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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인 리포트

'시골교사 40년', 전성은이 말한다

"학생이 왕이다, 학교를 탈출하라"
[10만인리포트] '시골교사 40년' 전성은이 말한다① - 여는 글

15.07.10 20:42 | 박형숙 기자쪽지보내기

▲ 전성은 선생은 경남 거창에서 40년 교육자로 살았다. 재단법인 거창고등학회 소속의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거창고등학교에서 평교사와 교장으로 몸담았다. 초대 교육혁신위원장(장관급)을 지냈고, <왜 학교는 불행한가> 등 '교육 불행 3부작'을 펴냈다. ⓒ 박형숙

전성은 선생(아래 직함 생략)은 이렇게 말한다.

"자녀교육은 부모가 죽어야 끝이 나는 거다."

30, 40대 부모는 학교 다니는 자녀를 걱정하고, 50대가 된 부모는 취직하고 결혼하는 자식을 걱정하고, 60, 70대가 된 부모는 사네 못 사네 하는 자식 걱정으로 또 한 시절을 보낸다. 자식이 먼저 가면 가슴에 묻고 사니 끝나지 않는 셈이다. 이쯤 되면, 자식은 부모의 운명이다.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전성은 인터뷰의 출발점이다.      

전성은. 1944년생. 우리 나이로 72세. 인구 4만의 농촌도시 경남 거창에서 40년 교육자로 살아왔다. 재단법인 거창고등학회 소속의 샛별초등학교. 샛별중학교, 거창고등학교에서 평교사와 교장으로 몸담았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그냥 시골학교 선생이오."

전성은에 관한 심층 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었다. '자녀 교육'을 주제로 초대된 그의 강연은 질의응답으로 이뤄졌다. 묻고 답하기. "공부는 대화"라는 게 그의 수업 방식이었다. 학부모가 중심이 된 청중들은 단비를 맞는 듯했다. "정보가 소통의 전부인 현실에서 이런 자리가 열리니 말문이 트인다"는 반응. 특강의 취지는 자녀교육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부모교육이 이뤄진 자리였다. "자녀교육이란 없다"는 전성은의 교육철학이 통했다.

오로지 어린이가 왕이다

더 들어가고 싶었다. 흡사 전쟁터인 교육 현실. 감히 의문을 가져서도 안 되고, 따라잡기도 벅찬 상황이지만 '일단 멈추고' 묻고 싶었다. 40년 그의 교육 인생에게. 지난 5월말에서 6월초 일주일 동안 동행 취재하면서 들은 전성은의 답변은 낯설었다.

"교육은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다."
"해방 이후 교육정책은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국사 교육을 강화해선 안 된다."
"교사직은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
….

그의 역설에는 한 가지 일관된 철학이 깔려 있었다.

"학생이 왕이다."

교육의 주체는 오로지 학생이며 교사와 학부모, 교육청, 교육부는 모두 그 학생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놓고 교육 방법·제도·정책을 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처음에는 거절 회신이 돌아왔다. 기자는 '현실'부터 시작하고 싶었지만 전 선생은 '답'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어 했다. 왜 아니겠는가. 40년을 교사로 일하고, 나라의 교육 비전도 세워보고(2003∼2005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 - 장관급 재직), 또 그 모든 경험과 이론을 갈무리해 세 권의 책으로도 내봤으니, 이 교육 원로로서는 눈앞에 답을 두고 헤매는 현실이 개탄스럽고 답답했을 것이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 이메일에 그가 보낸 답신은 이러했다.

"학교 교육의 문제를 푸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해방이다. 이는 수천 년 동안 인류, 모든 시대, 모든 나라가 행해온 학교 교육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만 국가권력의 포로가 돼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도, 일본도, 독일도, 핀란드도…. 세계의 모든 국가의 교육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 국가 지배와 통제의 아래 있다. 인간이 참 자유를 찾으려면, 인류가 이데올로기의 포로 상태에서 해방되려면 학교의 '쇼생크 탈출'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 학교의 쇼생크 탈출. 그는 본질로 바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이 때문에 교육론, 즉 교육하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관한 이야기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너무 답답해서"라고.

"제가 하는 얘기들은 저만의 독창적인 견해가 아니다. 나도 교육학을 배우고 학교 교육을 하고 외국을 다니면서 공부해서 아는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교육에 관한 기본도 합의가 안 돼 있는 걸 확인하는 게 참 갑갑하다. 매번 바닥부터 다시 얘기를 시작하려니…. '왜 학생이 주인이냐'? 그건 질문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학생이 주인이다'에서 출발해야 교육에 관해 말할 수 있다."  

교육혁신위원회 활동 당시 에피소드. 혁신위에서 일하는 교육학 박사들과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 관한 계획안을 짜야 했던 상황. 그런데 그 '박사님'들을 먼저 교육해야 했던 웃지 못할 상황을 전했다.

"'학생이 왕'이라는 전제를 철저히 이해해야 출발이 되는데 그게 안 됐다. 소위 교육자들도 '진로지도는 대학입시'라는 등식에 너무 익숙해진 거다. 자기 삶의 주인은 '나' 아닌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재능으로 살게 돼 있다. 특히 교육이 권력의 들러리가 돼 있다 보니 학생이 왕이라는 점에 입각한 직업직능교육 안을 짜기가 어려웠다."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고?

전성은의 '교육 불행 3부작'으로 꼽히는 책 세 권이 있다. <왜 학교는 불행한가>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 <왜 교육정책은 역사를 불행하게 하는가>(이재강 공저)가 차례로 나왔다. 그중에서 세 번째 책이 제일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전성은은 그 마지막 저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가 담겼다고 말한다.

어쩌겠는가. 그는 천상 교육자였다. 기자의 반복되는 요청에 그는 인터뷰에 응했다.

"눈높이를 맞추겠다."

자유롭게 질문하라는 회신에 기자는 안도했다. 미운 7살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에 대한 불안, 거짓말·도벽이 있는 아이에 대한 걱정…. 이 나라 엄마들의 평범한 질문을 안고 만날 수 있었다.

▲ 전성은 선생이 교장으로 일했던 샛별초등학교 정문 담벼락에는 이 학교 어린이들의 꿈이 빼곡히 적혀 있다. "책 읽는 주부" "나의 미래에는 세무소에 다니고 있다" "화학자" "아프리카TV에서 일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 박형숙

여섯 회에 걸친 전성은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전제할 것이 있다. 전성은은 교육운동을 하는 이론가 그리고 교사들에게 왕왕 이런 지적을 받는다.

"동의는 하지만,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닌가?"

이에 대한 전성은의 답은 간명하다.

"나는 거창에서 1만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최소한 1만 종류의 인간을 만난 거다. 하지만 나는 1만 개의 색깔로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부끄럽고 안타깝다.

이상과 현실은 동떨어진 게 아니다. 1만 명의 색깔로 다가서는 것을 목표로 할 때, 한 명에게라도 그의 색깔로 다가갈 수 있는 얘기다. 너무 이상적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이상이 높고 클수록 현실을 조금이라도 이상 쪽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상이 너무 낮아서 문제다."

인터뷰 후반부에서 다루겠지만, 40년 교육 인생의 회고를 묻자 전성은은 이렇게 말했다.

"내 교육은 실패했어."

출발해 보자.
전성은과 함께 찾아가는 학교 교육의 '쇼생크 탈출기'.

차례
① 여는 글- "학생이 왕이다, 학교를 탈출하라"
② 자녀교육 즉문즉설- 배웠다는 부모의 주특기 '무언의 압력'
③ 시골학교 이야기- "우린 안 하는 걸 잘한다", 놀면서 성공한 학교
④ 교사론 - "내 교육은 실패했어"
⑤ 해법 - "해방 후 지금까지 교육 정책은 없었다"
⑥ 닫는 글 - "왜 대안학교의 길은 아니었을까?"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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