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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6시 칼퇴근'하는 연극단원, 상상이 되나요
[마당극패 우금치 별별마당 프로젝트] 3화. 우금치의 힘은 민주적 운영에 있다

15.11.05 11:05 | 이정림 기자쪽지보내기

1990년 창단한 마당극패 우금치는 25년간 창작극 40편, 공연2500회를 올린 한국의 대표 마당극 극단입니다. 우금치는 동인제 극단으로서 공동책임과 투명한 재정운영, 체계적인 훈련시스템 등 독자적인 운영방식과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아 백상예술대상 특별상(1997),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창작연희 대상(2008), 대한민국 창작국악극 대상(2014) 등 각종 상을 수차례 수상했습니다. 우리의 전통예술을 잇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예술로 만들고자 했던 20대 청년들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연습 공간 하나 없는 척박한 전통예술 환경에서, 마당극을 지키려는 열정과 헌신을 우금치인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이라 합니다. 지금 우금치는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마당극장 ‘별별마당’을 만들고 있습니다. 단원이 대출을 받아 건물을 구입하고, 건물 수리비를 시민이 후원합니다. 그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우금치 단원은 오전 10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한다.

그리고 18명 모두, 매월 급여를 받는다. 생활과 소득이 불규칙한 예술계에서 이런 시스템은 상당히 특별한 것이다. 우금치는 창단부터 지금까지 여느 직장생활과 다름없는 이 체계를 지속해왔다.

조직 운영 방식 또한 색다른데, 우금치와 관련한 사안은 단원으로 구성한 총회에서 결정한다. 즉, 단원의 의견을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를 실행하고 있다. 단원들은 배우이면서 동시에 행정, 홍보, 기획 등 조직운영 전반의 업무를 분담해서 맡고 있다. 단원 전체가 참여하고 함께 이끄는 방식이다.

단원의 급여 수준은 정단원을 기준으로, 경력 년 수에 따라 현재 월 100만 원에서 160만 원을 받는다. 일반 회사원과 비교했을 때,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월급을 한 번도 지급하지 못한 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단원들은 자부심을 보였다. 첫 월급 5만 원에서 160만 원까지의 성장, 일반극단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지난해 우금치의 총매출액은 6억 원이며, 수익의 대부분은 연 100회 이상 하는 공연이 차지한다.

이와 같은 우금치의 발전에는 배우이자, 극작가, 연출가인 류기형(52) 대표가 중심에 있다. 그를 만나본다.

"사회의 아픈 부분 회복시키는 게 바로 예술"

▲ 류기형 대표 ⓒ 우금치

- 우금치는 기존 예술단체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전국에 연극단체가 700~800개 정도 있어요. 그 중에서 저희 시스템이 5위 안에 들어 갈 거라고 자부해요. 월급을 줄 수 있는 극단도 거의 없으니까요. 저희는 연극하는 사람 중에서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동출자하고, 공동운영을 하는 동인(同人)제 시스템이죠.

예전에는 대학로에 이런 단체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10년 전부터 사라졌죠. 지금은 프로덕션 시스템이에요. 극단은 있는데 단원이 거의 없어요. 제작자와 기획자가 작품을 선택하면,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모집해요. 그렇게 해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공연이 끝나면 해체하죠. 그게 단체를 운영하는 비용도 적게 들고,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거예요. 

연극계 선배님들도 저에게 그런 조언을 많이 하셨어요. '서울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그러니 너도 고생하지 말고 단체를 정리하라'고. 하지만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술인은 어떤 정신과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요.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그 과정 자체가 모두에게 교육이죠.

어느 작품 하나 딱 정해 놓고, 오디션 공모를 해서 너 얼마, 너 얼마, 하는 거 제가 볼 때 철저히 상업화된 거죠. 배우들은 여기저기 오디션만 보러 다녀야 하고…. 저는 연극인들이 건강성을 회복하려면 저희 같은 구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우금치는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하는 동인제 시스템으로 25년을 버티고 성장해왔다.

- 우금치의 예술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나요?
"저는 학교에서 탈춤을 접하고 예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이 길을 시작했지만, 예술과 사회의 연관성을 보게 됐고, 이 사회에서 예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했어요. 예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 봤을 때, 궁극적으로 아름다움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며, 그래서 사회의 아픈 부분을 회복시키는 게 아름다움이라고….

지금 사회는 자본에 대한 개인의 욕망을 자극해서 개인화하고, 이기심을 자극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죠.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뭐냐, 우리가 같이 해야 한다는 거예요. 개인의 심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니, 공동체성을 키워서 그 문제를 해결 해야죠….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기들의 사회적 가치와 정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금치, 단원들은 그 안에서 어떤 것을 익히고 쌓아가고 있을까? 공생(共生)의 모습은 무엇일까? 20대 후배 단원은 선배들을 보고 있으면 꼭 가족 같다고 했다. 서로 티격태격 하지만 끈끈한, 언제든지 서로를 위해 달려 올 것 같은 그런 모습. 이러한 따뜻한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단순히 개인의 성품 때문은 아닐 것이다. 

- 극단이라서 위계서열이 강하고 권위적인 분위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편안하고 민주적인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가요?

"우리 단원은 창의적이고 자유롭죠. 초기부터 그렇게 운영했어요. 다른 극단에 가보면 후배들이 선배들한테 90도로 인사하고 깍듯하게 모시는데, 그럴 때 솔직히 부러울 때도 있죠(웃음). 우리 단원들은 어휴(웃음).

제가 전에 국립극단에서 하는 작품 연출을 맡았는데, 그곳에서는 연출이 제왕이에요. 60대 이상의 스태프들이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연출가 말 한마디면 모든 게 정리돼요. 많이 놀랐죠. 그런데 저는 그게 연극계의 부정적인 면이라고 봤어요.

저는 늘 단원들과 대화를 해요. 저는 단체의 책임자니까 고민하는 양이 단원들보다 많잖아요. 그래서 많은 생각 끝에 무슨 의견을 내면, 어떤 녀석은 어제 술만 잔뜩 쳐먹고 와서 술 냄새 풀풀 풍기면서 '형,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딱 해버리는 거예요. 자기는 형 생각하고 다르다고. 그럼 그때 나는 미치것어(웃음).

그런데 저는 우금치가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민주적 구조에 있다고 봐요. 단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요. 자기들 의견이 반영 안 되면 끝까지 표현해요. 그럼 저는 그것을 반영 안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떨 때는 제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그 애들이 해내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요. 민주적인 구조가 장점이 굉장히 많아요."

"자기 의견 스스럼 없이 말하는 단원들, 우리 극단의 힘"

▲ 공연연습 ⓒ 우금치

알수록 흥미로운 극단이다. 민주주의, 말로만 배운 것 같은 이 개념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우금치 단원들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단체에 대한 헌신이 유별나게 강하다고 느꼈는데, 구성원을 위한 조직운영이 이렇게 사람들을 협력으로 이끄는 동력인 것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25년 간 극단을 지켜온, 그가 생각하는 리더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 리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리더는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돕는 도우미 역할. 무대에 오르면 사람은 어차피 배워요. 리더는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리더로서의 덕목은 포용력이고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것, 나와는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거죠. 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단체에서 나가라고 안 해요. 의견이 달라서 나간 사람이 있다면, 더 싸웠어야지 왜 나갔냐고 그러죠(웃음)."

극작가이자 배우여서 자의식 강한 예술가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류기형 대표는 뜻밖에 잘 웃고, 소탈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소통을 강조하는 마당극의 특성인가 싶기도 했다.

- 다른 장르가 아닌, 전통예술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통은 우리의 정신이에요. 연극하던 사람들이 1960년대 말에 이런 고민을 했어요. 연극은 나의 삶을 표현하는 건데, 왜 다 서양 극본에, 서양 식 표현인가.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는 우리의 표현 방식은 없는 건가? 그러면서 전통문화 안에서 풍물, 굿, 춤 등을 차용해서 사용했고요. 그렇게 해서 창작극과 창작탈춤이 만나서 마당극이 만들어졌죠. 마당극은 출발부터 우리 것이 무엇인가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마당극에서 전통은 굉장히 중요해요. 즉,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거니까."

-마당극장 별별마당을 만들고 있어요. 완공되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25년간 몸을 바쳐서 마당극을 해왔는데 변변한 공간이 없어서 떠돌아 다녔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안정된 공간에서 자기들 하고 싶은 작품을 마음껏 하게 해주고 싶어요. 공간이 생긴다면 후배들에겐 큰 짐이 덜어질 것 같아서요. 선배로서 갖는 책임감 내지는 해결해야 할 일 인거죠. 하지만 별별마당은 마당극만을 위한 곳은 아니에요.

저는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사적 범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이라는 것도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닌 공공물이라고 봐요. 그래서 별별마당도 그런 의미가 있어요. 저희가 계속 떠돌아다니다 보니, 시민들과 만나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서 교류 기회가 적었어요. 장소가 정착되면 안정적으로 시민들과 만날 수 있죠. 마당극 교육이나 전통예술 공연 교육도 할 수 있을 거고, 다른 예술가들에게 공연장을 제공할 수도 있고요."

끝으로 우금치에게, 후배에게 바라는 것을 물었다.

"저와 20여 년을 함께 한 단원들은 70살까지 함께 할 동지죠. 저에게는 이제 그 애들의 노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 하는 숙제가 있어요. 후배들이 늘 새로움에 대한 변화를 갈망하고, 그에 따라 변해갔으면 좋겠어요. 항상 그렇게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었으면 해요. 예술은 그런 거니까요."

다시 태어나도 마당극을, 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류기형 대표. 재능과 열정 그리고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만나면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알았다. 행복. 그는 그렇다.

요즘 단원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일이 많아서 후배들과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다며 아쉬워한다. 그리고 다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대신 이 자리를 빌려서 단원들의 마음을 전한다. 

류 대표님, 단원들은 대표님을 존경하고 있었어요. 대표님의 노력과 애정, 자신들과 함께 한 긴 역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대표님과 끝까지 같이 갈 듯합니다. 그러니 좀 더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편집ㅣ손지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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