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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출입 금지' 아파트 옥상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나
[꿈틀버스 4호차-서울시 노원구③] 공동체복원 위해 옥상텃밭 일군 한신에코팜

15.10.17 11:20 | 정대희 기자쪽지보내기

행복한 인생, 행복한 사회를 위해 꿈틀거리는 사람과 단체를 찾아가는 <꿈틀버스 4호차>가 지난 10월 9일 서울 노원구를 다녀왔습니다. 탑승자들은 하루 동안 신명나는 노원탈축제에 참여하고, 탄소제로하우스인 노원에코센터, 옥상텃밭인 한신에코팜, 공릉동 꿈마을 여행을 떠났습니다. [편집자말]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351번지에 있는 15층 아파트 맨 꼭대기, 옥상에는 텃밭이 있다. 40세대가 텃밭을 가꾸는 이곳에선 지금, 배추와 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정대희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351번지에는 '도시농부'가 산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내려 2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눈앞에 펼쳐지는 지역인데, 이곳에는 농토 대신 1200세대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불과 2분 남짓한 거리, 대체 어디서 농사를 짓는 것일까?

지난 9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농부를 만났다. 텃밭은 그가 사는 15층 아파트 맨 꼭대기, 옥상에 있다. 텃밭으로 향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옥상에 발을 내딛자 회색빛 콘크리트 위로 초록빛 농작물이 가득하다. 이곳이 도심 속 옥상 텃밭 '한신에코팜'이다.

옥상 텃밭에 복원한 공동체

▲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4호가 옥상텃밭으로 공동체복원에 성공한 '한신에코팜'에 정차했다. 회색빛 고층 콘크리트 건물에도 '우리 안에 덴마크'를 찾는 꿈틀거림이 있다. ⓒ 정대희

▲ 한신에코팜은 2년간 토양을 연구해 옥상텃밭에 어울리는 흙을 만들어냈다. 이 흙이 가득 담긴 플라스틱 상자에는 자연순환농법으로 키운 유기농 작물이 자란다. ⓒ 정대희

"올여름에도 이곳에서 10kg이 넘는 수박을 수확하고, 토마토와 블루베리도 따 주민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지금은 배추와 무, 각종 쌈 종류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고창록 입주대표회장의 말이다. 고씨는 아파트 옥상에서 텃밭을 가꾼다. 그와 함께 40세대가 옥상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규모는 약 1121㎡(약 340평)이다. 빽빽한 아파트 숲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아파트 생활이란 게 너무 삭막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허구한 날 싸움이 벌이는 것도 다 '모르는 사이'여서 그런 거다. 공동체를 복원하려고 옥상 텃밭을 시작했다."

"사람 냄새 나는 아파트를 만들자"

옥상 텃밭은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눠 먹고 함께 살기 위해' 탄생했다. 고씨도 한때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몰랐다. '먹고사니즘'에 바쁜 평범한 도시민이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입주자 대표가 됐고 '각박한 도시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아파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옥상 텃밭을 떠올렸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서울시가 공동체 복원 지원사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12년 3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한신에코팜'을 결성하고 그해 서울시에 '옥상 텃밭'에 필요한 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같은 해 아파트 1동 옥상 약 600㎡(약 182평)에 30세대의 옥상 텃밭이 만들어졌다. 텃밭용 상자 약 350개를 깔았다.

문제는 주민 반발이었다. 텃밭 상자의 무게로 건물 붕괴와 손상 위험이 제기됐다. 옥상 방수 코팅 손상으로 인한 피해 우려 등의 민원도 나왔다. 병충해 방제할 때 생기는 공해, 잦은 옥상 출입으로 인한 소란도 옥상 텃밭 조성의 발목을 잡았다.

고 회장은 우선 민원 해결에 공을 들였다. 주민들을 만나 옥상이 공동공간인 점을 알렸다. 화학비료가 아닌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고 빗물을 이용한 자연 순환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했다. 공동경작구역을 두어 아파트 모든 주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농법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년의 연구와 실험 끝에 일반 토양 무게의 50%로 낮춘 '옥상 텃밭용 토양'을 만들어 실용신안 등록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 1개 동 옥상에 만든 텃밭(약 600㎡ 규모)은 2개 동(1121㎡)으로 늘었고 참여 가구도 40세대로 많아졌다. 사업 첫해인 2012년보다 배추, 무 등의 수확도 이듬해부터 1.5배 증가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도 옥상 텃밭을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잦아졌다. 노원구도 지난 4년간 2845만 원을 지원했다. 더는 민원도 발생하지 않았다.

"공동체가 복원되자 농사도 잘되기 시작했다. 함께 농사짓고 서로 쌓은 노하우를 교류하면서 옥상이 사랑방으로 바뀌었다. 공동경작구역서 기른 과일로 동네잔치를 열고 쌈 종류(잎채소류) 판매대금은 옥상 텃밭(관리)에 사용하고 있다."

옥상 텃밭의 변신은 무죄

▲ 서울 지하철 7호선 하계역 2번 출구를 빠져 나오면, 1200세대가 사는 아파트 단지가 나온다. 지하철과는 도보로 불과 2분 남짓한 이곳에 도시농부가 산다. ⓒ 정대희

▲ 도시농부의 텃밭은 15층 아파트 위 맨꼭대기에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발을 내딛으면, 초록빛 농작물이 가득한 '옥상텃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 정대희

옥상 텃밭의 다음 목표는 공동체의 '먹고사니즘'까지 영역을 넓히는 거다. 지난 8월 고 회장은 노원구에 '노원몬드라'란 이름의 협동조합 설립을 신청했다. 조만간 옥상 텃밭의 규모도 4개 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옥상 텃밭은 자연순환농법으로 유기농 작물들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경작면적으로 4개 동으로 확대하고 재배기술과 작물도 좀 더 체계화한다면, 로컬푸드(전통 먹거리)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도 발생한다."

가능한 이야기일까. 의문을 제기하자 고씨가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잘 자란 배추를 봐라. 일반 농가보다 한 달이나 늦게 심은 배추다. 해마다 5kg 넘는 배추를 수확한다. 웃거름과 밑거름만 교체할 뿐 흙도 4년째 사용하고 있다. 상자도 마찬가지다. 혹자에겐 이삿짐 나를 때 쓰는 볼품없는 상자로 보이지만 이만한 게 없다.

작물은 햇볕과 바람으로 크는데, (상자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서 사방에서 햇볕과 바람이 통한다. 바닥에 깐 검은 그늘막이나 보온 덮개도 작물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지난 4년을 통해 충분히 가능성을 확인했다."

옥상텃밭의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씨는 가까운 미래에 식량 안보를 위해서라도 옥상 텃밭이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의 경우 100년이 넘도록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한반도에도 기후변화로 수년간 가뭄이 이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농촌서만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감당을 못한다. 옥상 텃밭과 같은 도시농업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라도 육성해야 한다."

말을 끝낸 그는 몸을 돌려 등 뒤에 펼쳐진 수많은 옥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옥상 텃밭에 미래가 있다."

○ 편집ㅣ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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