하루 '노가다' 하는 분들은 대부분 노조원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 왜 이렇게 임금이 적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불법 하청과 최저가 낙찰제다. 국가가 붙인 과도한 경쟁에 건설 자본은 이익을 가져가고 건설 노동자만 죽어나는 구조다."

▲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 김동환

"빚지는 게 생활, 정부가 의지 보여야 달라질 수 있다"

통상 한국의 건설현장은 발주처가 발주를 하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종합건설회사가 입찰을 해서 가장 적은 금액을 적어낸 회사가 시행사를 맡는다. 종합건설사는 토목, 설비 등 분야별 전문건설업체인 1차 하청업체에게 공사를 맡긴다. 여기까지가 합법이다.

그러나 1차 하청업체에서 건설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일은 드물다. 대부분 2차 하청업체를 통해 사람을 쓴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3차 이상으로 하청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최저가 낙찰 방식이기 때문에 시행사에서는 인건비를 넉넉히 책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불법 하청을 거치면서 각 하청사가 제각기 수익을 남기기 때문에 건설노동자 임금은 한 단계마다 10~20%씩 '까인다'.

- 정부가 정한 2015년 하반기 건설 노동자 노임단가표를 보니 형틀목공 같은 경우는 하루 8시간 일하면 15만 2831원 받는다고 나와 있다.
"웃음만 나온다.(웃음) 공사장마다 다르지만 거기서 최소 20~30%는 깎인다고 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덤프트럭을 몰았는데 덤프 25톤 표준품샘이 120만 원 정도다. 발주처는 여기에 맞춰서 발주를 한다. 그런데 이게 하도급을 두 번쯤 거치게 되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50만 원도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 반 이상 못 받았다는 건가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뻔하다. 관리비와 공사대금은 줄이는데 한계가 있으니 인건비를 깎는 것이다. 인건비를 깎는 방법은 돈을 적게 주는 게 있고, 사람을 적게 쓰는 게 있다. 10명이 들어가야 할 공사 현장에 7명을 쓰는 거다."

- 그럼 노동강도가 높아지지 않나.
"거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거기서 하루 할당량을 정해주는 식으로 경쟁을 또 시킨다. '야. 오늘 이만큼 해놓고가' 하는 식이다. 그렇게 1년짜리 공사가 7개월 정도로 당겨지는 걸 본 적이 있다. 진짜 황당한 건 이렇게 일을 시켜놓고 2차 하청업체가 임금을 안 주고 잠적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나.
"빚을 질 수밖에 없다. 빚 안지면 생활이 안 된다. 덤프 같은 경우는 장비가 필요하니까 시작할 때 빚을 져서 자동차를 사는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처음에 진 그 빚을 갚을 수가 없다. 저축은 정말 꿈꾸기 어렵고."

▲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 ⓒ 김동환

- 공사기간을 그런 식으로 줄이면 부실공사 우려는 없나.
"당연히 부실공사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정부 때 아파트 200만호 지었잖나. 그때 현장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우스갯소리로 '이제 곧 (건물이) 자빠질거다'는 얘기 많이 한다."

-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시멘트를 이용해서 아파트를 짓는데, 이게 굳으려면 걸리는 시간이 있다. 정상적으로는 2년 이상 걸리는 걸, 공기 단축을 위해서 실질 공사 기간 1년 반만에 지으면 오래 쓸 수 없는 건물이 된다. 아파트는 원래 한번 지으면 50~60년 이상 쓰는데 요즘 아파트는 30년만 넘으면 각종 하자가 쏟아지지 않나. 결국 아파트 소비자들이 다 뒤집어쓰는 셈이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업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점점 많이 쓰고 있다. 광주나 전남 현장에 가보면 100명 중 80명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일당이 한국 노동자의 2/3 수준으로 싸니까.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 그만큼 작업에 하자가 발생하기 쉽다."

- 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나.
"건설 노동자들이 수년 전부터 주장했던 것이 적정임금제 도입이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나라가 건설노동자의 적정 임금선을 정해주는 것이다."

- 미국 같은 경우는 건설노동자 주급이 교사, 공무원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나라는 그게 굉장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루 8시간 성실히 몸써서 일하면 중산층이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우리나라도 건설노동자들이 중산층이 되면 청년일자리 문제나 양극화가 상당히 빠르게 해소될 것이다."

- 임금체불이나 불법 하청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실 적정임금제 도입을 정부에서 검토했었는데 결국 잘 안 됐다. 노조에서는 건설사들의 이익문제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만약 적정임금제를 도입할 정도로 정부에서 건설노동자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지금 횡행하는 임금체불, 불법 하청도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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