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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시멘트 '맞짱' 뜨던 목사, 이렇게 산다
[이 사람, 10만인] 파워 시민기자는 요즘... 용인 부아산 지킴이로 나서

15.07.29 19:15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 최병성 시민기자가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병기

그가 요즘 뜸하다. 죽어가는 4대강에 생명의 십자가를 꽂으며 <오마이뉴스> 메인면에 파괴력 있는 기사를 쏘아 올리던 그. 쓰레기 시멘트 재벌들과 '나홀로 맞짱' 뜨면서 대한민국을 종횡무진 누볐던 그가 좀처럼 나서지 않는다. 전투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일까? '1인 군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시민기자인 최병성 목사 이야기다.

그는 지난 7일 오전 10시 용인시청 브리핑 룸에 있었다. '지곡초 앞 부아산 환경영향평가서 허위 작성 근거'를 밝히는 기자 회견장이었다. 파워 시민기자인 그는 환경단체 사람들과 함께 다른 기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더니, 마이크를 잡고 "환경영향평가서 식생 조사가 허위"인 까닭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기자가 자기 취재 결과를 다른 기자에게 브리핑을 하는 풍경, 낯설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최 목사가 이처럼 '동네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까닭이 궁금하다면 아래 동영상을 보아주기 바란다. 육성을 담아왔다.



내 집 앞 환경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적 환경 문제 앞에 설 면목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사진기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서 취재를 하고 전국을 다니면서 목회 활동과 강연을 해왔던 그가 요즘은 용인시청 앞에서 피켓팅도 한다.

그런데 천생 기자였다. 나는 시청 건물이 보이도록 누워서 그를 찍었고, 그는 피케팅 하면서 누운 나를 찍었다. 4대강과 쓰레기 시멘트에 맞섰던 것처럼 자기 동네에서도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다.

▲ 최병성 목사가 용인시청 앞에사 피켓팅을 하다가 사진을 찍고 있다. ⓒ 김병기

[들어가며] 부아산에 금이 가고 있어요

용인시청을 나와 최 목사와 함께 간 곳은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부아산 자락이다. 지곡초등학교 교문 앞에 주민들이 쳐놓은 농성천막을 지나니 곧바로 산길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등산로를 따라 나붙은 작은 포스터에 부아산을 살리려는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페트병과 나무로 새집도 만들어 내걸었다. 

"지금 부아산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부아산은 우리의 놀이터. 부아산을 깎지 마세요."

이곳은 S사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들어설 땅이다. 용인시는 지난 2013년 한강유역환경청이 인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라 산을 깎고 1만1378㎡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5247㎡ 규모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거리다. 그래서였는지 업체 측이 벌목하러 들어왔을 때 아이들은 며칠 동안 등교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사가 허가된 땅이다.

그런데 용인시가 S사에 공사허가를 내줄 때 심사한 '전략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이거나 허위였다면? <오마이뉴스> 환경 전문 기자이기도 한 최병성 목사는 매일 부아산에 오르면서 그 증거를 잡았다. 결국 그의 전공을 살려 "식생조사는 허위"라고 진단했다. 왜일까? 이날 최 목사와 함께 길을 나섰다. 또 그가 브리핑한 내용을 토대로 용인시청, 한강유역환경청의 입장을 들어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 지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용인 부아산에 붙인 그림을 최병성 목사가 가리키고 있다. ⓒ 김병기

[쟁점①] 실종된 GPS 좌표와 식생

S사의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공사 예정 부지에 대한 세 개의 조사 지점이 등장한다. ST 1, ST 2. ST 3. 이 지점을 중심으로 나무와 풀의 식생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와 주민들은 허위 좌표 의혹을 제기했다.

GPS측정기를 구입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GPS좌표를 확인해보니, 3개의 조사지점 중 두 곳은 사업부지를 벗어난 다른 사람의 토지였고, 나머지 한 곳 역시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지점과는 전혀 다른 곳이라는 것이다.

S사 측은 '좌표 실종' 사태에 대해 해명을 하기는 했다. 조사 당일 GPS 측정기 배터리 방전으로 연구실에 돌아와 구글어스로 검색했다는 것이다. S사는 GPS 좌표는 틀렸지만 현장 조사 때 가져간 수치지도에 조사 지점을 명확히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다소 황당하지만, 양해해 주자. 조사한 게 맞다면, 그 지점에 가서 업체 측이 작성한 식생조사표에 기록한 식물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조사원들은 지금껏 5, 6차례 추가 현장 검증을 했지만, 자신들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한 나무들은 고사하고 조사 지점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심지어 최초 조사자가 현장 재조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7월에 조사한 ST2지점은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지점과는 전혀 다른 그 주변의 절대보전녹지였다. 

GPS 좌표만 틀린 게 아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된 나무와 풀도 실제 식생과 다르다. 가령 이런 식이다. 사업부지 안에 국수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데, ST1, ST2, ST3 모든 지점에 국수나무가 기록되어 있다. 고사리가 한 포기도 없는데 고사리가 우점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참나무 우거진 그늘 아래 살지도 않는 서양민들레와 냉이가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업부지 전체를 덮고 있는 우점종인 애기나리는 한 포기도 기록되지 않았다.

실수로 몇 가지 식물을 빼트릴 수는 있다. 그런데 현장에 서식하지도 않는 식물을 기록했다면? 널리 분포해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인데 누락된 목록이 너무 많다면? 주민들이 의혹을 품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략 환경영향평가서 총 식물목록에 기록된 나무 종류가 44종인데, 누락된 나무종류가 무려 77종에 이른다면 과연 현장을 제대로 조사한 것일까?  

최 목사와 주민들의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공사 허가를 받으려고 제출한 전략 환경영향평가서의 조사 내용이 사실인지를 증명할 수 없다면? 그 문서를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인을 해줬고, 용인시가 이 문건을 토대로 공사허가를 해줬다면? 지금이라도 허가 취소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한강유역환경청은 달랐다. <오마이뉴스>에 보낸 서면답변에서 "식생조사 좌표 표기에는 분명한 오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민원인들의 주장처럼 현장에 가지 않고 조사한 것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며 식생 조사가 일부 미흡하나 전체 식생 상황 판단에 큰 영향이 없기에 거짓 부실 작성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상한 논법이다. 분명한 오류가 있으나 거짓 부실 작성은 아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식생 조사 위치와 식생조사표에 기록된 나무들을 찾아내지도 못하는 상황인데도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최소한의 핵심정보를 기초로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상세한 조사를 요하지 않는 제도"라고 업체를 두둔하기도 했다. 상세한 조사를 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조사 지점조차 모른다면 전략 환경영향평가서는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지난 7월 16일에도 재조사를 했다. 이날 한강유역환경청과 용인시청, 환경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조사한 우원식 의원실의 임도균 보좌관은 "식생 조사 위치와 식생조사표에 기록된 나무들을 찾지 못했다"면서 "부실, 허위 조사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 최병성 목사는 매일 용인 부아산에 오른다. ⓒ 김병기

[쟁점②] 한강유역환경청의 '이상한 확신'

업체 측은 학부모와 주민들이 수원지법에 낸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이 지난 5월 14일 기각되자 공사를 재개하려 했다. 그런데 용인시는 지난 6월 15일에 S사 연구소 건설 공사 중지를 요구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용인시는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한강유역환경청의 현지조사를 신뢰하며 최근 S사에서 제출한 허위 작성에 대한 해명자료를 용인시 대책반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그 결과에 따라 부정하게 인허가를 받았음이 확인될 시에는 인허가 취소를 검토할 예정이며, 정상일 경우 공사 중지 해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6월 18일 '평가서 식생조사 거짓-부실 작성 검토위원회'를 열어 검토 결과를 용인시에 송부했다. "식생조사에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전체 식생 판단에는 큰 영향이 없어 거짓-부실 작성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한강청 전문가는 지난 2월 6일 현장에서 재조사를 벌였다. 물론 최 목사도 그곳에 있었다. 최 목사는 그들을 취재하면서 시간을 쟀다고 한다. 최 목사는 "그들은 사업부지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기까지 21분이 걸렸다"면서 "실제 30그루 나무의 흉고 직경을 측정한 조사 시간은 불과 4분이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사에 자료사진을 첨부하듯이 시간별로 사진을 배열해 자료를 뿌렸다. 그는 특히 "식생조사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주민과 개발업자 양자가 동의하는 3개의 표본 지점을 조사하는 게 관례인데 한강청은 나무가 별로 없는 한 지점을 4분 동안 조사한 게 전부였다"면서 "한강청은 그 뒤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식생 허위 조사 의혹 해명 지시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업체들만 현장 조사를 보낼 뿐 직접 나와서 조사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③] 무조건 '7등급'이면 된다?

전략영향평가업체와 한강청, 용인시까지 일정 부분 부실 조사였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허가를 취소할 만한 사안일까? 이 부분에서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체 측과 한강청 등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발 행위를 할 수 있는 '7등급 녹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부실-허위 의혹을 제기한다 해도 7등급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왜 해야 할까? 왜 업체들은 돈을 들여 조사 기관을 선정하고, 한강청에서와 같은 허가절차는 왜 필요하며, 그걸 근거로 인허가를 해주는 자치단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강청의 논리대로라면 대부분의 도심 녹지 공간은 7등급이기에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조차 없는 셈이다.

최병성 목사는 "도심지역에서 7등급과 8등급을 구분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면서 환경부의 <사전환경성 검토 업무 매뉴얼>을 제시했다. 이 메뉴얼에 따르면 "도시지역 7등급은 8등급으로 간주하여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중점검토 대상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도시지역 7등급 숲으로서 경사도 20도 이상 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업체가 용인시에 제출한 서류에 평균 경사도는 21.36도다.

우원식 의원실의 임도균 비서관도 "등급의 문제가 아니라 보고서 작성에 사용된 식생조사표가 거의 허위 수준이기에 한강청에 답변을 요청할 생각"이라면서 환경부에 대해서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누락된 평가서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나가며] 최 목사는 언제쯤 동네 싸움을 끝낼까

▲ 최병성 목사가 정리한 사진. 지곡초 바로 옆에 세워질 S 업체. ⓒ 최병성

최병성 목사가 지난 23일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전날 지곡초등학교를 방문해서 한 발언 내용과 사진이었다. 그는 자기 취재 내용을 나에게 토스했다. 그럴 만 했다. 매일 식생을 조사한 뒤 분석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기자회견도 해야 하고…. 그는 기자와 만난 날에도 "이틀 밤을 거의 샜다"고 말했다. 

최 목사가 기자에게 '풀'해준 내용에 따르면 이날 이 교육감은 "학교 앞에 있는 저런 산을 만들어내려면 수십 년이 걸려도 안 된다"면서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 그것도 학교 바로 앞에 있는 그런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은 교육현장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교육감은 또 "학교 주변 50m 이내에는 호텔이나 여관도 짓지 못하는 절대정화구역인데, 위험물을 다루는 유해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용인시청에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와의 동행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지곡초등학교였다. 건물 앞에 서니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초등학교 건물보다 더 큰 건물이 바로 코앞에 세워진다는 것을 상상해봤다. 1년 동안 교문 앞을 오가는 덤프트럭들….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까.

S사는 최 목사의 주장이 모두 허위라며,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 발생한 4억2271만1142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동네 싸움이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최 목사는 언제쯤 다시 4대강을 누비게 될까? 대한민국의 어느 언론도 거들떠보지 않는 쓰레기 시멘트 문제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가 빨리 동네 싸움을 끝내고 다시 4대강 사업과 쓰레기 시멘트 취재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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