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10만인 리포트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국토개조 아닌 '국토개판'
시궁창이 따로 없습니다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 프로젝트②]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주세요

15.08.07 17:47 | 김종술 기자쪽지보내기

독자들의 성원에 따라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 목표액이 조기에 달성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로젝트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 기간 동안에 쌓이는 후원금은 김종술 기자의 취재비 등으로 사용됩니다. 이 기획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의 공동 프로젝트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철퍼덕~ 철퍼덕~.'

나 여기 있어요! 물고기가 강물 위를 수직으로 뛰어 오릅니다. 반갑기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지난 장맛비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 더미 속, 살점이 반쯤 뜯겨 나간 물고기 뼈에 파리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큰빗이끼벌레와 PVC 페트병, 개구리밥이 뒤섞인 난장판. 금강은 죽어가지만 아직도 생명은 남아 있습니다. 아니, 또 다른 생명체들이 점령군처럼 행세합니다.

금강은 '큰빗이끼벌레 양식장'입니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맑은 강에 살던 녀석들은 사라지고 고인 물, 썩은 물에서 사는 생명체들이 창궐하기 시작했죠. 금빛 모래사장과 은빛 여울은 없어지고 강바닥은 시커먼 펄로 변했습니다. 물 위에는 녹조가 껴서 햇빛과 산소를 차단하고, 펄이 쌓인 강바닥도 동식물들이 숨을 쉴 수 없는 '산소 제로지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 강바닥에 시뻘건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 등 시궁창에서나 살 수 있는 생명체들이 지천입니다.

못 여는 것일까, 안 여는 것일까?

▲ 지난달 장맛비에 금강의 수위가 상승하고 공주보 수력발전소 입구 오탁방지막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가 잔뜩 걸렸지만 공주보 승강기식 수문은 이번에도 열리지 않았다. ⓒ 김종술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정부도 알고 있었던 걸까요? 정부는 4대강 금강살리기 사업을 홍보하면서 바닥층에 쌓이는 토사는 승강기식 수문 작동으로 흘려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맛비가 오기 전 수문을 열어 담수량을 줄여서 홍수도 막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다행히도 얼마 전에 장맛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강물은 흙탕물로 뒤집히고 수위가 올랐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승강기식 수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소위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의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기막힌 기회, 즉 바닥층의 펄과 큰빗이끼벌레, 깔따구까지 한꺼번에 바다로 쓸어버릴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공주보 준공 시기를 돌아보면 2011년 12월에서 이듬해 4월로, 다시 6월로, 또다시 7월 20일로, 그러더니 8월 1일로 준공을 수차례나 미루다가 어렵사리 마무리했습니다. 2012년에 공주보 승강기식 수문을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열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4대강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고장난 게 아닐까"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하지만 수자원공사는 "문을 열 필요가 없었다, 고장나지 않았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지난 6월 24일부터 4대강 탐사보도를 위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근기자와 시민기자 20여 명이 달라붙어서 금강을 샅샅이 훑었습니다. 녹조, 큰빗이끼벌레, 깔따구, 실지렁이 등을 만지고 주무르며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를 했습니다. 기획기사도 내보냈습니다. 4대강 사업 완공 후 3년이 지난 금강의 충격적인 민낯을 알렸습니다.

그 뒤에 언론사들이 금강으로 몰려왔습니다. 중앙방송사와 신문사, 시사프로까지. 저는 또 언론사들과 함께 한 달 정도 강바닥의 검게 썩어버린 펄 흙을 퍼 올리고 큰빗이끼벌레를 건지고 주무르면서 살았습니다. 언론에 비친 금강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겠다면서 고등학교 학생들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말은 비슷비슷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심하네요."

참 부끄럽습니다.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4대강 삽질을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수문 하나 열지 못하고 망가져 가는 금강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런데 부끄러움도 모르는 인간들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이죠.

자아도취에 빠진 인간들

▲ 2013년 2월 6일 당시 국토부 권도엽 장관이 공주보에 수달이 나타났다며 출입기자단과 수자원공사, 시공사(SK건설), 감리단 등 60여 명을 대동하고 공주보에 찾아 4대강 홍보의 장을 펼쳤다. ⓒ 김종술

공주보 시공사인 SK건설 현장소장은 준공식을 끝마치고 어느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국책사업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주시 발전에 큰 획을 긋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일갈에서 공주시 발전을 10년 앞당겼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준설 위주로 경관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생태계 파괴 최소화로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쏘가리' 등 여러 종을 목격했다는 소리를 듣고 참 잘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에서 사라져가는 쏘가리가 웃을 말입니다. 

2013년 당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출입기자단과 수자원공사 본부장, 시공사(SK건설), 감리단 등 60여 명과 함께 공주보를 찾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권 장관은 "4대강 사업이 99.7%가 진행되면서 회복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이고 수질도 향상되고 있어 생태적으로 2~3년 안정화 단계만 지나면 천연생태계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리고는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되는 수달이 대낮에 공주보에서 발견됐다고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동행한 수달 전문가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간과 서식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며 "수달 관측소를 만들자"고 거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왕래와 차량이 수시로 다니는 공간에, 그것도 야행성인 수달이 대낮에? 수달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답니까? 생태계 이상 변동이동으로 출몰했든지 아니면 누군가 기르던 수달을 가져다 놓은 게 아닌지 의심을 해봅니다. 권 장관이 다녀간 이후에 수달이 공주보에 출몰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으니까요.

묻고 싶습니다. 그 많던 물고기 어디로 갔나요? 돌아 왔다던 쏘가리는 어디에 있나요? 2~3년 후면 돌아온다던 천연생태계는 큰빗이끼벌레와 깔따구, 실지렁이를 두고 한 말이었나요? 그렇게 호언장담 하셨으면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젠 쉬고 싶지만 쉴 수가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과 시민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월 금강탐사를 마쳤다. 잠시 쉬는 시간에 권우성 오마이뉴스 사진팀장이 찍은 사진 ⓒ 권우성

"얼굴에 피곤이 가득한데 이젠 좀 쉬세요."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분들은 제게 같은 말을 합니다. 금강을 혼자 취재하면서 많은 걸 잃었습니다. 빚까지 얻었습니다. 때로는 할 만큼은 했다고 자족하기도 합니다. 금강에서 혼자 쉰내 풀풀 풍기는 김밥을 먹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4대강 사업 그 후 금강에서 지낸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보니 1만4400분입니다. 저도 쉬고 싶습니다. 때로는 금강에 나가기 싫습니다. 누군가가 금강을 책임져 주신다면 언제든지 떠날 생각입니다.

최근 어머님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큰 수술을 받는 날에도 저는 어머니 곁이 아니라 금강에 있었습니다. 미친개처럼 눈물을 흘리며 강변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가족들에게서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합니다. 밑반찬을 가져다 주던 가족들에게 더는 손을 내밀지 못하겠습니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르르 몰려왔다가 한꺼번에 떠나는 기자들처럼 저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금강을 빠져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저의 아련한 추억을 매일매일 배반하는 금강, 시궁창으로 변해가는 금강이 문득문득 싫어집니다. 그런데 항상 되돌아오는 결론은 똑같습니다. 금강이 아픈 걸 뻔히 알면서도 혼자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국토 개조가 아니라 '국토 개판'

▲ 백제보 입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4대강 사업에 앞장섰던 인사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 김종술

사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제안한 '투명 카약 프로젝트'를 몇 번이나 거절했습니다. 우선 금강이 아니라 저에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대단한 놈도 아니고, 금강을 그저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요. 그리고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4대강 철옹성'이 너무 두텁습니다. 물고기 떼죽음, 녹조라떼, 공산성 붕괴 등 '국토 개조'가 아니라 '국토 개판'으로 만든 증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수문은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죽어가는 금강으로부터 도망치는 유일한 방법은 살아있는 금강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4대강을 살리는 일을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 비단결 같은 금강과 낙동강, 영산강, 한강을 만들기 위해 도와주십시오.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득실한 4대강을 교과서에 새길 수는 없습니다. 

'투명 카약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4대강의 철옹성을 뚫으려면 필요한 장비들이 많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이 성금을 쾌척해주신다면 투명 카약부터 사겠습니다. 그 카약을 들고 지난 6월처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들이 낙동강으로 가서 녹조의 밑바닥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4대강을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아무리 흔적을 지우려고 애를 써도 계속 창궐하는 큰빗이끼벌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울한 4대강의 미래뿐만 아니라 밝은 대안도 제시하겠습니다.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투명카약①] "밤길 조심해" 협박,폭행 당해도... 취재수첩 놓지 않았다

▲ 김종술 ‘투명카약’ 선물 프로젝트 ⓒ 고정미

☞ [동참해 주세요!]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 [탐사보도] <금강에 살어리랏다>
☞ [연재기사] <김종술, 금강에 산다> 10만인리포트
☞ [방송] EBS 하나뿐인 지구 : 금강에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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