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10만인 리포트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꼬마 앵커에 어르신 촬영감독, 이런 게 '마을방송'
[꿈틀버스 6호차-서울시 성북구③] 마을주민이 만드는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

16.01.10 17:00 | 글: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손병관쪽지보내기

지난 11~12일 서울시 성북구로 꿈틀버스 6호가 달려갔습니다.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탑승객들은 성북구서 아파트 전기요금을 낮춰 경비원 임금을 높인 석관두산아파트, 주민참여가 활발한 새날도서관, 마을이 함께하는 정릉시장, 이웃을 만나는 장수마을,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주민이 만드는 방송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등을 차례로 누비며 마을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잊고 지내던 사람을, 외면했던 이웃을 만났습니다. 공동체 복원의 희망씨앗이 싹 트고 있었습니다. [편집자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정말 좋겠네~"

노랫말은 종종 현실이 된다.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가 그 증거다. 마을 주민이 텔레비전 속 주인공이다. 브라운관 밖에서도 마찬가지. 촬영부터 편집까지 죄다 마을 주민의 몫이다.  이들의 모토는 이렇다.

'모든 주민은 앵커다'

'UFO'에 실은 다락방 방송의 꿈

▲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만드는 방송은 마을 주민이 텔레비전 속 주인공이다. ⓒ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꿈틀버스의 2015년 마지막 종착지는 서울시 성북구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오마이뉴스 마당집 앞.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아 떠나는 꿈틀버스 6호의 엔진 시동이 켜졌다. 서울 시내를 가로질러 다다른 목적지는 성북구 아리랑로 82번지. 성북마을 미디어센터 앞이다. 숨 가삐 내달린 엔진이 고요해졌다.

백발의 어르신이 카메라를 잡았다. 때론 마이크 앞에 앉기도 한다. 키 작은 꼬마 앵커가 낭랑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고 아빠들의 수다와 엄마들의 호박씨가 전파를 탄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도, 시선을 끌 유명인사도 출현하지 않는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낼 뿐이다. 이름하야 '다락방 방송'.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꿈꾸는 미디어다.

다락방(多樂方)을 풀이하면 이렇다. 다(多)는 나와 너, 우리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방송, 락(樂)은 유쾌하고 발랄하게 마을을 풀어가는 방송, 방(方)은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참여하고 공유하는 방송을 뜻한다. 영어로는 'UFO'다. 유 미디어<U media>, 퍼니 미디어<Funny media>, 오픈 미디어<Open media>의 첫 글자를 땄다.

낱말에 가치를 담았다면, 숫자는 역사를 말한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 한복판에 성북마을방송 '와보숑TV'가 개국했다. 2년 뒤에는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 설립되고 같은 달, 라디오 와보숑 FM까지 개국했다. 그동안 쌓인 영상물도 만만치 않다. 성북마을뉴스 60편, 마을포커스 17편, 아빠들의 수다 6편, 라디오 공개방송 5편, 언니들의 호박씨 3편 등 총 200여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알았을까. 김현미 대표가 말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재미있는 일을 찾아 헤매던 중 미디어교육을 받았다. 운 좋게 교육 후 만든 영상이 익산시민영상컨텐츠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 했다. 다들 신이 났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우리 이야기를 우리가 직접 전달하는 미디어가 필요하단 것을 알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시대다. 이웃을 찾아주는 방송이 되고 싶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으나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아래 영상을 플레이(▶Play) 해보자. '와보숑TV'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여주는 영상이다.



호주머니를 털고 발품을 팔아 일하는데 즐겁다. 무엇인가 열중한 나머지 밤을 꼬박 샜는데, 눈은 초롱초롱하다. 미디어협종조합 '와보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한 일들이다.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쌀이 나오는 일도 아닌데 왜 이럴까. 김현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살이는 먹고살기 바쁜 일상이다. 동네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일 조차 쭈뼛거리게 한다. 옆집이 아니어도 동네주민이 아니어도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이웃이 있다면 어떨까. '와보숑'에서 참여하는 것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이웃을 만나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는 일이다."

"마을주민들과 지역공동체 활동은 조금씩 어설프고 가진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와보숑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민들이 만들고 싶은 공동체를 현실에서 마주한다. 새로운 상상으로 공동체의 구체적인 모습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은 희망을 보기도 한다. 타인의 불행을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공감도 커진다. 마을미디어가 잘 될수록 공동체는 살아난다."

장남순(73) 어르신은 삶이 달라졌다. 그는 와보숑의 최고령 촬영감독이자 앵커다.

"인생을 다시 사는 기분이다. 와보숑은 내게 활력소다. 스마트폰에 중독됐고 마을이야기에 푹 빠졌다. 무엇보다 이웃을 만나는 게 재밌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지금은 그렇지 않으나 옛날엔 서울에서도 옆집, 뒷집 다 아는 사람이었다."

이웃을 만나고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는 방송.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방송은 어떨까.  다음은 두 사람이 손꼽은 가슴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졌던 일명 '자뻑 영상'이다. 기자의 짧은 평을 달면 이렇다.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으나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마을방송에는 주민들의 얼굴과 인생이 있다"

▲ 서울시 성북구의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주민들이 영상, 라디오, 영화, 신문, 잡지 등을 직접 제작하고 공유, 유통시킬 수 있도록 교육 및 시설, 장비, 컨설팅, 콘텐츠 유통망 등을 지원한다. (사진은 꿈틀버스 6호 탑승객들이 센터를 방문해 기념 촬영한 모습) ⓒ 정대희

미디어는 이웃을 잇는 징검다리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가까운 이웃의 소식을 담으니 공동체가 꿈틀거렸다. 마을 밖 일이 아니라 마을 안 소식에 귀 기울이니 데면데면했던 주민 사이가 친근해졌다. 유리벽이 허물어지니 주민과 주민, 이웃과 이웃의 거리가 좁혀졌다.

주민들의 열정만 갖고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방송은 시설과 장비가 필요하고 라디오까지 하려면 별도의 녹음공간까지 갖춰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일이고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했을까. 비밀을 풀어줄 열쇠는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 있다.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는 성북구청이 주민들의 마을미디어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성북구는 문화정책과 프로그램, 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센터를 설립했다.

구체적으로 돕는 일은 이렇다. '와보숑TV'는 마을방송스튜디오에서 매회 공개방송으로 녹화를 한다. '와보숑FM'도 바로 옆, 라디오 부스를 녹화 때마다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성북마을미디어방송 '와보숑' 또는 '성북구청 성북마을TV'를 통해 유통된다.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지원하는 일이다. 센터는 교육과 마을미디어를 잇는 네트워크 역할도 한다.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늘 왁자지껄한 이유다.

그렇다면, 지상파에 종편까지. 텔레비전 채널이 늘어난 시대, 마을방송은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김현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주류방송과 종편 등은 경악할 사건 사고, 자본과 권력 중심 뉴스 또는 소위 막장 드라마, 상업목적의 한류 등 현재의 내 사람과 동떨어진 쇼윈도 방송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일자리가 없는 청년, 은퇴 후 외로운 어르신, 학교에 갇힌 청소년, 고용불안과 가장이라는 등짐을 지고 있는 아버지, 육아와 가사노동에 지친 어머니 등은 포커스가 아니다."

"마을방송에는 동네에서 자신들의 삶을 풀어가는 주민들의 얼굴과 인생이 있다. 이런 저런 사연과 삶이 얽혀있는 동네에서 다른 듯 같은 삶의 맨살을 드러내어 부족하고 넘치는 것을 발견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기능을 한다." 

꿈을 이야기하는데, 생존을 먼저 물은 기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서울시 성북구에 가면, 공동체 복원을 위해 미디어로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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