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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를 부탁해요!

아기엄마부터 106세 노인까지, 원전 투표 행렬
[현장] 영덕 원전 찬반 투표 첫날 7천여 명 참여... "영덕의 미래는 주민 스스로 결정"

15.11.12 11:06 | 양이원영 기자쪽지보내기

▲ 지품면 투표소를 찾는 영덕군민들 ⓒ 영덕주민투표관리위원회

지금 경상북도 영덕에서는 핵발전소를 유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전국에서 모인 400여 명의 시민자원봉사자와 200여 명의 주민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지난 11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 중인 주민투표는 첫날 예상치 못한 높은 투표율(6시 현재 투표인명부 상 46.3%)을 기록했다. 영덕군민들이 그동안 정확한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얼마나 목말라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영덕은 2010년 핵발전소 부지 대상지 주민 399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서 당시 이명박 정부에게 신규 핵발전소 부지 유치신청을 했다. 그 결과 2012년 강원도 삼척과 함께 부지 지정고시됐다. 이후 지난 7월 23일 발표된 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핵발전소인 천지 1, 2호기 건설이 포함됐고, 2026년 혹은 2027년에 준공예정이다.

하지만 영덕과 함께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지정고시됐던 삼척은 지난해 10월 9일에 열린 주민투표에서 85%의 반대율(투표율: 68%)로 7차 계획에서 제외됐다. 삼척 역시 현재 영덕처럼 중앙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시민들이 스스로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조직해 진행한 주민투표였다. 하지만 유권자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치인들이 알았기 때문에 주민투표 결과를 무시할 수 없었던 거다. 전기는 충분하기 때문에 핵발전소 보다 유권자의 선택이 정치인들에겐 더 중요한 상황이다.

"영덕 주민투표 용납 안 해" 정부가 협박했지만...

▲ 장관 명의로 영덕군 주민에게 발송된 우편물. ⓒ 김종술

중앙정부는 영덕군민들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하자 초강수를 쓴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자치부는 두 장관의 공동 명의로 영덕군민에게 드리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영덕군민 집집마다 배달되고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노인회관, 마을회관 등에 도배되었다.

서한에는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가정책에 대하여 법적 근거 없는 투표를 통해 번복을 요구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며 "법적 근거 없는 해당 투표행위에 대해 영덕군이 시설·인력·자금 등 행정적 지원을 하거나, 이·반장의 자격으로 직무의 범위를 벗어나 해당 투표행위를 지원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습니다"라고 썼다. 주민들을 협박한 것이다.

핵발전소 건설은 국가사무겠지만 핵발전소를 유치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범위로 볼 수밖에 없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법과 주민투표법의 대상이다. 영덕군의회는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주민투표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주민들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직접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데, 두 장관이 나서서 주민투표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핵발전소를 영덕에 밀어넣겠다는 일념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을 서슴없이 훼손하고 나선 것과 다름없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은 서한을 발표한 지 이틀만에 사퇴했고,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총선 출마를 위해 곧 사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영덕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경상북도에서 두 번째로 높게(87.11%) 나온 곳이다. 핵발전소 유치세력은 여당성향이 강하고 보수적인 이곳 영덕군민들의 정서를 이용해서 진행 중인 주민투표를 '불법투표', '나쁜투표', '가짜투표'라고 선전했다. 심지어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세력은 '붉은좌파세력'이라는 용어까지 썼다. 거기에 '원전건설 반대투표는 박근혜정부 심판'이라며 영덕군민들을 자극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홍보하는 이들은 영덕군민들보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에게 핵발전소 견학을 겸한 온천관광을 시키고 수박, 복숭아, 쌀을 제공했다. 식사를 대접하며 빤짝빤짝한 홍보물을 나눠줬다. 한수원과 그 협력사들은 원전 유치를 홍보하는 현수막으로 거리를 도배했다. 수억 원짜리 호화 잔치를 열고 경품을 뿌렸다. (관련기사: [단독] 한수원 직원이 결재한 '수상한 식사' 자리)

"오전 6시 부터 줄서서 투표"

▲ 투표시작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영덕군민들 ⓒ 영덕주민투표관리위원회

그런데 주민들이 나서지는 않았다. 조용한 영덕군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막상 투표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얼마나 많은 영덕군민들이 투표에 참여할지 오리무중이었다.

한수원 직원들은 투표시작 전부터 투표소 인근에 집회신고를 내고 투표소 근처를 돌아다니고, 마을회관을 돌며 불법투표 참여하면 안된다고 설명회를 했다. 투표소 주위에 몰래 숨어서 투표자들을 감시하고, 차량을 주차한 뒤 블랙박스로 투표 현장을 녹화하는 듯한 행동도 보였다. 주민들을 겁주고 억압해서 투표율을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이다.

▲ 투표소에서 한수원 직원 숨어있는 곳을 찍은 사진. 자세히 보면 투표소를 감시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다. ⓒ 영덕주민투표관리위원회

그런데 저녁 6시 현재 7376명이 투표했다. 이틀 동안의 투표로 1만 명은 쉽게 넘을 듯 하다. 부재자가 7천여 명을 넘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수는 2만5천여 명 안팎이라, 1만여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실로 놀라운 기록이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투표소를 찾은 영덕군민들은 매우 다양하다. 투표시작 시간인 오전 6시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아저씨들, 106세의 최고령자부터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 아기를 안은 엄마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와 함께 3대가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투표를 하기위한 줄이 계속 이어졌다.

영덕군민들은 중앙정부의 협박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원전사업자의 향응제공, 물품공세, 반짝거리는 청사진 제시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빵, 우유, 피자, 과자, 사과를 들고 와 주민투표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아래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위원인 김진기 영근회 회장의 글을 보면 21세기 민주주의가 너무나 당연한 시대에 중앙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영덕군민들은 어떤 생각인지 읽을 수 있다.

▲ 아기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영덕의 엄마들 ⓒ 영덕주민퉆관리위원회

우리 영덕인의 자존심, 우리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합시다.
찬성도 영덕사랑, 반대도 영덕사랑, 정정당당히 겨뤄봅시다.

현명한 우리 영덕군민들은 스스로 핵발전소 유치찬성과 유치반대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영덕의 미래를 위해서 핵발전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히 투표에 참여해서 찬성률을 올리는 것이 맞습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주권행사인 주민투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이 없다는 표현입니다. 더구나 '외부세력' 운운하면서 영덕군민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은 비겁합니다. 한수원과 협력 회사들은 외부세력이 아닙니까. 누가 불순한 외부세력입니까.

영덕군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주민투표를 하고 싶다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거부해 전국의 시민들이 주민투표 사무를 지원하며 영덕군민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투표권이 없으며 공정한 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투표권이 있는 영덕군민만이 주민투표에 참여하여 영덕군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한수원이 수억 원의 혈세를 펑펑 쓸 때, 우리는 한푼두푼 모아 전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어렵사리 주민투표를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한수원과 정부는 주민투표를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습니다. 영덕군민들 대다수가 원하는 주민투표 성사를 방해하는 이들이 불순한 외부세력입니다.

저는 핵발전소는 영덕의 미래를 위해서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이제 내년이면 우리 영덕에는 동서 4축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남북 7축 고속도로(울산-포항-영덕 구간은 지금 공사중), 동해 중부 고속철도가 열립니다.

경상북도청이 세워지고 있는 예천, 안동은 이곳에서 50km 밖에 안되고, 상주, 문경, 영주, 풍기 등 가까운 내륙지방에서는 30분 전후의 시간으로 영덕의 바닷가를 보며 여가를 즐길 수 있고, 서울·경기 지방의 2000만 인구 중 주말이면 200만 인구가 움직이고 있으며, 동해바다를 보기 위해서 강릉과 속초 등 식상하도록 여행한 지역 보다는 새로운 신도시가 열리는 우리 영덕을 찾아 올 것이며, 그들 중 1%로만 찾아와도 2만 명입니다.

안동 횟집 주인들이 고속도로 뚫리면 망한다고 전업을 준비 중이랍니다.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도시가 우리 영덕입니다.

지금까지 청정 영덕을 지켜온 우리로서는 잘 보존해온 자연이 자원이 되어서 우리 선배님들께서 원했던 관광영덕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우리 영덕을 굴뚝없는 공장으로 웰빙(Well-being)을 즐길 수 있는 영덕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9년 연속 '로하스(Lohas) 영덕'(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이미지에 걸맞는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깨끗한 지역으로서 가치를 높여갈 수 있고 우리 영덕의 미래를 천년만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한 번 보시고 동해안 지역을 잘 관찰해 보십시오. 경주 바닷가는 핵발전소에 핵폐기장이 들어서서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울진 바닷가는 핵발전소 10기나 들어선다고 합니다. 핵발전소에서 30km 떨어지면 방사능 영향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영덕은 청정지역입니다. 깨끗한 동해바다와 아름다운 산천과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영덕은 천혜의 관광자원입니다. 지금까지 공장 하나 없는 깨끗한 지역은 우리 영덕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소중합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고, 잠시 빌려쓰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 영덕을 온전히 물려주고 싶습니다.

정부에게 묻습니다.

군의원들의 동의와 주민 399명의 동의로 유치신청 했다고 핑계를 대는데, 핵발전소 예정구역 고시는 언제든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참상을 목격한 영덕군민 대다수가 영덕군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고, 군의원들 전원이 주민투표 결의를 했다면 중앙정부는 최소한 주민투표는 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민투표에 참여하지 말라며 영덕군민들을 협박하는 것은 영덕군민들을 무시하고 핵발전소를 밀어붙일려는 꼼수입니다. 정부는 우리 영덕군민들의 주민투표를 방해하지 말고 결과를 인정하십시오.

존경하는 영덕군민여러분
영덕의 미래 발전을 위한다면
찬성이든지 반대든지 선택해야하고
영덕의 진정한 미래 발전을 원하고
영덕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투표에
참여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우리 영덕의 주인은 바로 우리 영덕인입니다
우리 영덕의 미래도 우리 영덕인 만이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김진기

○ 편집ㅣ손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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