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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술, 금강에 산다

42년만의 가뭄, 황당무계한 '4대강 활용론'
[김종술, 금강에 산다] 4대강 '보'는 구세주가 아니다

15.10.27 21:13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으로 보령호의 식수가 부족해서 금강에서 관을 묻어 가져가겠다고 한다. 지난 23일 찾아간 부여대교 아래에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인데도 녹조가 심각했다. ⓒ 김종술

백제보 하류. 녹조 낀 강변에 6개의 릴낚싯대가 가지런히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의 대 끝이 휘청거리며 딸랑딸랑 방울이 울렸다. 낚시꾼은 재빠르게 대를 젖혀 릴을 감았다. 초릿대가 활처럼 휘면서 힘겨루기를 하던 물고기가 강변 20m 부근에서 공중부양을 하듯 뛰어오르더니 맥없이 빈 바늘만 올라왔다.

이곳 백제보는 4대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해도 이명박 정권의 토목사업에 대해 토를 달지 않았던 '조중동'이 최근 들어 침이 마르게 칭찬한 곳이다. 충남 서부 지역의 긴급 가뭄에 따른 용수를 식수로 끌어가겠다는 42년 만의 가뭄 종결지다. 낚시꾼의 이야기부터 마저 전하고 '4대강 활용론'의 황당무계함을 이야기하겠다.

녹조의 강에서 낚시하는 법

▲ 4대강 준공과 동시에 백제보 인근에서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10일간 60만 마리 이상의 어류들이 죽어갔다. 사진은 2012년 10월 22일 부여대교 아래. ⓒ 김종술

허탈해진 낚시꾼은 담배 한 개비를 물고 주먹만한 떡밥을 달아서 힘껏 날렸다. 그동안 수없이 보았던 낚시꾼들의 떡밥보다 2~3배는 커 보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녹조가 바닥에 가라앉았는지 청태가 낀 바늘이 올라와요. 떡밥을 크게 달아야 떨어진 주변에 골고루 퍼지죠. 그래야 물고기가 잡힐 확률이 높아요."
"아하! 그럼 떡밥이 크면 던지면서 떨어지지 않나요?"
"떡밥을 집에서 개와요. 전날 밤에 떡밥을 이겨서 냉동 시켜 아이스박스에 가져오면 하루 정도는 사용할 수 있어요."


강바닥의 청태를 고려해서 떡밥을 크게 달아 던진다는 것이 '녹조강' 낚시꾼의 비법이었다. 11월을 코앞에 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지만 녹조는 계속 피어나고 있다. 충남 부여군 백제교 인근에서는 4대강 사업으로 보 공사가 끝난 지난 2012년 10월 금강 물고기 떼죽음이 10여 일간 지속됐다. 당시 60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거짓과 진실 1] 4대강 사업이 아닌 하굿둑의 물

▲ 보령호 ⓒ 김종술

최근 이곳이 보령댐 단수 조치로 불편을 겪는 도민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충남 서부지역 식수 공급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20%에 불과해서 보령시, 서산시, 태안군이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11만5천 톤씩 금강 백제보 물을 보령댐 상류로 끌어들이기 위해 625억 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한다고 밝혔다.

몇몇 언론은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들였지만 무용지물이었던 '4대강의 보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고 떠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부터가 거짓이다. 보령댐으로 물을 공급하겠다는 곳은 백제보 하류 6.6km 지점으로 과거에 만든 하굿둑이 담수하는 물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앞다투어 4대강 사업으로 가뭄에 수혜를 입은 것처럼 현혹하고 있다.

이곳은 비교적 맑은 물이 공급되는 청양의 지천과 부여군 은산천 인근이다. 그렇지만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상류의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나빠진 용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맨눈으로 보기에도 수질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4대강 사업만 끝나면 물 걱정, 홍수 걱정이 없다고 했다. 그런 정부가 가뭄의 해결책으로 4대강 보가 아닌, 한참 떨어진 하류에서 취수해 가면서도 4대강 보를 들먹이고 있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은 셈이다.

게다가 정부는 재난 상황에 따른 긴급용수 공급이라는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 평가 등의 절차는 무시했다. 국토부가 승인하고 수자원공사가 시공사를 선정해 2월 말까지는 공사를 끝내겠다고 한다. 4대강 사업의 공사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거짓과 진실 2] 4급수 썩은 물을 보령댐에 공급하겠다?

▲ 지난 8월 충남 부여군 부여대교 인근의 녹조 상태. ⓒ 김종술

하지만 이런 땜질식 처방은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금강은 4대강 사업 이후 급격하게 수질 변화를 겪는 곳이다. 최근까지 대청댐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용수 중 일부를 하천유지용수로 내려보내면서 현재 대청댐 식수까지 부족해졌다. 그런데도 이 지경이다.

▲ 2014년 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환경과학원이 조사한 보 건설 전후 수질 상태. ⓒ 김종술

▲ 2014년 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한 장면. 질산성 질소 오염 수준에 관해 '상수원수로 이용불가'라는 수자원공사의 보고서 자료. ⓒ 김종술

▲ 2014년 SBS 방송을 통해 보도된 내용 중, 암모니아가 기준 이상으로 높다고 충남연구원에 조사한 자료이다. ⓒ 김종술

2013년 충남도는 백제보 인근에서 물을 충남 서부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수질 악화 문제로 무산됐다. 지난 2014년 <SBS스페셜> 영상을 보면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 등은 '질산성 질소와 암모니아가 기준 이상으로 높아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썼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금강의 수질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식수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수자원공사와 충남연구원은 입을 다물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서둘러 공사를 끝내겠다고 한다. 불과 2년 전에 쓴 보고서는 휴짓조각이 됐다.  

이런 사실도 있다. 전북 익산시는 금강에서 공용용수와 농업용수를 가져간다. 지난달 16일부터 25일까지 휴일을 제외한 8일간 금강 물 10톤을 섞어 정수 처리해 식수로 공급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익산시는 시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최근 익산시의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보령댐에 보내겠다는 물과 익산시가 받아쓰는 물은 '도찐개찐' 크게 다르지 않다.

[거짓과 진실 3] 금강물은 식수로 적합한가

▲ 부여대교에서 보령호로 끌어다 식수로 사용하겠다는 물. 부여대교 상류 2km 지점 우안에서 환경부가 정한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중 '4급수'로 표기된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발견되었다. ⓒ 김종술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은 진리였다. 2~3급수에 산다는 태형동물인 이끼벌레까지도 금강 본류에서 자취를 감췄다. 간혹 발견되는 장소는 비교적 맑은 물이 유입되는 지류와 만나는 곳이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인 우석대 서지은 교수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오른다.

"이끼벌레가 집단으로 서식하다 한꺼번에 사라지면 수질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으로 판단해도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환경부의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는 1급수부터 4급수까지 표기되어 있다.

▲ 환경부가 정한 수질등급 판정기준표. '빨간색' 4급수는 공업용수 2급이다. 농업용수 사용이 가능하며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표기되어 있다. ⓒ 김종술

1급수는 오염되지 않아서 간단한 정수과정을 통해 음료수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물로 가재·무늬강도래·물날도래·줄새우·플라다니아 등이 산다. 2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하거나 수영할 수 있는 물로 꼬마줄물방개·다슬기·물장군·소금쟁이·장구벌레 등이 서식한다. 3급수는 수돗물로 적합하지 않으며 공업용수로 사용하는 물이고 거머리·달팽이·말조개·우렁이 잠자리 유충이 산다. 4급수는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이고 깔따구·실지렁이·나방애벌레·거머리 등이 서식한다.

그럼 금강은 어떤 상태인가? 지난 6월 <오마이뉴스>는 2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된 가운데 금강 탐사를 했다. 배를 타고 강의 중간에서 퍼 올린 퇴적토는 생물이 살 수 없는 시꺼먼 펄이었다. 그 속에서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확인했다. 4급수에서 사는 생물은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등 전 구간에서 발견됐다.

지난 8월 조류전문가인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구마모토 환경보건대학 교수,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는 금강 녹조 물에서 현미경을 통해 독성물질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이 찾아내기도 했다. 당시 다카하시 교수는 "오늘 한 번 조사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밀 조사에 따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본의 이사하라 간척지는 8년간 같은 장소를 조사를 하면서 농작물에서 독성물질을 검출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기관인 환경부에서 정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확인된 금강은 독성 물질까지 함유했다는 녹조투성이 물이다. 정부는 가뭄을 틈타 전 국민을 상대로 마루타 시험을 하겠다고 나선 걸까. 

[거짓과 진실 4] 물이 부족한 진짜 이유

▲ 환경부 2013년 상수도 통계로 충남 서부지역 유수율 현황 ⓒ 김종술

물이 부족한 원인은 가뭄인가, 누수인가? 사실 지금의 단수 조치는 가뭄이라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에 가깝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의 유수율(공급량 중 요금을 징수한 수량의 비율)은 84.2%에 불과하다. 노후 관로로 인해 충남의 유수율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유수율이 77.9%로 제한급수가 이루어지는 보령시는 56.5%, 서산시 81.5%, 태안군 64.7%, 홍성군 63.2%, 부여군 50.7% 등이다. 공급 과정에서 손실되는 양을 보면, 노후관로만 정비해도 현재의 단수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줄줄 새어나가는 수도관망의 개선은 거론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도수관로 건설과 댐 건설부터 주장한다. 정부는 지방상수도 관리를 지방사무로 분류해 상수 관망 개보수는 지자체로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장은 재정 부족을 핑계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는 댐 건설, 도수관로 건설 등을 위해 조직과 예산을 늘리려 하고 환경부는 급수율을 높인다며 수도관 신설 예산 타령으로 가뭄 장사에 혈안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02년 369곳에 이르던 상수원은 2013년 309곳으로 20%가 줄었다. 충남의 취수원도 1999년 48개(대청댐, 보령댐 제외)에 달했는데 2013년엔 12개로 줄었다. 75%가 폐쇄된 것이다. 광역 상수도의 물을 팔아먹으려는 수자원공사와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해 주민에게 선심을 쓰고 싶었던 정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용수를 폐쇄하는데 앞장서고 생활용수 공급과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눈감아 주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에 국민들만 놀아난 꼴이다.

하루살이 같은 땜질식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으로 썩은 물을 살리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문을 열어야 한다. 산소 제로 지대로 변한 강바닥의 썩은 퇴적토를 쓸어내리기 위해서라도 수문을 개방해 강의 숨통부터 터줘야 한다. 우리에겐 '많은 물'이 아니라 '먹을 물'이 필요하다.

산과 들, 강변에 낙엽이 지고 있다. 오늘도 혼자 금강을 걸으며 아름다움에 젖고 싶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어도 녹조가 사라지지 않는 강, 실지렁이와 깔따구가 점령한 강바닥의 펄. 그리고 허무맹랑한 4대강 사업의 그늘을 덮으려고 썩은 물을 식수라고 우기는 언론들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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