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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공산당 들어가 혼자 살고 남 다 죽인 사람"
[10만인클럽 '만인보' 캠페인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15.11.20 19:30 | 정대희 쪽지보내기|김병기쪽지보내기

아래 4분 50초짜리 영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던가.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에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할 말을 했던 '백발 투사'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쓴소리다. 물대포를 쏘아서 한 농민을 의식불명 상태로 빠뜨린 '박근혜 정부의 공권력'을 향한 외침이다. 박근혜표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꼭 빠질 것 같은 역사적 사실도 들어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의 목에 힘줄이 섰다. 마른 나뭇가지에 갈기를 세운 듯.

"박정희는 그냥 독재자가 아니야! 첫째는 민족 반역, 둘째는 이념을 떠나 인간 반역, 세 번째는 민주 반역을 저지른 반역자란 말이야!"

책이 빼곡하게 들어찬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구소가 쩌렁쩌렁 울렸다. 골절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움직임은 불편했지만 눈빛은 살았다. 지난 4일 <오마이뉴스>를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하는 10만인클럽 회원, 백기완씨를 만났다. 올해가 가기 전에 회원 1만 명을 확보하자는 '만인보 캠페인'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정희는 혈서로 일제를 지키겠다고..."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백기완 선생은 <오마이뉴스>가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빛 서돌이 되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서돌은 짓밟힐수록 불꽃이 일어나는 민중적인 저항정신의 본질이다. ⓒ 정대희

그는 마주 앉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야기부터 꺼냈다.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데 앞장선 모습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 이유는 이랬다.  

"박정희는 단순한 독재자가 아니야. 첫째는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를 침략할 때 박정희라는 젊은이가 혈서로 맹세했어. 혈서로써 일본 제국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는 말이야. 그것은 진짜 민족 반역행위야.

두 번째로는 8.15 해방 직후야. 반역행위를 했으면 가만히 앉아서 농사나 지었으면 나았겠지. 그런데 무슨 공산당 조직에 들어갔다가 와서 조직을 몽땅 폭로하고 다른 사람은 다 죽도록 한 뒤에 자기만 살아남았어. 이념을 떠나서 인간 반역이지.

세 번째는 4.19 때야. 초등학교 학생까지 나서서 이승만 타도에 앞장섰어. 그때 박정희는 군대 장군이었는데 뭐 하고 있었나?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우리가 다 일구어 놓으니까 총칼을 들고 민주주의를 압살했어. 그러니까 민주 반역이야. 첫째는 민족 반역, 두 번째는 인간 반역, 세 번째는 민주 반역자다, 이 말이야. 독재자 박정희는 반역자야."

"유신 잔당 뿌리 뽑는 문화대변혁 운동"

백 소장이 말한 세 가지는 역사가들의 주관에 따라 기술하는 '판단과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 '사실'이다. 아래 사진은 당시 일제 괴뢰국이었던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한 박정희 군의 혈서를 보도한 <만주신문>의 1939년 3월 31일 자 기사다.


"혈서=>군관지원 (血書=>軍官志願)

29일 치안부(治安部) 군정사(軍政司) 징모과(徵募課)로 조선 경상북도 문경 서부 공립소학교 훈도(訓導) 박정희(23)군의 열렬한 군관지원 편지가 호적등본, 이력서, 교련검정합격 증명서와 함께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는 혈서를 넣은 서류로 송부되어 계원(係員)을 감격시켰다.

그는 편지에서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한 명의 만주국군으로서 만주국을 위해, 나아가 조국(일본)을 위해 어떠한 일신의 영달을 바라지 않습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라고 밝혔다."

청년 박정희는 당시 이곳에 두 번 낙방했고, 혈서를 쓴 뒤에야 입학할 수 있었다. 그는 군관학교 2년 과정을 1등으로 졸업했고, 일본 육군사관학교, 일본국 예비역 소위를 거쳐 일제 패망 직전까지 만주국 중위로 활동했다. 이게 백 소장이 말한 역사적 사실의 첫 번째이다.

▲ 백발투사 백기완 선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개입 유죄판결을 이유로 “부정선거로 당선된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실핏줄을 들어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 정대희

두 번째 '인간 반역'은 남로당에 가입했다가 검거된 사건을 말한다. 박정희는 좌익계가 정국을 주도했던 1946년 10월에 남로당에 입당했다. 그는 여순반란 사건이 일어난 후 군내 남로당 프락치로 체포됐지만 비밀조직원의 명단을 진술서에 써서 혼자 석방됐다. 그 뒤 조선경비대는 1천여 명의 장교와 하사관을 투옥하거나 처형했다.

그 뒤 박정희는 이승만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린 4.19 민주혁명 뒤의 혼란한 틈을 타서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백 소장이 말한 '민주 반역이다. 그는 제2공화국을 폭력으로 장악해서 17년이라는 기나긴 독재의 수렁 속으로 대한민국을 빠뜨렸다.

정치적 암흑기에 고도 경제성장의 '공'만을 부각하려는 게 국정교과서의 음모이다. 백 소장은 일그러진 아버지의 실체적 진실을 국정교과서로 덮으려는 박근혜 대통령도 아버지와 같이 대통령 자격이 없는 독재자라고 규정했다.

"원세훈(전 국정원장)이 부정선거로 감옥에 갔잖아(현재는 보석 석방 상태). 그것만으로도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이 없어. 재판부가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입증한 거야. 양심이 있다면 청와대에서 나와야 해. 그걸 안 하고 지금 자기 아버지 뜻을 오늘 되살리려고 하고 있어. '박근혜 독재' 대표적인 실체가 교과서 국정화다, 이거야. 세계에서 가장 극악한 반역자 박정희 뿌리, 말하자면 유신잔당이지. 그 뿌리를 뽑는 문화대변혁 운동에 야당도, 양심적 시민들도 참여해야 해."

- 박근혜 대통령이 독재하고 있다면 박정희 독재와 무엇이 같고 다른가?
"거의 똑같은데, 표출되는 형태만 조금 달라. 지금이 어떤 때야? 노동개혁을 한다면서 노동개악을 하잖아. 박정희 때는 노동자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어. 지금은 2000만 명이야. 우리 인구 절반이란 말이야.

독점 재벌만 옹호하잖아? 박정희 때는 독점 재벌을 키우면서 옹호했지만 노동자 탄압의 양적이고 질적인 수준이 지금보다 가혹하지는 않았어. 모든 사법기관과 물리적인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노동자를 죽이고 있어. 이건 만행이야."

"패몰이가 있어야 해"

▲ 박근혜 정부 들어 패배감과 무기력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풍조에 대해 백기완 선생은 “변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서민생활이 엉망이라 그렇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는 못하고 있으나 다들 담벼락을 빵빵 발로 차며, 안방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 정대희

- 일부에서는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체념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변혁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민 생활이 지금 엉망이야. 생활에 지쳐서 앞장을 못 서는 거야. 두 번째로는 언론 조작 때문이야. 양심적 기자들이 쫓겨났어. 언론을 장악해서 의식을 조작하고 있어. 세 번째로는 박근혜의 가혹한 탄압이야. 너무 교활해. 박정희 때 삼선개헌 반대 투쟁을 하다가 벌금 한 번 문 적이 있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서 3번이나 물었어. 우리 노동자들은 열 번, 열다섯 번 정도 벌금을 물어. 극악한 탄압이지."

백 소장은 시민들이 전처럼 거리에 나오지 않지만 '안방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들 안방에서 담벼락을 빵빵 차잖아. 이럴 수가 있느냐고. 그게 진심이고 민심이야. 박근혜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못하도록 유신 잔재를 청산해야 해. 옛날에는 마을에서 살 자격이 없으면 몰아냈어. 너는 땅별 지구에서 못사니 별나라로 가든지 하늘, 땅으로 가든지 내쫓는 것을 '패를 몬다'고 했어. 박근혜를 권좌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몰아내는 문화운동이 일어나야 해. '패몰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화전민 불빛 '서돌'... 어둠을 갈라라"

▲ 지난 16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만난 백발투사 백기완 선생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민족과 인간, 민주 반역자’라고 평가하며, 호통을 쳤다. ⓒ 정대희

그 '패몰이'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단다.

"나는 <오마이뉴스>가 이 땅의 '서돌'이었으면 좋겠어. 서돌이라는 게 뭐냐? 짓밟힐수록 불꽃이 이는 게 서돌이야. 민중 저항정신의 본질이지. 짓밟힐수록 불꽃이 일어난다는 말이야. 달빛도 없고 별빛도 없고 햇볕도 없는 깜깜한 어둠을 갈라버리는 게 서돌이야. 깊은 산 속에 들어가면 산허리에 요만한(손톱만 한) 불빛이 반짝반짝해. 그게 '도랑네'이자 서돌인데 혼자 사는 화전민의 불빛이야. 그것이 어둠 속에 갇힌 커다란 골짜기를 환하게 비춰주거든. 그런 서돌의 언론기관이 되자. 우리가 서돌의 작은 불빛이라도 키우자는 거야."

백 소장은 "올해 안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1만 명을 모은다는데, 10만 나아가 30만 명은 돼야 한다"면서 "썩어 문드러진 자본주의 문명의 영혼을 뒤집어 놓는 민중 문화를 전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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