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대전 하면 성심당? 크게 잘못 아셨습니다

10만인 리포트

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대전 보물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이 사람들"
[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마지막. "유랑의 길에서 만나요"

16.01.02 12:21 | 글:심규상쪽지보내기|편집:손지은쪽지보내기

▲ 세월호 추모제 현장에서 우금치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우금치

지금은 사라졌지만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대전역 앞 공터는 넓은 광장이었다. 만남과 이별의 장소였고, 민주화를 바라는 시민들에겐 표현의 장이자, 항쟁의 장소였다. 정부에 대놓고 따져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시민들은 대전역 광장에 모였다. 농민, 노동자, 학생 집회, 시민대회도 십 중 여덟아홉은 역 광장에서 열렸다.

마당극패 우금치(아래 우금치)를 처음 만난 장소도 이곳이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처럼 집회 때마다 우금치가 있었다. '충남문화운동협의회'에서 활동하던 일부가 나와 1990년 9월 '우금치'를 발족했다. 팔팔한 청춘들이 마당극에 생을 던진 날이기도 하다. 직업 배우들이 열일 제쳐놓고 '선전대'를 자처했다. 문화예술을 무기로 변혁운동을 그렇게 감당해 냈다.

우금치는 역 광장에서 행사가 열릴 때면 짧은 상황극으로 시민들과 대면했다. 집회와 시위를 하게 된 이유를 몸짓과 대사로 알기 쉽게 풀어냈다.

농민의 마지막 농사는 아스팔트 농사여!

▲ 창립 후 첫 작품인 농촌 마당극 <호미풀이> ⓒ 우금치

당시 우금치는 전국 농촌을 다니며 농민과 함께했다. 낮에는 논두렁과 시장통에서 농민의 마음을 풀어주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는 마당극을 공연했다. 밤이면 낮에 만난 그들의 사연을 덧붙여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창립 후 첫 작품인 농촌 마당극 <호미풀이>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후속작 <아줌마 만세>도 빚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을 해학과 춤, 소리로 엮었다. 지금까지도 농촌 마당극 연출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70여 회 초청공연으로 우금치를 전국 수준의 마당극패 반열에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관객이 알아보기 마련이다. 민족예술상(민족예술인총연합), 전국민족극한마당 최우수작품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이후 풍자와 해학의 소재가 다양화됐다. 작품도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필자가 좋아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 이야기>는 당금애기, 삼신할망, 북두칠성 이야기 등 한국의 고전소설과 설화를 현대감각으로 재구성했다. 가족마당극 <쪽빛황혼>은 국립극장 야외 마당극 공연 사상 최대 관객을 동원한 기록을 남겼다.

젊은이가 노인이 되는 과정,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우리 고유의 가락을 가미해 형상화했다.

취재 현장에서 접한 우금치의 역량은 한마디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역의 새로운 축제 문화를 창조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우금치가 마을 주민과 어울려 만든 <산내 공주말 디딜방아 뱅이>, <무수동 산신제>는 해당 지역의 대보름행사로 깊이 뿌리내렸다. 매년 계족산에서 치르는 무제도 지역 단오 축제로 정착했다.

돈벌이에 쏠린 축제 문화를 공동체를 복원하는 놀이로 뒤바꿔 놓은 것이다.

'세월호 집회' 현장에서 우금치와 만나다

2014년 5월 16일. 세월호가 가라앉은 지 한 달째 되는 날. 대전도 침울한 분위기였다. 그 날 서대전 시민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넋여'(상여)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넋여를 메고 온 이들은 우금치 단원이었다. 넋여에 매달린 하얀 종이가 바람에 흔들렸다. 무대 앞에는 큼지막한 연꽃송이 속에 서글픈 아이들의 얼굴이 담긴 그림이 내걸렸다. 연꽃이 뿌리 내린 곳은 부패한 우리 사회다.

우금치 배우들은 몸짓으로 노래로 바닷속에 갇힌 아이들의 넋을 불러 모았다. 어딘가에 맺혀 있던 슬픈 멍울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시민들도 흐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몰랐다. 두 시간 가까운 행사가 훌쩍 마무리됐다.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민들은 대전역 서광장까지 1.8km를 행진했다. '잊지 않겠다'고 외쳤다. <거위의 꿈>을 합창했다.

한참 뒤에서야 뒷얘기를 들었다. 행사 준비에서부터 끝까지 우금치가 주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그런데도 이름을 내세우기 꺼렸다는 것도.

앞서 우금치는 참사 직후인 5월 1일, 대전에서 처음으로 희생자추모위령제 '미안합니다'를 주관했다. 추모공연은 물론 준비위 구성부터 기금모금, 진행 등 행사 전반을 주도했다. 1주기 추모제 때도 열 일을 제쳐 놓고 시민들 앞에 섰다. 우금치 사람들의 마음결이 그대로 묻어났다.

치과 의사, 그는 왜 '별별마당' 건립 추진위원이 되었나

▲ '별별마당' 공사현장 ⓒ 우금치

치과를 운영하는 신명식 원장은 10여 명으로 구성된 '우금치 문화예술공간 건립을 위한 시민추진위원단'의 일원이다.

그는 우금치가 창단하던 해에 대전에서 치과를 개업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금치 단원들을 술자리에서, 공연장에서 쭉 지켜봐 왔다. 그는 "대전의 보물을 꼽자면 그중 하나가 '우금치'"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는 서구 연극과 다른 독특한 마당극이 있어요. 마당극이 한국을 대표하는 극 장르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상설 마당극장 '별별마당'이 대전과 한국을 대표하는 마당극 실험센터가 됐으면 합니다."

그는 기꺼이 추진위원이 된 이유를 부연 설명했다.

"우금치는 25년 넘게 민족예술판을 지켜온 전국에 몇 안 되는 극단입니다. 이런 마당극패가 있어 다행입니다. 21세기에 조응하는 민족예술단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훈련도 하고 공부도 하는 별별마당이 꼭 필요해요. 별별마당이 꾸며지면 대전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문화발전에도 틀림없이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학교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의 바람은 잡무에서 벗어나 수업에만 전념하게 해달라는 거다. 우금치 단원들은 죽을 때까지 다른 걱정 안 하고 공연과 작품 고민만 하는 게 소원이다. 새로운 표현 양식을 만들고, 또 다른 금기를 찾아 깨트리는 거다.

그 소원이 별별마당 건립 후원 모금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10주간의 스토리펀딩은 이번 화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별별 마당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스토리 펀딩을 마치며] 유랑의 길에서 또 뵙겠습니다
- 우금치 예술감독 류기형-

▲ 쉽게,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 우금치

숲 속에서 홀로 헤매고 있었습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돌아서 다시 나오다 보면 있던 길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눈앞엔 나무 또 나무….

'이 길이 아닌개벼?' 걸음걸이를 재촉해보기도. '아니 걸음걸이를 바꿔볼까?' 새롭게 한 발 두 발. 쉽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익숙한 걸음으로 돌아오려니, 내 걸음도 잊어버렸습니다. 날은 점점 저물어가고, 공포의 울부짖음이 몰려옵니다.

이제 숲은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망연자실 주저앉았습니다. '이 일을 워쩐댜? 일 난겨!' '괜히 숲으로 들어왔구나...'.

고개 들어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검푸른 하늘이 보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하늘에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갑니다. 좋은 일, 나쁜 일, 좋은 일, 나쁜 일, 좋은 일 …그리고 지금은 절망. 절망이 원망 되고 원망이 북망이 되려는 찰나, 저 검은 하늘 끝에 반짝이는 불빛이 보입니다. 별입니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별 넷….
저마다 고유한 별빛이 하늘을 채웁니다. 아름다운 28수의 별자리를 만들어갑니다. 동, 서, 남, 북. 별자리가 방향을 일러줍니다.

"大樂必易 大禮必簡(대악필이 대예필간) "- 공자, 『예기』-
(가장 위대한 예술은 반드시 쉽고, 가장 훌륭한 예절은 반드시 간단하다.)

마당극을 만들며 되새기고 곱씹는 말입니다. 우금치의 마당극은 '반드시 쉽다'를 지향합니다. 내용도, 방식도 언제나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즐깁니다. 삶과 시대정신을 반영합니다.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다'라는 말을 오래오래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당극은 '진실 찾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의 진실의 빛은 28수 별빛처럼 세상의 숲 속에서 길을 밝히는 희망의 빛입니다.

이제 우금치는 별빛을 등에 지고 또다시 '진실 찾기'를 시작합니다. 힘을 잃어 지친 이에게 용기를 주는 작지만 짙은 향기 풍기는 풀꽃이 되고자 합니다.

마당극패 우금치에 깊은 애정과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우금치의 별입니다. 희망의 빛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빛의 향연에 황홀했습니다.

끝없는 유랑에 여러분이 함께 있어 두렵지 않습니다. 여러분! 길 위에서 또 뵙겠습니다.

* "작은 글도 어렵네요. 그동안 글을 쓰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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