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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아파트는 왜 비싼가

평당 68만원 은마아파트, 어떻게 50배나 올랐나
['헬조선'의 아파트 ②]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폭등, 반면교사 삼아야"

15.12.10 11:25 | 김동환 기자쪽지보내기



"택이 아빠. 아까 제가 돈 생기면 뭐 사라고 했죠?"
"..."
"아파트."

이전 시대 정서에 대한 상세한 재현으로 공감을 얻으며 최근 평균 시청률 12%대를 돌파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이다. 극중 선우 엄마(김선영 분)는 여윳돈이 생긴 옆집 주민에게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파트' 구입을 열성적으로 권한다.

이 대화에서 나오는 곳은 최초의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였던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다. 지금은 강남 고가 아파트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31평(102.3㎡)형 가격이 7000만 원 정도로 '강남에서 가장 잘 나가는 아파트'라 하기는 어려운 위치였다.

처음 분양될 땐 더했다. 1979년 12월 첫 분양공고에 적힌 이곳의 평(3.3㎡)당 단가는 68만 원(31평형 1800만 원, 34평형 2100만 원). 새 아파트인 데다 시세에 비해 높지 않은 가격이었지만 미분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7년 후인 2007년 1월에는 평당 3645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분양가에 비하면 53.6배 오른 셈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마이뉴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지난 25년 동안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반포동 주공아파트 등 강남 주요 4개 아파트의 시세 추이를 분석했다.

▲ 왼쪽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오른쪽으로 미도아파트가 보인다. ⓒ 김동환

1999년~2007년 아파트 값 폭등기... '스위치'는 '분양가 상한제'

통상 부동산의 가치를 올리는 요인으로는 인구증가, 소득증가, 기반시설 신설, 경기호황 등이 꼽힌다. 이 요인들의 공통분모는 경제 성장이다. 어느 나라나 지역의 경제가 성장하면 부동산 가격도 어느 정도 따라서 상승한다는 얘기다.

꾸준한 경제 성장이 있었던 한국 역시 이런 이유로 부동산 가치가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높아져왔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 추이를 살펴보면 독특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1999년이다. 이 해를 기점으로 아파트 값은 급격하게 올랐다.

해당 시기는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던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게 긴급히 도움을 요청한 직후다. 30대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맞고, 생존한 5대 기업들도 강력한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등 경제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은 와중임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이 시작된 셈이다. 이 추세는 노무현 정부 내내 이어지다가 정권이 교체되던 2007년 즈음 바뀐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 값 거품 빼기 운동을 주도해온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은 이 시기 아파트 값 폭등의 원인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목한다. 앞선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도 과감한 공급정책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원가연동제와 토지초과이득세 부과, 비업무용 토지과세, 부동산 실명제 등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꺼내 집값을 잡았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정책을 다수 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9년 시행된 분양가 자율화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되는 전용면적 18평 이하 주택을 빼고는 모든 주택의 분양가를 시행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허용했다.



위 그래프는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연도별로 잠실 아시아선수촌,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 주공, 은마아파트의 시세를 합한 후 평균을 낸 것이다. 분양가 자율화 정책이 시작된 1999년에는 평(3.3㎡)당 860만 원이던 평균가격이 분양가 자율화 막바지인 2007년에는 평당 4445만 원까지 5배 넘게 올랐다(*마우스 커서나 손가락을 그래프에 가져가면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왜 분양가 자율화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일까. 김 본부장은 "집은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고 서울에는 사정상 꼭 서울 안에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특히 서울 안에서는 건설사가 분양가를 올리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대출 정책만 적절히 완화해주고 부동산 경기만 좋다면 사람들은 큰 저항 없이 높은 가격의 집을 산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 고가 주상복합의 상징 중 하나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1999년 첫 분양 당시엔 평당 가격이 9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미분양이었다. 그러나 강남발 아파트 값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 아파트의 가치는 2007년 3월에 평당 4265만 원까지 올랐다.

노무현 정부 내내 이어지던 폭등 추세는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를 걸고 이명박 정부 들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눈에 띄게 반전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각종 거래규제, 가격규제 재건축규제 등을 무차별 완화시켰지만 이 시기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 추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2014년 12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자 아파트 가격은 다시 높아지는 모습이다.

▲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지난해 평(3.3㎡)당 2575만원 은마아파트, 올해는 3223만원

이 시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강남 소형 재건축 아파트의 폭등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강남 소형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 추세가 이후 서울 아파트 전반의 가격 상승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촉발시킨 것은 김대중 정부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총 35차례에 걸쳐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1970년대 후반부터 실시됐던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철폐하는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가 소형 아파트 의무공급 비율 철폐다. 당시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 평형 아파트는 공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역대 정권들은 아파트를 지을 때 일정 비율 이상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를 만들도록 법으로 정해놨는데 1998년 1월 정부가 이 규제를 없앴다.

소형 평형 아파트 공급이 막힌 상태에서 김대중 정부는 아파트 재건축 요건도 완화시켰다. 7~13평형대의 5층짜리 아파트를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해주니 2001년부터는 강남의 오래된 아파트들이 다 뛰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 시기 이후 집값을 떠받쳐야 할 때면 강남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9.1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국회를 압박해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부동산 3법의 통과로 현재 강남 재건축 단지는 초과 이익에 대한 과세 걱정 없이 자유로운 분양가로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월 평당 2575만 원 수준이었던 은마아파트 가격은 올해 9월에는 평당 3223만 원으로 25.2% 올랐다.



"노무현 정부 집값 폭등, 서민 주거안정 위한 반면교사 삼아야"

아파트 가격 추이만 놓고 볼 때 가장 폭발적인 인상이 일어난 것은 노무현 정부에서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52.9%,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는 77.7% 급등했다. 전국 아파트 평균은 34% 올랐다. '헬조선'을 방불케하는 지금보다 아파트 가격이 더 높았을 때다.

임기 말을 제외하면 규제 완화책을 일관적으로 쏟아냈던 김대중 정부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폭등을 억제하는 정책들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공급하고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고액 부동산 자산에 대한 세금을 도입했지만 정작 집값 폭등은 전혀 잡지 못한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그 이유를 노무현 정부의 태도로 꼽는다. 역대 정부들은 대체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강제로 낮췄다. 신도시 5개를 건설해 집을 200만호 늘렸던 노태우 정부는 집값이 오르자 위헌 논란에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가 하면, 원가연동제를 이용해 아예 건설사로 하여금 분양가를 평당 120만 원 이상 받지 못하게끔 규제하기도 했다.

주거비용이 국민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시장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주택 가격은 시장논리에 맡기되 시세차익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가 2004년 6월 있었던 분양원가 공개 반대다. 당시 아파트 값이 폭등하자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속해 있던 열린우리당의 총선 핵심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총선 승리 이후 "주택공사가 사업자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는 "장사하는 것인데 10배 남는 장사도 있고 10배 밑지는 장사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는 개혁의 후퇴가 아니라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에게 '정부가 집값 제어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값 폭등 역시 그런 믿음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시대의 집값 폭등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떤 태도로 부동산 시장 관리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반면교사"라면서 "시민들이 제대로 알고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이명박 정부 때는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내렸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취했던 독특한 정책 때문이기도 합니다. 추후 기사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소개합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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