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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민주대머리', 박철민의 과거를 아시나요?
[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6화. 배우 박철민, 별별마당을 응원하다

15.11.26 19:23 | 이신애 기자쪽지보내기

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명품조연으로, 신스틸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배우 박철민. 지난 9월 서울 코엑스 아트홀에서 그를 만났다. 우금치와 오랜 인연으로 배우 권태원과 함께 별별마당 홍보대사를 쾌히 승낙한 그다.

화창한 가을 날, 그가 출연하고 있는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공연장 객석 한 켠에서 인터뷰는 시작됐다. 사진기자도 없이, 달랑 우금치 후배 둘과 함께. 인터뷰의 목적을 알리자 그는 "재미있어야 할 텐데…"라며 자기 일처럼 진지하게 여기는 얼굴로 변한다. 평소 브라운관에서는 못 보던 표정이다.

"왜 별별마당 우금치 홍보대사를 하게 됐냐고? 마당극 배우 시절에 대전에 들러서 술도 얻 먹고, 잠도 얻어 자고 그게 인연이 돼서 그런 거지 뭐.(웃음) 우금치야 내가 극단 현장에 있을 때 지방공연 갔다가 만나기도 하고, MT가서 만나기도 하고, 뭐 이런 식으로 자주 만났지. 그동안 우금치를 지켜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참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우리 연극을 잘 이끌어 간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극단이니까, 혹시 내가 힘이 된다면 도움이 되고자 한 거고."

90년대 마당극 스타, 우리가 모르는 박철민의 과거

▲ 배우 박철민 ⓒ 이신애

요즘 박철민 하면 누구나 영화 속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떠올리지만, 우금치 단원들에게 그는 90년대 초중반 모습으로 먼저 기억된다.

당시 그는 마당극계에서 스타였다. 90년대 초까지 '민주 대머리'라는 별명으로 집회현장을 쥐락펴락하던 명사회자였으며, 연극 <노동의 새벽>, <이바구 세상>, 마당극 <밥>으로 전국을 누비며 공연했다. 하지만 마당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대학 때 연극반 활동을 했었는데, 무대극을 하다가 친구들하고 마당극패 단체를 만들었어요. 그때 다섯 명이서 <밥>을 공연하면서 '이렇게 공연만 하지 말고 극패를 하나 만들자, 우리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자,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을 신랄하게 극을 통해 이야기 하면서 서로 고민하고 대화하고 한 가지 목소리를 내보기도 하는 그런 연행(演行)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로 만들었지. 나는 원래 배우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선후배들이 그 뜻을 펼치자고 하니까 그래서 들어온 거 같아. 굳이 뭐 의식이 있어서, 시대적 필요로 만들었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형들이 마당극패가 필요하다니까."

사람이 좋아서 시작했다지만,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어떨까?

- 마당극이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당연히 필요하지. 예를 들어 서양희극은 그저 상황 자체가 만들어내는 웃음이라면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권력을 갖고 있는 자들의 횡포를 풍자하는 일에 익숙하잖아. 이런 연희거리를 가지고 역동적인 마당에서, 지금 시대에 맞게 세상을 비틀어서 통쾌하게 풍자하는 형식의 놀이인 극은 분명히 전국적으로 필요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봐."

- 요즘 근황은 어떤가?
"지금은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드라마 <풍선껌>, <상상고양이>가 있고. <조선마술사>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12월 말에 개봉예정인데 유승호랑 고아라가 주연이고, 조선 마술사의 이야기야. 거기서 내가 풍물을 쳐요. 너희들도 알다시피 내가 꽹과리를 못 치는 편이잖아? 근데도 그걸 배워놓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거기서 내가 꼭두쇠(남사당패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데, 물론 나보다 잘 치는 사람이야 많지. 그런데 배우 중에선 내가 쳐야 되는 거야.  그래도 배운 가락이 있다고 연풍대도 돌고, 휘몰이, 자진 가락들도 쳐내면서 해내니까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 나는 흉내만 내고 잘 못하는 건데도. 카메라로 뭐 편집 잘하니까 괜찮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마당극 시절에 배운 꽹과리, 소리, 아니리 같은 거 섞어서 처음으로 아주 짭짤하게 잘 써먹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 개봉을 앞두고 있지."

- 유명해지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우의 가장 큰 욕망은 관객, 시청자, 대중들한테 좀 더 사랑 받고, 관심 받고 싶은 건데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하면서 그게 좀 채워지니까 신이 난 건 있지. 대신 관심이 또 작아지면 어떡하지? 작품이 덜 들어오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들은 내가 마당극 배우일 때와 무명일 때는 없었거든. 그냥 무대에서 열심히 뛰고, 그러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나 관객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뿐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고민도 생기고….

뭐 여러 차이가 있겠지만, 다른 건 다 비슷한 거 같아. 배우라면 알잖아? 어떤 작품을 통해서 한 인물을 만나고, 하나하나 준비하고 만들어가면서 설레고, 걱정되고, 불안해하고, 그렇게 완성해서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박수 받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거. 좀 시원치 않을 때는 지옥에 빠지기도 하고. 이런 것들은 계속 반복되는 거 같아.

무명시절, 생활고로 잠시 무대를 떠나 트럭으로 과일장사도 해보고 다른 직업을 가져야하는 것 아닌지 고민도 해봤지만, 언제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역시 배우였다는 사람. 배우로서의 삶이 그렇게까지 좋은 이유가 뭘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거, 내가 그것을 하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픈 거, 그것을 하느라 잠을 안 자도 덜 피곤한 거. 나한테는 그게 바로 연기인데, 연기를 늘 할 수 있는 곳이 마당이고 무대였으니까. 그게 좋아서 여기까지 온 거지. 최고의 인기를 얻어야겠다? 되지도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과정들이 신나고 행복해서 지갑이 얇아도 외롭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지금 하고 있는 연극도 열에 아홉 정도는 나도 모르게 힘도 들고 공연하기 싫네 어쩌네 하다가도 막상 무대에 서면 재미있게 하려고 더 까불지. 관객들은 더 크게 웃고. 그렇게 진하게 땀 빼고 술 한 잔 먹고 또 무대에 오르고…. 이게 반복되니까 이 자체가 진짜 내 삶이 아닌가 싶어. 조재현 형이 그렇더라고 '야, 이제 점점 니 연극이 돼가고 있다'고. 30대에 시작했는데, 이제 진짜 나이가 늙은 도둑이 돼가고 있다고."

하긴 우리도 그렇다. <쪽빛황혼> 초연 때 노역분장을 위해 머리에 흰 칠을 하던 배우가 이제는 칠 없이도 반백이다. 그래, 그렇게 배역과 함께 늙어가는 게 또 배우의 삶이지. 지면을 빌려 우금치 선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동료들이나 기형이 형한테는 할 말이 없지. 다들 잘하고 있으니까. 고맙다는 말도 안 어울릴 거 같아. 내가 심취하고 매력을 느꼈던 마당극이 더 작아지거나 없어질 거라고 우려도 했었는데, 아직도 굳건하게 하고 있다는 자체가 참 신기하고 놀랍고 그래. 이게 끊임없이 계속돼서 우리가 그렇게 말했던 역동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희로애락을 주고받기를 바라지. 그건 우금치가 잘하는 거고 또 잘 해왔으니까. 

어린 후배들은 글쎄…. 관객들과 뭔가를 주고받으면서 짜릿하게 전해지는 어떤 마약 같은 걸 수시로 느낄 테니까 뭐. 어차피 프로의 세상에 들어온 이상, 본인의 색깔, 눈빛, 표정들을 좀 잘 가다듬어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기만의 연기를 만들면 이 생활이 훨씬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마당극이 왜 필요하냐고? 일단 한 번 보시라

▲ 배우 박철민 ⓒ 이신애

- 우금치에서 마당극장 '별별마당'을 만든다. 그것도 시민모금운동으로. 잘 될 것 같은가?
"구상 자체는 좋은데, 과연 돈이 모일까. 또 극장이 유지될까 우려가 돼. 마당극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서, 시민 모금이 성공할지 걱정도 되고. 그래도 우금치니까 또 잘될 거 같기도 하고.(일동 웃음) 

우금치니까, 우금치는 어려움을 늘 극복해왔으니까, 이번에도 깜짝 놀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뭐 이런 기대도 있어. 적어도 우금치가 하면 박제화 되거나 형식만 남아있진 않을 거 같아. 마당극장을 만들었을 때 적어도 우리가 해왔고 기대하는 대로, 마당극의 뿌리를 그대로 살리면서 지금 세대가 원하는 형식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게 우금치라고 생각해. 그래서 이게 우금치가 만들어야 하는 게 맞고. 그렇다면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고, 잘 되길 바라며 기도도 하고 싶네."

20년 넘게 그를 알고 지냈지만 이렇게 길게, 속 깊은 얘기를 나눈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별별마당에 전할 응원의 말 한마디를 부탁했다.

"이 인터뷰를 보신 사람들이 우금치 작품을 꼭 한 번 봤으면 좋겠어. 곳곳에서 하니까, 서울에서도 하고 지방에서도 하고. 우금치가 하는 작품이 지금 한 다섯 개 되나? 더 되나? 늘 돌아가고 있는 작품이? (여덟 작품이라고 답하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허. 이런 극단은 있을 수가 없는데. 8개 작품을 언제든지 부르는 곳에 가서 할 수 있다는 건 진짜로 대단한  거거든.

아무튼 여러분들이 직접 보시고 우리의 정통 마당극, 살아있는 역동적인 마당극이 도대체 무엇인지 느꼈으면 좋겠어.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와는 뭐가 다른지. 우리 것만 최고라고 하고 싶지 않아. 다만 마당극만의 재미를 한 번 느껴보시고 '야 저 정도면 계속 이어져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기부를 하거나 박수를 보냈으면 해. 반대로 '야, 저거 정도면 이젠 좀 그만해도 되겠다'라고 할 수도 있단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관심 갖지도 말고, 특히 기부 같은 거는 하면 안 돼.(일동 웃음)

'내가 경험도 있으니까 돈 만 원 후원해야지' 그러지 말고, 공연을 한 번 봤으면 좋겠어. 그 속에 우금치가 추구해온 마당극의 가치와 여러 가지 춤과 노래와 악기들이 부딪혀서 다양한 무대가 벌어지는데 그걸 한 번 보시고 '야, 이런 살아있는 연극이 있어?'하며 가슴이 흔들리시는 분은 돈을 내시면 좋겠고, '야, 이거는 새로운 형식을 갖춰야지, 이건 없어져도 되겠다, 사장돼야 한다'하시는 분들은 냉정하게 관심을 끄게 두자. 이건 꼭 그대로 적어. 오케이?"

막연한 후원보다 직접 공연을 보고 나서 판단해달라는 그의 목소리에서 우금치 마당극에 대한 깊은 신뢰와 진한 애정이 전해져왔다. 겉으론 많이 멀어진 듯 보였지만 그의 뿌리는 여전히 마당극에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바쁘다. 이제는 그런 그를 볼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한 배우'로 기억할 거 같다.

우금치 사람들도 마당판에 설 때가 가장 신나고 빛이 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배우 박철민 ⓒ 이신애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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