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주인만 2천명, 이런 집은 처음이다

10만인 리포트

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살아 있어 고마워, 해피 크리스마스"
<소년의 눈물> 후원자들이 만들어 준 소년희망공장과 함께 한 크리스마스

15.12.25 15:37 | 글:조호진쪽지보내기|편집:최은경쪽지보내기

신정동 뚝방 판자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울했습니다. 노점상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주기엔 삶이 늘 위태로웠고 엄마는 안 계셨습니다. 베들레헴 구유에선 가난한 목수의 아들 예수가 태어났고 호롱불 어두운 판자촌에선 슬픈 성탄절이 모로 누웠습니다.

동네 친구들은 교회도 다니지 않으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로 몰려갔습니다. 주기도문이 뭔지도 모르면서 선물을 챙겨오는 것에 대해 저는 염치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들 교회에 갈 때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저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게 인사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아이들을 더 초라하게 만듭니다. 크리스마스는 가난한 연인을 더 구슬프게 만듭니다. 크리스마스는 슬픈 이웃들을 더 아프게 만듭니다. 선물을 받지도 못하고, 선물을 주지도 못한 채 전쟁 같은 삶에 끌려다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할 수 있을까요?

선물 주고받는 사람들!
캐럴 부르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
축복과 축하를 맘껏 누리는 사람들로 인해
더 슬퍼하고 더 서러운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박용호 경위와 소년들의 해피 크리스마스... 익명의 산타클로스 후원

▲ 익명의 산타가 선물한 운동화를 들고 기뻐하는 박용호 경위와 소년들. ⓒ 조호진

<소년의 눈물> 후원자들이 만들어 준 <소년희망공장추진위원회>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소년들과 함께했습니다. '소년희망공장과 함께하는 해피 크리스마스'에는 <소년의 눈물> 10화 주인공인 인천남동경찰서 박용호 경위와 박 경위의 제자인 무도관 소년 13명이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1월 유도보급회(대표 이상철) 주최로 열린 전국유도대회에 출전해 강준혁(중3) 금메달, 김동인(중3) 은메달, 전영하(중3), 강준서(중1)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것은 사부의 땀과 헌신에 의한 결실입니다. 이처럼 기쁜 소식도 있지만 가슴 아픈 소식도 있습니다.

무도관 신입 여학생 주희(가명, 중1)가 최근 고층 아파트에서 자살 소동을 벌였습니다.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난간에서 경찰 타격대와 형사와 대치하던 주희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사부 박용호 경위 때문이었습니다. 난간에선 내려왔지만 주희가 살아갈 학교 밖 세상은 아득한 벼랑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 경위가 소녀 곁에 있다는 것입니다.

해피 크리스마스에는 멍게, 서창동 왕제비, 작은거인, 왕코, 머털이, 작전동 왕모기, 만수동 까시, 간석동 하리마오, 구월동 불곰, 만수동보스 등의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불우소년들이 참석했습니다. 학교폭력과 비행으로 학교는 물론 부모들도 포기한 아이들이었는데 박용호 경위를 만나면서 꿈이 생긴 아이들입니다.

▲ 고급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소년들과 소년들에게 "살아줘서 고맙다!"고 격려한 이기철님.(맨 우측 여성) ⓒ 조호진

소년희망공장에선 임창건 위원장과 문자평 위원,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아래 어게인) 최승주 대표, 두현호 사무국장이 참여했습니다.

해피 크리스마스는 익명의 산타클로스로 인해 풍성해졌습니다. <소년의 눈물> 12화를 통해 미혼모 분유 돕기를 시작한 한 IT업체 대표는 매월 100만 원 상당의 분유를 익명으로 후원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아기를 키우는 아빠라고 밝힌 착한기업 대표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어게인에도 성탄 후원금 100만 원을 보내왔습니다. 

광고회사에 근무한다는 익명의 후원자는 소이캔들(양초)을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40만 원을 어게인에 후원했고, <소년의 눈물> 후원자인 'jo'님은 비행소년들을 돌본 박용호 경위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면서 아이들에게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주라고 20만 원을 어게인에 후원했습니다.

"맘에 드는 신발 맘대로 골라!" 아이들은 신났다

▲ 크리스마스 선물로 운동화를 고르는 소년들. ⓒ 조호진

24일 인천 남동구의 한 신발 매장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맞았습니다. 선물을 사주려는 부모와 아이들로 붐비는 매장에 흥분한 표정의 소년들이 떼로 들어왔습니다. 박용호 경위의 제자 13명입니다.

익명의 산타 심부름을 하는 어게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운동화를 사주려고 하자 주희는 "생전 처음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좋아했고, 왕코를 비롯한 소년들은 "캡 좋아요!"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습니다.

박용호 경위는 식사 대접만도 미안하다며 신발 선물을 사양했고, 어게인 최승주 대표는 익명의 산타가 주는 선물이니 받으라고 실랑이하다 결국 신발 매장에 왔습니다. 그럼에도 박 경위는 제자들에게 "너무 비싼 운동화는 고르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 경위 곁에 있던 최승주 대표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아, 돈 걱정 말고 맘에 드는 신발 맘대로 골라~!"

고급 운동화를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종종 사봤어야 쉽게 고르죠. 1시간 가량의 땀나는 씨름 끝에 신발을 골랐습니다. 고급 박스에 신발이 담기자 소년들의 입은 귀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있었을까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방에 박혀서 우울한 성탄절 전야를 보냈는데 이날은 운동화 선물을 받은 데다 고급 음식까지 먹게 됐으니 생전 처음 맞는 해피 크리스마스입니다.

음식을 예약한 곳은 허브향기 가득한 고급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식탁에는 등심, 안심, 살치살 세트와 피자, 스파게티로 구성된 스페셜 메뉴가 놓여졌습니다. 가난한 경찰이 박봉을 털어 사준 음식은 순대국밥이었으니 고급 음식을 받아든 소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만 게 눈 감추듯 음식을 먹어 치우고는 아쉬워했습니다. 먹성 좋은 소년들은 돈가스를 추가로 먹고 나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날 해피 크리스마스에는 학교폭력으로 자녀를 잃은 이기철님이 함께 했습니다. 이기철님은 아이들에게 "힘든 환경인데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줘서 고맙다"며 엄마처럼 아이들의 음식을 챙겨주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소년(중3)은 유독 맘에 걸렸습니다.

2015년 12월 24일 저녁은 자녀를 가슴에 묻은 엄마가 세상의 아프고 힘든 아이들에게 "용기 있게 살아다오,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다오!"라는 성탄 메시지를 선포한 날입니다. 성탄절은 예수가 탄생한 날입니다. 힘들어도 살아야 하고, 괴로워도 태어나야 합니다. 슬픔이 아주 없진 않지만 엄마와 소녀, 소년들과 망치형사는 해피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했습니다.

"살아줘서 고마워! 해피 크리스마스!"

리워드 시집 <소년원의 봄>... "시집 내용들이 많이 아프네요"

▲ <소년의 눈물> 후원자에게 보낸 <소년원의 봄> ⓒ 조호진
지난 11월 6일 <소년의 눈물> 연재가 종료됐습니다. 그 이후 소식을 전합니다. <소년의 눈물> 리워드인 제 시집 <소년원의 봄>과 책 속 시 '누군가'를 액자로 제작해 지난 15일 후원자에게 보냈습니다. 아픈 소년들과 아픈 인생을 담은 시집인데도 감사하게 받아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시집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시집 내용들이 많이 아프네요…ㅠ" (허브향님)

"보내주신 액자와 시집을 잘 받아보았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허구가 아닌 살아있는 글의 내용들이 와 닿아서 참 좋습니다. 잘 읽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더 좋은 일에 더 많은 글로 위로와 사랑과 격려의 힘이 되어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김미경님)

"요즘 제가 마음이 몹시 힘든 때였는데 보내주신 시집을 읽으면서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있는데, 저의 마음의 고통은 투정처럼 여겨지더군요. 그래서 저도 힘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엄재숙님)

따뜻한 사람들은 성의껏 후원하고도 미안해합니다. 좀 더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입니다. <소년의 눈물> 후원자 중에 그런 분이 제법 많습니다.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와 김응교 숙명여대 국문학과 교수가 그런 경우입니다. 후원하면 시집과 액자를 보내고 받기로 약속했음에도 리워드 받는 걸 미안해합니다. 두 분의 교수는 저와 친분이 있기에 이런 사정을 파악하고 뒤늦게 시집과 액자를 보냈습니다만. <소년의 눈물> 후원자 여러분! 리워드 받을 주소를 이메일(teen@again.or.kr)로 보내주세요. 주소가 있어야 시집과 액자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 14일 가톨릭청년회관 니꼴라오홀에서 리워드 시집 <소년원의 봄>(도서출판 삼인)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소년의 눈물 후원자를 비롯해 소년의 눈물에 등장한 주인공과 소년원 출신 등 1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가수 이지상의 축하공연과 시낭송 등의 이어지면서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엄마 후원자 "엄마 없는 소년 면회하고 영치금 넣어주고 싶어요!"

▲ 2015년 12월 14일 가톨릭청년회관 니꼴라오홀에서 열린 <소년원의 봄> 출간기념 북콘서트 장면. ⓒ 조호진

28세 아들과 25세 딸을 둔 가정주부 엄재숙님께서 최근 이메일을 최근에 보내 왔습니다. 엄재숙님께서는 면회 올 누구도 없는 소년들이 가슴 아프다고 했습니다. 엄마 없는 소년원 아이를 돌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님의 마음이 성탄의 기쁜 소식입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소년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현실적으론 용기가 나질 않고 과연 나 같은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지금도 용기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조심스럽게 기자님께 상담을 드려봅니다. 소년원의 한 아이와 결연을 맺어서 그 아이가 출소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 정도 면회를 가고 영치금을 넣어주고 싶은데 가능할지요.

아이들이 면회 오는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의 모자란 마음으로라도 그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민의 삶이라 영치금을 많이 넣지는 못하겠지만 면회를 통해서 마음의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엄재숙 드림"

엄재숙님은 한편으론 "제가 과연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버려지고 상처를 입은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안아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안아주어도 잘 안기지 않으니까요. 안겨 봤어야 안기니까요. 엄재숙 후원자님의 고민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이를 키우실 때 실수도 하고, 어려움도 겪었지만 이렇게 잘 키우신 위대한 엄마이십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소년들에겐 크나큰 위로와 용기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랑이니까요. 그 사랑이 소년들을 살리면서 자녀들과 가정을 행복과 평안의 지대로 만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희 가정이 그런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 소년의 눈물 후원자에게 보낸 조호진 시인의 시 '누군가' 액자 ⓒ 조호진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