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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소년원 출신 미혼모의 눈물
"분유 떨어지면 막막해요"
[소년의 눈물 11화] 딸 105명을 둔 오지랖 아빠, 윤용범씨의 '무한돌봄'

15.09.23 13:00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기사에 등장하는 미혼모와 아기 이름은 가명임을 밝힙니다)

눈물의 핏줄이란 참 묘합니다. 만나면 괴롭고 소식이 끊기면 그립습니다. 전쟁 끝난 지가 언제인데 곳곳에 이산가족이고 피난민입니다. 가슴 아픈 가족사입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무표정한 건 아픈 가족사를 감추려는 애달픈 위장인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핏줄은 온전하십니까?

보육원 출신 미혼모 애주(19)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미워했습니다. 그런데 아기를 낳아서 그런 걸까요? 핏줄을 낳으니 핏줄이 그리워졌습니다. 최근 그녀는 아빠와 할머니 소식을 들었습니다. 열여섯에 애주를 낳고 떠난 엄마는 소식이 끊겼고, 아빠는 2년 전에 출소했는데 부랑자여서 소재 파악이 안 된답니다. 등본을 떼어 친할머니의 거주지를 파악했습니다.

윤용범(55)씨에게 애주는 '가슴으로 낳은 딸'(아래 가슴 딸)입니다. 핏줄을 그리워하는 딸이 짠했던 윤씨는 아빠와 할머니의 소재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12일 애주를 데리고 할머니 찾으러 나섰습니다. 애주는 5개월 된 아기를 안고 뒤따랐습니다. 언덕바지 가난한 동네였습니다. 등본상의 번지를 찾았는데 "그런 사람 모른다", "안 산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애주의 할머니는 행불자였습니다. 윤씨는 고개 떨군 애주를 데리고 경찰서를 찾아가 헤어진 가족 찾기 절차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아빠는 할머니에게 버림받은 아픔과 원망을 거칠게 토해냈고, 자식을 버린 죄인인 할머니는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고모에게 들었습니다.

"달아나고, 싸우고, 잡혀가던 딸... 눈물 제법 흘렸습니다"

▲ 윤용범 사무관은 소년원 출신 미혼모들의 아빠이고, 아기들의 할배이다. ⓒ 윤용범

30년 경력의 법무부 공무원인 윤씨는 소년원 아이들의 아빠이고, 미혼모 아기들의 할배입니다. 담당 업무는 소년원 출원생들의 사회정착을 돕는 일인데, 별명은 '용바마'입니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처럼 소년원 아이들이 아픔을 딛고 재목이 되길 바라는 소망이 담긴 별명입니다. 윤용범씨를 이제부터 용바마라고 부르겠습니다.

용바마에겐 소년원 출신의 가슴 딸이 105명입니다. 소년원 출원생 아들까지 합치면 200명가량입니다. 첫째 가슴 딸인 애주는 2012년 여자소년원인 안양소년원(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서 만났습니다. 앳된 애주가 사고뭉치였던 건 버려진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소년원에서 나와서도 경찰서에 붙잡혀가고 보호관찰 위반 등의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용바마는 경찰서와 보호관찰소를 찾아가 내 딸이라고, 죄송하다고 굽실거렸습니다. 집에 데려와 같이 지내기도 했습니다.

"달아나고, 싸우고, 잡혀가고…. 애주가 돌아오기까지 눈물을 제법 흘렸고, 친딸보다 애주를 더 챙겼습니다. 친딸은 엄마가 있으니 덜 챙겨도 되지만 애주는 챙겨줄 부모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애주하고 쇼핑을 더 다녔습니다. 소녀에겐 필요한 게 많잖아요. 화장품, 옷과 용돈을 챙겨주다 보니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부녀의 정은 두둑해졌습니다."

친정아빠가 된 용바마, 애주의 출산준비물과 백일선물 그리고 사돈과의 인사 등은 그의 몫이었습니다. 애주는 세 살 위의 기술자 남편과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가족이 생겼다는 건 큰 희망입니다. 자식을 잘 키우려는 엄마로서 단단히 맘을 먹었습니다. 작은 행복을 누리는 소박한 엄마는 일하고 돌아오는 어린 남편을 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립니다.

▲ 윤용범 사무관은 동거 중인 은희를 다음 달 24일 결혼식을 올려줄 계획이다. 결혼을 앞둔 은희가 아빠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 윤용범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열일곱에 첫째, 올해 둘째를 낳은 미혼모 은희(22)는 애주보다 손길이 더 많이 갔습니다. 몸 풀 곳이 마땅치 않은 딸의 살 집을 마련하랴, 출산과 산후조리를 받게 해주랴, 손주와 딸의 병원비를 해결하랴….

오는 10월 24일에는 신대철 소년보호위원 전국연합회장의 도움으로 결혼식을 올려주려고 합니다. 결혼을 앞둔 은희가 아빠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빠께서 우리 사랑이 200일 동영상도 만들어주시고, 페이스북(에서) 사랑이 사진에다 장군 손자라고 해서 정말 기뻤어요.(중략) 친아빠한테 버림받고 엄마랑 단둘이 살면서 아빠의 빈자리를 많이 느끼고 그리웠는데 아빠가 빈자리를 채워주시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빠, 좋은 엄마, 멋진 딸이 될게요. 사랑합니다. 은희."

무한 돌봄이 필요한 소년원 아들딸... 아빠 빈자리 채워준 사랑

▲ 지난 4월, 군복무 중인 소년원 출신 아들들을 위로하기 위해 전방을 찾은 윤용범 사무관이 두 아들에게 용돈을 나눠주었다. ⓒ 조호진

지난 8월 경기도 광주경찰서에서 용바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준석(19)이를 인수하라는 연락을 받고 광주까지 달려갔습니다. 노숙인 꼴로 변한 아이를 씻기고 밥 먹여서 데려왔더니 또 사고를 쳤습니다. 애지중지했던 바리스타 아들 중혁(22)이는 춘천교도소에 있습니다. 사고뭉치 아들딸 데려오랴, 소년원과 교도소로 면회 가랴, 군복무 중인 소년원 출신 아들 위로하러 전방까지 찾아가랴….

참 이상한 공무원입니다. 수당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말, 야간, 지역 상관없이 종횡무진합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부모 없는 아이들에겐 무한 돌봄이 필요하답니다. 용바마를 따라 다니느라 쫌 힘들었던 저는 "아무리 도와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 속이 터진다, 괜히 헛수고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속 터진다고 하는데 아이들 속은 오죽 터지겠습니까. 부모가 있나요, 살 집이 있나요, 돈이 있나요, 미래가 있나요. 벌거숭이로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불안하겠어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성폭행당하고, 원치 않는 출산을 하고, 정신병원에 가고…. 이 죄가 누구의 죄입니까. 어른으로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바라봐주려고 합니다."

용바마는 '희망도우미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캐치프레이즈는 '믿기만하자'입니다. 즉,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만나주면 하루하루 자란다!'는 겁니다. 공무원으로서 상부 보고보다는 아이들 살리는 일을 더 중시하고,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라면 열일을 제쳐놓고 달려가는 용바마. 그는 공무원이기보다는 구원파 교주 같습니다. 수렁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진정한 구원파.

안양소년원 2번, 분류심사원 4번, 재판 14번 경력의 박희야(23) 사회복지사. 형사에게 대들며 소년원 보내라고 깡을 죽이다 창살 안에 갇혀서는 인생을 자포자기했던 유명한 꼴통 소녀. 세상을 포기했던 소녀는 용바마 덕분에 대학을 졸업했고, 사회복지사가 됐고, 취직까지 했습니다. 체포영장 떨어진 소년들을 경찰서에 찾아가 인수보호각서를 쓰고 데려오는 통 큰 박희야 복지사의 목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용바마) 아빠에게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니 아이들을 위해 울어주고, 웃어주는 선생이 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아이들도 또래의 대한민국 청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윤용범 사무관은 소년원 출원생들의 사회정착을 돕기 위해 '희망도우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 조호진

열일곱에 안양소년원을 출원한 지혜(21)는 대학 2학년입니다. 장학금을 받는 과대표 학회장이지만 아빠에겐 어린양입니다. 지혜는 용바마에게 "아빠는 딸이 너무 많아요, 저는 몇 번째 딸이에요!"라고 투정부리면 "지혜가 첫 번째"라면서 달랩니다. 그러면 "아빠, 최고"라며 좋아합니다. 아빠의 생일을 꼬박 챙기는 귀염둥이 딸, 지혜가 용바마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커서 아버지라 부르기까지 힘들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에게 버림받아 다시 버림받을까봐 불안했기 때문이죠. 철없는 저에게 항상 웃어주셔서 아버지처럼 기대어 장난꾸러기도 됐다가 다른 아이들을 예뻐하면 질투도 했다가….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이 아니었더라면 공부는 포기한 채 화가 나면 화가 난대로 행동하며 살았을 겁니다. 버림받고 쓸모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20년, 앞으론 쓸모 있는 인재가 될 것이니 지켜봐주세요. - 내 인생의 마지막 아버지께 하나뿐인 딸이 되고 싶은 지혜 올림"

소년원 출신이라고 시가서 냉대... 분유 떨어지면 막막해요

▲ 윤용범 사무관이 딸들과 주고 받은 눈물의 메신저. ⓒ 조호진

<소년의 눈물> 6화(기사 보기), 분유가 떨어진 솜이네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은 독자들이 분유와 아기 옷을 보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넙죽~.

그래서 용기를 내 소년원 출신 미혼모 엄마들을 도와주십사 청합니다. 사정이 딱합니다. 소년원 출신이라고 시가에서 냉대받고, 시가조차 없어서 홀로 아기를 키우고, 분유가 줄어들면 가슴 졸이고, 떨어지면 막막해지고….

용바마는 박봉을 털어 딸들에게 분윳값을 보내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빠도 딸도 막막해서 애만 탑니다. 용바마에게 소년원 출신 미혼모가 모두 얼마인지 물었더니 48명이랍니다. 다음은 용바마와 미혼모 딸들이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입니다. 용바마는 '아빠', 미혼모 딸은 '딸'로 표기했습니다.

딸 : "양육수당이 한 달에 20만 원씩 들어오는데 분유사고… 기저귀 사고… 거기에 물티슈… (동거남이) 일당을 그리 많이 받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기저귀는 떨어지면 천 기저귀라도 쓰는데 분유가 줄어들면 막막해요…."
아빠 : "분유통이 소리 날 때마다 눈물 나겠네!"
딸 : "(분유를) ㅠ사고 나면 벌써 다 먹고 ㅠ 항상 분유 살 때만 일찍 돌아와요ㅜㅜㅎ… 눈물 나여."

아빠 : "어린 나이에 아기를 키우겠다고 발버둥 하는 모습, 마음이 많이 아프다."
딸 : "저도 그렇고, 다른 애는 소년원 출신이라고 시댁에서 냉정하게 대해주시고…."

아빠 : "소년원 갔다 온 아이라고 냉대받고, 니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아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고, 아빠가 분윳값 조금 보내마. 계좌번호 찍어라."
딸 : "애 키우면서 너무 힘들고 부담이 돼요."

아빠 : "자식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린 시절 버림받았던 그 기억을 아기에게 주지 않으려고 눈물로 품고 가는 우리 딸들 어쩌며 좋지!"
딸 : "진짜 너무 힘들어요. 아빠 ㅠㅠ"

아빠 : "아빠가 도울게 힘내! 아빠는 울 딸 믿어."
딸 : "항상 힘 되는 말 해주셔서 감사해요."

▲ 윤용범 사무관이 딸들과 주고 받은 눈물의 메신저 ⓒ 조호진

미혼모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분유입니다. 기저귀, 옷, 인형, 장난감, 책, 유모차 등 아기용품(중고 가능)들을 아래의 주소로 보내주시면 잘 전달하겠습니다. 다가오는 한가위에는 넉넉하고 행복한 명절이길 바랍니다. 핏줄의 아픔이 있거들랑 서로 어루만져주며 용서하고 화해하시길…. 미우나 고우나 핏줄이 최곱니다.

혹시, 형편이 닿으시면 짠한 이웃을 살펴봐주세요. 그러면 한가위 보름달이 예년보다 더 환하게 두리둥실 뜨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참, 솜이네 가족이 저희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위해 추석에 상경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안전한 귀성과 귀경 길 되길 빕니다.  

▲ 보낼 곳 : 06720(우편번호)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304 국제전자센터 624호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 문의 : 02-6677-3288 / 010-9910-3605(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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