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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윤 일병'을 만나다

군인과 민간인을 가른 시간 '4분'
[또 다른 윤일병을 만나다 1-①] 전역 당일 자살한 이아무개씨

15.06.09 12:54 | 김도균 기자쪽지보내기

지난 해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28사단 집단폭행·사망사건은 폭력으로 얼룩진 군대 폭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 이야기는 또 다른 윤 일병들의 고통에 관한 보고서다. [편집자말]
지난해 7월 10일 밤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쿵' 하는 소리에 이어 한 여성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여름밤의 정적을 갈랐다. 단지 내 주차장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20대 청년은 이 아파트 18층에 사는 22살 이아무개씨.

신고를 접수한 의정부소방서 금오 119안전센터 구급대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3분, 현장에는 이미 경찰도 출동해 있었다. 하늘을 향해 누운 채로 발견된 이씨에게서는 이미 호흡과 맥박이 잡히지 않았고, 두개골에도 큰 상처가 나있었다.

전역 날 자살한 이씨... 군 당국 "민간인 신분에서"

▲ 군대 내 가혹행위를 소재로 한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에이앤디 픽쳐스

일반적으로 구급대원은 응급환자에게 CPR로 불리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미 이씨는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심장제세동기(AED)의 패드를 부착하고 심전도 리듬을 측정했지만 모니터상으로도 무수축(Asystole) 상태로 이씨가 살아있다는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결정하기 어려운 의학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선 지도의사에게 의학적 자문을 요청하는데, 이날 구급대원과 통화한 의사는 심폐소생술을 실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의 'CPR 유보' 판정을 내렸다.

구급대는 이씨를 현장의 경찰관에게 인계하고 센터로 복귀했다. 어떤 경우에도 119구급대원이 숨이 붙어 있는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경찰에게 인계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씨는 이미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후 이씨는 의정부 백병원으로 옮겨졌고, 응급실 당직 의사는 이씨에게 사망 판정을 내렸다. 이때가 자정을 4분 지난 11일 오전 0시 4분.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데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왜 22살의 청년이 비극적인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만 했을까?

시간을 몇 시간 앞으로 되돌려 보자. 이씨가 숨진 7월 10일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군 검찰에 구속되어 있던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 이씨는 한 달여 전인 6월 5일 자신의 중대장을 폭행한 혐의(상관 상해)로 긴급 체포되었다가, 이날 군사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전역했다. 이씨가 목숨을 끊기 전 불과 5시간 전이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8월 대학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육군에 입대해 경북지역의 한 부대에 배치되었다. 입대 후 이씨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되었고 복무 중 징계 5회, 탈영과 상관폭행 등으로 2차례 구속된다.

같이 입대했던 동기들은 이미 5월 말에 제대를 했지만, 이씨는 구속수감 등으로 전역 날짜를 한 달여 넘겨버렸고, 병장 진급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군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와 동시에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이씨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유가족들은 군 당국이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도외시한 채 이씨의 서류상 사망 시점만 따지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군 당국은 의정부 백병원 의사가 작성한 사체검안서에 사망시각이 '2014년 7월 11일 00시 04분'으로 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사망 당시 이씨가 민간인 신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역 당일 자정까지는 군인 신분이지만 이 시간에서 4분이 지났기 때문에 민간인 이씨의 죽음과 군은 아무 상관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망은 병원 도착 이전... "자살 책임소재 따져야"

▲ 이씨의 사체검안서에 나와있는 사망일시를 근거로 군 당국은 이씨의 죽음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김도균

그런데 앞에서 지적했듯 투신 현장에 출동했던 119 구급대원들은 이미 이씨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도 실시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씨가 살아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체검안서에 나와 있는 사망일시도 의사가 죽음을 확인한 시각일 뿐 실제로 이씨가 숨을 거둔 시간과는 차이가 있다. 사체검안서를 작성한 의사도 "도착시간 기준 이전"이라는 단서를 달아 놓아 자신이 확인한 시간 이전에 이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밝혀 놓고 있다.

어떤 경우에 사체검안서를 작성하는지를 감안한다면 이론의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사체검안서의 법적 명칭은 시체검안서로 이미 사망한 상태로 의료기관에 도착한 경우(DOA, dead on arrival)에 한해 작성하는 문서다. 의료기관 안에서 사망한 경우에는 시체검안서가 아닌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사체검안서에 나와 있는 사망시간은 이씨의 시신이 의정부 백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2014년 7월 11일 00시 04분'이고, 실제 사망시간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병원 도착 시간 이전이라고 봐야한다는 의미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김대희 교수(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는 "이씨는 119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였던 2014년 7월 10일 23시 03분에 이미 비가역적(되돌릴 수 없는)인 심정지 상태가 확인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실제 사망시간은 이씨가 18층 자택에서 투신했던 순간(2014년 7월 10일 22시 58분 직전)부터 119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던 시간(2014년 7월 10일 23시 03분) 사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체검안서에 표기된 문구만을 가지고 이씨의 사망 시각을 2014년 7월 11일 00시 04분이라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군 당국이 사망시점만을 가지고 이씨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엇이 22살, 꽃다운 청년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군 법무관 출신의 박지웅 변호사(박지웅 법률사무소)는 "일반 사건이라면 법리적으로 의사가 사망진단을 내린 시각이 중요하지만, 이번 사안은 군인 신분인지 민간인 신분인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면서 "이씨가 군 생활에서 어떤 가혹행위와 스트레스를 받아 전역 당일 투신하게 됐는지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군 복무 당시 이씨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 편집ㅣ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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