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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0만인

'너구리'가 주문받는 카페, 착한 건물주 찾습니다
[이 사람, 10만인] 사회복지사 수녀 김정미 회원

15.09.20 14:15 | 박형숙 기자쪽지보내기

▲ 10만인클럽 회원인 김정미 수녀는 학교밖 청소년들의 자립 훈련을 위한 커피전문점 <커피동물원>의 대표이자 사회복지사이다. ⓒ 박형숙

수녀님은 "야옹~ 야옹~" 소리를 내며 걷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너무 '리얼'해 '고양이 엄마'가 새끼를 부른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김정미 수녀(59) 이야기다. 10만인클럽 회원인 그를 만나러 부천 가톨릭대학교 성심 교정으로 찾아갔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를 배웅하는 길, 그는 주변 나무숲을 두리번거리며 고양이 소리를 냈다. 평소 길고양이들에게 밥(사료)을 내주는데, 와서 먹으라는 소릿짓이었다. 

공정, 건강, 맛, 삼박자로 승부

김정미 수녀를 인터뷰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크게 두 가지가 궁금했다. 왜 수녀가 '카페 대표'일까? 왜 그 카페 이름이 '동물원'일까? 10대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한 수녀님의 20여 년의 시간은 긴 이야깃거리였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성심수녀회 수녀이며,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커피동물원'의 대표이고, 사회복지사입니다."

가톨릭대학 성심 교정 캠퍼스에 소재한 '커피동물원'은 청소년들의 자립 훈련을 위한 커피전문점. 수녀님과 학교 밖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9월 8일 '커피동물원'에서 이뤄졌다.

"엄청 잘 돼요."

'장사는 잘 되시냐'는 질문에 수녀님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10대 위기 청소년들의 기초적인 직업 훈련장을 만드는 목적의 시설들은 꽤 많지만 '7년째' 이어오고 있는 곳은 드물다. 그 자체로 성공이라 할 만하다.

기자가 머문 시간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대학 총학생회가 조사한 대학 내 7개 매장 선호도 조사에서 '최고'로 꼽히기도 했다. '매출' 기준으로 따지면 상대도 안 되지만, 투명한 운영, 공정 무역 제품 사용, 친절, 청소년들의 자립 등 매장의 '가치'에 대학생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금전적으론 아직이다. 일반 식음료 매장에선 총매출 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10%~20%대에 불과하지만 초창기 몇 년간 '커피동물원'의 경우 60%에 육박했다. 그러다 적자가 너무 심해 낮춘다고 낮췄지만 여전히 40%대다. "맛있는 커피, 건강하고 공정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수녀님은 말한다. 대학에서 카페 공간을 '무상 임대' 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수익 구조다.

가슴으로 만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수녀님은 원래 대학에서 교직원(기획, 재무 과장)으로 일했다. 대학 재정이라는 힘든 중책을 맡았다. 그러다 수녀회에서 '거리 청소년들을 돕는 소임'을 시작할 자원자를 구했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들었다. "가슴으로 만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 출발이 부천 가출 청소년들의 단기 쉼터인 '모퉁이쉼터'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좀 더 중장기적으로 머물면서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터전인 '성심디딤돌 청소년쉼터'를 꾸리는 것으로 나아갔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 게 창업! "실패가 일상인 아이들에게 성공이라는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한 프로젝트가 필요했다.

▲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자립 훈련을 위한 커피전문점 <커피동물원>의 대표이자 사회복지사인 김정미 수녀. ⓒ 박형숙

지금의 <커피동물원>으로 완성된 이 창업 프로젝트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구상이 아니었다. 준비 기간이 꽤 길었다. 2007년쯤 수녀님은 '나의 꿈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그 꿈을 이룬 모델은 있는지... 많은 질문을 안고 전국을 돌았다. 일명 '나의 꿈 모델을 찾아서'. 농부도 만나고, 게이머도 만나고, 공무원도 만나고. 그 과정을 영상물로 찍고 기록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실전' 준비에 나섰던 셈이다.

여기서 모인 아이들의 공동 목표가 '바리스타'였다. 메뉴 개발하고, 맛보면서, 또 전문가 검증도 받아가며 숱한 시음을 통해 최고의 맛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 카페 인테리어도 아이들의 작품이다. 벽을 칠판으로 꾸며 매번 그림을 달리 그려가며 분위기를 연출했고, 나무 의자는 목공을 배워 아이들이 손수 제작했다. 주문대 안쪽에 크게 걸린 '노란색 세월호 종이배'도 아이들이 구상하고 작업했다.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은, 자립을 위해 돈을 모을 수 있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게 필요했어요. 대학교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지요. 총장 신부님은 '(대학 내) 어디든 장소를 찾으시라'고 하셨고요. 교직원 중 여러 분들이 저희 카페 단골이고 후원자세요."

주차장, 주유소 등에서 알바의 경험밖에는 없는 아이들, 사람 만나는 게 두려운 아이들, 모르는 것을 받아들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 그들과의 시작은 사람과 사람 사이 최소한의 주고받는 것부터 연습하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던 아이들이 점점 이마를 내보일 때 얼마나 그 얼굴이 예뻐 보였는지 몰라요, 또 주문받을 때 주문대 자판만 보던 아이가 서서히 손님과 시선을 맞추기 시작할 때 정말 기뻤지요. 보물 같은 아이들입니다."

그런 단계를 거쳐 서서히 매장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을 때 아이들은 월급을 받게 된다. 120만 원 수준. 이 외에도 아이들이 얻은 소득은 크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대하면서 대학 진학의 꿈도 꾸고(실제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을 들어간 아이들도 많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밑천이 되어 지금은 유명 식당에서 셰프로 일하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내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가

왜 우여곡절이 없었겠는가. 대안가정, 대안학교를 자처하며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외면한 아이들을 돌보는 과정은 지난했다. 씻기, 먹기, 옷입기, 빨래하기, 말하기... 아주 기초적인 일상의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물어보면 대답도 않던 아이가 '네'라고 답해줄 때, 그 다음엔 한 단어로, 또 그 다음엔 문장으로 점점 말길이가 길어지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아이들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제가 '손 씻어라'라는 말을 잘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그린 만화를 봤는데 제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 감정, 생각을 그대로 표현했더라구요. 그 때 가슴이 철렁했죠. 내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구나! 한번은 제 체력이 바닥나 쓰러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치기도 했지요. 아이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또 다른 감옥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좋은 접근도 아이들 수준에 맞춰 가야 는 건데... 그래서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땄지요.(웃음)" 

카페 이름도 아이들이 지었다. 동물원. 쉼터의 아이들은 '밖'에서 겪은 모진 시간들 속에서 어른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쉼터에 들어와서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언제든 들어오고 언제든 나가는 식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던 존재. 바로 강아지, 고양이었다. '동물'이 아이들과 수녀님의 소통에 다리 역할을 해준 것이다.

"동물이 우리에게 너무 중요했어요. 유기견 키우면서 보살핌을 배우고, 죽으면 장례식 치르면서 슬픔을 나누고... 저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사람 안에는 어둠과 밝음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반면, 못된 것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치유의 과정이 되었지요. 아이들로 하여금 악을 쏟아내도 안전한 곳이라는 신뢰를 주는 게 필요했지요."

'커피동물원'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동물 닉네임'을 썼다. 기자가 앉은 테이블 서빙은 '너구리'라는 이름표를 단 친구가 담당했다.

카페 동물원 2호점 창업, 도와주실 분을 찾습니다

수녀님과 아이들에게 당면한 목표가 하나 있다. '커피동물원' 2호점을 내는 일이다. 지금은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를 받고 있지만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면서도 성공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 법정 최저임금 수준인 아이들의 인건비를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리고 싶다는 게 수녀님의 소망이다.

"한 기업(한국타이어)의 공모에 당선돼서 지원금을 받게 되었는데, 권리금까지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더라구요. 아무리 장소를 물색해 봐도. 보증금과 임대료는 낼 수 있어요. 다만, 권리금은 면제해줄 수 있는 착한 건물주 어디 안 계실까요? 그렇게 저와 제 아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5년만 보장해 주신다면, 정말 해보고 싶어요. 대학 밖으로 나가서..."

진짜, 어디 응답해주실 분 안 계실까?


ps : 수녀님, 일단은 매장 한 곳에 '후원함'을 놓는 건 어떨까요?
제 생각에 아메리카노가 2천 원이고 까페라떼가 2500원, 유기농 수제차가 3천 원인 건 좀 너무 겸손한 가격이 아닌가 싶거든요.^^ 모두 비싸고 바른 재료만 쓰시잖아요. 그러니 5백 원도 좋고 1천 원도 좋고 학교 밖 아이들이 자립을 위해 돕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후원 상자를 두신다면 어떨지... 제안드립니다. 저희 10만인클럽도 그렇게 <오마이뉴스> 독자들의 십시일반으로 엄청난 힘을 받고 있거든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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