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삼풍백화점 붕괴, '골든타임'은 있었다

10만인 리포트

이 사람, 10만인

"파시즘 앞에 지리멸렬 야권, 비극이다"
[이 사람, 10만인]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①

15.12.14 11:29 | 김병기 쪽지보내기|유성호쪽지보내기|김경년쪽지보내기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세상을 바꾸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며 "하나는 국가권력을 잡아서 나라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동네에서 작은 모범을 만들어 상향식으로 확산해나가는 것이다. 전자가 훨씬 파괴력이 크지만 후자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다. 작은 희망을 모으는 과정이 새로운 큰 희망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 유성호

그는 페이스북 꼭대기에 아내 얼굴을 올렸다. 활짝 웃었지만 왼쪽 손에 깁스를 했다. 그 밑에 댓글이 주렁주렁~. "울 마눌님"이라고 시작하는 그의 소통법은 페이스북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 근엄한 구청장과는 달랐다. 우선 지난달 17일 만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올린 글부터 보자.

"울 마눌님. 주말 민중대회 가족 대표로 큰 딸이랑 갔다가 4주짜리 훈장을 받아 왔네요. 근혜산성 사진 찍으려다 미끄러졌다는데... 타박상이려니 했다가 오늘 정형외과 진단 결과 견갑골에 금이 갔답니다. 결혼 이래 제일 큰 부상. 처음에는 충격이었는데 그래도 그만하길 천만 다행입니다.

주말 같은 시위가 최선은 아니겠지만, 불통 대한민국을 사는 애국자들의 절규를 박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잘 헤아려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4주간 마눌님 대신 가정에 충실하는 일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자기 페북에 올린 아내의 모습. ⓒ 김성환

- 페북 반응이 뜨겁다.
"쾌유를 비는 글이 많았다. 어떤 기자는 영부인감이라고 썼더라.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하다."

- 혹시, 거기까지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직원들한테도 늘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나쁜 짓 안한다."

- 그럼 내년 총선부터 나오시는 건가?
"우리 동네를 잘 지키는 게 애국의 길이다."

"국정교과서? 주체사상과 비슷해지는 거다"

여기까지가 즐거운 워밍업이다. <오마이뉴스>에 매달 자발적 유료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최근 국정교과서 정국에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은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봉건사회다. 주체사상이라는 유일사상으로 사람들을 획일화시켰다. 우리도 한국 역사를 획일화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 전체주의가 되는 거다. 일종의 파시즘이라고 볼 수 있다."

"물대포 직사 광화문, 거기가 전쟁터였나?"

그는 지난달 14일 제1차 민중 총궐기 대회 날에 물대포를 쏜 공권력에 할 말이 많았다. 시위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만, "폭력 진압은 '정통성 없는 정부'임을 시인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다원주의사회에서 시위는 당연하다. 거기가 전쟁터였나? 물대포 직사 등으로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미국에서는 총을 쏴 죽여도 되는 것'처럼 얘기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후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 박정희, 전두환 때의 공권력과 지금의 공권력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말인가?
"시대가 변했는데, 똑같다. 한 번 전진한 민주주의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나이브했다. 독재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통치 철학이 없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문제는 그가 속한 정당의 생각이 아니라 오로지 본인 집착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버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그 뿌리인 것 같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철학의 부재다. 민주주의는 다원성을 인정하면서 대화, 타협, 조정, 협의를 해야 한다. 설령 본인이 옳다 해도 획일적으로 강요하면 독재, 전체주의를 하자는 것과 같다. 옳지도 않은 국정교과서로 획일화하려는 건 민주주의 정신의 파괴다."

"동네 아이들이 사라졌다"

▲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청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에 대해 "민주주의는 다원성을 인정하면서 대화, 타협, 조정, 협의를 해야 한다. 설령 본인이 옳다 해도 획일적으로 강요하면 독재, 전체주의를 하자는 것과 같다. 옳지도 않은 국정교과서로 획일화하려는 건 민주주의 정신의 파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역사 퇴보, 파시스트, 독재. 작심한 듯 과격한 발언을 쏟으며 현 정부를 성토했지만, 더 큰 걱정은 따로 있었다. 역사 퇴행을 견제하고 막을 야당의 존재감이다. "재벌과 기득권층 이익만을 대변하는 자들에 맞서서 힘을 합쳐 싸울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에 절망한단다. 지역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썩은 윗물을 갈아엎기 전에는 공염불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단다. 그는 노원구 민생 지표를 정리한 문건을 보여주면서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게 노원구 초등학생 입학현황 통계표다. 2000년 노원구 초등학교 입학생이 9000명 조금 넘었다. 재작년에는 4800명이었는데 올해는 5000명이다. 거의 4천명 이상이 15년 사이에 줄었다. 반 토막이다. 동네 문방구가 줄고 있다. 동네 슈퍼가 어렵다. 아이스크림 사먹는 사람 없으니까.

정부는 국공립 보육시설이 적어서 출산율이 줄어든 것이라고 호도한다. 그런데 보육시설 하나 만들려면 지역 유치원, 민간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이 여기(구청) 와서 데모한다. '가뜩이나 애들 없어서 문 닫을 지경인데 구립을 지으면 우린 어쩌란 말이냐'. (문건을 보여주며) 이 통계 수치를 보면 이해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인구 문제로 보이지만 현장으로 내려오면 결국 자영업 붕괴가 큰 영향을 미친다. 동네 아이들이 사라졌다."

- 농촌 인구의 도시 집중 문제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도시도...
"이게 보육 문제일까. 동네에서 결혼 못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면서 부모와 살다가 자살한 30, 40대 젊은이들이 있다. 생계빈곤형 자살이다. 사업하다가 빚지고 친구 돈을 빌렸다가 못 갚고... 나아질 가능성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이는 들고 병들었는데 치료가능성은 없고 돈은 들어가고... 그나마 20평 아파트 날릴 것 같아서 뛰어내린다."

이런 현상은 급속히 진행되고 있거나 해결이 안 된다. 동네에서 도심 속의 마을공동체 살리기 사업을 하지만 국가적으로 풀지 않으면 한국사회는 더 깊은 늪 속으로 곤두박질칠 것이 뻔 하다는 우려다.

"지리멸렬 야권, 비극이다"

"그런데 민주진보 진영은 지리멸렬하다. 다음 총선도 어렵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 총단결해야 한다."

- 무엇을 위해 총단결해야 하나?
"사회 정책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이것이 문제다. 출산율은 복지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경제 문제다. 청년 비정규직이 많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한국사회가 '저부담 저복지'를 고집한다면 어렵다. 기업들이 법인세를 좀 더 내고 고소득자가 개인소득세 더 내서 생긴 비용으로 의료문제, 노후연금문제, 청년 실업수당과 직업재훈련 문제를 해결해서 우리 밑바닥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저임금부터 올려야 한다."

- 야당이 지리멸렬한 이유는?
"진보진영의 대중적 토대가 취약하다. 이석기 사건 때 무기력해진 측면도 있다. 예전엔 연대, 단합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지만 지금은 비겁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정치적 대의구조가 단순 대표제여서 새누리당과 기득권 세력에 굉장히 유리한 선거 제도다. 새정치연합은 호남에 배타적 독점을 갖고 있다. 집권은 못해도 안정적 제 1 야당은 할 수 있기에 진정한 개혁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진지한 노력이 가로막혀 있다. 그게 친노-비노 계파적 이익으로 비춰졌다. 비극이다."

- 친노와 비노의 대결, 수구 언론은 신이 났다. 당신이 심판이라면 어떤 판정을 내리겠나.
"상대적으로 호남 사람들이 진보성이 있는데, 호남 민심을 대변할 대통령 후보감은 없고, 신뢰하는 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다. 표의 대의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밥그릇싸움만 한다. 정치가 민생을 반영할 대의시스템이 갖춰질 때까지 총연대해야 한다. 친노, 비노뿐만이 아니라 정의당과 진보적인 세력 등 한국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보다 큰 틀에서 협력과 연대를 해도 될까말까다."

"내 파이만 챙기려면 공멸... 연대해야"

- 과거에도 선거연대를 많이 했다. 그때와 무엇이 달라야 하나.
"지금 상황이면 차벽을 향해 이슈 파이팅하고 돌멩이를 던질 수 있을지언정, 선거구도에선 백전백패다. 우리 삶이 삼포, 오포, 칠포에다가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상황이다. 청년들에게는 좋은 일자리, 노인에게는 연금, 실업자에게는 실업수당과 재훈련,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민생연대가 필요하다. 정치공학 이전에 교과서 문제를 포함해서 민주주의 토대를 세우고 삶을 개선하는 의제를 앞세우고, 그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표의 등가성을 최대 반영할 수 있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나 프랑스식 결선투표를 만들기 전까지 연대할 수밖에 없다.

예전엔 선거구별 정책연대를 했다면, 지금은 이명박근혜 정부가 더 이상 민생을 파탄 나게 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 파이를 키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친노니 비노니 해서 내가 살아남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전체가 공멸 직전인데."

-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한계가 있을 텐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행정하는 사람이라 선거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동네에서 느끼는 민생 현실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국민들에 호소하고 그에 기초해서 민주진보진영의 단합을 촉구하는 역할은 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매월 자발적 유료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인데, 오마뉴스가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나?
"세상을 바꾸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국가권력을 잡아서 나라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동네에서 작은 모범을 만들어 상향식으로 확산해나가는 것이다. 전자가 훨씬 파괴력이 크지만 후자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이다. 작은 희망을 모으는 과정이 새로운 큰 희망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들도 자기가 있는 곳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 대한민국을 바꾸는 큰 희망이 될 거라고 믿고 나아갔으면 한다. 조중동과 종편의 영향력 때문에 민주진영 사람들의 목소리 전달이 어렵다. <오마이뉴스>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요즘 같이 암울한 시기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있다.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소녀상도 있고 5.18 탑도 있다
2시간짜리 한국사 공부 노원 '역사의 길'
생활 자치의 첨병인 그에게 사회적 갈등이 지역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물어봤다.

- 주민들은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나?
"국정교과서 갈등이 생활정치 영역으로 치고 들어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말이 안 된다는 거다."

- 그럼 동네에서 촛불 든다는 사람은 없나?
"하-하-.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다만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걱정이 많은 것 같다. 마침 우리 노원구가 '역사의 길'을 만들었다. 600m가 넘는 트랙인데, 근대사편에 소녀상의 진품도 갖다 놨다. 민주주의 언덕도 있고 5.18, 4.19 상징탑을 약간 축소해서 만들었다. 민주주의 언덕편에는 헌법도 있다. 이 길을 한 바퀴 돌면 고대사부터 현대에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역사 해설사들이 청소년들에게 설명하면 2시간이나 걸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역사를 한쪽 눈으로만 보라고 하니 부모들의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나."

- 노원구에서 그걸 왜 만들었나?
"원래 '지구의 길'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지구 46억년 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 현재 내가 있는 시점을 우주적 시점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며칠 뒤에 문을 연다. 이 작업을 하면서 한국사가 수능필수 과목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은 한국사를 어렵게 생각하고 세계사는 더더욱 어렵게 느끼기에 두 개의 과목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역사의 길'을 만들었다. 한 바퀴 돌면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알 수 있다."

- 그런데 박근혜표 국정교과서에서 빠질 내용들이 상당히 많겠다.
"소녀상 같은 게 빠질 가능성 있다. 4.19는 빠지지 않겠지만 5.18은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아주 축소해서 다룰지도 모른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이 사람, 10만인]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② "지구 지키는 '독수리 5형제'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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