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공주에 나타난 '실지렁이 산책로', 끔찍했다

10만인 리포트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차 없는 한 달, 이 마을에 100만명이 다녀갔다
[꿈틀버스 5호차-경기도 수원시] 마을 재생 이뤄낸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15.11.18 18:00 | 김예지 기자쪽지보내기

꿈틀버스 5호가 지난 11월 7일 ‘도심 속의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경기도 수원시로 달려갔습니다. 한 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한 생태 교통마을 골목을 둘러보고 옛 ‘대추나무골’인 조원1동 마을공동체 현장인 작은 도서관, 사회적 협동조합 ‘마돈나’, 수원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 등을 누비며 탑승객들은 마을 공동체의 희망을 엿봤습니다. 시멘트벽으로 단절된 팍팍한 아파트에서 꽃을 매개로 공동체가 다시 살아나는 현장도 목격했습니다. 우리 안에 덴마크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편집자말]
▲ 꿈틀버스 5호차가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찾았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의 길은 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진다. 검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색깔이 제각각인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길이다. ⓒ 정대희

직선으로 곧게 뻗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진 마을길. 검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색깔이 제각각인 보도블럭이 깔려있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인사말과 멸종위기 동물 그림이 보인다. 마을 주민들과 동물이 안녕하길 바라는 길이다. 모든 길에는 '차보다 사람'의 철학이 담겨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7일 오후, 꿈틀버스 제5호가 경기도 수원시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고요했다. 돌아다니는 이도 별로 없고, 들려오는 말소리도 없었다. 그런데 재작년 가을, 이 마을에 100만 명이 다녀갔단다.

2013년 9월, 수원시와 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유엔 해비타트(UN-HABITAT)가 공동주최한 '생태교통 수원 2013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행궁동 일대 0.34㎢ 규모의 원도심 지구는 '생태교통마을'로 지정됐고, 한 달 동안 '차 없는 마을'로 살았다. 화석연료 고갈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였다.

쇠락하는 마을에서 차 없는 한 달, "미쳤다" 소리 들어

"처음엔 '이젠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네, 미쳤네' 그런 말을 들었어요."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해도, 불편을 감수하는 일은 불만을 낳는다. 이날 꿈틀버스단과 함께 생태교통마을 기행에 나선 임덕순(62) 마을 해설사는 행사 추진 초기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설명했다. 당시 행궁동은 주민들도 애착이 없는 '집값이 싼' 마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는 수원의 번화가였던 행궁동은 문화재 보존지역으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 상권은 동수원, 영통 등 신시가지로 옮겨갔다. 마을은 쇠락하고 있는 상태였다. 공동체가 무너진 동네에서, '불편한 한 달'을 보내는 행사에 비협조적인 것은 당연했다.

행궁동에 살고 있던 주민은 4300명,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차량은 모두 1500대. '차 없는 마을' 실험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나눠졌다. 마을 사람들은 동네 샛길에서 마주치는 것조차 꺼렸다. 임씨는 "사회에서 5년 동안 겪을 일을 마을에서 1, 2년 동안 모두 경험해서 이젠 웬만한 욕을 들어도 끄떡없다"고 말했다.

▲ 꿈틀버스단과 함께 생태교통마을 기행에 나선 임덕순(62) 마을 해설사는 행사 추진 초기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설명했다. 당시 행궁동은 주민들도 애착이 없는 ‘집값이 싼’ 마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대희

공동체가 무너졌던 마을. 하지만 꿈틀버스단이 살펴본 생태교통마을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소박한 색채에 아담한 건물들, 깔끔하게 정비된 상가, 작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민 쌈지공원까지. '살기 좋은 동네'의 전형이었다.

갈라진 주민들을 결속시키고, 낙후된 동네를 일으켜 세운 건 '마을'이었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에선 '마을 사무소'를 운영했다. 마을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이곳은 주민간의 갈등을 봉합해 페스티벌을 추진하고,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임씨도 마을사무소에서 마을 활동가로 활동했다.

"공무원 20여 명이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왔지만, 공무원과 주민들은 아무리 문턱을 낮추려고 해도 거리가 있었어요. 마을사무소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관에서만 밀어붙여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주민들이 함께해서 가능했던 행사입니다."

작은 공동체를 복원한 뒤, 생태계라는 더 큰 공동체를 위한 실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하루 앞둔 날인 2013년 8월 31일, 주민 2200가구가 보유한 차량 1500대가 모두 마을을 빠져나갔다.

"정말 한 달간 마을에 자동차가 들어오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니, "그때 이곳에 와보지 않으셨나요?" 임씨가 오히려 되묻는다. 그의 답변에 자부심이 묻어났다.

▲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의 '새마을 문고'. 일반 가정집같은 분위기가 난다. 마을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다. ⓒ 정대희

젊은 부모와 작가들이 찾는 곳, 마을이 변화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변화한 생태교통마을 풍경은 여전하다. 한 시간 반의 투어시간 동안, 꿈틀버스단은 발걸음을 여러 번 멈췄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가 대표적이다.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집 담벼락에는 탐스러운 농작물이, 고운 외모의 할머니가 사는 집에는 자전거를 탄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동화 같은 그림은 삶을 말해준다. 벽화는 그 자체로 사람의 역사이자 이야기이다.

마을엔 다시 자동차가 들어섰다. 하지만 지금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화서문로, 신풍로 등 행궁동 일대에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연다. 이 뿐만 아니다. 생태교통마을 주민들은 집에 빗물을 모아 텃밭 가꾸기 등에 재활용할 수 있는 '빗물저금통'을 설치했다.

거리 곳곳에는 자동차 매연대신 꽃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카트로 만든 화분, '꽃카트'를 뒀다. 환경 실천이 마을 곳곳에 배어있다. 생태를 위해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일, 2년 전엔 그저 한 달 간의 '실험'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일상'이다.

▲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할 것들이 많았다. 벽화가 대표적이다. 고운 외모의 할머니가 사는 집에는 자전거를 탄 소녀가 그려져 있었다. 벽화는 그 자체로 사람의 역사이자 이야기이다. ⓒ 정대희

▲ 마을 곳곳, 자동차 매연대신 꽃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카트로 만든 화분 ‘꽃카트’를 뒀다. 환경을 위한 실천이 마을 곳곳에 배어있다. ⓒ 정대희

"마을이 너무 예쁘고 환경이 좋다고 이사 오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젊은 작가들도 마을로 들어와 공방을 차립니다. 변화가 생긴 거죠."

낙후된 원도심이었던 행궁동 생태마을은 이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이사 오는 마을이 됐다. 누군가 "집값이 오르진 않았냐"고 짓궂게 물어보니, 임씨는 "지금은 집값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갔다"며 더 중요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동안 힘든 일을 겪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만족합니다. 마을사무소 앞에서 업무를 방해하며 징을 치던 주민들도, 이젠 같이 화합해서 또 다른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고 있어요."

마을의 변화가 사람과 생활의 변화를 불러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낙후된 원도심이었던 행궁동 생태마을은 이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이사 오는 마을이 됐다. ⓒ 정대희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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