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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롯데 레전드 박정태, '공포의 야구단' 맡은 까닭
[소년의 눈물 16화]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야구단 박정태 감독 인터뷰

15.10.29 13:40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 야구단 박정태 감독 ⓒ 조호진

<돌아와요 부산항>은 옛노래다. 지금은 '떠나가는 부산항'이 됐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시민들이 야구에 열광하는 것은 부산의 영광과 부활을 향한 타는 목마름인지도 모른다. 전남·광주 시민들이 해태 타이거즈에 열광했던 것처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응원의 함성을 터트리는 건 '부산 갈매기'의 꿈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타석에 들어서면 몸을 흔드는 독특한 타격 폼과 매서운 눈매로 투수의 기선을 제압하는 선수, 악착같은 승부 끝에 날리는 안타와 홈런,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서도 기적처럼 일어나 달리던 '탱크' 박정태(46).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투혼을 발휘하며 승부를 겨루던 작은 체구(173cm)의 그를 '거인'이라고 불렀다.

통산 타율 0.296, 골든 글러브 다섯 차례 수상, 2년 연속 올스타전 MVP…. 야도(野都) 부산 시민의 자랑인 박정태는 진짜 부산 갈매기다. 대연초, 부산중, 동래고, 경성대를 거쳐 롯데에서만 14년 동안 뛰었고 2004년 프로생활을 마친 뒤에는 롯데 1군 타격 코치와 2군 감독을 맡기도 했다. 롯데의 내홍과 저조한 성적에 실망한 부산 팬들은 '악바리' 박정태를 그리워 한다.

박정태는 부산 팬들에게 감독 영입 0순위다. 그런데 롯데가 아닌 신생 구단 감독에 취임했다. 그를 영입한 구단주는 최인석(58) 부산가정법원장이다. 단장은 보호소년들의 대부인 천종호(51) 부장판사다. 부산가정법원이 보호소년 30여 명으로 야구단을 창단한 건 소년들의 비행 예방과 사회 복귀를 위해서다.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보호소년의 비행 예방과 사회 복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야구단 창단 주역. 오른쪽부터 박정태 감독, 최인석 부산가정법원장, 천종호 부장판사. ⓒ 조호진

레인보우희망재단(이사장 박정태)과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24일 부산 기장군 도예촌 야구장에서 창단식 및 시범 경기를 치렀다.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바지 사장(구단주)이라고 소개한 최 법원장은 창단식 때 이런 인사말을 남겼다.

"저는 박정태 감독의 팬입니다. 선수로서 승부사 기질과 좌절을 이겨낸 근성을 좋아합니다. 롯데 팬인 저는 박 감독이 자이언츠 감독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보호소년 야구단을 만들면서 롯데 감독으로 영입될까봐 근심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문제가 조금 있지만 나쁜 아이들은 아닙니다. 힘없고 불쌍한 우리 아이들을 누가 돌보겠습니까?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 아이들을 맡아준 박정태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제2의 추신수·이대호 키우는 레인보우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

▲ 롯데 자이언츠의 레전드 박정태 감독. ⓒ 조호진

박정태 감독은 2011년부터 다문화 아이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희망전도사가 됐다. 얼마 전에 지인의 소개로 방문하게 된 교회(금정평안교회)에 찾아온 부산성애원 아이들에게 사인볼을 선물했다가 야구 선수가 꿈인 아이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하고 야구 교실을 열어줬다. 다문화 아이들 역시 그랬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가 다문화 아이들, 보육원 아이들에게 빠져들면서 야구단까지 만들어주게 됐다.

"나 자신도 그랬고, 이대호 선수도, 조카인 추신수 선수도 가난과 아픔을 야구로 떨쳐내지 않았는가! 이 아이들에게 야구가 희망이 된다면, 그래서 제2의 이대호와 추신수가 나온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는가!"

5년 전에 창단한 다문화 아동야구단은 현재 부산 16개 구·군과 양산 그리고 울산까지 확대되면서 모두 28개 팀이 운영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레인보우희망재단'은 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박정태 이사장은 재단을 통해 다문화 아동야구단과 보호소년 야구단에 이어 북한이탈가정, 고아, 장애인 등 7개 소년야구단 창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곱 색깔 무지개를 채워가기 위해 야구단 이름은 '레인보우 카운트'(Rainbow count)로 정했다.

지난 23일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횟집에서 박정태 감독과 인터뷰했다. 박 감독 덕분에 횟집 주인에게 덩달아 환대받았다. 횟집 주인도 야도의 시민이었고 박정태 감독의 팬이었다. 팬의 사랑은 졸깃한 횟감과 장어구이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나는 비행청소년이었다... 박정태 이름값을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 10월 24일 부산 기장군 도예촌 야구장에서 시범경기를 하고 있는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야구단 ⓒ 조호진

-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있었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나?
"박정태는 부산 팬들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프로구단으로부터 코치 영입, 방송국으로부터 야구 해설가 제안을 받았지만 소외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위한 길이 힘들지만 행복하다. 낮은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박정태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아직은 멀었다."

- 다문화 아동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렵지 않나.
"처음에는 다문화 가족들이 색안경을 끼고 봤다. '왜 돈도 안 받고 우리 아이들에게 저렇게 잘해주나?' 의심했다. 주위의 눈빛도 차가웠다. 1군 타격코치와 2군 감독할 때까지는 사비를 들여 야구단을 운영했는데 수입이 끊기면서 운영이 힘들어 주위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는데 요즘엔 '우리 아이들 도와주세요!' '형, 돈 좀 주세요!'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도움이 필요하다."

- 보호소년 야구단 감독은 어떻게 맡게 됐나?
"최인석 부산가정법원장과 천종호 부장판사에게 부모 부재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비행소년들의 사정을 들었다. 스포츠를 통한 비행 예방과 건강한 사회 복귀 방안을 나누다가 야구단 창단까지 이어졌다. 다문화 소년야구단 창단과 고아 소년들의 야구 지도 경험이 있어서 선뜻 응했다."

- 소년들이 만만치 많을 텐데.
"옛일을 고백하자면… 나는 비행청소년이었다.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아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오랜 투병 생활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형제(3남 5녀)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어머니(김덕순, 91세)는 막내인 나만 데리고 살면서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집에 가도 어머니께서 안 계셨다. 빈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리다가 가출도 하고 문제 행동도 꽤 했다."

- 얼마만큼 심했나?
"부산중학교 시절엔 제법 센 싸움꾼이었다. 야구보다 싸움을 열심히 했다. 중학교에 가서 주먹이 센 아이들을 만났는데 다 꺾었다. 그다음엔 부산중의 자존심을 걸고 다른 중학교 주먹들과 싸워서 이겼다. 다른 학교 주먹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권투와 태권도를 배웠다. 싸움을 정말 잘했다. 그냥 싸운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싸웠다. 그때도 근성이 강했다. 그러다 다른 학교 패거리들과 패싸움을 크게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만약에 감독님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소년원에 갔을 것이다."

어머니의 눈물... 야구부 회비 못낸 대신 설거지 한 어머니

▲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야구단은 보호처분 중인 소년과 학업이탈 청소년들로 구성됐다. ⓒ 조호진

- 야구부 활동은 어떻게 됐나.
"어머니께는 열심히 야구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는데 들통 났다. 가출하고 결석하면서 야구부에 계속 나타나지 않자 감독님이 어머니를 찾아가셨다. 그날 밤, 어머니가 밤새 우셨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우시기만 해서 집안이 더 어려워졌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감독님이 이제 그만 놀고 야구하자고 하면서 어머니를 찾아간 사실을 이야기했다."

- 어머니가 무던한 분인가 보다.
"야구부 학부모 회식이 학교 식당에서 있었다. 회식 끝내고 돌아가는데 식당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려서 창문을 살짝 열고 봤다. 야구부원과 학부모들이 먹은 그 많은 그릇을 어떤 아줌마 혼자 설거지하고 있었다. 고무장갑도 없이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근 채였다. 기분이 이상해서 자세히 봤더니 어머니였다. 야구부 회비를 못낸 대신에 설거지를 하셨다.

나 같은 놈도 자식이라고 저렇게 고생하시나….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결심했다. 성공해서 어머니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그 이후로는 하루에 1000개 이상 스윙하는 등 양손 껍질이 벗겨질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셨다. 동래고 야구부에 스카우트 되자 초량시장의 집을 동래고 정문으로 옮겼다. 통학 시간 때문에 야구 연습 시간이 줄어들까봐 그렇게까지 하셨다."

"위험한 아이들을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게 지도자"

▲ 부산가정법원 보호소년야구단은 비행예방과 사회복귀를 위해 창단됐다. ⓒ 조호진

- 비행 청소년 출신이니 아이들의 대한 생각이 남다르겠다.
"아이들을 보면 방황하고 반항하던 옛날의 내가 생각난다. 부모에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의지할 데도 없으니 방황하고 반항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나. 아이들을 돼지국밥집에 데려가면 4~5공기씩 먹는다. 먹고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건 마음이 허기지기 때문이다."

- 소년들과 야구단이 가능하겠는가.
"2주 동안 창단 준비로 바빠서 아이들을 못 봤다. 오늘(23일) 선수들을 집합시켰는데 주장이 보이지 않아서 '주장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킥킥거리다가 '소년원에 갔어요!'라는 것이다. 기가 찼다. 소년원 간 아이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 유니폼을 맞춰주면서 이름은 새기지 못하고 등 번호만 새긴 건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포의 청소년 야구단'이다.(웃음)"

- 거듭 질문하지만 보호소년 야구단이 가능하겠는가.
"힘들긴 하지만 일반 아이들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 아이들은 밑바닥 인생을 경험했고 열정도 있다. 열정이 없었으면 학교 밖으로 뛰쳐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을 잘 칠 수 있게끔 던졌더니 잘 치고, 달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칭찬하면 빠르게 반응했다. 이대로 방치하면 나쁜 길로 가겠지만 잘 가르치면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다. 아이들에겐 잠재력이 있다. 위험한 아이들을 좋은 선수로 만드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야구는 팀플레이가 중요한데 소년들 중에는 독불장군 스타일이 많다.
"아이들은 법원의 보호 처분 중인 상태에서 야구단에 위탁됐다. 싫든 좋은 야구단에 와야 한다. 처음에는 고개 숙인 채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때우려는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더니 서서히 땀을 흘리며 뛰기 시작했다. 이젠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려면 나오지 말라'고 하면 그 말을 무서워한다. 재미가 붙은 것이다."

- 야구단 구성은?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하다. 야구를 했던 아이도 있고 처음 하는 아이도 있다. 10명가량은 여학생이다."

- 제2의 박정태 선수가 눈에 띄는가?
"야구단의 현재 목표는 닫힌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다.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도전 의식을 갖게 하는 것, 음지 문화를 양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목표다. 선수로서 가능성은 그 이후다."

- 마지막 질문이다. 박정태의 야구와 인생에 대해 듣고 싶다.
"언젠가 감독으로 돌아가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부족하다. 그래서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을 통해 야구장에서 배우지 못한 인생을 배우고 있다."

추락한 욕망의 별들... 아름다운 별은 낮은 곳에 뜬다

▲ 레인보우희망재단 박정태 이사장은 제2의 박정태, 이대호, 추신수를 키우고 있다. ⓒ 조호진

스타는 대중에게 빛나는 존재다. 그런데 빛의 역할은 외면한 채 돈과 인기에 사고 팔리면서 영광에 도취하는 경우가 있다. 주체할 수 없는 돈방석에 앉은 몇몇 별들은 욕망의 전차를 타고 과속 질주하다 추락하거나 공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익사하기도 한다. 스타를 우상처럼 숭배하던 대중들은 빛을 잃은 스타들을 외면한다. 실망시킨 대가로 돌도 던진다.

아름다운 별과 위대한 별은 하늘에 뜨지 않고 가난하고, 외롭고, 힘든 이들 곁에서 아주 낮게 뜬다. 아름다운 별을 보려면 졸린 눈을 비비면서 어둠의 밤을 지나 동이 터오르는 새벽으로 향해야 한다. '부산 갈매기'를 목매어 기다리는 팬들 곁과 '돌아와요 부산항'에 아름다운 별 하나가 소년들과 함께 뜨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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