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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4대강', 케이블카

'장애인 때문에' 거짓말까지, 국가의 품격은 어디로
[산으로 간 '4대강', 케이블카] 정부와 자본의 무모한 질주를 막아야

15.10.27 11:39 | 장재연 기자쪽지보내기

지난 8월 28일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로 승인되었다.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천연기념물 등 멸종위기종에 대한 부실 조사, 거짓으로 일관한 경제성 분석, 점검되지 못한 안전성 등 어느 하나 논란이 되지 않았던 것이 없었음에도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총대를 메고 앞장을 선 덕분에 통과되었다.

▲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정연만 환경부 차관 ⓒ 연합뉴스

사업승인의 핵심적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으면 부결 또는 연기시켜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된 바로는 환경부가 비밀 전담반까지 꾸려서 사업승인을 요청한 양양군을 지원했다고 한다. 갖춰야 할 자격과 조건을 심사하는 환경부가 사전에 피심사기관과 결탁한 것이고, 사업계획이 기준미달인데도 통과시켰으니 부정을 저지른 셈이다.

4대강 때는 환경부가 정권의 강압 때문에 그랬다고 변명하지만, 이번에는 장·차관을 필두로 환경부가 오히려 개발과 파괴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8월 28일은 대한민국 환경부가 '환경파괴 합법부'로 전락한 수치스러운 날이다.

대통령 또한 국립공원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국립공원 훼손이 역사에 기록될 악행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이번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의 불법적·비정상적 승인은 대한민국이 '국립공원 보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국가'라는 창피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또한 국가의 품격이 훼손된 사건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케이블카는 단순히 설악산과 케이블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공원'의 문제이고, 케이블카로 상징되는 무리한 난개발의 문제다.

실제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되자 많은 사람의 우려대로 전국에서 국립공원·자연공원을 토목개발 자본의 먹이로 넘기려는 시도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 상황은 개발로부터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인 국립공원마저 무너뜨리려는 자본과 토목 정부의 시도가 현실화되는 국면이다.

보호해야 할 국립공원, 국가 자존심의 상징

▲ 전경련의 설악산 산악종합관광 조감도 ⓒ 전경련

왜 이렇게 무리한 케이블카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을까? 그 해답은 지난 7월 16일에 산림청이 최문순 강원도지사, 여야 국회의원,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 관계자와 국회에 모여 연 세미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전경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한 강원도 산지관광 활성화 방안'을 통해 설악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까지 세우고, 산악자전거·산악승마·ATV 코스를 개발하는 설악산 종합관광 계획을 밝혔다.

관광 계획에는 케이블카를 산 정상 호텔·레스토랑·각종 레저시설 이용자를 태워 나르는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창조경제'의 목적으로 정부와 재벌이 마지막 미개발 지역인 산의 정상부 개발사업에 함께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다.

국립공원에 이런 짓을 하려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립공원은 그 나라에서 가장 보호가치가 높은 지역을 후손을 위해 자연 상태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설사 경제성이 있더라도 개발을 금지하겠다고 국가가 지정·선언한 지역이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종중 땅이나 가보·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나 유물처럼 가장 소중한 것, 가장 깊은 자존심이 걸려 있는 것은 팔지 않고 대대로 물려준다. 국립공원 역시 자연경관이나 생태계의 가치도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성이 있더라도 절대 개발하지 않는다'고 금지하는 '국가 자존심의 상징'이다.

전경련은 설악산 국립공원 정상부에 케이블카와 호텔, 레스토랑을 건설하려고 스위스 체르마트 마을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곳은 국립공원이 아닌 일반 관광지이며, 정상부와는 한참 먼 트레킹 출발지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 들통 나기도 했다.

국민이 굶주리고 있으니 국립공원이라도 이용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절대 빈곤 국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나라조차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개발행위를 하지 않는다. 북한조차 묘향산을 방문하면, 묘향산에서 경제성이 매우 높은 금광이 발견되었지만 김일성 주석이 개발하지 못하게 했다고 자랑하고 선전한다.

자연 공원 관리,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말아야

▲ 묘향산 ⓒ 장재연

그동안 대한민국은 머리카락부터 시작해서 섬유, 자동차, 선박, 그리고 반도체와 휴대전화까지 온갖 것을 팔면서 경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로 인해 이제는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는 먹고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면 최소한 국가의 품격은 지킬 때도 되었다.

절대빈곤 국가들만도 못하게, 자기 국토의 가장 소중한 보호대상 지역까지 돈벌이로 내놓겠다는 발상은 기업에만 친절한 정부가 어디까지 천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양양군이나 오색마을 경제 사정이 어려우면 별도의 지역 사업을 추진해야지, 그것을 볼모로 강원도가 국립공원 내의 시설 설치에 개입하는 것은 국립공원 설치의 법률 정신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국립공원 관리는 이름 그대로 국가가 미래 세대를 위해 관리해야지 어느 지자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정해진 지정로 말고는 등산을 전면 금지하고, 대피소 옆에서의 야영이나 비박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케이블카 건설과 호텔·레스토랑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이것은 창조경제가 아니라 천민경제다.

국립공원을 푼돈에 쉽게 팔면 국가의 자존심이 될 수 없다. 국립공원을 훼손한 현장은 바로 '국가의 수치'가 된다. 우리나라에 높은 산은 없지만, 설악산은 암봉과 협곡이 많은 가장 험준한 산이다. 이곳에서 산악인들이 훈련하고 도전정신을 키워 히말라야, 알프스로 가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국민의 진취적 기상을 과시하였다.

그런 성지의 정상이 케이블카로 인해 수많은 관광객, 상당수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관광객들이 15분이면 오르는 별 볼 일 없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모든 산악인과 자라나는 세대들의 모험 정신과 도전정신의 상징을 욕되게 하는 만행이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를 비롯하여 전국에서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들은 모두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케이블카와 같은 대형시설물의 설치가 금지되었거나 제한되어야 하는 자연보전지역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사업승인을 위한 검토와 시민들의 의견수렴이 중요한데, 그 과정에서 불법·부정·부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케이블카가 관광객이 걸어 올라가는 것보다 환경피해가 적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간에 여러 개의 지주를 박아야 하고 건설과정에서 막대한 훼손이 발생한다. 정상부 등 보존이 가장 필요한 특정 지역에 대형시설을 건설하고 탐방객들을 비정상적으로 증가시켜 환경과 경관훼손이 불가피하다.

무분별한 개발, 시민의 분노로 막아야 한다

최근에는 제주 올레길을 비롯하여 둘레길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정상만을 고집하는 등산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환경적으로도 좋고, 무리한 산행을 하지 않아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카는 이런 추세를 다시 역행하는 반환경적인 등산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가장 부도덕한 주장은 '장애인들을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거짓말이다. 대한민국은 장애인들을 위한 시외버스 한 대 없어서, 보행권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요구도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케이블카를 위해서는 수백억을 아낌없이 쓰겠다고 하니, 장애인 단체가 '우리를 케이블카 건설의 명분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전국의 거의 모든 케이블카가 적자인데, 통영 등의 극소수 사례만을 갖고 마치 케이블카만 건설하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대다수 순진한 주민들을 장밋빛 거짓말로 선동하고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지금 국립공원 등 자연 보전 지역에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세력은 반국가·반민족·반서민·반경제 요소들은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황당한 개발이 전 국토의 자연공원을 훼손하려고 할 것이다. 이대로 대다수 시민이 무관심하게 있다가는 정부 관리들이 어디까지 국토와 국가를 망칠지 모른다. 4대강에 22조란 돈을 퍼부은 결과 지금 모든 강이 녹조로 신음하고 있다. 전북을 살리는 사업이며, 미래의 농지를 확보한다던 새만금 간척사업은 지금 어디 있는가.

잘못된 정부의 질주를 막는 길은 시민들의 분노 표출이다. 시민저항을 국립공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국립공원 훼손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반대', '국립공원 개발사업 반대','국립공원 팔아먹을 만큼 배고프지는 않다'라고. 그리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외침과 행동이 모여야 국토의 마지막 보루까지 파헤치려는 정부와 자본의 무모한 질주를 막을 수 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덧붙이는 글 | 장재연씨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자 아주대학교 교수입니다.
*참고글
-설악산 케이블카의 벤치마킹, 체르마트 마을의 진실 http://blog.naver.com/free5293/220440253091
-묘향산과 설악산, 김일성과 박근혜 http://blog.naver.com/free5293/220434354069
-설악산 케이블카,경제성 분석의 진실 http://blog.naver.com/free5293/220449343543
-환경부, 대놓고 심의대상 사업의 홍보대행 자처하다 http://blog.naver.com/free5293/220458531070
-환경부의 트로이 목마 정연만, 속수무책 윤성규 http://blog.naver.com/free5293/220468062638
-설악산 케이블카와 장애인 http://blog.naver.com/free5293/220480705536
-캐나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http://blog.naver.com/free5293/2204793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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