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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꾼다"
[이 사람, 10만인] 공익활동가 김재춘 회원

15.08.14 21:13 | 박형숙 기자쪽지보내기

▲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꾸겠다"는 꿈을 지닌 김재춘. 나이를 묻자 '487'이라고만 답했다.(7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을 다닌 40대). ⓒ 박형숙

그의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꾼다."

인터뷰 중에도 말했다.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방법, 방식, 노하우를, 세상을 좋게 바꾸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치환하는 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김재춘. 8월 5일 낮 서울 프레스센터 한 식당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이라 먼저 확인부터 했다. "모금가시죠?"라고 묻자 "모금도 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스로 명명한 정체성은 '공익활동가'. 그는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다.

"세상을 바꾸는 많은 사람들을 봤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다. 목숨을 못 내놓는다. 그들만큼 부지런하지도 않다. 직접 최전선에 서지는 못하지만 헌신성과 추진력으로 실행력을 갖춘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뭘 도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에겐 열정과 명분은 차고 넘치지만 '방법'이 적절치 않은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성과로 잘 이어지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김재춘은 누구?
대학졸업 후 대기업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사람들이 줄줄이 잘려나간 구제금융(IMF) 시기를 잘 버텨놓고선 1년 뒤 회사를 관두자 주변에선 "미쳤다"고 만류. 심리학 전공자인 그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다. '명상' '대안' '공동체' 등의 키워드를 안고 세상으로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회원으로 가입하고 <녹색평론>을 읽으며 영향을 받았고 이러저러한 명상을 경험했다.

우연히 법륜스님의 '정토회'를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평화, 통일, 환경 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 '아름다운가게'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자원을 무상으로 기부 받아 좋은 일에 쓰는 데 올인. 홍보캠페인 팀장, 판매사업 국장, 정책 실장을 거치면서 모금사업을 했다. 비영리의 가치에 자신의 기업 근무 노하우를 적용하면서 영리와 비영리의 결합을 도모했다. 7, 8년 전 한 복지단체의 요청으로 시작된 모금 강의를 계기로, 지금은 한해 150회 이상 강연을 하는 인기강사가 됐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돕기 위해 2년여 공직생활(대외협력보좌관)을 하다가 지금은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가치혼합경영연구소 소장이라는 직함으로, 사회적 기업, 비영리단체, 사회복지기관 등의 모금, 마케팅, 경영 관련 강의와 컨설팅을 하고 있다.

명분 앞세우는 사람들의 3단 논법


그가 제시한 방법은 간단하다. '영리의 효율성과 비영리의 공익성'을 결합시키는 방식. 가령 모금 영역에서 보자. 명분, 가치만 앞세워 맨땅에 헤딩하듯 하지 말고 영업, 마케팅, 협상, 설득 등 기존의 영리 영역의 방법론을 지혜롭게 차용하라고 조언한다. 

"비영리 영역에서 간과하는 게 '기부자 입장'이다. 거칠게 말하면 '우리는 좋은 일 한다. 너는 돈이 있다. 그러니 좀 줘라'(웃음) 이 3단 논법을 벗어나야 한다. 기부자를 돈 내는 기계로 보는 것이다. 돈 내는 사람의 인생, 감정, 생각이 빠져 있다.

모금은 설득의 과정이다. 설득은 내가 옳다는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다. 상대의 가치와 생각, 감정에서 우리의 모금 명분과 합치되는 내용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내가 어떻게 말하고 조건을 제시해야 저 사람의 마음이 움직여 기부를 할까'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리 쪽에선 상대(소비자)에 관한 연구가 치열하다. 마케팅 책에 소비자를 속이라고 나와 있지 않다. 관계, 가치, 신뢰가 중요하다고 써있다. 경쟁 상황에서 잠재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서고, 어떻게 설득하고, 어떻게 만족감을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비록 비영리 활동을 목적으로 하지만 영리 쪽의 노하우와 고민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명품 소비와 기부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사람은 제품을 기능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밥만 먹고 살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서 나오지만 감정으로 결정하고 이성으로 뒷받침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도 마찬가지다.

평소 결식아동 돕는 일에 관심이 없다가도 평소 존경하던 분이 '어이 하나 해봐' 그러면 하게 된다. 이때 기부자는 '제품'을 구매한 것이 아닌 '관계'를 구매한 것이다. 많은 기부자들은 이미지를 구매하기도 한다. '나 여기에 기부한다' 그런 느낌? 얼핏보면 비합리적이지만 이걸 우습게 봐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김재춘은 비합리적인 사람이다. 벌어들이는 수입의 30%를 기부 목표로 한다. 실제로 20여 군데 정기 기부를 하고 있다. 10만인클럽도 그 중 하나다. 어떤 곳, 어떤 사람에게 기부하는지 그 선택 기준을 물으니 명료한 답이 돌아왔다.

대행: 나의 가치관, 관심, 주제, 꿈을 대신 이뤄주는 단체 또는 프로그램에 기부한다. 내가 못하는 걸 대신해주니까.
응원: 살면서 만났던 괜찮은 사람, 지켜주고 싶은 사람, 열심인 사람들에게 손 잡아주는 심정으로 기부한다.
보답: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우리가 이만한 세상에서 살게 해 준 단체, 사람, 프로그램에게 기부한다.
인연: 아는 사람이 도와달라고 할 때 기부한다. 하지만 전부 들어주는 건 아니다. 거절도 잘한다.

▲ 인터뷰 중에 보여준 김재춘의 표정은 그가 지닌 다양한 아이디어만큼이나 변화무쌍했다. 그중 한 컷. ⓒ 박형숙

내가 기부하는 4가지 기준

그에게 기부는 이미 생활이다. 가령 여동생이 아이를 낳아 조카가 생겼다. 그 기쁨을 김재춘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야~ 축하한다. 내가 영험한 부적하나 보내 줄테니 돈이나 좀 내라. 그러고선 해외아동돕기 후원신청서를 보냈다. 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적은 너 같은 부모도 없이 먹고 살기 힘든 아이를 도와주는 거다. 그것만한 건강소원, 행복소원 부적이 어디 있냐. '원 플러스 원'이라고 생각해라.(웃음) 삼촌인 내가 조카에게 주는 가장 소중한 선물은 이거 같다."

동생의 반응은? 흔쾌한 예스(Yes)다.

"오빠가 하라는데 해야지~."(웃음)

이런 확신에 찬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기획이 너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좋고 세상에도 좋다는 확신이면 된다."

그렇다면, 모금가의 보람은?

"사람을 설득하고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세상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는 내 믿음이 실현된 거니까. 이렇게 계속하면 세상이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과 꿈을 향해 나갈 수 있으니까. 나한테도 이로우니까 할 수 있는 거다."

거절의 두려움 피하는 주문 4계

김재춘 스스로 말하길 '자의식 강한 A형'. 함부로 부탁 못하던 그가 기부자를 향해 당당하게 부탁하는 방법을 터득한 노하우를 공개했다. 마음속으로 외우는 자기 위로 주문이다.

첫째. '괜찮다 니 돈 아니다'
내가 쓰자고 달라는 것 아니다. 남을 위해, 세상 위해 쓴다고 하는 것이니 네가 쪽팔릴 것 없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하라.

둘째. '괜찮다 안 때린다'
내가 모금 과정에서 겪을 최악의 상황은 그냥 '노우(No)'이다. 그게 뭐 그리 아픈가. 당신이 말하면 상대가 다 들어줘야 하나? 

셋째. '괜찮다 어차피 어려운 일이다.'
남의 돈 얻어내기 원래 어렵다. 내가 잘 하면 남이 줄 거라는 생각 버려라.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당연한 거다.

넷째. '괜찮다 존중해라'
내가 기부 별로 안한다고 비난받을 이유 없듯이, 그 사람 역시 거절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건 존중받아야 한다. 기부자의 거절에 대한 존중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사는 방법도 '기부자'스럽다. 이런 식이다. 어느 날 자신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tala0316)에 "무료 커피 쏩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서울역 카페 'Bean자리'에 왔어요.
사회적 기업 성공하길 바랍니다.
해서 10만 원 포인트 적립해 두었습니다.
사회적 경제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 제 이름 말하시고 주문하시면,
10만원 포인트 소진 때까지 공짜!!
(지금 소셜 섹터 분들께 50% 할인 이벤트한다니, 20만 원 어치 마실 수 있음.)
먼저 드시는 분이 임자. 즐!!"

댓글에는 줄줄이 "완전 멋쟁이~", "잘 먹겠습니다", "나도 가봐야지" 등 훈훈함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세상도 좋아지는 일석 삼조의 회식 방법이다. 영화 관람도 기부 방식이다.

영화 <소수의견>의 경우, 영화 취지도 공감했지만 무엇보다 대학동기였던 감독과 '영화 개봉하면 지인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덕에 40명의 페북 친구들이 영화를 보고 자발적인 홍보를 진행했다. 홍보가 기부의 조건이었다.(웃음)

골리앗에 맞설 다윗의 지혜를 찾습니다

돈 없이도 가능하다. 재능 기부의 방법. 최근 그가 벌인 일이 또 있다. 사연인 즉.

"몇 년 전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들을 모시고 진행한 모금 워크숍에서 좀 놀랐습니다. 많은 곳들이 매우 적은 정기후원자(평균 30명 선) 뿐이었고, 스스로가 모금 명분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세상에! 국내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육과 식사, 돌봄을 제공하자는 곳이 명분이 약하다구요? ㅜㅜ).

안정적 재정 확보가 필요하지만 너무 열악한 환경(3명 이하 근무)에서 일하고 있어서 후원모금 활동은 엄두도 못내고 계시는 거죠. 충격 받은 제가 괜한 객기로 '반드시 내가 기부해서라도 당신들에게 따라만 하면 되는 모금 프로그램을 개발해주겠다'라고 약속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렇게 '허세'로 시작한 일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전국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한 소규모 복지시설들에게 '돈 되는 참고서'가 될 만한 모금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있고, 뜻 있는 참여자, 돈 있는 후원자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김재춘 페북 참조).  

"혼자는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싶지도 않구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미공개 기부프로그램을 하나 털어놨다. 이름하여 '다윗 프로젝트'.

"4대강은 왜 저 모양이 됐을까? 환경운동가들과 시민사회가 총력전을 벌이다시피 했지만 왜 저지에 실패했을까? 4대강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80%에 달하는데 말이다. 진짜 난 궁금하다. 그래서 틈틈이 돈을 모았다. 얼추 3천만 원이 된다. 내 기부금을 털어서 그 실패 원인과 성공방법을 찾아낼 연구자를 찾고 싶다.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완벽한 권력자,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세력, 즉 골리앗에 맞서 우리는 늘 질 수밖에 없을까? 이기는 대중전략은 불가능할까? 전례는 없는 걸까? 내 능력으로는 못하니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지원하고 싶다. 

결과물이 페이퍼(보고서)로 안 나와도 좋다. 나에게 영감만 줘도 좋고, 또 여럿이 공유회를 가져도 좋다. 돈이 부족하면 후원자를 더 찾으러 다닐 거다. 골리앗을 이길 지혜의 소유자, 다윗은 분명히 있을 거다."

될까? or 된다!

'김재춘 어투'로 마무리 해보자.

"자... 이제 갑니다!!! 힘을 주시지요."

▲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재춘은 '꿈꾸는 소년'(사진 조각상)처럼 밝고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 박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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