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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 시인의 소년의 눈물

전과 11범 노인의 사회안전망이 된 아내
[소년의 눈물③] 전과 11범의 속죄 인생... 소년의 눈물을 막는 '생존10계명'

15.07.29 14:00 | 조호진 기자쪽지보내기

▲ 술 권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을 지상 최고의 자살공화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위기어른 여러분, 속히 가정으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 조호진

'소년의 눈물'은 어디서 시작될까요? 진원지는 가정입니다. 위기청소년의 70%는 결손가정 또는 극빈가정 출신입니다. 부모의 이혼과 알코올중독, 결손과 극빈 등의 사정으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서 소년들은 위기 상황에 내몰립니다.그렇게 방치된 상당수의 소년들은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흡연, 음주, 가출 등의 무분별한 생활에 빠지면서 비행청소년의 길을 걷게 됩니다.

소년의 눈물을 닦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가정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켜야 할 것 중에 가장 먼저 지킬 것은 가정입니다. 어서, 가정으로 돌아가십시오. 물론, 위기가정을 원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위기가정은 한국 사회가 낳은 불행한 산물입니다. 무한경쟁에 의한 승자독식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은 패배의 모든 책임을 패자에게 전가합니다. 패자와 승자가 서로 인정하며 함께 사는 사회, 패자도 일어서게 하는 '세컨드 찬스' 사회는 불가능할까요?

못 배우고 가난한 부모일수록 가정을 더욱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런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해체되는 가정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예고도 없이 덮치는 거친 파도, 가정을 위협하는 격랑 앞에 서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생존10계명을 알려드립니다!

이혼과 빚더미, 주소불명… 19년 전의 제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술주정과 자녀 폭행이 더해지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비행청소년이 됩니다. 벼랑 끝에서 자란 제 아이들도 비행청소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하늘의 가호(加護)로 고난의 터널을 통과했고 아이들은 청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생존 10계명'을 작성했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막는 방법 즉, 가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조호진 시인의 <생존 10계명>
1계명 스스로 해결하라 = 어설프게 망하면 주변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서지 않는 사람을 돕는 것은 앉은뱅이로 만드는 것이므로 철저하게 망하도록 놔두십시오. 그러므로 부모형제와 일가친척과 주변에선 그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움을 요청 하더라도 가슴 아프게 거절하십시오. 대신에 눈물로 응원해주시고, 스스로 일어설 때 손잡아 주십시오.

2계명 사람에게 기대지 마라 = 어설프게 사람을 믿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 실족사가 아닌 자살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유보하고 광야에 나가 홀로 서십시오. 그러면 직립 보행의 외로움과 단독 보행의 눈물을 통해 인생 영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3계명 비참해져라 = 실패의 화인(火印)을 새기십시오. 다시 직립 보행하기 위해선 쓰러짐의 아픔을 처절하게 감내해야 합니다. 비난과 모멸의 칼에 찔리고, 피눈물의 밥으로 허기를 채운다면 인생의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4계명 취하지 말라 = 괴로움을 잊기 위해 마신 술은 독배입니다. 술 권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을 지상 최고의 자살공화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벼랑 끝에서 마실 것은 술이 아니라 피눈물입니다. 술은 마시면 죽고 피눈물을 마시면 살 것입니다.

5계명 정면 대응하라 = 피하지 말고 정직하게 정면 대응하십시오. 빚과 문제에 끌려 다니다 도피하면 올가미에 걸립니다. 담대하게 맞서십시오. 채무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빚을 받고 싶으면 독촉을 중단하라. 계속 독촉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죽어도 빚은 갚고 죽겠으니 빚 갚을 기회를 달라!'고 무서운 '갑'처럼 선언하십시오. 그러면 '을'로 전락한 채권자들은 벼랑 끝 전술에 응할 것입니다.

6계명 가족을 지켜라 = 어떤 극한에도 가족은 발목을 잡는 덫이 아니라 빼앗긴 행복을 되찾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는 것은 교각(橋脚)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가족은 부활이니 눈물의 십자가를 메고 고난의 언덕을 오르십시오.

7계명 참된 신앙을 선택하라 = 참된 신앙을 선택하십시오. 참된 신앙은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고난당한 이웃과 함께합니다. 그리고 참회의 손을 모으면 파탄의 주범이 보입니다. 욕망의 노예로 살았던 헛된 인생을 회개하고 청산하십시오. 참된 신앙의 가르침에 따라 살면 고난은 축복으로 변할 것입니다.

8계명 새벽을 깨우라 = 고난이 닥치면 몸보다 정신이 먼저 무너집니다. 불면의 밤이 지속되면 정신이 혼미해져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불면의 밤에 시달리거든 눈 뜬 그대로 새벽을 맞으십시오. 신새벽의 공기를 마시며 예배당에 가서 무릎을 꿇으면 참회의 눈물과 생명의 기운이 그대를 살려줄 것입니다.

9계명 이웃을 도우라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하늘 또한 그대를 도울 것입니다. 궁박한 형편에 어떻게 어려운 이웃을 어떻게 도울 수 있겠느냐?라고 따지지 마십시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상한 자존감이 치유됩니다. 자선은 내가 살고, 이웃도 살리고, 공동체도 살립니다.

10계명 재발 방지하라 = 알코올중독, 마약, 도박, 가정파탄 등의 병균은 평생 잠복하므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력으로 대물림된 경우 발병과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합니다. 그것은 고난을 시시때때로 상기하며 삶의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입니다.

감사의 뜻으로 나눈 신장 기증

▲ 2006년 재혼하면서 가정을 회복했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잘 견디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 조호진

저는 9년 전에 재혼했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견뎠더니 좋은 일이 찾아왔습니다. 깨진 가정을 회복한 기쁨, 그것을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현관에는 다섯 켤레의 신발이 옹기종기 놓였고, 다섯 식구가 식탁에 둘러 앉아 밥 먹는 모습은 형언 못할 기쁨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행복과 기쁨이 어색하고 불안했습니다. 내가 과연 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나?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생명을 나누었습니다.

2007년 5월 31일 신장 기증 수술을 했습니다. 제 신장을 받은 상대는 생면부지의 20대 청년이었습니다. 청년의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찾아오신다는 것을 사양했는데도 퇴원하는 날, 제 병실로 찾아오셨습니다. 두 아들 모두 만성신부전 환자라고 했습니다. 기미낀 어머니의 얼굴이 그 고통을 말해주었습니다. 청년의 어머니가 주시고 간 편지의 일부입니다.

"제 아들에게 새 생명과 새 희망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습니까. 그 아픔을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너무나 미안하고 죄인 같아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 은혜는 어떻게 해도 표현하기 힘들고 갚을 수도 없다는 걸 압니다.

님의 사랑이 저희 가족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 줬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웃고 살렵니다. 기증자 분을 기다리는 그 많은 환우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염치없지만 저희 가족에게 베풀어주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에 감사하며 님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으며 님에게 받은 만큼은 절대 못 미치겠지만 나누려고 노력하며 웃으며 살렵니다."

우리 부부의 신장을 합치면 두 쪽!

아내와 저의 신장을 합치면 두 쪽입니다. 신우신염 환자인 아내의 신장 한쪽은 고장이 나서 제 기능을 못합니다. 장기기증운동단체에서 사무국장이었던 아내는 15년 동안 일하면서 수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자신의 아픔은 어떻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와 저의 신장을 합치면 한 사람 분밖에 안 되는 두 쪽이기에 아내와 저는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모임이든 어디든 한 몸처럼 붙어 다닙니다. 최 노인도 그렇게 붙어 다니다 만났습니다.

2008년 초여름, 도착한 곳은 을지로에 위치한 국립의료원이었습니다. 병실에는 60대 초반의 사내가 누워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를 보자마자 "수술을 하려면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최 국장 이름을 적었어. 알고나 있으라고 연락한 건데 뭐 하러 와!"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제가 유일한 보호자인데 와봐야지 그냥 있어요"라고 응수했습니다.

아내와 그는 장기기증단체 사무국장과 기증자로 만났습니다. 아내가 그의 보호자가 된 것은 오지랖 9단의 숙명이었습니다. 최 노인은 10년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1990년 2월에 모범수로 가출소한 전과 11범입니다. 전과 11범이니 무서운 사람이냐고요? 그런지 아닌지는 제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판단하세요.

전과 11범, 이 단어만 보고 돌을 막 던지지 마시고요. 그는 출소 며칠 후, 밤거리에 쓰러진 취객을 목격했습니다. 행인들은 괜한 일에 엮일까봐 쓰러진 취객을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지나갔지만 그는 멈춰 섰습니다. 이대로 두면 얼어 죽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지? 그해 2월은 한겨울 못지않게 추웠습니다.

▲ 위기청소년의 70%는 결손가정 혹은 극빈가정 출신입니다. 위기청소년 아버지 중 상당수는 알코올에 중독되면서 가정폭력과 가정해체 등을 일으킵니다. ⓒ 조호진

그는 취객을 부축해서 여관에 들어갔습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나오는 천사, 헐벗은 채로 지상에 버려진 미하일처럼 그 취객은 천사였는지도 모릅니다. 취객은 그를 생명의 길로 인도했으니까요.

취객을 여관방에 누인 그는 탁자에 놓인 신문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 신문에는 어떤 목사가 신장을 기증해 생명을 살렸다는 미담기사가 실렸습니다. 지금이야 신장 기증이 많이 알려졌고, 동참자도 많아졌지만 25년 전만 해도 매우 낯설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은 그는 신장을 기증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장기기증단체에 찾아가 "신장 기증을 통해 제가 지은 죄의 백분의 일이라도 갚고 싶습니다. 감옥살이를 한 더러운 몸이지만 신장 기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1991년 6월 13일 생명부지의 20대 청년에게 신장을 기증했습니다. 혈액투석으로 생명을 힘겹게 연장하던 청년은 그의 신장을 이식 받으면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누가, 괴물을 만들었을까요?

전과 11범인 그는 위험인물이었습니다. 재판부가 절도죄를 묻고도 부족해서 청송보호감호소로 보내 감옥살이를 더 시킨 것은 그 때문입니다. 괴물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조치입니다. 법으로 강력 조치하면 괴물이 차단될까요? 그가 속죄 인생을 결심한 것은 청송보호감호소에서 만난 여자 전도사 때문입니다. 그는 "여자 전도사가 저 같이 못난 놈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소년의 눈물을 외면하면 증오의 칼이 됩니다. 소년범 중에 1/3이 전과자가 되고 이들 중에서 사회를 충격에 빠트리는 소위 '괴물'이 나옵니다. 그는 괴물로 태어나진 않았습니다. 그도 한때는 그냥 소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던지는 돌멩이에 피투성이가 되면서 괴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여쭙고 싶습니다. 소년이 눈물을 흘릴 때, 돌을 던지기에 급급했던 우리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그는 1·4후퇴 때, 남한으로 피난 내려왔습니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그는 떠돌이로 살다가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고 그게 버릇이 되면서 소년원과 교도소를 드나드는 법자 인생으로 살았습니다. 그를 속죄 인생으로 바꾼 것은 법이 아닙니다. 감옥도 돌맹이도 아닙니다. 심장판막증 환자였던 여자 전도사의 헌신적인 사랑이 그를 뉘우치게 했습니다. 소년범 시절에 그 여자 전도사를 만났으면 전과 11범이 되진 않았을 텐데….

"신장 기증 후, 경찰에 불려가지 않았어요!"

신장 기증을 하며 새 사람이 되었지만 삶은 고달팠습니다. 50대 나이에 신문배달을 하고, 공공근로 등으로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신문배달 일거리가 끊기는 등 생계 위협이 그를 흔들었습니다. '왕년의 실력을 조금만 발휘해도 돈을 움켜쥘 수 있는데 왜 그렇게 구차하게 사는 거야, 어서 가자고 한 탕 털러~!', 하지만 그는 옛날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몇 년 만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그는 "최 국장, 미안하지만 돈 좀 보내줘. 며칠 굶었더니 너무 배가 고파!"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는 사흘을 굶다가 아내에게 도움을 청한 것입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아내는 바로 송금했습니다. 그에게 아내는 엄마 혹은 누이 또는 연인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내가 한 게 있다면 그분이 무너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는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살려야한다고 과태료를, 신문배달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 중고오토바이 살 돈을, 생활비가 부족하니 돈을, 진갑기념 여행을 가게 경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내는 그가 좋아하는 돼지갈비와 탕수육을 사드렸고, 좋아하는 영화를 관람하게 해드렸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자칫 '염치 좋은 인간이네!' 하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그는 가난하고 못 배웠지만 자존심 강하고 깔끔한 분입니다. 요정에서 일하던 이복누나에게 학대 당한 아픔 때문에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그는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손을 벌리지 않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내입니다. 그는 신장을 이식해준 청년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지만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움을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에게 신장 기증은 삶의 기쁨이고 희망입니다. 그런데 신장 기증을 이유로 손을 벌린다? 그는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스스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장기 기증한 지 10년째 되는 날, 아내에게 이런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늘이 신장 기증을 한지 10년째 되는 날이야. 지난 10년을 되돌아봤는데 경찰서에 불려가거나 어떤 사건에 연루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속죄하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어려울 때마다 도움을 청했는데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들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장례식을 부탁한 독거노인... 아내 "잘 보내드릴게요!"

▲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 그분이 아내에게 맡긴 겨울 옷과 이불. 겨울이 오면 이 가방을 내어드리고, 여름 옷과 이불을 세탁해서 보관했다가 여름이 오면 내어 드립니다. ⓒ 조호진

아내와 그의 인연도 어느덧 25년이 됐습니다. 그분은 일흔한 살 노인이 됐고, 장기기증단체에서 일하던 아내는 그분처럼 아픈 사연을 가진 위기청소년 돕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최 노인은 월 15만 원짜리 고시원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사는 곳을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습니다. 늙고 병든 모습, 누추한 삶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최근에는 "돼지갈비 사드릴 테니 만나자"고 했더니 "몸이 더 나빠졌어,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으니 그냥 돈만 보내줘"라고 했습니다. 대신, 고시원이 좁기 때문에 여름에는 겨울옷과 이불을, 겨울이 되면 여름옷과 이불을 아내에게 맡깁니다. 그러면 아내는 깨끗이 세탁해서 보관했다가 계절이 바뀌면 옷과 이불을 교체해 내어줍니다.

지난 6월 25일은 그분의 일흔 한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이가 불편하다고 하기에 틀니 비용으로 얼마를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틀니 값 외에 보내준 돈으로 생일기념 삼계탕을 먹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집을 구해준 것도 아니고, 겨우 얼마를 보냈을 뿐인데 그렇게 고마워하시니…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의 눈물은 돈으로 닦아드리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내가 죽으면 당신에게 연락이 갈 거요. 당신을 보호자로 해놨거든. 내가 죽으면 시신을 기증한 뒤에 장례를 꼭 치러주시오!"

▲ 그분이 소중히 여기는 겨울 옷입니다. ⓒ 조호진

그분은 아내에게 장례와 시신기증을 수차례 부탁했고, 아내는 "걱정하지 마세요. 잘 보내드릴게요!"라고 장례 약속을 수차례 했습니다. 그의 인생은 험난했습니다. 세상에 버려지고, 소년범이 되고, 전과자가 되고…. 그래서 속죄하며 살았습니다. 속죄 이후에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세상은 그분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전과 11범의 죄인? 혹은 생명을 나눠준 사람? 어쩌면 그를 기억해줄 사람은 아내 외에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씨 노인을 아시나요? 보호자로 되어 있는데, 최씨 보호자가 맞나요?"

어느 날, 경찰 또는 구청에서 이런 전화가 걸려올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맞아요, 제가 보호자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험난하고 서러웠던 생애를 잘 수습해 드릴 것입니다. 그분이 하늘나라에 가면 전과자라는 손가락질은 사라질 것입니다. 지상에서는 죄인이었지만 하늘나라에서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라는 신의 가르침을 행한 선한 사람으로 우대받을 것입니다.

인간 도리에 대해

최선은 가정을 지키는 것입니다.
차선은 소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것은 쓰러진 인생을 돕는 것입니다.
눈물을 닦아준다고 세금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진 않습니다.
국민의 의무도 아닙니다. 그건 그냥 인간의 도리일 뿐입니다.

도리(道理)란?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라고 하네요.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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