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가족들 반대 뿌리치고 그녀가 노가다 하는 이유

10만인 리포트

이 사람, 10만인

한 달 용돈 20만원, 이 남자가 사는 법
[이 사람, 10만인] '월드비전' 권재혁 회원

15.07.06 12:18 | 박형숙 기자쪽지보내기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정치는 그들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랬던 그가 이렇게 바뀌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고, 먹고, 일하는 모든 것에 정치가 다 들어가 있다. 어떻게 잠을 자고 어떻게 먹고 또 어떤 노동을 할 것인가는 결국 정치에 답이 나오더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참여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질이 결정된다."
 
▲ 권재혁 회원은 월드비전 정읍사회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다. ⓒ 권재혁

전라북도 정읍에 거주하는 권재혁(47) 회원. 그는 3년 6개월째 <오마이뉴스>에 자발적 구독료를 내고 있다. 아내가 아프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사회 문제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여겼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개인 사업을 했고 서울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도 경영해 봤다. 그러다 IMF가 터진 뒤 서울살이를 접고 지금 살고 있는 정읍으로 내려왔다.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 계기는 아내가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치료과정에서 의료 복지의 구멍을 경험하게 되었다.

"당시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 곳이 <오마이뉴스>였고, 시민단체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였다. 오마이스쿨에서 하는 온라인 강좌도 들었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 역사 등 사회 인식을 바꾸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부에서 복지급여를 받는 수급권자이면서도 <오마이뉴스>를 정기적으로 후원하게 된 계기다. 당시 그는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서 자활참여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자 싶어 나이 마흔에 대학(사회복지학과)에 다시 입학했다. 만학도의 열정은 무서웠다. 제대로 공부하자니 교수와 논쟁도 많이 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개론 수준의 사회복지학에 늘 목말랐다. 특히 상담이나 현장 활동을 통해 실전을 경험할 때마다 "전문가인 양 못하겠더라"라고 털어놓는다.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돕는 구조

월드비전 정읍사회복지관에서 그가 맡은 일은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사업이다. 정읍에 거주하는 결식아동들에게 도시락을 전해 주는 것. 주로 조손 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이 대상이다. 밥, 국, 반찬 5종의 음식물을 담고 포장하는 일보다 어려운 건 전달. 주로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가는데 정작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월드비전은 해외에 100여 개국의 이웃들을 돕고 있는데 국내사업 비중이 적지 않다. 사실 경제규모로 따지면 우리나라 정도는 안 해야 맞다. 하지만 소득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구호단체의 손을 필요로 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권재혁 회원은 우리 사회의 후원&봉사 문화에 대해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돕게 되어 있는 구조다"라고 말한다.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사업이 전국 11군데 시도에서 이뤄지는데 갈수록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어려워 '외주' 방안을 조심스레 논의하고 있다. 특히 작은 도시는 봉사자를 구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자활참여자들의 손을 빌린다. 기초생활수급권자 중에서 우리와 같은 단체에서 일하면서 한 달 급여를 받고, 나머지 부족분은 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남을 돕는다는 게 자발성보다는 점점 시스템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권 회원이 활동하는 정읍만 하더라도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여성들이 자활참여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꿈꾼다. 도시락 사업을 보다 확대해 자활참여자들이 '고정직'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말이다.

그가 아내에게서 받는 한 달 용돈은 20만 원. 직장이 집에서 걷는 거리이고, 점심은 '사랑의 도시락'으로 해결하니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최근에야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대여섯 군데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시끄러워지니까"라며 웃는다.

▲ 권재혁 회원이 지역 아동들과 함께 하는 '쿡앤쑥쑥' 프로그램. ⓒ 권재혁

권재혁 회원이 주말 근무를 자처하는 활동이 있다. 이름하여 '쿡 앤 쑥쑥'.

"빈곤 가정 아이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인데 이 아이들의 경우 채소나 과일 섭취율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먹거리 강의도 하고 채소, 과일을 재료로 직접 요리도 해보는 데 집중을 잘한다. 요리가 끝나면 시식도 하는데 자신들이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잘 먹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물어보니 '야채를 먹으면 우울하다'고 말하더라. 누구도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거다. 이제는 잘 먹는다. 끝나면 식구들과 먹을 만큼 싸가기도 한다."

다음 단계는 탐방. 생산지에 직접 가서 채소와 과일의 생산 과정도 둘러보고 콩이 어떻게 두부로 만들어지는 등의 체험도 할 예정이다.

끝으로 10만인클럽에 당부하고 싶은 한 마디.

"지역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별한 목적은 없다. 그냥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 끼리 모여 이야기 나누고 공유하는 것 자체가 나는 참 좋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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