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두 어른'이 담장을 넘는 순간, 아빠의 두려움도 사라졌단다

10만인 리포트

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열네 살 '골초' 소년, 돌 던지지 마세요
[소년의 눈물 7화] 나라가 외면한 '홈리스 청소년', 도와주세요

15.08.26 13:29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가출청소년이 아니라 탈출청소년입니다. 상당수 청소년들은 생존을 위해 가정을 탈출합니다. ⓒ 신림청소년쉼터

※ 등장하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다섯 명의 가출청소년에게 물었습니다. 먹는 것을 어떻게 해결하니?

"대형마트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음식을 훔쳐서 먹어요."(A청소년)
"조금 배고프면 굶고, 너무 배고프면 삥 뜯거나 마트에서 훔 쳐서 먹어요."(B청소년)
"마트에서 시식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누가 먹다 남긴 음식을 먹어요."(C청소년)
"하루에 세끼를 다 먹지는 못해요. 돈이 없으면 같이 다니는 형이 삥을 뜯거나 가게에서 사는 척 하다가 물건(음식)을 가지고 도망치기도 해요."(D청소년)
"마트에서 시식하거나 친구 집에서 얻어먹거나 슈퍼에서 먹을 것을 훔치거나 또래나 어린 사람에게 삥을 뜯거나 어른들에게 도움(구걸)을 요청해 먹을 것을 해결해요."(F청소년)

다섯 명 중에 도움을 청해 끼니를 해결한 소년은 한 명뿐입니다. 이 소년 또한 삥 뜯고, 훔치기도 했습니다. 소년들에게 밥을 잘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세끼를 다 먹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과 공중파 등에선 온통 먹자 방송이고 음식 이야기인데, 남녘은 산해진미 한반도인데도 가출 청소년들에겐 굶주림의 한반도입니다.

잠은 어디에서 자니? 라고 물었더니 "건물 옥상, 화장실, 뒷골목, 지하주차장, 창고, 놀이터, PC방, 찜질방, 모텔에서 잔다"고 했습니다. 어른 홈리스들은 노숙의 자유라도 있지만 소년 홈리스에겐 노숙의 자유마저 불허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도둑고양이처럼 숨은 잠자리를 찾아다닙니다. 들키면 쫓겨나거나 경찰에 신고당합니다.

가출 청소년? 아닙니다, 탈출 청소년입니다

▲ 가출청소년과 홈리스청소년이 모여드는 신림역 일대의 밤거리. ⓒ 조호진

"왜 좋은 집 놔두고 가출해서 이 고생이니. 부모님이 기다리는 집으로 어서 들어가라!"

어른들은 가출 청소년들을 이렇게 선도합니다. 가출 청소년들은 과연, 편안한 가정을 놔두고 뛰쳐나온 철부지일까요? 박진규 서울시립신림청소년쉼터(이하 신림쉼터) 실장은 "소년들은 가출한 게 아니라 탈출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출 청소년을 16년째 만나고 있는 박 실장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합니다. 편안한 집을 놔두고 가출한 청소년은 극히 일부라는 것입니다.

가족 갈등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은 부모에게 연락하면 대부분 데려갑니다. 쉼터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평균 10일 정도입니다. 이처럼 귀가 가능한 청소년은 쉼터에 입소한 가출 청소년 중에 30%가량입니다. 나머지 70%는 가정해체 등으로 돌아갈 가정이 없어졌거나 보호자의 학대(신체, 정서, 방임, 성) 때문에 가정에 돌려보내선 안 되는 경우입니다. 이 청소년들을 '생존형 가출 청소년' 혹은 '홈리스 청소년'이라고 부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잘 계시죠?… 얼마 전에 병원을 갔는데… 저, 정신분열장애라고…."

서현이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서현이는 4년 전 신림쉼터를 찾아온 14세 소년으로 당시에 정서불안과 신경쇠약증세를 보였습니다.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어서 귀가시킨 게 화근이었습니다. 쉼터의 비인도적 처사일까요? 아닙니다. 쉼터엔 학대 피해 소년들을 도와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보호자가 학대 가해자로 밝혀져도 친권을 주장하면 소년을 더 이상 보호할 수 없습니다.

학대 아빠들이 쉼터에 찾아와 소년들을 데려가려 하면 소년들은 "죽어도 집에 안 간다!"며 완강하게 저항합니다. 어떤 소년은 "아빠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아빠 때문에 미쳐버리겠다!"며 울부짖습니다. 쉼터 관계자가 보호자를 만류하면 막말과 욕설을 하며 "저 ××를 여기서 내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런데도 가정문제니까 간섭하면 안 됩니까? 귀가시키면 소년이 미치거나 또 다시 가출하는데도 무작정 귀가시켜야 합니까?

박진규 실장은 "학대 피해 소년을 보호하려다가 부모의 민원 제기로 시말서를 쓴 쉼터 선생들도 있다"면서 "선생들은 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부모의 횡포에 시달리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박 실장은 특히 "피해 소년들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탈출했지만 누구도 보호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경험하면서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면서 "이런 경험을 한 소년들은 세상과 어른들에게 더 이상 도움을 청하지 않게 된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전래 동화에서는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숨겨주지만 이 나라에선 학대 부모에게 쫓기는 소년들을 끝까지 보호해주지 못합니다.

홈리스 청소년 14만여 명... 먹고, 자고, 일할 곳을 주세요

▲ 박진규 실장은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홈리스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사회복지서비스를 수년째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요원합니다. ⓒ 조호진

"경철(14)이 엄마는 경철이가 두 살 때 집을 나갔고, 선원인 경철이 아빠는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떠났습니다.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지내야만 했던 경철이는 여섯 살 때부터 아빠가 두고 간 담배를 호기심으로 피우다가 흡연에 중독됐습니다. 경철이 아빠는 쉼터에 찾아와 아들을 돌볼 형편이 안 되니 계속 돌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쉼터는 소년들을 계속 돌봐 주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열네 살 소년이 골초가 된 까닭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텅 빈 방에서 혼자 지내야만 했던 외로움에 대해서도 묻지 않습니다. 버리고 떠난 엄마를 불러도 소용없고, "아빠 빨리 와, 무서워"라며 울다가 잠든 밤에 대해서도 묻지 않습니다. 그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담배를 피운다"고 돌을 던질 뿐입니다.

박진규 실장은 경철이처럼 ▲ 보호자의 돌봄이 어려운 소년 ▲ 학대 피해로 귀가시키면 안 되는 소년 ▲ 가정해체로 귀가할 가정이 없는 소년 등 홈리스청소년을 위한 위탁보호시스템(위탁가정 또는 입양가정)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쉼터는 일시쉼터(최대 7일), 단기쉼터(최대 9개월), 중장기쉼터(최대 3년)로 한시적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쉼터가 보호할 수 있는 가출 청소년은 1000명당 1.83명에 불과합니다.

박 실장은 "홈리스청소년은 12만명~14만명으로 추산된다"면서 "1997년 IMF 구제금융 당시에 영유아기를 보낸 이 아이들은 가정해체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IMF 국난 피해자인 홈리스 청소년들은 국난이 극복된 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거리에서 생존 투쟁 중입니다. 날마다 '오늘은 어디서 먹을까?', '오늘은 어디서 잘까?'를 고민하는 홈리스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가출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도 가출했다면 그만큼 (가정이)힘들어서 가출한 것입니다. 가출했다고 무조건 나쁜 청소년은 아닙니다. 저희들을 너무 나쁜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저희들에게 먹을 것과 잘 곳, 일할 곳을 주시면 저희들도 나쁜 짓을 하지 않습니다."

박진규 실장은 "홈리스 청소년 입장에선 아무런 지원 없이 비합법적 활동(절도, 강도, 성매매)을 중단하라는 건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홈리스 청소년들에게 안정된 거처와 교육, 의료서비스와 직업교육, 일자리 제공 등을 통해 비합법적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정부와 사회에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는 간절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대책은 요원합니다.

문제 제기해 줄 부모도, 표도 없는 홈리스 청소년들

▲ 홈리스청소년도 대한민국 청소년입니다. 홈리스청소년들도 희망과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 신림청소년쉼터

'사흘 굶어 도둑질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처럼 굶주린 홈리스 청소년들은 범죄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는 홈리스 청소년들을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누구든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출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다 살해된 여중생(14) 사건이 그것입니다.

언론은 사건과 문제를 보도하고 지나갑니다. 정부 당국은 땜질 처방하며 지나갑니다. 현장에선 발을 동동 구릅니다. 그나마 일부 납세자들이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묻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을 어디다 쓰느냐고? 청소년들을 왜 살리지 않느냐고? 추궁합니다. 홈리스 청소년들도 대한민국 청소년이라고 항의합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홈리스 청소년들은 문제제기 능력도 없고, 문제를 제기해줄 부모도 없고, 표도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 당국은 홈리스 청소년을 비롯해 학교 밖으로 사라진 28만 명의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파악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보다 못한 시민들이 "이게 나라야, 나라가 뭐 이래!"라고 항의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를 포기할까요? 홈리스 청소년들을 외면할까요? 아닙니다. 홈리스청 소년들도 우리의 미래입니다. 이 나라는 그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들의 나라이므로 우리가 자구책을 세워야합니다.

다음 뉴스펀딩과 10만인클럽에서 <소년의 눈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펀딩 금액은 쑥쑥 올라가고 투자자들은 자꾸만 늘어납니다. 이건 그냥 돈이 아니라 희망의 근거이구나! 무정한 세상 귀퉁이에서 나눔과 사랑의 꽃은 이렇게 아름답게도 피는구나!

10만인클럽과 뉴스펀딩 후원자 여러분! 지켜야 할 것은 나라가 아니라 버려지고, 굶주리고, 도둑잠을 자고, 생존을 위해 훔치고 빼앗다가 범죄의 수렁에 빠지는 아이들입니다. 나라가 못 살린 아이들을 우리들이 살립시다. 우리들은 나라보다 작지만 이렇게 돈을 모으고 뜻을 모으면 나라가 외면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홈리스 청소년들에게 밥을 먹이고, 잠을 재우고, 공부하고, 일할 수 있게 하는 '청소년희망공동체'를 세웁시다. 과연 가능할까? 물으시면 가능성의 근거를 이렇게 제시하겠습니다.

8월 26일 오후 1시 현재 '소년의 눈물' 뉴스펀딩 현황
▶뉴스펀딩 후원금 = 22,980,000원
▶뉴스펀딩 투자자 = 1001명
▶남은 투자 일수 = 73일

뉴스펀딩 투자자의 당부로 7화의 끝을 맺습니다.

"소년의 눈물이 웃음이 되게 해주십시오!"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