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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영덕대게를 부탁해요!

핵발전소로 지역경제 대박? 실상 알면 놀란다
[10만인리포트-영덕대게를 부탁해요!⑦] 지방의원과 노동자의 생생한 증언

15.10.22 17:19 | 이강준 기자쪽지보내기

'대게의 고장' 영덕에 대게가 사라진다면? 정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영덕에 핵발전소 2~4기가 신설되면 방사능 오염과 온배수 배출로 서식환경이 악화되고, 상표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주민들은 11월 11일을 목표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녹색당은 '영덕대게를 부탁해요!'라는 제목으로 '탈핵 응원글 보내기' 공동 캠페인을 진행한다. 또 영덕 핵발전소 계획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핵발전 사업의 거짓과 진실을 알리고 대안도 제시하는 현장-기획 기사도 내보낸다. 이번 글은 이강준 에너지정치센터 센터장이 썼다. [편집자말]
▲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13일 오전 고리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추가 원전 건설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그린피스

"원자력 연구와 안전에 관한 시설은 위험부담을 안고 원전을 가장 많이 지은 곳에 둬야 한다. 포목상이 많은 동대문시장 근처에 소방서를 지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입지조건을 따져 건설된 원전이 있는 곳으로 집중 시켜야 한다. 이는 에너지를 확보하려고 애쓰는 국가에도, 원전의 안전을 보장받아 지역경제를 살리려 하는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다."
- 김관용 경상북도 도시사, 2014년 12월 29일

핵발전소 추종자들이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낙후한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과연 핵발전소는 인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

일본 마쓰야마대학의 장정욱 교수는 핵발전소가 있는 이카타죠(伊方町)를 장기간 연구해왔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3일 녹색당 주최 토론회에서 "원전 유치 및 건설의 효과로 흔히 기대되는 인구유입 및 고용창출 효과는 실상 빈약하기 짝이 없으며, 주민의 소득증대로도 연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단언했다. (내용보기 http://omn.kr/feyr)

당초 일본정부와 산업계는 핵발전소 유치 효과로 고용창출, 소득증대, 지역산업 발전, 인구유출 억제 등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논리다. 그러나 장정욱 교수의 연구 결과, 핵발전소 건설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일용직 건설노동자가 증가하고, 서비스업이 호전됐지만 정상 가동 이후 전기업 생산액 증가로 통계상의 1인당 소득이 증가했을 뿐이다. 고용은 전력회사에 종속되고, 좋은 일자리(정규직) 창출은 미약했다. 또 수입은 불안정성과 축소 경향을 보였으며, 건설 기간의 임금상승은 노동(산업) 구조의 변화를 초래했다. 전력회사의 노동자만 증가했을 뿐, 인구유출 억제효과는 없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지원금으로 지방재정이 호전될 것이라고 장밋빛 희망을 제시했지만, 재산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재정 불안정화를 초래했다. 주민세도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또 긴급성이 없는 시설이 증가했다. 이로 인한 유지‧보수‧채무상환의 부담만 가중됐을 뿐이었다. 핵발전소 지원금으로 복지사업 등 소프트 사업을 확대한 결과, 이들 사업의 특성상 비용축소가 곤란해져 지방재정의 압박이 가속화됐다. 긴급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각종 시설과 축소할 수 없는 소프트 사업의 증대로 지방재정의 압박이 심화된 것이다.

지방의원과 단체장이 핵발전소 유치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국 사정은 어떨까?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시 기장군의회 이현만 의원은 지역경제 발전의 허상과 지방자치 단체장이 쌈짓돈처럼 쓰는 핵발전 보조금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돈이 있는 분들은 기장군에 안 살죠. 지역에 도는 돈은 많을지 모르지만, 고이는 곳은 다른 곳이죠. 돈이 머물지 않아요. 그리고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1년간 (지역에) 쓰는 돈이 약 2백억 원 정도 되는데, 대부분 불투명해요. 지역경제를 위해 제안서를 받아 지원한다고 하는데 형식적인 것 같습니다. 저한테도 '좋은 사업이 있으면 제안해 주세요'라고 얘기해요." 

▲ 이현만 기장군의회 의원 ⓒ 최상구

그는 지역경제를 위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제시하지만, 실상 한수원은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고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이장과 접촉하는 건 아니지만 가령 밭을 가진 한 이장으로부터 식재료를 구입해 줍니다. 어떻게 보면 '윈-윈'이지요. 그런데 한수원의 지원을 받은 일부 이장들은 마이크, 즉 선동가 역할을 합니다. 이런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의 허상 얘기를 이어갔다. 복지사업 등 지자체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핵발전 보조금을 이용해 집행하니, 군수 개인이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당히 크고, 여기서 비리가 생길 개연성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지역 분들은 원래 안 받아도 되는 걸 받는 바람에 (본인이) 혜택은 못 받아도, 그리고 같은 돈이라도 주머니가 다르니까, 고리원전 때문에 받는 줄 알아요. (사실은) 원래 원전이 없으면 기장군에서 다 해야 하는 당연한 사업인 거죠. 배보다 배꼽이 더 크고, 건물 유지관리가 더 힘들어요. 마을회관은 마을에서 운영해야 합니다. 그 운영비를 한수원에서 받겠죠. 그 짐작이 틀림 없을 겁니다. 경로당, 마을회관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누가 해야 합니까? 원래 관에서 하죠. 어차피 해야 하는 건데, 한수원이 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어차피 해주는 건데 원전이 있어서 이득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익을 보는 것일까? 결국 긴급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은 각종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역 토건업자들이 돈을 버는 구조다. 두세 단계에 걸쳐 한수원과 연결된 지역 유지들도 있단다. 김수근 전 의원의 납품비리 사건도 있었고, 사업체를 갖고 있거나 영향력이 있는 지방의원 입장에서는 한수원 납품은 '맛있는 반찬'인 셈이다.

"부끄러운 얘기인데, (지난번에) 원전 관련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의원이 '우리 유럽 한번 보내주세요. 전번에 너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염치가 있지."

상황이 이쯤 되면, 핵발전 산업은 지역의 누구에게 이득을 주는지 명확해진다. 재산과 건강의 위협을 감수하고, 후대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전가하는 핵발전소를 유치한 이득은 소수의 정치세력과 지역 유지에 집중돼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핵발전 노동

"시민단체와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갈등을 일으킨다. 원전 근무자들은 건강이 괜찮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괜히 그런다. 원자력 발전이 유익할까 위험할까 걱정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원전이 주는 이익이 더 많다는 입장이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014년 11월 28일

정치권과 핵산업계는 지역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데, 핵발전소로 지역에 생기는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2014년 7월 현재, 울진핵발전소에는 5197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중 정규직은 1693명(33%)이고, 비정규직 283명(5%)과 사내협력업체 3221명(62%)이다. 실상 지역 주민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잘해야 사내협력업체에 취업하는 것인데, 그 또한 녹록지 않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이 얻는 가장 대표적인 일자리는 구내식당과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과 경비업무 등이다. 월성원전의 한 청소노동자는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증언한다.

"온도 40도가 넘는 밀폐된 시설에서 청소를 하는데, 배관 보온 장비가 오래된 것들이어서 청소하다 보면 석면 가루들이 떨어져 눈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피부가 가렵고, 열이 많이 발생하니 얼굴에 홍열이나 반열이 생기고, 목도 아프죠."

월성의 청소노동자는 25명인데, 매일 한 사람당 5백 평 정도 청소한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10월에 민주노총에 가입했는데, 노조가 만들어 지기 전까지는 고용승계도 안 됐고, 임금책정도 제대로 안 됐단다. 투쟁을 통해 그나마 연봉이 2200만원 선으로 늘었다.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인데, 정작 배불리는 것은 지역 업체 사장밖에 없어요. 지역 주민이 아니면 취업할 수도 없어요. 그런데, 업체 사장 한 명 살린다고 스물몇 명의 지역주민을 혹사시키는 거예요. 이 구조가..."

심지어 용역 업체가 청소 자재 납품을 독점하면서 저질 자재를 납품하고, 노동자들 퇴직금을 미지급한 사례가 있다. 이중장부를 만들어 당초 용역설계와 달리 월급과 상여금을 축소 지급하다가 노동자들에게 들키기도 했다.

"쓰레기 봉투도 불량이라 두 개를 겹쳐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세제에서 썩은 냄새가 나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불량 의심 자재 감사'라는 조끼를 만들었어요. 몇 천원씩 들여서..."

▲ 월성 청소노동자 ⓒ 이강준

한수원의 경상정비 용역을 받은 한전KPS의 협력업체 노동자는 중층 하청구조에서 차별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정규직 노동자가 회피하는 방사능 노출 위험이 심한 곳에서 교육과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쌍둥이 아빤데, 일한 지 한 5년 됐어요. 지금 현재 불법파견 소송을 걸어서 190만 원 받지만, 그 전에는 160만 원 받았습니다. 노동조합이 없을 때는 130만 원 받았죠."

주기적으로 핵연료봉을 교체할 때, 핵발전소를 멈추고 1~2개월 정도 계획예방정비를 하는 시기에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린다고 한다.

"한전KPS에서 아르바이트를 뽑거나 용역을 주는데, 단기적으로 젊은 대학생들을 고용합니다. 방사능 피폭이 심한 곳은 일당 7만 원, 다른 곳은 5만 원 정도 지급하는데, 청년알바들은 딱 29일 채용해요. 그 이상 하면 4대 보험을 해야 하니까. 지역 주민 아들들이 많이 오죠. 업무 자체는 단순 보조업무입니다."

지역주민 자녀들에게는 위험하고 박봉이지만,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취업할 가능성을 높이려고 서로 뒷선을 대서라도 일용직 노동자로 취업하려고 한단다. 이것이 지역에 생기는 일자리의 실체다.

한편, 핵발전소를 경비하는 특수경비 노동자는 발전본부 별로 30~40명 정도 되는데, 근무형태는 4주 3교대이고, 아파트 경비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

"용역 설계시에 예비인력을 두어야 하는데, 특수경비하는 여경들이 생리휴가를 쓸 수 없어요. (예비인력이 없어서) 대근이 안 되니까. 이건 돈의 문제를 떠나 인권에 관한 문제죠."

설혹 운이 좋아 핵발전소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례로 1년 내지 3년 주기로 용역업체가 교체될 때마다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부당한 해고라고 인정한 영광의 방사선안전관리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교체라는 편법으로 해고 당했다.

핵발전소가 건설된다면, 영덕의 미래는?

▲ 에너지 위원회가 자난 6월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2차 회의를 열어 고리 원전 1호기(부산 기장군)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핵발전소는 우라늄 채굴광산 노동자의 생명과 주변 환경을 파괴하고,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최하층 노동자의 건강과 노동기본권을 파괴하고 있다. 또 주변지역 주민들의 발암률을 높이고, 송배전 선로 아래의 주민들의 재산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며, 대도시에서는 생활방사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있다. 수만 년 동안 해결 불가능한 핵 쓰레기 처리 문제를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핵발전 체제의 근본적 위협을 무릅쓰고, 정부와 핵산업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영덕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사례를 보면, 핵발전소 건설 지역의 경제가 발전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핵발전소 건설 기간 동안 지역의 건설경기가 다소 호전될지 모르지만, 정상적인 가동이 시작된 이후에는 보조금 유입 효과 정도이다. 그나마 일부 토호를 제외하면 지역주민의 편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역 일자리는 비정규직 등 단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지역경제 활성화'의 허울 좋은 논리의 실상은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위험하고 험한 일자리만 지역 주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종국에 핵발전 유치로 이득을 보는 세력은 현대건설‧삼성물산‧두산중공업 등 핵발전 산업계와 소수의 지역 정치세력과 토호일 뿐이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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