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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시골교사 40년', 전성은이 말한다

배웠다는 부모의 주특기 '무언의 압력'
[10만인리포트] '시골교사 40년' 전성은이 말한다②-자녀교육 즉문즉설

15.07.14 19:16 | 박형숙 기자쪽지보내기

▲ 전성은 선생은 '자녀교육의 알파와 오메가'라는 주제로 10만인클럽 특강을 진행했다. ⓒ 이종호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자기 질문이 없다. 온통 아이를 어떻게 하면 되겠는지만 있다."

5월 29일 경기도 파주시 한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자녀교육 특강을 마친 뒤, 전성은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오전 10시, 30·40대 여성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남성은 두 명. 대부분 초·중등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다. "고등학생 엄마가 여기에 와 있겠어요? 있다면 (입시를) 포기한 거지." 한 엄마가 웃으면 말했다. 대학입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처지의 학부모들이었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 중학생 아이를 둔 엄마다. 매사에 감사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어른들도 못하는 걸 아이한테 하겠다고? 엄마 욕심이 너무 심하다. 30, 40년 뒤에나 깨달을 문제를 중학생 아이에게? 아이가 신인가." (웃음)

- 장난감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   
"사줄 거면 처음부터 사주고 안 사줄 거면 끝까지 안 사줘야 한다. 아이가 조른다고 엄마의 태도가 바뀌면 아이는 귀신같이 안다. 어떻게 하면 엄마가 들어준다는 걸. 그럼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부모의 태도가 예스(YES)인지, 노우(NO)인지 일관돼야 한다."

- 딸아이가 학원 선생님께 함부로 말한다. 상황에 따라 자기를 조절하면 좋을 텐데…. 네 생각을 다 말하라고 가르쳤는데 잘못 키웠나 싶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조건 따라 다르다. 우리 학교에 도재원 선생이라고 계셨다. 나와 함께 40년을 일해 왔던 분이다. 그분은 말이 없고 속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나는 반대였다. 도 선생은 학교 안의 일을 했고 나는 바깥일을 처리하면서 균형을 맞춰왔다. 구태여 고치려고 하지 말고 좋은 데 쓰게 하면 된다."

- 아이의 사회 적응을 위해 맺집을 키우려면 아무래도 공교육에 적응을 잘해야 하지 않나.
"적응이 사전적 의미라면 절대 적응하면 안 된다. 따라 하거나 동조하거나 하지 말고 자기 삶을 살아야 하는 거다." (※적응: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거나 알맞게 됨.) 

아버지 아들로 살기 힘드네요

- 요즘 아이들이…
"'요새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얘기는 5000년 전 이집트에서 발견된 점토판에도 새겨진 말이다." (웃음)

- 담배 피우고, 애정 행각을 벌이는 청소년들을 그냥 두고 봐야 하나.
"요즘 아이들이 유난히 과감해서 그런 것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들 아니다. 더 빨리 더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나 학교 다닐 때는 더 빨랐다. 완전 학교는 깡패의 소굴이었다.(웃음) 초등학생도 담배 피웠다.

그냥 지나가는 게 낫다. 들켰으면 최소한 거기에선 안 한다. 근데 혼내면 다른 데 가서 더 한다. 건강상의 이유라면 어른들도 담배를 안 피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어른도 끊기 어렵다. 나는 내 딸들에게 담배 한 번에 딱 끊은 놈하고는 결혼하지 말라고 했다. 독한 놈이라고." (웃음)

-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공 뺏는 걸 못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일종의 공동체이다. 공을 뺏진 못해도 어시스트를 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각자 자기 재능으로 공이 골대를 향해 굴러가게 하면 된다."

- 아이가 10살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혔다. 지성이 높아지고 배경지식이 많아 그런지 질문이 많다. 그래서 수업에 방해된다고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더라. 선생님은 갑이고 학생은 을이니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아이가 독서에 취미가 있는 것 같은데 모르는 건 책에서 찾게 해라. 지식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책과 놀게 해라."

- 아이가 교우관계를 힘들어한다. 반장인데 아이들과 어울리기가 어렵다고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그 아이들과 대화를 해보기도 했는데 해결이 안 된다.
"답은 쉬운데 실천이 어려운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때리면 너도 때려라 하는 건 가장 쉽다. 안 때리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어렵다. 나는 나의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너는 남자고 힘이 세지 않느냐. 손해 봐라, 양보하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해왔다. 원래 주는 게 받는 것보다 힘들다. 심각한 수준이면 교사와 의논해야 한다. 학생에 대한 정보를 몰라서 학교에서 대처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성은은 최근 아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아버지의 아들로 사는 게 힘드네요." 이에 대한 '아버지 전성은'의 답. "힘들다는 걸 보니 제대로 살고 있네." (웃음)

-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에 집착 안 하고 맘껏 놀게 했다. 그런데 아이가 지금은 컴퓨터에 정신이 팔렸다. 친구도 없다. 어떻게 절제를 가르쳐야 할까.
"왜 정신이 팔렸다고 하나. 집중하는 거지. 집중이 얼마나 소중한데. 더 큰 걱정은 아무 데도 집중 못 하는 거다. 내버려두는 게 낫다. 결국 다 자기 길로 간다.

내 아들 얘기를 하겠다. 얘는 학교 다닐 때 축구하고 컴퓨터만 했다. 컴퓨터게임을 무척 좋아했다. 근데 한 번도 하지 말라는 소리를 안 했다. 걱정은 됐지. 아들 또래의 제자가 한 명 있었는데 둘이 친구였다. 그 아이는 정반대로 책만 읽었다. 그 외에는 손가락 까딱 안 해서 부모 걱정이 컸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둘 다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했다. 아이가 장래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다.

다만, 간섭 안 하는 것과 포기는 다르다.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거 무척 힘들다. 간섭하고 싶어 미치겠지. 간식 갖다 준다고 아이 방 들어가지만 사실 자나 안 자나 감시하고 싶은 거 아니냐(웃음). 아이가 다 안다. 부모가 자기를 믿는지 아닌지는."

-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애들이 말을 너무 안 듣는다.
"심리적으로 독립이 시작된 거다. 기뻐하고 춤을 춰야 할 때 왜 화가 나나." (웃음)

"(육아) 교과서 얘기죠"라고 한 엄마가 불만스럽게 대꾸하자 사춘기에 관한 얘기가 좀 더 길어졌다.

"인간은 동물과 달라서 긴 시간 어미의 도움이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의존한 상태에서 독립하는 과정이 바로 사춘기다. 그 첫 번째 통과의례가 '미운 7살'이다. 아이는 '엄마는 왜 맨날' 이러면서 부모에게 처음으로 노우(no)를 해보는 거다. 그래도 괜찮다고 느껴서다. 또, 이성이나 친구를 따라가도 엄마가 날 안 버린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한다.

중고등학생 시절의 사춘기는 80, 90% 정서적으로 독립한다. 근데 그동안 부모에 의존해 살다가 독립하려니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그래서 부모를 대신해 보호받고자 하는 연상의 이성을 쫓아가기도 한다. 총각 선생, 처녀 선생을 흠모하고 누나뻘, 오빠뻘 상급생에게 빠지는 게 그런 이유다. 누구나 거친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성인이 되어서 이성이나 부부 관계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마마보이는 부모가 자식을 독립시키지 않아서다.

그러니 아이가 노우(no)를 하면 만세를 불러야 하는 게 당연하다. 우리 애가 정상적인 길을 가고 있구나 하고.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사춘기를 지날 때 가장 힘들다는 거 안다. 알면서도 아프다. '때려죽일 년, 대가리 피도 안 마른 놈이'란 욕이 절로 나온다. 우리 아들도 집을 나간 적이 있다. 고2 때 친구랑 도망쳤다. 기분이야 당장 다리몽둥이를 분질러 버리고 싶었다. 물어보니 서울에 있는 대학들 구경 다녔다고 한다. '방학 때 가면 되잖아'라고 논리적으로 따져서 야단칠 수도 있지만 안 먹힌다. 교육은 공식이 아니고 논리가 아니다. 그냥 믿는 거다." 

"엄마들도 자기한테 질문 해봤으면 좋겠다"

▲ 전성은 선생이 경기도 파주시 한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자녀교육 특강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강의하고 있다. ⓒ 박형숙

'그렇다면, 어떻게 믿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더해졌다.

"잘 들어 주면 된다. 상대를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 참 힘들다. '이 자식아, 그러면 너만 손해야' '그러면 네 밥도 못 챙겨 먹어'라는 소리가 바로 나오지. 아이가 하는 열 마디 말 중에 아홉 마디 듣는 과정에 교감이 생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지혜로운 한 마디가 나오는 것이다.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믿음이 있지 않으면 기다리기 어렵다. 바로 명령, 훈계가 나오지. 부모가 가하는 압력 중에 가장 무서운 게 무언의 압력이다. 무언의 압력은 불신이다. 그래서 아이 입장에서는 제일 싫고 두려운 심리적 압박이 된다. 제일 나쁜 태도다. 지식인 부모들, 많이 배운 부모들이 주로 그런다.
 
내 아들이 집 나갔을 때 나도 비로소 내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했다. 나는 고3 때 집을 나갔다. 그렇게 부모도 철이 드는 거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성숙해 가는 과정이 교육이다. 근데 부모는 나아질 생각은 안 하고 애만 성숙시키려고 하니…."

거짓말 하는 아이에 대한 걱정이 나오자 전성은은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둘째가 유치원에 다니고 셋째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나이였을 때다. 내가 대구에 일 보러 갔다가 헤어드라이어를 하나 사 왔는데 집에 갔다 두면서 '위험하니까 갖고 놀면 안 된다'라고 주지시켰다. 오후에 집에 들어가 보니 헤어드라이어 상자가 뜯어져 있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둘째가 '00이가 그랬다'며 동생을 지목했다. 셋째는 말을 못하니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더라. 둘째는 야단맞을까 봐 두려워 불안해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둘째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스스로 실토하더라. 거짓말했다고.

거짓말쟁이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거다. 일종의 보호본능이다. 그렇게 부모의 '끌어안음'으로 두려움이 풀려나가면 아이는 알게 된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그렇게 두려움을 응시할 힘이 생기면 거짓말이 아닌 정면 돌파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사랑은 끌어안음이다."  

2시간 예정된 시간이 부족했다. 전성은은 부모들에게 '숙제'를 내줬다. 

"엄마들이 하루에 10분 정도는 자기한테 질문을 해봤으면 좋겠다. 어떤 사회적 기준에 자기를 묶어 두고 하는 질문은 자기 게 아니다. 그러니 부모가 아이를 자기 '꼬붕'으로 여기고 자기 꿈을 대신 이뤄줄 대상으로 온갖 짐을 다 지우는 거다."

과제물 주제: '나는 어떤 주인을 모시고 사는가?'

전성은은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자신에게 이 질문부터 먼저 던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나를 지배하는 주인이 명예인지, 재물인지, 권력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그렇게 부모가 자기 가치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녀교육도 이뤄진다는 얘기였다.

"부모가 그 정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꼴 부모 밑에서 ○꼴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

차례
① 여는 글- "학생이 왕이다, 학교를 탈출하라"
② 자녀교육 즉문즉설- 배웠다는 부모의 주특기 '무언의 압력'
③ 시골학교 이야기- "우린 안 하는 걸 잘한다", 놀면서 성공한 학교
④ 교사론- "내 교육은 실패했어"
⑤ 해법- "해방 후 지금까지 교육 정책은 없었다"
⑥ 닫는 글- "왜 대안학교의 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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