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넉달 간 노숙투쟁, 박근혜가 탄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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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아만남

"신경숙? 예술에는 불로소득·무통분만이 없다"
[10만인리포트-아름다운 만남] 소설가 이외수 ①

15.07.17 14:45 | 이희훈 쪽지보내기|김병기쪽지보내기

▲ 소설가 이외수 ⓒ 이희훈

몸무게 48kg. 소설가는 침상 위에서 몸을 반쯤 벽에 기대고 다리를 꼰 채 무려 두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체크무늬 바지 사이로 앙상한 발목이 드러났다. 두 다리는 바짝 마른 나뭇가지 두 개를 겹쳐놓은 것 같았다. 다시 살아 돌아온 이야기를 노트북에 담으며 생뚱맞게도 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한 구절을 떠올렸다.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 
- 나의 어머니 중

아주 특별한 회춘 클리닉?

위암 2~3기 판정을 받은 소설가 이외수씨는 10개월 동안 투병했다. 쉽지 않았을 8번의 항암치료, 작은 탁자 위에 놓인 알약과 약봉지는 암과 싸운 흔적이다. 그는 "3차 항암 치료 때 가장 힘들었다"면서 "정신력이 해이해질 것 같아서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한 컷을 일주일에 백장이나 그리며 버텼다"고 했다. '존버 정신'. 자기 트레이드마크처럼 '존나게 버텼다'. 기름기가 쏙 빠진 얼굴의 주름 속에서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정신은 카랑카랑합니다. 항암 치료를 받은 게 아니라 회춘 클리닉을 한 게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하-하."

유머도 여전했다. 그는 지난달 10일 트위터에 '항암완료'를 선언했다. 강원도 춘천시 교동 격외선당에서 그를 만난 건 지난 8일이었다. 이날 함께한 이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자 강원도 화천군 공무원인 신광태 시민기자였다. 그가 7월 '아만남'(아름다운 만남) 대상자로 화천군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씨를 추천했다.

신 기자와 함께 현관문을 열자 병상에 누워서 TV를 보던 그가 일어나 반갑게 악수했다. 옆에서 문하생이 손소독제를 건네자 이씨는 머쓱해하면서 한마디 던졌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니 조심해야지요. 하-하-하."

전유성 "형, 어떤 놈 말도 믿지마!"

- 메르스 때문에 더 고역이었죠?
"거의 감금 상태로 지냈죠, 뭐."

- 신경을 너무 써서 암이 발병했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세월호 때 매일 술을 마셨어요. TV를 안 볼 수도 없고, 보면 속상하고 위안거리가 없으니까 밤새 술을 마셨어요. 쓰러지기 전에 혈변이 많이 나왔는데 나는 속이 타서 까만 것으로 생각했어요."

- 트위터에 항암일기를 많이 올리셨는데, 치료받는 와중에 일기까지... 힘들지 않았나요? 
"의사들은 정신력을 강조했어요. 우울증과 자괴감에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항암일기를 올렸습니다. 항암 투병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기도 했고요. 암 투병 사실을 알렸더니 '당장 지금 병원에서 나와라. 내가 책임치료를 해주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별의별 사람이 많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유성이 전화를 했는데 '형, 어떤 놈 말도 믿지마!'라고 하더라고요. 전 의료팀을 전적으로 믿었어요."

- 병상에서 책을 두 권씩(<뚝,>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이나 내면서 투혼을 발휘하셨는데요, 최근 신경숙씨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전에 전여옥씨를 겨냥해서 트위터로 올렸던 '글 도둑은 밥 도둑보다 더 엄중히'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는데, 글 도둑은 왜 밥 도둑보다 엄중히 다뤄야 하나요?
"농사꾼이 밥의 원료가 되는 육신의 양식을 짓는다면, 작가는 건강한 정신의 양식을 짓는 농사꾼입니다. 원고지가 밭고랑 같지 않나요? 내가 쓴 글 중에 '눈물에 적시지 않은 글자를 원고지에 파종하면 말라 죽는다'는 게 있는데요, 농부가 피땀을 흘리지 않으면 곡식이 말라죽듯이 애써서 만든 남의 노고를 불로소득으로 취하면 안 됩니다. 예술에는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습니다."

"예술에는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다"

▲ 소설가 이외수씨의 침상 옆에는 거울이 놓여 있었고 수시로 거울을 살폈다. ⓒ 이희훈

- 신경숙씨의 사과에 대해 '유체이탈화법'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저는 사과의 문제는 후차적이라고 봅니다. 원인이 궁금했어요. 작가들이 부분적으로 몇 줄은 자기도 모르게 쓸 수 있습니다. 아주 흡사한 문장이 나올 수 있죠. 이번에는 한두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었습니다. 그분에게는 이런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완전하게 의도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습작 시절에 남의 글을 필사해서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거의 습관이 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익숙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 신경숙 씨는 처음에는 그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만약 필사를 한 적이 있다면 적어도 그 작품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이란 게 자기 기억을 수정하거나 지우기도 합니다. 자기에게 불리하거나 아프게 하는 기억을 수정하거나 아예 삭제하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작가 정신이 치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조심해야 합니다. 글 한 줄이 인생을 바꾸기도 하는 데 몇 번이라도 점검을 해야지요. 우리 작가들은 책을 내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저는 10여 명에게 모니터링을 합니다. 외국에서도 유명 작가들의 매니지먼트들이 점검하고 거르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요. 한국은 열악하죠. 초판을 몇 만부 찍던 내 책도 요즘 3000부를 찍는 상황인데 다른 작가들은 오죽하겠습니까."

나의 대표작은...

그는 "암 투병하면서 '뒤늦게 고백하는 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독자들의 말이 가장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완치돼서 또 써야지"라고 각오를 다졌단다. 위암 선고를 받은 뒤 30분 만에 "이제 떠나도 여한이 없다"고 마음을 정했던 그에게 많은 독자들이 삶의 의욕과 집필 의욕의 불씨를 지핀 것이다.

신광태 기자가 이씨에게 물었다.
▲ 소설가 이외수씨와 오마이뉴스 신광태 시민기자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 이제 집필 활동을 시작하실 텐데요. 독자들은 언제쯤 책을 볼 수 있는지요?
"난 베스트셀러도 있고 스테디셀러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절판된 책은 없죠. 그런데 문제는 대표작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대표작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다음 작품'이라고 말하는데 저도 그래요. 투병이 끝나고 건강 회복되면 대표작을 만들 겁니다."

- 작품 구상은 마치셨는지요?
"서양 현대 소설의 아버지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입니다. 그 인물 구성을 보면 돈키호테가 추종하는 공주와 돈키호테, 돈키호테를 추종하는 산초, 이 삼각구도입니다. 나는 그것의 합리성에 불만이 있어요. 각양각색의 사람이라도 우주의 기본 성질과 원리를 벗어날 수 없어요. 우주는 총체적으로는 '무극'이고 나뉨이 없는 한 덩어리입니다. 무한 속의 하나가 된 상태가 무극이죠.

그리고 음양오행이란 게 있습니다. 물, 불, 쇠, 흙, 나무 다섯 가지 성질에 의해 작용과 변화가 반복되고 무한하고 새로운 게 태어납니다. 이게 상생과 상극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죠. 이 원리를 소설에 적용하면 갈등의 과학적 해결방안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역학 공부 등을 더 하고 깊은 사유를 걸러내서 음양오행이 드러나는 인물들을 연출한 대표작을 준비할 겁니다."

브레이트의 시 '나의 어머니'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위암의 고통을 이겨낸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자기 대표작을 쓰기 위해 앞으로 더 혹독한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불로소득과 무통분만이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존나게 버티기' 위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고통 끝에 나온다."

☞[이외수 아만남 ②]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통법을 자문하자면..."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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