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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

"지구 지키는 '독수리 5형제' 되고 싶다"
[이 사람, 10만인]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②

15.12.14 11:28 | 김병기 쪽지보내기|유성호쪽지보내기|김경년쪽지보내기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 구청장의 점자 명함에는 '노발대발, 노원이 발전하면 대한민국이 발전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노원 구민의 집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 유성호

'노발대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자기 점자 명함에 새긴 문구다. 김 구청장은 작은 글씨로 "노원이 발전하면 대한민국이 발전합니다"라고 적었다. 명함 뒷면에는 "노원 '구민의 집'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그 위에 작은 글씨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이라는 수식을 달았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사민당 페르 알빈 한손 총리가 1928년 복지국가를 구상하는 초기에 '국가는 국민의 집'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는 똑똑한 큰아들이나 망나니 같은 막내아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성별-인종-계급을 차별하지 않는다며 공산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이게 사민주의 국가의 대표 슬로건이다. 난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구민의 집'을 만들려 한다."

그럼 지금 노원구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 지수는 몇 점일까? 그에게 물으니 메모지 위에 '구민의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민의 집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행복한 구민의 집을 메모지에 그려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행복이란 것을 구체화하기 어렵지만, 지속가능성 문제가 해결되고 그 위에 복지의 집을 잘 지어야 한다. 또 그 위에 아이들이 잘 커야 하고 그 위에 일자리를 잘 만들고, 그 위에 문화를 입혀서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을 저는 행복한 구민의 집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메모지에 벽돌을 쌓듯이 복지, 문화, 교육, 일자리, 환경 등 여러 영역에서 구민의 집을 완성하기 위한 목표 수치와 현재 수치를 밝혔다.

[복지 지표 : 24명] "저는 자살률로 복지 지표를 삼고 있다. 내가 구청장으로 선출됐을 때인 2009년에 인구 10만 명당 자살인구는 29.3명이었다. 2010년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자살률 1위였다. 10만 명당 12명까지 낮추는 게 목표인데 현재 24명까지 와있다. 자살 시도자, 자살자 유가족, 홀몸 노인, 실업자, 학생 등 자살 가능성이 있는 구민에 대한 우울증 진단과 상담 치료를 하고 있다."

[교육 지표 : 250명]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연간 7만 명이 학업(초중고)을 중단하는 데, 노원구는 한해 500명이었다. 작년에 300명까지 내려왔다. 250명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말은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있는데, 교육을 시키려면 노원구로 보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을 공동체가 전체가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만들겠다. '마을이 학교다'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학교 문제를 주민들의 재능 기부로 해결하는 것인데, 현재까지 900여 개 마을학교에서 6800여 명이 수강했다. 마을 공동체 복원작업이다."

[일자리 지표 : 8만개] "노원구는 베드타운이었다. 강남북의 경제격차를 해소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창동 차량기지를 이전하면 대규모 부지가 생긴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지와 합쳐서 글로벌 비즈니스존을 조성하면 8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또 광운대-석계역 신 경제거점 조성사업 등을 통해 벤처를 육성하고 청년 창업과 취업 공간으로 활용한다."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마을에서

그는 구민의 집 맨 꼭대기에 '문화'라는 벽돌을 올려놓고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가지고 스포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수치의 제일 아래쪽에는 '환경'이라고 적었다. 벽돌을 올리는 토양 격이다. 그만큼 마을공동체의 '공존'을 위해서는 지구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대한민국, 여기에서도 서울의 한개 구를 책임지는 있는데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그렇지 않다.

그가 자주 내거는 슬로건은 '생각은 세계적으로(Think Globally), 행동은 마을에서 하라(Act Locally)'이다. 그는 "화석연료에 기반해 이윤을 극대화와 무한성장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방식으로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물리적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녹색이 미래다'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태양의 도시] 노원구의 주거 형태 80%가 아파트다. 노원구는 베란다 난간을 활용한 태양광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년에는 구비 1억2천만 원(가구당 30만 원)을 편성해서 370가구의 신청을 받아 249가구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태양광 설치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고, 임대아파트 500가구에 무상으로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친환경 도시농업] 노원구에는 아주 특별한 아파트가 있다. 지하실을 버섯 재배장으로 개조한 곳이다. 하계 2동 건영아파트와 상계 5동 한신 2차 아파트의 지하실에서는 노루궁뎅이 버섯, 표고버섯, 녹각 영지버섯 등이 크고 있다. 다른 지역 아파트 옥상에도 농토를 만들어 채소 등을 재배하고 있다. 도심 속에서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돈이 아니라 절박함에서 온다"

▲ 김성환 구청장이 국내 최초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노원구 하계동에 조성되는 '제로에너지 주택단지' 사진을 보여주며 조성사업에 선정된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심사 항목에 '자치단체의 의지'라는 게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나만 나갔다"며 "심사위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직접 대답도 하니까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 듯하다"고 자랑했다. ⓒ 유성호

- 복지와 교육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열악한 재정에서 가능한가?
"발전과 혁신은 돈이나 풍요에서 오는 건 아니고 뭔가를 바꾸려는 절박함에서 온다. 애쓰다보면 돈이 따라온다. 내가 처음 구청장으로 선출된 지난 2011년 노원구 예산이 3890억이었는데 지금은 6550억으로 늘었다. 강남구는 5500억이었는데, 작년 6100억이었다."

- 비결이 있나?
"재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가령 이런 것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 국토부에서 과제를 평가해 수주한 건은 에너지제로하우스였다. 세종시나 대구광역시에서 따갈 것으로 봤는데 극적으로 노원구가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주택단지 국가R&D 180억짜리를 따냈다. 심사 항목에 '자치단체의 의지'라는 게 있는데 프레젠테이션 자리에 나만 나갔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내가 직접 대답도 하니까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 듯하다."

행복한 구민의 집을 꿈꾸는 그의 정치 이력은 탄탄하다. 노원 지역 기초의원부터 시작했다. 그 뒤에 서울시의원을 거쳤고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에서 대통령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행정관부터 정책조정비서관을 지냈다. 그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한국 미래발전연구원의 기획실장으로 일하다가 2010년 노원구청장에 당선됐다. 그에게 어떤 직책을 맡았을 때가 가장 행복한지를 물었다.

"행복하다기 보다는 보람으로 치면 단체장이 제일이다. 청와대에서는 큰 정책을 다뤘지만 체감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단체장은 예산은 적지만 종합행정을 하니까 협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더라. 의지만 있다면 혁신하는 일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 예를 든다면?
"노원구에 통합관제센터가 있다. 옛날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따로, 방범 따로, 과속차량 따로, 학교관리 따로. 공원 따로... 다 부서별로 CCTV를 설치했는데 이걸 통합했다. 통합관제실을 설치했고 경찰 두 명이 출근한다. 그걸 보면서 현행범이 포착되면 노원경찰서로 보고한다. 긴급 상황 생기면 노원경찰서 상황실에서도 같이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짰다. 경찰이 굳이 별도로 종합망을 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종의 부서간 혁신이다.

영세사업장 4대 보험료 가입률 높여서 대통령상도 받았다. 서울에 5개의 지방노동청이 있는데 이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 2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일은 구 보건위생과 직원이 훨씬 더 잘 알지 않겠나. 구청이 노동청과 협약해서 가입률을 높였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 중앙정부에 귀속된 권한이 여전히 많아서 일부에서는 '20% 자치' '2할 자치'라고 체념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것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꿈이야 대통령이다. 국회의원 보좌관할 때부터 그랬다. 실제로 대통령이 되지는 않겠지만 대통령적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보좌관 때부터 이런 생각을 해왔다. 또 그런 생각을 해야 나쁜 짓을 못한다. 꿈이 작으면 다른 것을 탐한다. 되도 않은 꿈이라면 곤란하지만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5형제'는 해보고 싶다. 하-하-하."

독수리 5형제에 대한 꿈을 그는 현실로 만들고 있다. 노원구청은 멀리서 보아도 건물부터가 다르다. 건물 유리창 밑에 일렬로 태양전지를 부착했다. 그걸로 공무원들의 컴퓨터를 돌린다. 외부 주차장에도 지붕을 올렸는데, 태양열 전지판이다. '탄소 제로하우스'인 에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급탕과 난방, 냉방, 환기 등 5대 에너지에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제로하우스' 주택단지를 만들고 있다.

도심 속 마을의 귀환을 꿈꾼다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2015년 노원 탈축제에서 주민이 직접 만들어 수상한 대상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노발대발' 명함을 들고 민생 현장을 누비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어떤 노원구를 원하나? 그가 생각하는 노원구의 발전은 도심 속 공동체 부활, '마을의 귀환'이었다.  

"경제격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마을 단위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공동체 복원을 통해 사회가 우리 다음 대에도 영속적으로 갈 수 있는 신뢰와 철학,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 복지, 일자리, 문화, 환경 등이 하나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일을 하고 싶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 [이 사람, 10만인]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① "파시즘 앞에 지리멸렬 야권,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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