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4대강 찬성한 전문가들, 피해 모를 리 없었다"

10만인 리포트

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소년은 밤마다 탈옥한다
버리고 떠난 엄마 찾으러
[소년의 눈물④] 최고의 희망 제조법... 우리가 희망이 되는 거야

15.08.05 13:15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등장하는 소년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 서울소년원 2층으로 올라가는 달팽이 통로. 겨울이 되면 달팽이 통로는 춥숩니다. ⓒ 조호진

두 소년을 만났습니다. 그것도 겨울에, 자그마치 서울소년원에서, 게다가 신입방에서. 신입방은 소년원에 들어온 소년범들이 임시로 지내는 곳으로 2주가량 지낸 후에 본방에 배치됩니다.

상천이(18)는 광대뼈가 불거진 짱돌 같은 소년입니다. 엄마가 아빠의 폭력에 못 견뎌 집을 떠나면서 비행의 늪에 빠진 소년입니다. 상천이가 만약에 꽃이었다면 진즉 시들었거나 얼어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상천이가 강해 보여서인지 준열(18)이는 약해 보였습니다. 준열이에게 "너는 어떻게 해서 들어왔니?" 하고 물었더니 "보호관찰 위반으로 10호 받았어요"라고 말합니다. 보호관찰 처분을 받으면 처분 기간과 방문 횟수에 따라 보호관찰소에 가야합니다.

그런데 준열이처럼 부모의 돌봄을 못 받는 소년 중 상당수가 준수 사항을 어기고 명령을 위반하면서 구인(체포)돼 소년재판을 받습니다. 준열이는 소년법에서 가장 무거운 10호(2년 이내 소년원 송치)를 받았습니다. 준열이는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상천이와 준열이가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꼭 들어달라는 눈빛이었습니다. 상천이는 자신을 돌봐주는 목사님과 여자 친구에게, 준열이는 아빠에게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교도소처럼 소년원 또한 수용시설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고,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합니다. 맘껏 뛰고, 놀고, 날아야 할 소년들인데 연락도 맘대로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요. 미국에선 중범죄자들도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게 하고, 담배도 피우게 하던데, 이상한 건 맹종하면서 인권개선은 왜 외면하는지요.

소년들의 간절한 소망... 가족이 다시 모여 살 순 없나요?

▲ 소년원 본방입니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되었습니다. ⓒ 조호진

상천이 부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큰아빠라고 부르는 목사님께 면회 와 달라는 것, 둘째는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으니 엄마가 사는 고향으로 이송시켜 달라는 청원서를 써달라는 것, 셋째는 여자 친구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것입니다. 상천이의 부탁대로 김 목사님께 전화했습니다. 상천이 형제를 7년째 돌보자 큰아빠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상천이에게는 두 살 많은 형이 있는데 형은 대전소년원에 있다고….

상천이네 가정파탄의 주범은 술이었습니다. 아빠의 주벽이 심각했답니다. 아빠가 술에 취해 귀가하면 집안은 공포의 도가니가 됐답니다. 아빠가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니 가정폭력의 심각 정도가 짐작 갑니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린 엄마는 이대로 살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가정을 떠났습니다. 엄마가 떠난 뒤로 아빠의 폭력이 더 심해지자 이들 형제가 가출한 거라는 딱한 사정을 들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상천이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엄마에 관한 기억입니다. 상천이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던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유방암은 완치됐는데 문제는 재혼해서 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의 엄마가 된 것입니다. 재혼한 남편의 아기도 낳았답니다. 첫 번째 그랬으면 두 번째는 잘 좀 살았으면 좋으련만 재혼한 남편은 중병이 들었고 살림은 찢어지게 가난하답니다. 그런 탓에 상천이 형제를 돌볼 겨를이 없다는 겁니다.

상천이는 엄마아빠의 재결합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래서 가족이 다시 모여서 오순도순 밥을 먹는 것이 최대 소망입니다. 아빠는 돈을 벌고, 엄마는 가정주부였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엄마 냄새를 다시 맡는 것이, 엄마라고 다시 부르는 것이 상천이의 간절한 소망인 것은 가출 당시의 엄마만 간직했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남의 엄마가 된 것을 안다면 상천이의 소망은 좌절과 분노로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천이에게 엄마의 재혼 사실을 어떻게 말합니까? 하지만 엄마를 그리워 하는 상천이의 소원은 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상천이 엄마에게 연락했습니다. 상천이가 엄마를 너무 그리워하니 한 번이라도 만나서 밥이라도 먹자고 부탁했다는 등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독감 걸린 소년원생, 공사판 떠도는 아빠, 병사한 엄마

▲ 서울소년원에는 240여명의 소년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소년원 입구입니다. ⓒ 조호진

준열이 아빠에게 서너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오후 10시 넘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술 마신 목소리입니다. 피곤에 지친 목소리입니다. 소년원에서 준열이를 만난 사람이라고 했더니 더 지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아내는 병들어 죽었고, 자신은 공사판 떠돌이고, 저녁 대신에 술을 한 잔 마셨다고…. 판사님에게 선처를 구했지만 소용없었다고, 못난 아빠 때문에 아들이 소년원에 갔다고, 그래도 아들을 사랑한다며 울먹거렸습니다.

이런 소식을 안고 소년원에 갔습니다. 상천이와 준열이는 다행스럽게도 한 방에 배치됐습니다. 그런데 둘 다 독감에 걸렸습니다. 상천이는 장염까지 앓고 있었습니다. 짱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상천이에게 목사님이 면회 오시기로 했다는 소식과 여자 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여친은 상천이가 구속되자마자  더 힘센 소년의 여친이 됐답니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사실은 차마 전하지 못했습니다.

준열이의 이마를 만졌더니 고열입니다. 안경 너머의 눈자위가 벌겋습니다. "준열아, 아빠에게 전화했더니 잘 지내고 계시더라. 그런데 너의 아빠 참 좋은 분이더라. 너를 사랑한다고,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어!"라고 말했더니 몸을 힘겹게 일으키면서 씩 웃습니다. 그러더니 "저도 아빠를 사랑해요!"라면서 마치 제가 아빠인 것처럼 두 팔로 하트 표시를 했습니다. 준열이는 전주소년원으로 이송돼 그 이후로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밤마다 탈옥하는 소년들... 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어요!

▲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봄이 왔습닏.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은 어른의 구치소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소년들은 심사원에서 1개월가량 지내면서 소년재판을 받습니다. ⓒ 조호진

준열이 엄마가 살았으면 면회 왔을 텐데, 독감에 걸려 덜덜 떠는 아들을 안고 펑펑 울었을 텐데…. 무심한 하늘에게 정식 항의합니다. 하늘나라는 특별휴가도 없습니까. 하늘에선 땅의 소리를 듣고 있을 텐데, 소년의 울음소리를 틀림없이 들었을 텐데…. 그러면, 1박2일이나 2박3일이라도 특별휴가를 주면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오라고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정말 너무 하십니다.

소년의 눈물이
간밤에 탈옥했다.

굳게 닫힌
소년원 철문을 따고
철조망과 담장을 넘어

잡혀 온 겨울에도
겨울이 한 바퀴 돌아도
면회조차 오지 않는 여자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으러

- 조호진 시인의 시 '엄마' 전문

상천이를 봄에 다시 만났습니다. 열여덟 살이 됐습니다. 키가 한 뼘쯤 커진 것 같습니다. 소년들을 만나려면 다섯 개의 철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같은 철문이지만 봄바람을 쐰 철문은 겨울 철문보다 한결 부드럽습니다. 겨울 철문이 쇳소리로 닫히면 몸이 움츠러들지만 봄의 철문은 슬그머니 열립니다. 소년들도 봄이 되면서 두툼한 옷을 벗었습니다. 하지만 추리닝 색은 여전히 우중충합니다.

법무부는 왜 어둡고 우중충한 옷을 입힐까요? 화사한 옷을 입히면 문제가 생기나요? 소년원생들은 수의(囚衣)를 입는 어른 재소자들과 달리 추리닝을 입습니다. 문득, 앙드레김이 생전에 디자인한 교복이 생각났습니다. 디자인해준 학교는 부잣집 학생이 다닌다는 사립학교였습니다. 그 학생들은 앙드레김의 교복이 아니더라도 멋지고 비싼 옷이 많지만 소년원생들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서울소년원의 또 다른 이름은 '고봉중고등학교'입니다. 이곳 아이들은 소년원생이자 학생입니다. 고봉중고생들에게도 옷감 좋고, 색감 환한 옷을 입히면 어떨까요? 옷이 날개라서 날아갈 수 있으므로 어두운 추리닝만 입혀야 하나요? 소년들에게 봄처럼 환한 옷을 입히면 몸과 맘이 밝아질 것입니다. 법무부장관님! 디자이너 선생님과 의류회사 사장님! 소년들에게도 환한 교복을 입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까까머리 상천이가 말합니다. 몇 번 봤더니 맘 속 이야기도 합니다. 엄마 꿈을 자주 꾼다고, 꿈에서 엄마를 부르는데 대답이 없다고, 그래서 울다가 잠에서 깬답니다. 짱돌인 줄 알았는데 눈물입니다. 저는 상천이의 눈물을 압니다. 아주 잘 압니다. 쉰 줄이 넘었는데도 울다가 깬 적이 있습니다. 새벽에 사라진 엄마, 울며불며 불러도 찾을 수 없었던 엄마…. 소년들은 잠이 들면 탈옥합니다. 그리운 엄마, 엄마를 만나기 위해….

최고의 희망 제조법... 우리가 희망이 되는 거야

▲ 서울소년분류심사원 아이들을 특별면회할 때 싸가지고 간 음식입니다. ⓒ 조호진

봄아

왔으면
면회 오던가
빼내 주든가

까까머리
소년범은 놔두고
지들끼리 환장해서

사방천지
꽃불 지르는
연쇄 방화 봄아

- 조호진 시인의 시 '소년원의 봄'

올해도 봄이 왔습니다. 봄이 오자 새들이 노래했고 꽃들은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소년원에도 봄이 왔습니다. 영산홍이 화사하게 피었고, 소년원 쇠창살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드나들었습니다. 서울소년원을 에워싼 오봉산은 눈이 시릴 정도의 연초록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봄, 봄, 봄이 왔지만 엄마는 면회 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의 얼굴에 핀 건 꽃이 아니라 버짐입니다.

엄마는 아직 안 왔지만 엄마와 같은 봄이 대신 왔습니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면회하고 후원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따뜻한 분들이 지금보다 10배 아니 100배 정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교도소와 소년원을 아무리 많이 지어봤자 범죄의 위험성을 줄이지 못합니다.

엄마처럼 면회 와서 밥 사주고, 아이스크림 사주면 아이들 가슴 속의 칼이 무뎌집니다. 마음의 칼이 녹으면 그 자리에 희망이란 볕이 듭니다. 희망의 볕이 들면 공부든, 기술이든, 뭐든 하고 싶어집니다. 백날 "교화, 갱생"만 외쳐봐야 소년들에게 "까고들 있네~"라는 흉만 듣습니다.

최근에 소년원에 가서 준열이를 만났습니다. 사진기술을 배우고 있답니다. IT자격증도 땄답니다. 검정고시로 예술대학 영상제작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합니다. 와우~ 그래서 잘한다, 잘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내가 돕든 누가 돕든 도울 것이니 그렇게만 하자고 말하며 안아주었습니다. 준열이도 저도 따뜻해졌습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로션과 팔토시라고 했습니다. 로션과 팔토시 그리고 장학금을 챙겨서 소년원에 가야겠습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추천 리포트
이 기사와 관련된 최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