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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고아부부 아기의 특별한 돌잔치
[소년의 눈물 6화] 따듯한 사람들로 살 만한 세상

15.08.19 13:00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생협 한살림 활동가 출신 엄마들의 모임 '맘맘'이 고아부부에게 선물한 아기 신발. 맘맘 엄마가 손수 만든 신발입니다. ⓒ 조호진

※ 기사에 등장하는 소년 및 아기 이름은 가명입니다.

소년원생 얼굴에는 가난, 분노, 슬픔이 담겨있습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보육원 출신인 민철(21)이는 남달랐습니다. 준수한 용모의 민철이는 호주로 기술이민을 가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영어를 열심히 배운다고 했습니다. 소년원 출신이라고 낙인찍는 이 땅을 떠나고 싶었던 것입니다.

소년원에서 퇴원(출소)하려면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저희 부부가 보호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민철이의 꿈을 돕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첫날, 민철이를 소년원에서 저희 아파트로 데려왔습니다. 큰딸이 독립하면서 생긴 빈 방을 민철이에게 내주었습니다. 민철이와 용접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현장 경험을 쌓은 다음→ 호주로 기술이민을 가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큰아빠, 죄송하지만 돈 좀 보내주세요."

일주일 만에 사라진 민철이가 얼마 후에 연락했습니다. 옛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싸움에 휘말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잠수함 탔다고 했습니다. 민철이는 벌금 미납 건으로 수배된 상태여서 붙잡히면 사건이 복해집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누나 집이라고 했습니다. 민철이에겐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연년생 친누나가 있습니다.

"누나에게 차비를 빌려서 올라와라. 통장으로 바로 입금해줄게."
"큰아빠, 죄송한데요. 조카 분윳값도 떨어져서 그런데요. 분윳값도 좀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ㅠㅠ"

분윳값은 떨어지고... 무정한 세상이라고 성토했는데

▲ 고아부부 아기에게 입힐 돌잔치 한복. ⓒ 조호진

"분윳값이 없어서.." 마트서 분유통 훔친 20대女
"백일 딸 분유 때문에" 택시 턴 철부지 10대 아빠
"아기 분윳값 때문에.." 20대 알바 편의점 돈 훔쳐

조카 분윳값이 떨어졌다는 민철이의 말을 들으면서 안타까운 뉴스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마트에서 분유 두 통을 훔친 20대 엄마, 백일 된 딸의 분윳값을 마련하기 위해 택시를 턴 철부지 10대 아빠, 아기 분윳값 등의 생활비와 월세 때문에 편의점 현금을 훔친 20대 알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주변에선 돕지 않고 무엇을 했냐고, 무정한 세상이라고 성토했는데 제가 그 상황에 처해졌습니다.

분유를 사주러 가기로 했는데 폭설이 쏟아지면서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눈길이 위험하니 내일 가라고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분윳값이 떨어졌다는 소리에 마음이 급했습니다. 설설 기면서 경부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아내는 손 모아 기도했습니다. 차비만 떨어질 것이지, 분윳값이 떨어지면 어떡하라고…. 폭설의 밤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밤 9시쯤 됐습니다.

민철이 옆에는 앳된 엄마가 서 있었습니다. 민철이 누나 숙희입니다. 엄마도 아기도 작고 여렸습니다. 돌이 다 돼 가는 아기 솜이를 안았는데 새처럼 가벼웠습니다. 숙희의 연하 동거남 수철(21)이 또한 보육원 출신으로 소년원에도 갔다 왔습니다. 수철이는 PC방과 편의점 등에서 알바하다 잘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분유뿐 아니라 쌀도 계란도 다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저녁을 못 먹은 남매에게 고기를 사 먹인 뒤에 분유와 쌀과 과일 등을 사가지고 집에 갔습니다. 정부가 소년소녀가장에게 얻어준 전셋집인데 자취방 같았습니다.

고아부부의 자취방 같은 신혼 방에 들어섰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원에서 자라고, 천애고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거를 하고, 어린 아내는 밥상을 차리고, 아기를 키우고, 어린 가장은 알바에 나섰다가 잘리고, 처자식을 지키기 위해 다시 일터를 찾는 고아부부의 가난한 단칸방에서 사랑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중 일부)

저녁을 든든히 채운 데다 당분간은 분유와 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숙희가 아내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설에 집에 가도 돼요?"

구정에 저희 집에 오고 싶다고 했습니다. 명절이 돼도 찾아갈 친정도 시댁도 없으니 쓸쓸한 것입니다. 아내가 설을 같이 쇠자고 말하자 숙희는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숙희에게 얼마의 돈을 주면서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 채 밤길을 달렸습니다. 살갑게 안기던 솜이의 체온과 눈웃음이 밤길 운전의 피곤함을 덜어준 덕분에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고아남매-보호소년과 함께한 명절... 설이 설 같았습니다!

▲ 아내가 만든 잡채. 명절 상차림에 힘들긴 했지만 행복했습니다. ⓒ 조호진

그동안의 명절은 장모님 집에서 쇘습니다. 시장비와 용돈만 드리면 되는 편한 명절이었는데 올해 구정은 종갓집 수준의 명절이 됐습니다. 민철이 남매와 아기 솜이(알바 자리를 구한 수철이는 근무 중), 축구청소년국가대표 출신 보호소년 명진이, 소년원 출신 바리스타 영철이까지 초대했습니다. 직장 여성으로만 살아온 오지랖 9단인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힘들긴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솜이와 명진이, 영철이 설빔을 사면서 행복했습니다. 민철이 남매는 설빔 대신 돈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떡도 하고, 고기도 사고, 전도 부치고, 잡채도 했습니다. 세뱃돈과 설빔을 준비하느라 돈이 적지 않게 필요했는데 따뜻한 손길들이 십시일반 후원해주었습니다. 큰아들이 아프리카로 떠나고, 딸은 독립하고, 막내아들은 군복무 중이어서 적적했는데 설이 설 같았습니다.

세배는 세배를 받아줄 누군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세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세배가 서툴렀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 동안 못 받은 밀린 복까지 많이 받아라!"고 덕담하며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외로운 이들과 복을 주고, 나누며 살면 좋겠습니다. 가족처럼 한 상에 둘러 앉아 떡국을 먹고, 전을 먹고, 고기를 먹었습니다. 아내는 인공관절 수술한 뒤부터 가사 노동을 더 힘들어했지만 명절 상차림을 잘 감내했습니다.

"솜이 돌잔치를 어떻게 할 거니?"

아내가 숙희에게 물었습니다. 돌잔치는 뷔페에서 양가부모, 일가친척, 직장동료,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먹고 마시며 돌잡이를 하고 엄마아빠는 노래도 한곡 뽑는 아기 일생일대의 축제이지만 고아부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고아 부부라고 아기의 돌잔치를 모르겠습니까? 아이에 대한 사랑이 없겠습니까? 그 어떤 부모보다 최고의 돌잔치를 해주고 싶지만 분윳값이 떨어진 처지니 애만 태울 뿐입니다. 지인들에게 도움 요청 편지를 썼습니다.

"솜이는 천사입니다. 세상에선 외롭고 초라한 아기지만 하늘에서 볼 때는 아주 특별한 아기입니다. 그래서 솜이의 돌잔치에 수많은 천사들을 축하사절단으로 파견할 것입니다. 저희 부부는 천사의 돌잔치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릴 것입니다. 솜이가 여러분들에게도 특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이웃들이 차려준 돌잔치... 큰언니들이 있다는 거 기억해줘요!

▲ 솜이네 가족이 사랑과 행복의 상징인 회전목마를 탔습니다. ⓒ 조호진

키 작은 CEO 아저씨, 생협 한살림 활동가 출신 엄마모임 '맘맘'과 자수모임 '규방사우', 삼형제를 키우는 현민이 엄마, 과천시민 현씨와 홍씨 아저씨, 캄보디아의 가난한 선교사, 외국인노동자를 돕는 목사 등 동방의 아름다운 이웃들이 후원금과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기저귀 2박스와 분유 1박스, 쌀 20k와 생활용품, 백설기에 수수팥떡에 꿀단지, 내의와 한복 그리고, 손수 만든 아기 신발과 기저귀 가방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이었습니다. 축하 메시지도 동봉했는데 이렇습니다.

"솜이를 위하여 수고하신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사랑이 모아져서 솜이를 바른 사람으로 성장시켜 갈 것을 믿습니다." (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네아 찌어 끄르네아 쁘레아 뽀, 당신은 복의 근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솜이를 통해 부모님 그리고 이 땅의 수많은 영혼들이 복을 받을 줄 믿습니다. 우리 복덩이 솜이, 맑고 깨끗하게 자랄 수 있도록 먼 곳 캄보디아에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기대 선교사)

"저도 세 아이가 있습니다. 매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때론 엄마아빠의 힘만으로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지키기가 버거울 때가 있으니까요. 솜이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현민이 엄마)

"솜이야! 험한 세상에 천사처럼 와주었구나! 엄마아빠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를 예쁘고 꿋꿋하게 키워주시길 하늘에 기도드릴게",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솜이의 건강과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요. 행복한 가정 이루어 나가세요.", "솜이 엄마, 얼굴은 못 봤지만 멀리서 응원해주는 큰언니들이 있다는 거 기억해줘요. 솜이 엄마아빠, 솜이가 예쁘게 크는 것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줘요. 솜이야 첫돌 축하한다." (엄마모임 '맘맘')

'맘맘'은 엄마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자는 뜻을 가진 작은 모임입니다. 엄마들은 솜이의 신발과 기저귀 가방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축하 메시지도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한 이웃들의 선물과 메시지를 가지고 지난 4월 초에 솜이네를 찾아갔습니다. 단칸방엔 오색 풍선과 조촐한 돌상이 차려졌습니다. 준비해간 여아 한복을 솜이에게 입혔더니 아기천사로 변했습니다.

솜이는 돌잡이에서 종이로 만든 '칼'(요리사)과 '공'(운동선수)을 잡았습니다. 축하와 축복의 손길이 이렇게 많은 줄을 아는지 솜이는 싱글벙글 입니다. 양복과 한복을 살 돈이 없어 커플 세타로 대신한 솜이 엄마아빠와 아직 철이 덜든 민철이 삼촌도 모처럼 웃었습니다. 출장 사진사인 저는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눈물로 살아온 민철이 남매와 솜이네 식구가 제발 행복하기를 비는 축복의 셔터도 함께 눌렀습니다.

3%의 사람들로 인해 살 만한 세상... 오는 추석에도 솜이네 가족과 함께

지난 5월엔 키 작은 CEO 아저씨 후원으로 솜이네 가족과 롯데월드에 다녀왔습니다. 키 작은 아저씨는 솜이네에게 멋진 점심도 사주고 봉투도 챙겨주었습니다. 전속 사진사인 저는 발바닥이 땀나도록 놀이기구를 따라다니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과천의 홍씨 아저씨는 후원금으로 참여한 것도 부족해서 제가 찍은 돌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어 솜이네에게 선물했습니다. 앨범 없이 살아온 고아 부부에게 앨범은 최고의 선물이 됐습니다.

다음 달 27일이 추석이네요. 이번 추석 또한 솜이네 가족과 함께 보낼 계획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주 특별한 명절 프로젝트'로 외로운 이웃을 초대해보세요. 작은 선물을 마련해 소년원 아이들, 경비원 아저씨, 혼자 사는 소년소녀 가장들과 독거어르신 등 외로운 이웃들에게 나눠주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한가위 밝은 달이 따뜻하고 넉넉한 여러분 가정을 행복하게 비춰줄 것입니다. 달이 제 아무리 밝아도 저 혼자만 밝으면 그게 무슨 한가위 달이겠습니까?

▲ 솜이네 가족에게 행복한 추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조호진

바다가 생명의 보고인 것은 3%의 염분 때문입니다. 3%의 소금이 바다를 생명의 터전으로 만든 것처럼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삭막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 또한 3%정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 차지하기 위한 욕망의 전쟁터인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자신의 것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람들도 인해 살만한 세상입니다.

분유와 쌀이 떨어진 솜이네 가족에게 분유에다 희망, 쌀에다 사랑, 과일에다 따뜻함을 보태서 나눠준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독차지가 아니라 나눔이기 때문입니다. 따뜻한 손길로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신 여러분도 행복하시죠! 전염되어야 할 것은 메르스가 아니라 나눔과 행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0만인클럽과 뉴스펀딩 참여로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신 여러분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넙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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