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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동네 중심에 도서관이 딱! 사람들이 달라졌다
[꿈틀버스 6호차-서울시 성북구①]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 이어주는 새날도서관

15.12.22 21:43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지난 11~12일 서울시 성북구로 꿈틀버스 6호가 달려갔습니다.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탑승객들은 성북구서 아파트 전기요금을 낮춰 경비원 임금을 높인 석관두산아파트, 주민참여가 활발한 새날도서관, 마을이 함께하는 정릉시장, 이웃을 만나는 장수마을, 대안교육공간 민들레, 주민이 만드는 방송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 등을 차례로 누비며 마을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잊고 지내던 사람을, 외면했던 이웃을 만났습니다. 공동체 복원의 희망씨앗이 싹 트고 있었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시 성북구 종암로 98-8 종암주민센터의 4·5층은 새날도서관이다. 이곳은 도서관 역할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을 맺어주는 매개체이다. ⓒ 정대희

"동네 어디서든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에 닿는다."

서울시 성북구 종암동 새날도서관 김맑음 관장의 말이다. 사실일까. 도서관 소모임 발걸음의 정미림 회장은 "5분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신지원 책동무 회장은 "2분 거리"라고 답했다.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는 "10분"이라고 말했다. 정말 동네 어디서든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이다.

걸어서 10분 도서관, 엄마가 달라졌다

▲ 서울시 성북구 새날도서관은 동네 중심에 있다. 종암시장이 불과 100미터 안팎이고 바로 옆에는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종암로이다. 동네 어디서든 걸어서 10분이면 도서관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맑음 관장,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 정미림 발걸음 회장, 신지연 책동무 회장. ⓒ 정대희

지난 11일 꿈틀버스 6호가 서울시 성북구로 향했다. 목적지는 새날도서관. 종암동주민센터 4·5층에 있다. 동네 중심에 들어선 도서관이다. 종암시장과는 불과 100미터 안팎이고 바로 옆에는 출퇴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는 종암로가 뻗어있다.

한적한 산기슭이 아니다. 동네 변방도 아니다. 누구나 하루 한번쯤 지나가는 길목에 도서관이 있다. 비탈길을 오르거나 버스를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출근길에, 등하굣길에, 장 보러가거나 산책하는 길에 도서관이 있다.

"그게 뭐가 중요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동안 누구도 어디에 있는가는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으려면 "그게" 중요하다. 하루 한 번 꼭 지나쳐야 습관이 된다. 정미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오가는 길에 어느날, 우연히 도서관을 발견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작고 아기자기한 도서관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날 관장실 문을 쾅쾅 두드리고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마음에 품었던 이야기를 풀어놨다. 지금은 도서관에 살다시피 한다."

집 근처 도서관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의 말이다.

"동네에 도서관이 없어 아이들과 택시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다녔다. 돈도 돈이지만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 번 가면, 책을 한 다발 빌려와야 하고 또, 가서 반납해야 했다. 새날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집처럼 드나든다."

때때로 책을 읽거나 빌리는 공간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신지원 회장은 좋은 사례다.

"독일에서 10여 년간 이민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학원이 아니면 함께 어울릴 공간이 없는 문화였다. 이해할 수도, 적응할 수도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책 쌓기 놀이를 하다가 집 앞에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놀이장소도 바뀌었다. 아이들도 도서관을 다니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해 갈등을 푸는 방법을 배웠다."

문 열어두니 알아서 척척! 가족이 달라졌다

▲ 지난 11일 꿈틀버스 6호차가 찾아간 서울 성북구 새날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보고 있다. ⓒ 정대희

"겨울에도 문을 열어둔다."

김맑음 관장의 말이다. 새날도서관장실의 전통이다. 2011년 도서관이 들어선 뒤 한 번도 관장실 문이 닫힌 적이 없다. 누구나, 언제든지, 쉽게, 소통하기 위해서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정미림·신지원 회장도 "문이 열려서" 관장실로 들어왔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소모임 '발걸음'과 '책동무'를 만들었다. 친목모임으로 시작된 두 소모임은 2013년부터 성북구의 지원을 받는 마을만들기지원단체와 마을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주민들이 이룬 성과다. 때론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이끈다.

'책동무'는 독서모임이다. 온 가족 책읽기에 뜻을 모은 이웃들이 하나 둘 뭉친 결정체다. 새날도서관이 소장한 3만7257권의 도서 중 하나가 매주 이들의 토론 주제다. 성북구의 문화유적을 찾아가는 '문화기행'을 열거나 '도서관 1박 2일 캠프'를 기획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뛰어노는 일을 도맡기도 한다. 신지연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책은 부모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좋은 매개체다. 어린이 책은 아이들만 읽는 게 아니고 부모도 함께 읽어야 한다. 책동무를 통해 또 다른 가족을 만나고 이웃을 알아가면서 내 가족이 행복해지는 경험을 했다."

'발걸음'은 역사기행모임이다. 정릉, 의릉, 보문사, 아리랑 고개, 서울 성곽 등 성북구의 동네 역사를 가족들이 모여 두 발로 쓴다. 마을행복학교 '책 속 문화기행'과 지구촌 문화와 종교, 마을 생태 등을 둘러보는 '지구촌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동네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네 역사를 알면, 동네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예로 도서관 앞, 종암로는 조선시대 임금님이 정릉을 오가는 길이 넓어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커져 자존감으로 발달한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동네를 알면, 가족이 변한다. 누구든 쓰레기를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는 거다."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렵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이 김지연 마을코디네이터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이웃과 이웃을 맺어주는 게 그의 업무다. 한마디로 마을이 꿈틀거리게 돕는 일이다. 그의 명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마음이 모여 마을이 됩니다.'

도서관이 맺어준 이웃,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

▲ 지난 11일 서울시 성북구로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는 꿈틀버스 6호차가 달려갔다. 목적지는 새날도서관. 종암주민센터 4·5층에 있다. 사진은 꿈틀버스 탑승객들이 새날도서관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 정대희

도서관은 마을 문화의 장이 됐다. 주민들이 이웃을 모아 동네를 탐방하고 기록한다. 동화작가를 초청해 글쓰기 강연을 열고 때로는 동네 밖까지 역사탐방을 떠난다. 올해도 '어린이 책 토론' '책마을∙이야기마을 열린강의' '625419516 현대사의 암호를 풀어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마을건축교실' '쉽게 배우는 그림자 극' 등의 프로그램이 주민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도서관이 계층을 떠나 세대의 벽을 허무는 공간이 됐다. 공간이 열리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풀어야 할 숙제는 있으나 사는 맛을 알게 됐다. 이웃과 이웃이 만나니 동네가 달라졌다. 그렇다면, 새날도서관은 네 명의 성북구민에게 어떤 의미일까.

"새날도서관은 마당이다. 주민들 스스로 마음껏 상상하고 뛰어노는 공간이다." - 김맑음 관장

"물이다.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듯이 이젠 동네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 김지연 마을코디네이커

"민주시민양성소다. 열린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무엇인가 배우고 싶다면, 새날도서관이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 정미림 회장

"두 번째 집이다. 편안하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고 쉬는 날에도 오고 싶은 공간이다." - 신지원 회장

서울시 성북구 종암로 98-8 종암주민센터에 가면 사람과 사람, 이웃과 이웃을 맺어주는 새날도서관이 있다. 여기가 우리 안의 행복한 나라 '덴마크'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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