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새소식 [리포트] 6m 준설한 강에서, 꼬마물떼새알을 찾았다

10만인 리포트

김병기의 아만남

마을매출 2억원... '장기집권' 이장의 비결
[10만인리포트-아만남] 산꽃마을 이장님과 에코큐레이터

15.06.10 19:33 | 김병기 기자쪽지보내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라는 칠갑산 벚꽃 길에 하얀 벚꽃은 졌지만, 마을 입구에 내리니 분홍색과 하얀색 철쭉꽃이 활짝 피었다. 칠갑산의 서쪽 끝자락, 645번 지방도로를 타고 장곡사로 들어가는 길목의 아담한 마을이다.

언덕을 오르니 '산림문화회관' 앞마당에 푸짐한 식탁이 차려지고 있었다. 상추, 풋고추, 산나물 등 싱싱한 야채에 수육 그리고 고봉밥과 막걸리. 100여 명의 방문객들을 위한 점심식탁이다.  

▲ 넓은밭 도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복권승 대표와 장광석 이장 ⓒ 김병기

이 산골짜기에 연간 2만 명이 다녀간단다. 지난 5월 7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자 10만인클럽 회원인 김종술 기자가 또 다른 회원인 이철재 에코큐레이터(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부위원장)와 기자를 태우고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충남 청양군 대치면 '칠갑산 산꽃마을'이었다.

이 부위원장이 5월의 아만남(아름다운 만남) 주인공으로 추천한 이는 이곳의 이장 장광석 (54)씨와 복권승(44) 지천생태모임 대표였다.  

먼저 복 대표가 말했다.

"지금은 가재가 바글바글합니다. 도랑을 살렸더니, 1년차에 버들치가 돌아왔고 2년차에 붕어가, 3년차에 가재가 돌아왔어요."

[복권승의 도랑 살리기] 3억짜리 공사를 1천만 원으로

▲ 통나무 공법으로 살린 넓은밭 도랑 ⓒ 김병기

칠갑산에서 산꽃마을 밑까지 '넓은 밭' 도랑이 흐른다. 총 2.4km의 실개천인데 이중 마을을 지나는 800m 구간은 지난 2001년에 시멘트로 발랐다. 도랑이지만 우기를 제외하고는 시멘트 바닥이 거의 말라 있었다. 급경사여서 물이 머물 새가 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철광석 산지였다. 도랑 곳곳에서 시뻘건 녹물이 흘렀다.

2010년에 푸른 충남 21 자연생태 분과 위원이었던 복 대표가 장 이장을 만나서 제안을 했다.

"도랑 한번 살려볼래유?"

볼썽사납던 도랑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장 이장은 맞장구를 쳤다. 푸른 충남 21이 제안한 프로젝트였다.

"도랑 살리기 사업은 기본이 4000만 원입니다. 굴삭기를 불러 시멘트를 다 걷어내고 듣도 보도 못한 큼지막한 바윗돌을 옮겨놓으려면 그 정도 비용이 듭니다. 2008년에 한 단체에서 자연형 하천 공사를 했는데 40m 구간을 바꾸는 데 그 돈이 들었습니다."

복 대표의 말이다. '넓은 밭' 도랑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하면 3억 원이 든단다. 시멘트를 몽땅 걷어낼 경우 무려 525톤의 산업 폐기물이 나온다. 하지만 복 대표는 시멘트는 그대로 두고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었다. 그것도 1천만 원에 해결했다. 일명 '통나무 공법'. 그가 직접 설계했다.

시멘트 바닥에 두 개의 철근을 박은 뒤에 통나무 3개를 쌓아올렸다. 60cm 높이다. 또 표고차 1m 간격으로 800m 구간 곳곳에 10여 개의 통나무 보를 설치해서 계단식 도랑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통나무 보 곳곳에 퇴적토가 쌓였고, 물이 채워졌다. 그곳에 갈대, 부들 등 각종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 가재와 버들치, 갈겨니, 돌고기, 미꾸라지가 돌아왔다. 생존이 불가능했던 메마른 시멘트 도랑이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공사업체를 부르는데, 이곳은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포클레인에 돈을 주는 대신 주민들에게 인건비를 줬죠. 학익고등학교 학생들이 통나무를 날랐습니다. 청양고등학교 학생들도 자원 봉사했죠. 한 달 반 만에 공사를 뚝딱 해치웠습니다. 하-하-하-." 

천진난만하게 웃던 그가 이철재 부위원장을 데리고 간 곳은 산꽃마을 입구의 조그만 연못이다. 잘린 버드나무가 몰 속에 반쯤 잠겨 있었다. 이곳은 이 마을 이장님과 복 대표의 또 다른 실험실이다. 일명 '버드나무 공법'.

"시멘트 바닥을 자연형으로 바꿨는데, 양쪽 호안은 그대로입니다. 이게 그 대체품입니다. 물 속에 잠긴 버드나무 토막에서는 뿌리가 납니다. 위쪽으로는 잎이 나죠. 이걸 호안에 설치하면 침식방지, 수질정화 효과가 있을 겁니다. 시멘트 호안을 버드나무가 덮어버릴 겁니다."

'넓은 밭' 도랑 살리기는 지난해 10월 SBS 물환경 대상을 받았다. 이철재 부위원장은 당시 심사위원이기도 했다. 이철재 부위원장은 "도랑에서 생태와 문화가 만났고, 잃어버렸던 기억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사실 도랑을 살린 건 '돈'이 아니라 끈끈한 '마을 공동체'였다.

[장광석 이장의 마을 살리기] 나이든 농부들이 숲 해설사로 변신

▲ 장광석 산꽃마을 이장(좌), 복권승 대표(우) ⓒ 김병기

전에 산꽃마을은 쇠밭(충남 청양군 대치면 광금이 1반)과 넓은 밭(2반)으로 불렸다. 두 동네가 산길로 2km 떨어진 곳인데, 누가 사는지도 몰랐단다. 1반의 어린 아이들은 수정초등학교에 다녔고, 2반 아이들은 칠갑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고작해야 각각 20가구가 사는데, 아주 먼 이웃처럼 지냈다. 

"2006년부터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60대 미만인 주민들은 '한우물회' 모임을 열었고, 분기별로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경로잔치도 했습니다. 윷놀이 행사도 가졌죠. 요즘은 저 밑에 하우스가 동네 사랑방입니다. 오며가며 들러서 막걸리 한잔 걸치면서 사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가 뜻이 통하면 동네에서 일을 벌입니다. 하우스에서 콘서트도 한다니까요."

장광석 이장의 말이다.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니 함께 도모할 일들이 생기고, 그 일을 치르면서 서로 도우니 동네가 살아났다는 말이다. 사실 양쪽 마을의 소통이 시작된 것은 2005년 산촌생태마을 사업을 유치하면서부터다. 당시 장 이장은 생태마을 추진위원장이었고, 14억 원의 지원금으로 교육장과 식당, 숙박시설을 지었다. 개인농가들의 표고버섯 하우스도 지원했다.

▲ 복권승 대표가 이철재 에코큐레이터와 함께 넓은밭 도랑을 따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병기

이듬해에도 농림부 녹색농촌 체험마을로 선정됐다. 지원금 2억 원으로 도로변의 꽃길을 조성하고 연꽃단지를 만들어 볼거리와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2007년에 관광객을 유치할 기반을 마련했고 손님맞이를 위한 주민 교육을 시작했다. 농사만 짓던 농부들이 꽃사탕 만들기, 표고버섯 수확체험 등 농촌체험을 진행했다. 나이든 어르신들도 숲 해설사로 나섰다.

"산골짝에는 농사를 지을 땅이 별로 없어서 다른 마을로 딸기와 고추를 심으러 품을 팔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사탕 속에서도 야생화가 활짝 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관광객들을 숲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도 합니다. 일자리가 늘어난 셈이죠. 또 사람들이 그냥 돌아가지는 않겠죠? 개인 농가들의 표고버섯 판매 수입도 늘었습니다. 매년 1만 명 이상 다녀간 지가 3~4년이 됐는데요, 마을통장에 2억 원 쌓입니다. 하-하-하."

이 마을 관광객들의 필수 산책 코스는 '도랑'이다. 물이 흐르지 않았고 쓰레기만 쌓였던 그곳에 물총새도 날아와 고기를 잡아먹는단다. 시멘트 공사를 한 뒤에 거의 10년 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나이든 어르신들의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다. 이제는 그 기억을 간직하려고 노인들이 자원해서 도랑 청소도 한단다. 

"전에는 젊은 친구들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없었죠. 그런데 최근 총각 3명이 결혼을 했고 자식들을 낳아서 10명이 됐습니다. 지속가능한 마을이 됐다는 게 가장 기쁘죠. 표고버섯을 키우는 젊은 친구 3명은 완전 전업농입니다. 이 동네를 이끌 친구들이죠."

2006년부터 '장기집권' 이장을 하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마을 홍보를 부탁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많은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처럼 좀 더 환경을 생각하면서 농촌다운 마을을 유지하는 게 꿈입니다. 야생초 한 개라도 더 심고 마을 주민들의 웃음꽃이 피는 마을이죠. 어르신들이 늙어 가시는 게 안타깝고, 그분들이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복 대표도 거들었다.

"산꽃마을은 서당입니다. 지금까지 마을에 있는 사람들은 '살농' 정책에서도 버틴 생존자들이죠. 배워갈 게 많은 곳입니다. 마을공동체를 살린 숨겨진 이야기가 곳곳에 있습니다. 이렇듯 마을을 살리면서도 일자리를 체계적으로 유치하고 키워나갈 사람에 대한 투자가 마을 살리기의 핵심입니다. 건물 몇 개 지어주는 게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방식으로 농업지원 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손님맞이 때문에 점심도 걸렀다는 그와 함께 막걸리를 두어 잔 마신 뒤에 가재가 돌아왔다는 넓은 밭도랑을 거슬러 오르다가 연꽃 밭 한가운데의 원두막에서 잠시 쉬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KTX 안에서 "장광석 이장의 팬클럽을 만들겠다"는 이철재 부위원장은 이날 만남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한 이장이 마을공동체를 되살렸고, 이렇게 준비된 마을이 도랑을 살렸습니다. 되살아난 도랑에는 가재와 버들치뿐만이 아니라 시골의 순박한 문화가 바글바글~. 내년 봄에 또 오고 싶어요."

▲ 칠갑산 산꽃마을 입구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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