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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

"투자 유치하면 시민 행복? 재벌회장이라도 불가능"
[행복을 찾아가는 '꿈틀버스'-전남 순천④] 조충훈 시장에게 행복도시 비법 물었더니

15.10.05 09:39 | 소중한 쪽지보내기|이주빈쪽지보내기

▲ 조충훈 순천시장. ⓒ 소중한

전남 순천시가 지난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고 할 때만 해도 뒷담화가 무성했다. "지자체가 조경업체냐"는 조소부터 "신선하긴 한데 성공하겠어?" 하는 기우까지. 그러나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시쳇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자신감을 얻은 순천시민들은 정부에게 '정원'이라는 개념을 법률에 정립하도록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9월 5일, 정부는 순천만정원을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했다.

현재 순천시는 '시민의 실질 체감 행복지수 1위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조충훈 시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장과 공무원이 행복하려고 노력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시민들이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것이 순천의 힘이자 '행복지수 1위 도시'로 가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시대정신은 이제 공장 몇 개 아니라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행복은 굴뚝이 있는 공장이 아니라 우리가 보전하는 생태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도심이 영원한 신도심이 아니다"라며 "한 도시 내에서도 균형발전 원칙이 서야 하는데 그것은 시민주도로 도심재생을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

조 시장은 "공무원들은 내 일이나 자기 부서 일이 아니면 상관을 하지 않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라고 꼬집으며 "현대 행정은 공무원들이 창의와 협업을 실현해야 할 단계"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조 시장과의 일문일답.

- 시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 1위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많은 지자체들이 살림살이가 힘들다보니 시장, 군수들은 당선되고 나면 투자유치 하려고 눈이 벌개져서 돌아다닌다. 공장을 데려와야 일자리 생기고, 일자리가 생겨야 시민들이 행복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하다 보니 '순천에선 이건 아니다'라고 느꼈다. 내가 만약에 재벌 회장이라고 해도 그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다. 여수의 화학공장처럼 이미 다른 도시들이 공업화 도시로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태에서 용을 써봤자 공업도시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순천은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 시대정신은 공장 몇 개 아니라 이제는 시민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로부터 갈 것인가. 우리 순천이 그나마 내세울 만한 것이 무엇인가, 생태와 자연이다. 시민들이 나서서 시내를 흐르는 동천부터 살리기 시작했다. 동천을 살리다보니 순천만이 보였다. 어마어마한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순천만을 가꿨다. 1년에 10만 명 올까 말까 하던 여행객들이 1년에 50만 명, 100만명, 3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걸 보면서 시민들이 즐거워하기 시작했고 더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왜 행복한가?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굴뚝이 있는 공장이 아니라 우리가 보전하는 생태에 있고 거기서 행복을 찾자고 시민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공무원이 프로그램 만들어서 행복한 게 아니다. 시민들이 행복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순천의 힘이다."

▲ 지난달 12일 순천시 동천 수변 공원 일대에서 열린 행복발전소 기념행사에 참가한 시민들과 조충훈 순천시장(사진 앞 오른쪽 두번째)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환호하고 있다. 순천시는 7∼12일을 행복주간으로 선정하고 행복축제 개최했다. ⓒ 강성관

- 순천시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복정책'은 무엇이 있나.
" 한 시설에 5∼10명의 어르신이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공동체인 '9988쉼터'가 대표적이다. 쉼터에서 어르신들끼리 함께 지내며 외로움을 풀어내고 독거사를 예방하는 새로운 창조복지모델이다. 어르신들이 외로움도 달래고 건강도 지키며 숙식까지 해결하는 일석삼조의 행복충전소다. 현재 모두 42곳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하나 행복동을 들 수 있겠다. 행복동은 말 그대로 행복공동체다. 동장과 사회복지담당, 공무원, 간호사, 사례관리사 등 전문가가 함께 취약계층을 방문해 복지상담과 건강 체크, 생활민원까지 처리하는 보건복지 통합서비스다. 현재 7개의 행복동이 있는데 2018년까지는 전 읍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여느 도시나 원도심의 쇠락이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순천 역시 '순천형 도시재생 사업'이라는 도심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차별성은 무엇인가.
"근래 도시들이 무조건 신도심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시마다 원도심이 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신도심이 영원한 신도심이 아니다. 아파트 짓고 20년 지나면 그 아파트는 이미 구닥다리다. 순천의 경우 연향동에 신도심 조성할 땐 그곳이 최고라고 쳤다. 그러나 벌써 다른 지역에 신도심을 만들고 있고 사람들은 그쪽으로 또 우르르 몰려간다. 상권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저 신도심보다 머지않아 옛 신도심처럼 황량해진다.

그러면 계속 신도심이나 만들어야 하나?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다. 한 도시 내에서도 균형발전 원칙이 서야 한다. 낡은 집 부수고 새 아파트 짓는 도시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 문화와 예술을 넣으면서 재생해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의 주체는 누구냐, 시민들이다. 반드시 시민 주도로 해야 한다. 국토부가 작년에 재생사업 공모를 받았다. 돈 준다고 하니까 전국 90개 도시가 몰려들었다. 90개 도시 가운데 89개 도시가 전부 다 대학교나 연구소에 용역을 줘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순천은 시민들이 직접 만들었다. 원도심 살려야 한다며 어떻게 할까 하고 시민 500명이 모였다. 각자 손들고 이야기했다. 또 만났다. 내 이야기에서 우리 이야기로 나아가더라. 그 다음에 또 만났더니 이야기가 조금 더 깊어졌다. 주민들이 분과별 토론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주민들이 내 욕심 채울 게 아니라 공부하고 나서 이야기하자며 '도시재생대학'을 만들더니 밤에 자발적으로 와서 공부를 했다.

그래가지고 주민들이 교수 용역 하나도 안 하고 도심재생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토부에 냈다. 국토부에서 깜짝 놀라더라. 주민들이 자료를 만들었으니 용역 교수들이 만든 것보다 포장은 세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거기엔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것이 바로 주민주도의 원칙이다."

▲ 조충훈 순천시장. ⓒ 소중한

- '주민주도' 원칙을 지킨다 하더라도 지자체 역할이 있어야 하질 않나.
"지자체나 공무원은 뚜껑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옆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주민과 소통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소통과'를 만들어서 소통을 강화했다. 시민과 소통이 원활해지자 정원박람회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다시 공무원 사회에 주문했다. 이제 주민참여로 가자고. 행정에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성과를 보자 다시 또 제안을 했다. 주민참여만으론 안 된다, 이제 주민주도로 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한 단계 한 단계 주민들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다보니 공무원들은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힘들더라도 하다보니까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받질 않나. 이제는 공무원들이 창의와 협업을 실현해야 할 단계다. 공무원들은 내 일이나 자기 부서 일이 아니면 상관을 하지 않는 잘못된 습관이 있다. 현대 행정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공무원에겐 창의와 협업이 요구되고 있다."

- 한국과 같은 관료 중심 사회에서 '시민주도형' 사업을 한다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반박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저는 감히 동료 시장·군수들께 '시대정신'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지자체가 지금 당장 시민주도로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안 바뀌나? 그래도 바뀐다. 하지만 늦게 바뀐다. 지금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는 얘기다. 제가 볼 땐 지금 시민주도형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10년 후엔 결국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그게 경쟁력이 되는 시대니 안 하고는 배겨내질 못할 것이다. 언젠간 결국 하게 될 일 기왕이면 먼저 하는 게 더 강하고 완숙된 형태로 가지 않겠나. 그래서 시장·군수들께 이건 시대정신이고, 필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 마지막으로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값어치 있어야 한다. 내가 지금 순천에 사는 게 가장 좋은 것처럼."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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